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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투척사건에 대해

2015. 10. 19. 01:07 from ETOCETORA

애들은 몰라서 사고 당하는 일도 많은데 그 중 최근 가장 끔찍햇던 게

집에 전기 콘센트,, 돼지코에 쇠젓가락 집어넣고 화상입고 왔던 애..

직접 보진 않았지만 전날 이알환자 흝어보다가 사진 보고, 향후 계획 듣고 정말 많이 안됐다고 생각했다.

일단 전기화상 자체로  전기가 흘렀을것으로 예측되는 기관(심장 포함)들의 

조직이  한동안 녹아나갈 것이고 그로인한 증상이 얼마나 심할지를 치료하며 관찰해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시적으로 젓가락을 잡은 양손에 삼도 화상을 입어서 오히려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인데

그래서 그걸, 두손을 다 잘라내게 생겼다. 이미 혈액순환안되는 조직이라 썩어들어갈거니깐.

세살 된 여자애다.

당시 보호자가 할머니할아버지도 아니고 젊은 부모가 애보다가 사고가 났다

 

전기화상에 대해 그냥 hydration 을 충분히 해야 된다거나, 심장 합병증 잘 살펴야된다 와같은

개론적인 내용만 대략 배워 알던 상태에서 그냥 뭐 화상이려니 생각하고만 있었는데

앰푸테이션이라니 정말 충격이었다. 엄마아빠의 부주의로

그 어린애가 손이 평생 없는채로 살게 된거다.

 

 

그러면서 윗년차 선생님한테 비슷하게 끔찍한 얘길 들었는데

2,3살 쯤 된 오빠인 아동이, 엄마가 10분쯤 샤워하는 사이에 보행기에 앉아 있던 1살 미만의 자기 동생,,

엄마의 관심을 다 가져가는 미운 동생을 밀어 쓰러뜨리고 쓰러진 동생을 몸으로 꾹 눌러버린 것이다.

이알 도착해서 확인했을 때 덩치큰 오빠아래에 5분간 깔려있던 아기동생은 이미 죽은상태였다고 한다.

동생을 질투하는 모든 누나오빠들이 동생을 죽이진 않겠지만

근데도 이 오빠인 아동이 잘못을 했다고는 할 수 없지.

이건 모두 어른들 잘못이다.

아무리 걔를 볼때마다 걔가 죽인 다른 자식이 생각나도 이건 엄마가 지고가야 할 일이다. 

 

 

 

 

나도 어린이들한테 죄를 묻지 않는 것에 그럴만 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  용인아파트 초등학생 벽돌투척사건..

이런 사건이 발생하고 보통시민 대부분이 느끼기에 뭔가 정의롭지 않은 해결이 돼버렸다는 의식이 팽배해지면

결국 다른,, 어려서 처벌하는게 정말 부당한 어린이들로 인한 사건에 대한 인식도 너무 나빠질거다.

 

미성년자를 처벌하는데 대한 나이 상한선이 내려가야 한다는 문제만 해도

벌써 일본에서도 이런것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많이 공론화 된 건지

영화도 여러편 나온듯

마츠다카코의 고백.. 자기아이를 살해한 소년들에 대한 처벌을 스스로 하는 선생님인 엄마.

그러니까 결국 처벌을 받지않는 미성년자 범죄자들에 대해서 사회가 납득하지 못하니깐

다른 방식으로라도 처벌을 하는 거라고.

 

 

전에 화순 서라아파트 살인사건의 공범 중 하나인 여자가 텔레비전에 나왔는데

청소년시절의 범죄로 교도소에 갇혀 있고 곧 출소한다면서

'연애도 하고 싶고'

'자기 때문에 충격받은 동생에 대한 걱정'도 하고

그러는 모습이 역시나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앞으로의 인생을 죽은 듯이 살라는 건 아니겠지만 뭘 모를 때(그 정도 나이면 뭘 모를 때라고도 할 수 없긴하다)

저질렀던 일에 대해서 교도소 몇년 살고 나오면 이제 자기 죄도 다 청산된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생때같은 아이와 엄마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여놓은 것들이.

 

 

그렇게 일단 처벌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사실 가해 당사자에게는 별일이 아닌게 돼 버리기도 하는 거 같다.

오히려 벌을 받았으니까 난 뭐 응분의 댓가를 이미 치뤘어 라고 생각하는 걸수도 있을 거다.

 

성인이긴 하지만 내 대학교 동기의 경우..

운전하다가 어린애를 치어죽였는데 부모와 잘 합의해서 형사입건 안되고 잘,, 해결이 됐다.

그걸,, 그 과정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별적으로 스터디모임을 통해 친분이 있던 교수님을 통해 그 사건과 사건이 해결된 내용을 우연히 들었는데

말씀해주신 교수님은 그 동기에 대해 분명히 '살인자'로 단죄하고 싶어하는 뉘앙스가 역력했지만

어쨌든 잘 무마됐다고 굉장히 잘못된 일인것처럼 말씀하셔서

당시엔 '자기 제자에 대해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좋게 해결됐으면 다행이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몇년뒤  4학년 때 실습조를 짜면서, 그 동기랑 같은 조가 됐고

그 외 다른 조원들 중 한명이 낙제가 될지 안될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때 그 동기가 '걔가 잘 못하는 녀석이니깐 낙제해서 우리 조에 안 들어오면 우리한테는 이득'

이라고 요약되는 말을 하면서 은근히 다른 동기가 낙제되기를 바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래서 그때,

'자기도 누군가의 선처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서 어찌어찌 상황을 모면했으면서

자기 동기가 행여 자신의 선처로 낙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하더라도 앞뒤 따져보니 얘를 낙제시키는게 나한테 더 이득이니깐  낙제시켜야 한다고 선동을 하는구나 난 니가 어린애를 차로 치여 죽였다는 걸 알고 있다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순간 너무나 역겨웠다.

자기는 무려 살인자면서도 이제 그 일은 이미 조용히 덮여진 일이고 앞으로는 남 밟아가며 잘 살 궁리만 하면 된다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 초등학생 벽돌투척사건..

걔가 무슨 대단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 같은 건 별로 생각안하고 싶다.

나도 어려서 겉으론 얌전한 애였지만 아파트 위에서 물총도 쏴봤고 개미도 몇마리씩 처형시키기도 했어.

그렇다고 집안 교육을 못 받은 거라고도 생각안한다. 우리엄마아빠도 할거 안할거 다 얘기해주면서 날 키우셨다.

그리고 부모한테도 처음엔 말못하고 끙끙대다가 며칠있다가 겨우 얘기했을수도 있고

 

하지만 그 중력낙하실험.. 어른들한테는 그럴듯한 그 표현이..

그게 정말 문제였던거 같다.

부모가 자기 애가 사건을 일으킨 걸 알았을 때

어떻게 하면 우리애가 우리 가족이 피해를 덜 받을 것인가 따위를 먼저 생각했다는 증거니까.

엄마아빠는 아이의 고백을 들었으면 당장 애 손 끌고 자수하고 그리고 사과를 했어야 돼

이것저것 계산하면서 중력낙하실험같은 개소리나 만들어내지 말고.

 

 

그리고 그 초등학생과 부모욕을 하는 사람들

우리애가 잘못했을 때, 그걸 알았을 때 걔 잘못을 세상에 얘기하고 잘못의 댓가를 치룰 각오가 돼 있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봐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댓글로 초등학생과 부모에 대해 성토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아들의 범죄를 묻어버리고 망각이라는 은신처에 몸을 숨긴 그 더러운 엄마, 마더의 엄마를 보라고.

내가 내 자식,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그러지 않으리라고 자신할 수 있는지도 이기회에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도

우리 은총이가 잘못을 하게 될 경우,

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랬을 경우에 대해 생각해봤고

가족끼리라고 쉬쉬덮어주고 그럴수는 없다고 생각해고

그렇다고 우리 아기만을 저 혼자 무슨 벌을 받게 내버려 둘수도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죄를 고백하고 같이 벌을 받는 역할이라면 같이 욕을 듣는 일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렇게 해서 뭐.. 내 인생과 애 인생이 꼬인다 하더라도

그런건 행불행은, 어차피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아이를 파렴치하게 만드는데 동조하거나 그걸 방관할수는 없으니깐.

차마 그러고 살 자신은 없으니깐

그래서.... 그렇다.

 

 

 

총기난사 사건 같은 걸로 많은 사람을 아무렇게나 죽이는 사람은

자기만 인생의 주인공이고 남들 역시 각자 인생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생각못하는 것들이라는

그런 얘기를 본 적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 말자 이슈를 일으키는 그 초등학생과 부모는

지금 이 소란의 중심에 숨어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며 이 장면이 얼른 넘어가기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당신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할까 숨을 죽이고 있을 때

또다른 인생의 주인공 한명은

돌아가신 엄마가 얼마전 담근 김치를 먹어버리면 더이상 엄마김치를 못 먹게되니깐

엄마의 김치를 차마 못먹는다는 얘기를 하면서 엄마를 애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네 불행만 탓하고 숨어있을 수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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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2015. 9. 15. 23:31 from S.paul 2015

.

 

 

 

 

은총이 자장가 음악을 고르다가 워털루 브릿지가 생각나서 오랜만에 다시봤다

로버트 테일러 정말 잘생겼다.

저 시대에 전쟁영화는 많았던 듯 하지만 저렇게 군인모습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로버트 테일러 밖에 없는 거 같다.

 

 

 

 

 

암으로 왜 죽게 되는가...

폐암으론 왜 죽게 되는가...어떻게 죽게 되는가... 라든가

질병을 병태생리적으로 보고 치료위주로 배우다보면 그런걸 구체적으로 생각할 일이 별로 없는데

병동에서 환자를 직접 보고 불편할 걸 마주할 때는 결국 그런 실질적인 문제를 자꾸 생각해야 된다.

 

암 증식 때문에 크게 출혈을 일으킨다거나 항암치료과정에서 면역력이 더 떨어진다거나

그렇게 갑자기 위태로워져서 사망하게 되는 경우도 많겠지만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있는 상태의 환자들이라면

암세포 자체에서 기인하는 기전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로 몸이 점차 카켁식해지면서 그렇게 점차 생명력이 소진된다.

일반적인 암이 그런거고

폐암은... 호흡통로를 막지 않는한 증상이 초기에 거의 없을 것이지만, 진행하여 암세포가 폐를 덮게되면

질식사를 하게 된다.

 

인턴 때 암병동 돌 때 새벽에 응급샘플 하러간 환자가 숨을 헐떡이며 가족들에게 '내가 이제 곧 죽는거냐고'보호자에게 매달리며 초조하게 있었는데 4시간 뒤에 임종했다.

폐암 투병하다가 호흡곤란이 심해져 완화병동 입원을 위해 새벽에 응급실에 왔던 환자는 직접 하스피스 동의서까지 작성했는데 2시간뒤에 병동 올라가서 바로 호흡곤란심해져서 1시간 만에 임종했다.

췌장암이 폐에 전이돼서 하스피스로 왔던 환자는 한달동안 신체증상이나 혈액검사상 이상은 하나도 없이 호흡곤란이 조금씩 조금씩 심해지다가 마지막까지 의식과 영양상태가 다 좋았는데 하룻밤만에 임종했다.

 

숨이 가쁘게 되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그래서 더 숨이 가쁘게 된다.

폐암이면서 의식이 명료한 경우가(최소한 내가 본 경우에는)많아서 환자가 호흡곤란의 불안을 그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암때문에 전신상태가 불량해지고 점차 의식이 떨어지면서 서서히 임종을 하게 되는건 어쩌면 고통이 더 적을수도 있는데

그에 비해 의식이 있을 때 질식의 고통은 얼마나 무서운 것일까.

 

호흡곤란은 진통제로 조절하고, 조절되지 않는 시점이 오면 그래서 진정제로 환자를 재운다.

하스피스 배우기로는 그랬다.

진정제가 호흡부전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이미 그런걸 걱정할 시기는 지났고

질식의 고통을 느끼며 깨어있는 것보다는 잠을 자는게 훨씬 나으니까.

 

처음 하스피스로 의뢰됐다가 환자가 거부를 하는 바람에 그대로 풀모에서 보존적 치료만 받다가 임종한 환자가 있다.

풀모 파견 가기 직전 하스피스로 의뢰돼서 한번 면담을 했는데

풀모 파견 간 후 거기서 3주만에 임종하신 걸 보게된거다.

캔서환자에 대해 케모를 하고 관리를 하는 건 풀모에서 하는 일이지만 \

end stage로 더이상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의 증상 관리는 별로다.

호흡곤란을 충분하게 진통제로 조절해주지 못한 것 같고

마지막 시기가 다가와서 진정제가 투여되는게 나을 시점이라고 생각될 때가 돼서도

호흡곤란에 대해 진정제로 안정시킨다는 개념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풀모에서 잘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일을 잘 하지 않으니깐 별로 관심이 없는 거일거다.

뭔가를 배우러 파견간 내 입장에서 감놔라배놔라 할수는 없었지만 회진돌 때마다 숨이 가빠 쪼그리고 있는 그분이 안타까웠다.

휴가를 가느라 그 분 마지막은 못봤지만 휴가나가기 직전 참다참다가 담당 선생님한테

진통제 용량 더 올리면 안되냐고, 하스피스에서는 진정제로 환자 재우기도 한다고 말은 해줬다.

배우러 온 내 입장에서 그런말을 하는건 굉장히 부담스럽고 또 실례가 되는 일이다.

그 환자는 결국 질식사 했을 거다. 마지막 수일동안 의식상태가 많이 흐려졌기만을 바랄뿐이다.

 

환자가 마지막 시기에 어떤 개별적 고통에 갇혀 있다 할지라도

그걸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타인의 고통의 전혀 체감이 안될수도 있다. 그냥 뭔가 객관적인 것들만 보일수가 있다고.

숨을 헐떡이고 있지만 산소포화도는 그래도 tolerable하니깐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는게

중환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일반적 입장이 아닐까.

물에 빠지든가 해서 한번쯤은 질식의 고통을 느껴봐야지 숨이 가빠서 죽는게 어떤건지

좀 이해하고 고통을 덜어줄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듯하다.

 

아무튼 의료가 많은 걸 해결해 주고 있는 듯 느껴지는 이 시대에도

정작 내 마지막 순간은 누구의 도움도 못받고 최악의 고통을 느끼며 임종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고

미리 좀 준비를 했으면싶다.

 

정말 돌이킬수 없는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면

꼭 하스피스가 아니더라도 통증이나 임종관리를 해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할 거 같다.

치료가 아니라 케어를 하는 것도 중요한 거라고.

 

 

 

 

로버트 테일러는 엄청 골초로 결국 폐암으로 죽었다고 하는데

그 시기에 임종환자에 대한 관리수준이 얼마나 개선돼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영화를 남기고도

그러고도 그 사람은 혼자서 질식사(옆에 사람이 있어도 질식은 혼자하는 것이다)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잠시동안만이지만 한없이 울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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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소아 이알

2015. 9. 15. 21:54 from S.paul 2015

이알에서 어린이 초진을 해 보긴 했다

강능에서 이알 근무할 때 초진은 인턴이 무조건 하는 거라서

어린이들 오면 히스토리라든가 기본적인 신체검진은 다 하고 소아과 선생님들한테 노티를 하긴 했다.

 

당시에는 내가 근무 당사자다 보니 무조건 환자 안오기만을 바라고 있던 참이라서

왠지 언제나 환자가 많다는 느낌만 있었지

강릉에서도 촌구석에 있는 병원이라 밤에 어린이 환자는 거의 오지 않는 편이란 건 사실 잘 몰랐다.

 

서울에선 소아이알이 따로 분리돼 있었고

딱 그 턴을 도는 인턴이 아니면 소아이알에 상주하는 건 아니지만

오에스를 돌면서 골절 환아 뼈맞추는 것 때문에 소아이알도 꽤 드나들었는데

당직서면 평균 2,3번 정도는 연락을 받았던 거 같다.밤에.

그러고다니면서 대충 흝어보기에 소아이알은 그닥 바빠 보이지 않았는데

그건 나름 3차 병원이고 그 동네에서 접근성이 딱 좋게 도로가 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뭐 그런 이유에서 의외로 한산했던 게 아녔나 싶다.

 

 

 

 

소아과는 필수라서 어쨌든 근무를 하긴 해야 하는데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나 힘들다.

병동 로딩보다는 응급실 당직을 설 때, 그러니까 밤에 응급실 근무를 해야 해서.

이건 뭐... 응급실이기도 하면서 소아과 외래같기도 해서 

소아과 외래진료를 야간에 하면서 응급실 운영도 같이 하는 느낌의 로딩이다.

 

밤에 이렇게 애들이 많이 아픈 줄은 정말로 몰랐다.

직접 어린이 환자 초진을 보던 강능은 촌구석이라 환자가 별로 없었던 거고

가끔 들러본 서울 소아이알이 한산했던 건 3차의료기관이라서 그런거고

난 그래서 애들도 '어른처럼' 밤에는 그냥 대부분 잠 잘자고, 진짜로 응급인 경우에만 응급실을 찾는줄 알았다고.

근데 그게 아니다.

 

요즘 별빛 어린이병원인가 달빛이던가  하는 야간에 소아 환자 보는 병원에 대해서

정부정책으로도 추진을 하는 것 같고 실제로 그런병원이 꽤 운영되는 거 같은데

소아환자는 정말 밤에도 참 많더라고.

 

 

이알이라기보다는 소아과외래같다는 느낌대로

대부분은 해열제 좀 주고, 수액 좀 맞고 하면 되는 환아가 대부분이지만

그렇게 멀쩡하다보니 불평불만을 할 여유도 많아서 엄청 소란스럽고 신경쓰일 일이 많다.

한때나마 소아과를 꿈꿨는데, 엄마아빠들을 상대하다보니 내가 얼마나 무서운 구렁텅이를 간신히 피한건지 이제서야 알겠다.

 

잘 자다가 조금전부터 입이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애 데려왔다는 엄마를 보면서

그간 밤에 자주 깨는 우리 은총이를 소홀하게 보살핀건 아닌가 스스로를 돌아봤고

꽤 오래 아토피를 앓아서 두꺼워진 피부가 확연한 아이의 가려움증에 대해 왜

당장 몇분전에 두드러기 돋은 아이들의 가려움 가라앉히듯이 확 못 가라앉히냐고 따지는 부모앞에선

몇개월간에 나타날법한 치료효과를 몇분만에 압축시켜 실행하지 못하는 내 무능함을 자책했다.

 

 

밤에 소아이알 문턱이 얼마나 낮은지는 응급진료비가 제외되는 고열의 기준이 고작 38도인것만 봐도 알수 있다.

최소한 해열제 먹여야 되는 39도까지는 올라야 좀 응급아닌가.

그냥 외래 찾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새벽에 응급실에 와서는..

와서 그냥 외래 진료처럼 보고 가는 건.. 조금만 덜 피곤한 날이면 체력이 받쳐주는 날이면

그래, 이해할 수는 있다.

바쁜 엄마아빠들, 낮에 아기 아파도 병원 제대로 못데려갔다가 저녁에야 밤에야 겨우 병원 데리고 오는 걸테니까.

 

 

그래도 이런 '외래'환자들에 비해 진짜 응급환자, 중환 환아와 환아부모들이 참으로 대비가 되기는 한다.

 

수족구로 아기가 일주일 앓을 동안은 엄마아빠도 꼼짝없이 같이 밤을 새면서 아기 보채는데 시달리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하지만 악을 쓰며 울어대는 수족구아기를 새벽에 들쳐업고 와서는 뭔가 더 해줄수있는게 없냐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욕을 하는 수족구아기아빠 건너편에서

태어난지 9일만에 38.5도, 분명 급속도로 셉틱해지고 있는 상태일 아기를 안아들고 이알을 찾은 엄마는

애 놀랄까봐 이렇다 저렇다 큰소리로 불평도 못하고, 작은 가슴을 헐떡이는 아기를 어서 중환자실로 올려주기만을 기다린다.

 

열성경련은 이미 다 지나가고, 어른들의 호들갑에 더 놀란 아기가 미친듯이 울어대고 있을 뿐인데

'우리애가 경련을 하는데 이알에선 아무것도 안해주냐'며

모든 의료인력이 자기 아이한테 집중안해주면 당장 고소라도 할듯 기세세등등하게 따지는 엄마도 있지만

출생시부터 하고 있는 기관튜브때문에 소리조차 안나는 기침을, 얘가 기침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가슴 움직임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항생제 처방을 기다리는 엄마도 있는 것이다.

 

그래 이해할 수 있다. 몰라서 그런거고 애가 걱정돼서 그런거겠지.

그러니까 뭔가 대국민 홍보라도 좀 하면 좋겠다.

애들 39도 넘는 열도 일단은 해열제 먹이면 되고

해열제는 1,2시간은 지나야 효과가 있고

열성경련은 대부분은 큰 문제가 없고 안정하면 되고

수족구 있으면 밤에 애가 잠도 안자고 울고 불고 난리치는 거 당연하다고

누가 좀 모두에게 알려주면 좋겠다.

 

옛날에 식구들이 더불어 함께 살고 아기들도 많고 하던 시절에는

아기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질환들에 대해 굳이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어른이기만 하면 경험이 많았고

그래서 훨씬 더 차분하게 대처했을 듯하다.

 

나만해도 아기 낳기 전까지는 입원이라곤 해본적이 없고 병원 진찰도 치과말고는 거의 가본적이 없는데

막상 우리 은총이를  보면, 할머니가 낮에 주구장창 소아과를 데리고 다니고 있으니

우리 사회 모두가 어린이가 아픈것에 대해 잘 모르고 그래서 더 예민한 게 아닐까 싶다.

 

 

애들이 장염이나 수막염으로 토하고 설사하고 하면서 아무것도 못먹고 며칠째 시들어가던게

수액만 맞으면 금방 회복되는 걸 보고있자니

옛날에 많은 아기들이 고작 이런 쉬운 처치를 못받아서 죽어가기도 했겠지 하는 슬픈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나라의 아이들이 못먹고 토하고 설사하고 하다가도

그냥 그렇게 앓다가 스스로 나아가고, 또 그렇게 스스로 낫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을테니까

그래서 애가 고작 하루 안먹고 토한것 가지고도 세상이 망한듯이 걱정하며

병원에 비용과 시간을 기꺼이 지불하려는 부모들의 넘치는 애정이

정말 절박한 의료서비스 한토막이 필요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좀 분배될 수 있다면

그게 훨씬 더 공평한 나눔이 아닐까 싶고

애를 걱정하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에 대해서도 '자기애만 걱정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갑자기 굉장히 냉정한 마음이 돼버리기도 한다.

그냥 좀 그렇게 된다.

 

 

처음에 파견 오기전까지 걱정하던 것에 비하면 밤을 새는 것도 소아환자를 보는 것도 어렵지만 그냥그냥 해나갈만은하다.

하지만 고비는 추석연휴.

 

그것만 넘으면 어떻게 될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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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0) 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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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 컨트롤

2015. 5. 26. 01:21 from S.paul 2015

 

2013년 7월

밤 12시가 거의 다 돼서 진통이 5분간격으로 오기 시작해서

부산의 다니던 병원으로 새벽에 달려갔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내 통증은 내가 조절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으므로

'경막외 마취'였나 뭐 그런 무통시술에 대한 동의서가 좀 불쾌했었다.

이런거 할 전혀 생각없지만, 만약을 대비해 임시로 받아두는 거라니 그냥 대충 사인해주고

난 분만실에서 혼자 진통을 견디기 시작했는데

 

죽을 것 같은 통증을 10점, 하나도 안아픈 걸 0점이라고 할 때 당신의 통증은 몇점?

이라고 질문할 때의 죽을 것 같은 통증 중에는

출산과정 중의 진통도 포함된다고, 그렇게 아픈 거라고는 했다.

한편 지주막하 출혈의 '도끼로 머리를 내리찍는 것 같은 통증'이란 표현도 있다.

내가 느낀 진통은 이게 10점인지, 뼈가 갈라지는 것 같은 통증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통의 횟수가 정말 끝도 없이 반복되고

그렇게 매번 반복되는 통증의 끝은 마치 내가 사라지는 듯 아득한 기분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정신차려보면 겨우 1분밖에 안 지나 있는 그런

도무지 끝이날 것 같지 않아 무서운 그런거였다.

자궁 문을 열리게 하기 위한 자궁의 수축이 반복되고 있을 뿐일건데, 그런 내장성통증에 불과한 진통.

 

그렇게 1분을 백만년처럼 느끼며 혼자 분만실에서 발버둥치며 참다참다가

진통제는 대체 언제 놔주냐고 물어봤더니

무통을 안하고 싶다고 해서 아예 경막외 시술도 안한상태라고

경막외 시술 해주실 선생님 오시려면 한 3,40분은 기다려야 된다는 절망적인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다시 3,40분,, 그러니깐 백만 곱하기 백만큼의 시간을 더 견뎠다.

그러고 겨우 경막외 시술 후 처음 진통제가 들어가자 마자.

 

천국임.

 

잠깐씩 잠도 자면서 자궁 경관이 충분히 열리기를 기다렸음.

경관 완전개대 후에 카디날 무브먼트를 하면서 몸밖으로 아기가빠져나오는 과정은 정말 수월했음

결과적으로 아기도 산모도 다 건강했음.

 

분만전까지는 무통에 대해 눈꼽만큼도 생각안했기 때문에 아는게 하나도 없었지만

왠지 모를 죄책감에 얼른 무통분만에 대해 검색을 했고

프랑스에는 98프로가 무통시술을 한다면서

어떤 경로로든 아기를 안전하게 산모에게 안겨주는게 최선의 목표라고

그런 기사를 보면서 통증에 굴복한 스스로를 위안하고 달랬다.

 

 

 

 

하스피스에서 통증 조절이 1번 목표라는 것에 대해 배우고 또 환자들을 보면서

내가 통증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협한 생각들을 많이 되돌아보고 있다.

 

인턴 때 소아과에서

신경모세포종으로 투병을 하다 상태가 악화돼서 치료를 포기하고 지방의 하스피스병동으로 전원가게 된 6살 어린이.

상태가 불안정해서 동행을 했었는데

그때 아기는 속효성 진통제 주사기를 달고 있었다.

아플 때마다 눌러서 페인컨트롤을 하는 건데

최소 10분이후에 누르라고 지시를 받았지만 아기가 너무 아파해서

그 10분조차 버티지 못하고 통증으로 소리를 지르고 페인 쇼크 때문인지 암 때문인지 눈까지 뒤집히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정말 눈물나게 가슴 아팠다.

그때는 아기의 통증이 제대로 조절 안되는게 말기암의 어쩔수 없는 고통이라 생각하고

내 무기력함을 탓하며 눈물 안보이려고 애쓰는 것 밖에는 하나도 해줄게 없었는데

이제와 하스피스의 페인컨트롤을 겪은 후 되돌아보면

그게 꼭 그렇진 않은 것 같다.

아기에 대한 소극적인 페인컨트롤과 잦은 속효성 진통제 사용때문에 진통제에대한 내성이 생겨서

그래서 아기의 마지막이 더고통스러워졌으리라는 게 지금의 입장이라고.

트리돌에 잘 들으니깐  전원갈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트리돌주사부터 놔주게끔 잘 말해달라고 부탁하던

아기 보호자의 얘기까지 더해지면 정말..

의료진의 소극적 통증조절 때문에 아기의 마지막만 불쌍해진거라고밖에 달리 볼수가 없다.

 

그래서.

약물에 대한 불신, 중독에 대한 두려움, 통증은 아무리해도 결국 함께갈 수밖에 없다는 편견 등등이

환자나 보호자로 하여금 자기통증이 컨트롤되게끔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걸 주저하게만들고

통증 조절과 같은 대증치료에 대해서는 별로 집중할 필요가 없는 수련과정이

환자의 고통 자체에 대해서는 무능한 의사를 양산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난 한달간의 하스피스 병동 생활동안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학교 병원에서는 종양내과에서 하스피스를 같이 하고 있었고

또 파겨나간 외부병원에서는 에프엠에서 하스피스를 보고 있는 등

분야의 정체성을 잘 모르겠어서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성모병원에서는 에프엠이 하스피스를 맡는 거라서

그래서 예상치 못하게 페인컨트롤에 대해 트레이닝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다.

 

하스피스라서 환자에게 덜 적극적이게 되는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내가 하는일에 대해 만족하는 쪽이 더 크다.

 

릴케는 죽어가는 사람 곁에 있어봐야 시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인턴 1년동안 죽어가는 사람이 죽어가도록 놓아드렸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죽어가는 사람을 '지켜 본'적은 한번도 없다.

마지막 호흡까지 사람의 손, 의사의 손에서 목숨을 주무르려 했고

그건 거의 매번 사람이 지는 걸로 끝났으며

그런 전투의 상처는 일생에 오직 한번뿐인 '임종'을 맞는 환자에게

지독한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육체는 물론이거니와 정신, 영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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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2015. 5. 26. 00:19 from S.paul 2015

옛날에 학부 때 남자친구랑 사귄지 얼마안돼서 춘천에, 중도로 놀러를 갔었는데

동아리 아카데미 활동으로 이미 한번 다녀와본적이 있는 곳이었고

당시 역마살이 잔뜩 낀 선배들의 어마한 내공덕에

외지인, 관광객이 중도로 들어가는 정규 배편이 아닌

주민용 루트를 활용해서 섬을 드나드는 법을 알고됐었다.

그래서 남자친구랑 놀러갔을 때도 춘천역에서 내려 주민용 배를 타는 길을 통해 중도로 들어가서 재미나게 놀았다.

낮에 역에서 선착장으로 갈 때는 뭐가 이상한지 잘 몰랐었는데

저녁 6,7시쯤 다시 그 주민용 배를 타고 뭍으로 나와서 역쪽으로 걸어가는 길에서야 보니

우리가 낮에 지나왔던 그 길이  춘천의 윤락가였던 거였다.

홍등가라고 해야되나 집창촌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예전에 한번도 그런곳을 본적이 없어도 딱보면 여기가 바로 그런데구나 하고 알게되는

언니들이 헐벗은 모습으로 쇼윈도같은데 앉아있고, 조명도 야시시한 빨간색이고

 

그 당황스런 상황은 빠른걸음으로 그곳을 얼른 통과해 지나가는 걸로 어찌어찌 넘겼지만

 

사실 난 대학 입학 후 우리학교 근처에 있는 청량리역에 대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동해안은 물론 부산까지도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 역이 있다는게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집에가거나 어딘가 놀러갈 때 청량리역을 굳이 이용하며,

부산 청량리간 새벽기차나 경북내륙을 지나는 중앙선 통일호 열차등을 굳이 이용하며,

기차를 타는바람에 빙빙둘러서 천천히 가게 되는 시간낭비에 대한 생각보다는

기차여행의 여정도 도착지에 대한 기대감에 섞여들어서 그자체로 기차여행의 만족감이 채워지는

기분을 참 좋아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름자체가 마치 고유명사처럼 윤락가를 지칭하는 것만큼 유명하던 탓에

혹시 실수로 청량리역 주변을 다니다가 근처에 있는 집창촌으로 길을 잘못들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했었는데

조심하려고 지도도 열심히 보면서 대체 어디쯤에 그런골목이 붙어있을까

미리 알아두려고 한동안 애를 쓰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걸 옆에 누군가에게 따로 물어볼수도 없었고

물어본다한들 제대로 말해주며 아는 티를 내고 싶은 사람이 있을리도 없을 것이긴 했다.

 

 

주 병원 티오가 여기 청량리에 있는 병원으로 결정이 되고 난 후

이미 학부 때 지나다니면서 자주 봐서 아는 병원이긴 했지만

병원 구경 명목으로 짬을내서 한번 미리 찾아와본 이유도 

실은 병원주변에 조성돼 있을 집창촌 때문이었다.

미리 조심해서 어색한 상황이 안생기게끔 해야지하는 마음에.

 

근데 3개월간 일하면서 정말 신기한게

다들 아무렇지 않게 그 '영업중'인 골목앞을 지나다닌다는 점이었다.

단지, 가야할곳까지 갈 때 가장 빠른 길이라는 이유로

동행자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고 그냥 다니는 것이다.

밥먹으러 다닐 때도 지나다니고

의국 시장보러 다닐 때도 지나다니고.

지나다니는 사람만 이상한 게 아니고

거기 언니들은 정오도 지나지 않은 대낮부터 영업을 시작하는건지 불을 켜고 앉아 있으니

이건 참 누가 누구한테 이상하다고 지적을 해야되는지도 모를지경이었다. 

한참을 혼자 이상한 위화감에 불편해 하다가 하루는 옆에 다른 전공의 쌤한테 물어봤더니

응급실에 오는 환자중에 분명히 엄마도 있고 언니동생도 있는데

막상 전화해서 오라고 하면 진짜 언니, 진짜 엄마 아니라고 하는 환자들 보면

아마 이쪽 계통에 종사.. 하는 환자들일거라고

뭐 그런 이야기를 (자기도 처음 파견왔을 땐 이 상황이 완전 어색했는데 이제는 뭐 아무러지 않다며) 해줬다.

 

 

그래서 내 환자가 될수도 있는 그 언니들, 환자가 될 확률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그 언니들에 대해

대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 묻는다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의 뭔가를 팔아야만 하는 게 대다수 사람들의 일이라는 걸 알고난 다음부턴

몸을 파는 거나 감정을 파는 거나 자존감을 파는 거나 뭐 다 결국엔 비슷한 거라는 생각을 계속 하긴 했지만

그래도 통상의 윤리기준을 들이밀면서 말한다면

그 매매들이 다 똑같은 매매는 당연히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 있다.

 

난 그냥...

전에 은총이가 병원 근처에 놀러왔을때

백화점 주차장 쪽에서 병원으로 가던 길에 또 너무 당황스럽게 지나치게된

그 영업하는 언니들 가게 앞에서 어떤 언니가 우리 은총이를 보고 막 귀엽다며

손을 흔드는 걸 보고

그때 '아니 당신같은 사람이 어떻게 우리 아기한테 아는체를 하느냐'고 버럭 화가 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은총아 이모야 한테 안녕하세요 바이바이 해야지' 하고 아기 이쁜짓 시키는 엄마노릇도 하지 않았고

그냥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정말로 몰라 헛웃음만 나왔다는 것.

내입장은 딱 그만큼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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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9. 21:15 from ETOCETORA

또 바뀐턴으로 다른 병동에 적응하려고 그병동 스테이션에서 계속 얼쩡대고 있던 중.

스테이션 간호사들이 자녀 학교시험얘기를 하는걸 들었다.

 

중학생 영어중간고사에서

대략 이런 그림이 나오고

 

 

 

그림을 묘사하는 문장을 완성하기에 적절한 전치사를 채워넣는

문법문제?

 

정답은 '넥스트 투'였다는데

학생들의 이의 제기로 '비사이드' 도 맞는 걸로 해줬고

그중에 가장 예외정답으로 문제가 된 것이 '언더'라고 적어낸 학생인데

선생님이 그 학생에게 자기답이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말해보랬더니

어쨌던 나뭇잎 아래 있는 거니깐 나무밑에 있는 것도 맞지 않냐고

그래서 '독특한 관점'이라며 맞는 걸로 해줬다고

 

근데 아마도 '언더'를 쓴 학생과 간호사분 자녀가 성적이 좀 경쟁관계였던 듯.

'언더'를 맞는 걸로 하려면 나무가 아니라 나뭇잎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분개를 했다는데

자꾸 오답을 정답으로 맞게 해줘서 시험성적이 상대적으로 자꾸 떨어지고 있다며..

 

그 상황에서 옆에 있던 나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다들 물었을 때

이미 주변을 얼쩡거리며 상황파악이 된 내입장에선

'정말 우리나라 내신 채점은 엉터리다'라고 '저렇게 억지를 쓰면 아무답이나 맞다고 해주냐'라고

'넥스트'를 지지하며 맞장구를 쳐줬어야 하는데

그냥 좀 어이가 없어서 앞의 대화 하나도 못들은척하면서

'아 그래요?  저라면 나무아래라고 묘사했을것도 같아요 *^^*'라고

눈치없는 소리를 하고 나와버렸다.

 

 

생각해보면 중학교 1학년 때 전치사를 배우던 시절의 입장에선

넥스트라고 생각했을수도 있을 것 같다.

비사이드도

'그래, 인지도는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넌 '옆'이니깐 맞는걸로 받아들여주지'정도로는 생각했을까

아무튼 영어스트레스 받으며 살아온 보통의 한국 어른이로써 나름 쌓인게 있는지

지금은 나무아래라고 표현하는게 자연스러운것 같다.

그런표현을 좀 더 흔하게 봤던 거 같다.

상황에 따라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서 다양한 전치사를 쓸수는 있겠지만

그냥 단순히 저 그림을 묘사할 때는 언더정도가 그래도 무난하지 않나..?

 

그래 뭐, 어차피 모르겟으니깐

독특하다고까지 말하면서 사실은 답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는게 맘에 안들었다는 걸로만 해두자

 

 

 

 

고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영어담당이셨는데

그때 우리학교에 영어선생님들 대부분에 비해서 우리 담임쌤은

다른 영어선생님들에 비해 회화의 유창성은 객관적으로 많이 떨어지셨지만

그래도 문법공부나 그외 리딩같은걸 팍쎄게 하셨는지

주로 독해위주였던 수업시간에 영어문장의 팁 같은걸 종종 가르쳐주곤 하셨다.

아마도 본인이 마음에 들었던 영어다운 어떤 문장을 외워뒀다가

그걸 수업시간에 관련 내용나올 때 말해주신거 같은데

기억나는게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다'에 무슨 전치사를 써야 하는가..

참 간단한 걸수도 있는데 막상

일반적인 한국 중고등 영어교육과정만으로 사실 쉽게 답을 생각할 수 없었고

뭐 암튼...

이런식이었다.

 

 

그래서 나무와 소년,

뭐가 정말 적절한 답인지는 네이티브가 아니라 결국 잘 모르는 거긴하지만

지금 심정으론 그냥 ....

나도 중학교 때 저런 옹졸하고 치사한 목적의 불평을 하면서

정수를 모르는 자연수 헛똑똑이, 무리수를 모르는 유리수 헛똑똑이 짓을 한적이 있었으려나.

그래 이건 마치 '오늘은 내가 요리사' 놀이를 하면서

'아니 대체 어떻게 소금과 설탕을 같이 쓴단 말인가요?'따위의 말을 하는 것처럼

뭔가 좀 한심하고 외국어에 종속되어 수학처럼 언어를 배우는 우리끼리의 시시한 라운드 같고.

아 대체 이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지.

 

 

 

 

 

외국어를 외국어로 배울 때 어느 정도 외국어를 익히고 나면

그때부턴 그언어로 된 책을 많이 읽는게

그 언어의 느낌을 익히고

이해는 안되지만 어떤 문장이 더 자연스럽다는 걸 자연스레 알게되는걸로

가장 좋은 방법같다.

그리고 문장 자체의 세련도라든가 그런 면을 고려해도 역시 읽기는 많이 해야될 거 같은데

 

한국말 쫌 하기 시작하는 우리 은총이도 이제부터 영어동화책 시작해야되나 ㅋ

 

 

 

연구에 의하면 어린시절 외국어를 많이 접하는 환경은

확실히 그 언어에 대한 능력은 키워주지만

반대로 수리영역의 발달을 저하시킨다고 한다

조기 외국어교육에도 이렇게 기회비용이란게 있다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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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링그월

2015. 1. 26. 02:22 from ETOCETORA

은총이의 발달은 현재 말하기에  한창 집중 돼 있다.

얼마전에 아모,드.. 아몬드 같은 세음절 단어를 말하니깐 어른들이 다 흥분해 가지고

신이나서 다시 한번만 해보라고 자꾸 시키고

뭐 그렇다.

 

 

12개월 무렵 수박에 맛을 들여서 슈바 슈바 수박을 찾길래

말이 좀 빠르려나 생각했는데

막상 1살 반이 된 지금 딱히 말하는 단어수가 엄청 늘거나 하진 않았고

슈바슈바를 빨리 말하게 된 것만 봐도 알수있듯이 그저 서바이벌 회화 느낌인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필요한 것 위주로 해서 단어를 구성해 나가고 있고

그나마도 그 단어들을 경제적으로 활용, 최소한의 발음만 하고 있다.

 

이럴테면 토끼는 로 퉁치고, 애플 사과는 라고 하면 알아들어줘야하고, 뽀로로는 로 끝이다. 

양은 영어동요에서 바바라고 울었으니깐 곧죽어도 바바고

고양이는 야옹하고 우니까 .. 가 고양이다.

곰돌이가 까꿍,, 부~ 하고 튀어나오는 영상을 자주 보더니 곰돌이는 항상 ~다.

그나마 가장 좋아하는 멍멍이는 감사하게도 멍멍이라고 제대로 불러주고 있다.

우유는 어찌된게 ..이라고 하면 우유로 알아먹어야되고

물은 빨대로 후후 마시니깐 후후 하면 물갖다줘야된다.

..는 치즈일수도 있고 같이,가치,, 뭔가를 하자는 뜻일수도 있다.

옷이나 안전벨트 등을 푸는 건 푸.. 풀..이라고 하고,

.. 라고 하면 비타민일 수도 있고 비키라..는 동사일 수도 있는데

동사로 쓰일때는 상황에 따라 나가라, 일어서라 등등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으므로

활용도는 정말 높다.

 

까까, 과자도 굉장히 빨리 말한 단어중에 하난데

이 단어가 어쩌다보니 때떄로 변한걸 보니 

혀짧은 아기발음으로 하는 우스개소리들이 구체적으로 이해가 된다.

말하자면 ㄱ발음이 아기에겐 좀 어려운 발음인 셈이다.

까까라는 발음을 듣고 자기딴에는 비슷하게  발음을 해냈는데 최선이 때떄인거다.

하지만 정확히 한국어의 쌍디귿은 아니었고,

ㄱ이 발음되는 목구멍과 좀더 가까운 위치에서 쌍디귿 발음이 났으니,

그나마 시계 똑딱똑딱거리는 소리낼때의 혀위치에 혀를 두고 때라는 발음을 하면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다.

혹은 중국어 권설음 발음을 낼때의 위치에 혀를 두고 때라는 발음을 해도 비슷하다.

어쨌든 한국어에는 없는 음소로 굉장히 사랑스러운 소리가 난다.

그 위치가 ㄱ발음의 혀위치보다는 앞쪽이고 쌍디귿 발음의 혀 위치보다는 뒤쪽이니

잘하면 ㄱ으로 갈수도 있는 거였는데,

주위 어른들이 전부 은총이 장단에 맞춰 '때때줄까? 때때먹어'이러고 있으니

요즘은 그냥 평범한 쌍디귿에 가까운 경박한 때떄로 발음이 거의 변해버렸다.

 

아기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발음이 시옷계통 발음이라는 얘기는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시옷발음일 때는 비슷한 위치에 혀과 놓이게 되는 디귿발음으로 대치된다고.

근데 막상 아기를 키워보니 생각지도 못하게 기역발음도 꽤 어려운 발음이었던 거다.

입술 가까이에서 나는 발음일수록 쉽고 목구멍쪽으로 들어가는 발음일수록 어려운 발음인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긴 하다.

 

이런 사실들을 놓고 보면 과일 '사과'발음은 굉장히 어려운 거라서

은총이가 사과를 택도없이 '화'라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되긴 하지만

이런 이상한 단어사용이 설마 이렇게 고착돼버리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사실 쪼금은 든다.

(네이버에 몇개월 아기라고 검색할 때 아기 발달이 자동검색어로 뜨는걸 보면 알수 있듯이 첫아기를 보는 대부분 엄마들은 아기의 발달이 제대로되고 있는지 다들 걱정을 많이 한다. 내가 유난스러운 건 결코 아닐것이다. )

 

뱉어내는 단어는 이렇게 이상하고, 또 굉장히 한정돼 있음에도

어른들의 대화나 자기에게 하는 말은 참 잘 알아듣는데,

그건 아기들의 뇌에서 듣고 이해하는 언어영역이 더 일찍 발달하기 때문일것이다.

어떤 경우냐면, 은총이는 새를 짹짹이,,,째채라고 부르는데

노래듣다가  ♬새들이 훨훨 나는 산꼭대기 올라요 ♬ 라는 부분이 나오면 꼭 '째채..'라고 되뇌이며

자기가 지금 짹짹이 얘기 하는 걸 알고 있다고 티를 내는 거다.

이렇게 듣고 이해는 하는데, 말로 표현하는 회로는 제대로 발달돼 있지 않은 아기의 상태는

표현언어실어증 상태인 사람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같다.

근데 막상 아기는 이런 어중간한 상태에서도 참 잘 생활해가고 있으니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가소성이라는 건 대체 얼마만큼이나 대단한 것일까.

우리가 질병이나 사고로 잃게되는 능력은 어느만큼이나 다른걸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일까.

 

 

은총이가 언어발달을 이뤄가고 있는 시점에서 또 신경쓰이는 점은 바로 억양이다.

가족들이 전부 경상도 말을 쓰고 있는데, 사회환경은 서울말을 쓰는 지역이니

말하자면 두개억양을 계속 듣고 지내는 셈인데

이런 경우 은총이가 결국 나와 다른 억양을 가진 사람이 돼버릴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것이다.

 

올해 두달간 같이 방을 쓴 룸메이트인턴이 우연찮게 이런경우였다.

분명 서울말을 쓰는 친구였는데, 부모님과 통화하는걸 보자니 또 너무나 경상도 말을 구사하는 것이었다.

이에대해 그 친구에게 두 억양에 어떤 차이가 느껴지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그냥 그 두 말이 다른 걸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이렇게나 확연히 다른데 어떻게 모른다는 택도 없는 소릴하는거지? 싶었지만

이게 같은 언어의 지역억양차이가 아니라 

애초에 다른 언어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또 그리 황당할 건 아닐수도 있다.

어떤 영화에선가..

이쿠츠? 라고 일본어로 나이를 묻는 어른에게 중국어로 치쑤에이.. 라고 대답하는 아기처럼..

어릴 때는 모국어로 다 받아들인 두언어를

나이가 좀 더 들어가면서 의식적으로 다른 것으로 구분해 나가게 되듯이

그 친구가 말하는 억양차이가 없게 느껴진다는 것도

애초에 구조상 큰 차이가 없으니

딱히 의식적으로 구분해보지 않는 이상은 그냥 별 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은총이는 결국 이 친구처럼 바이링그월이 될것이다.

 

 

그놈목소리에서 강동원 목소리에 대해 프로파일러가 서울말을 익힌 경상도 억양이라고 분석하는데

물론 참치군은 실제로 경상도 남잔데(베프가 중학교 동창이라고 떠벌떠벌 하면서 '그렇게 생겨서 태어나준것만도 감사'하다고 찬양하는 우리들 앞에서 '참치군 촌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한다'는 둥 망언을 하며 참치군 정도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척 허세부리던게 항상 기억이 난다)

그게 원래 그정도까지 분석이 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석이 가능하다면

내 룸메이트의 억양은 그래도 아마 서울말과 경상도 말의 중간을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새들 끼리도 지역마다 방언이 있다고 하는데

중간쯤에 산 애들은 정말 중간정도의 방언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말로 들어서는 그다지 민감하게 눈치챌 수 없지만

음성 프로파일러들이 전문적으로 접근하면

짹짹이들의 방언처럼, 중간에서 저울을 타고 있는 정도 수준으로 티가 나지 않을까.. 이런거지. 

 

 

 

 

경상도 말을 쓰든 서울말을 쓰든 말만 잘하면되지

이런게 뭐가 중요할까 싶겠지만

엄마는 아기의 작은 몸짓 언어에서도 앞으로 어찌될지 여러가지를 상상하게 된다고.

이런게 부모마음 아닌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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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2014. 12. 26. 00:18 from aS 2014

그러니까 작년 11월에 실기시험을 봤는데

그때 내가봤던 항목이, 진료항목은 잘 기억이 안나고 실기수행항목이

혈압측정, 이경진찰, 심폐소생술, 스플린트, 인슐린 주사

하나가 뭐였지,,

암튼 시험을 보고 나오면서 찝찝한 기분에 견딜수가 없었는데

실기 끝나고 집에와서 곱씹어볼수록 완전 실수투성이라서

이대로 정말 실기 떨어지는 건가보다 생각했었다.

(시험 순서 딱 중간쯤에 체력방전 1순위로 기피하던 심폐소생술이 들거간거 보면 애초에 운도 없었다)

 

그 중에 완전 티나게 망친게 팔에 부목대는 거였다.

시험준비할 때는 이게 너무 별거아니라서 정말 신경도 안 썼던 항목이었는데

막상 시험장에서는 뜻밖에 골절이 아니라 탈구가 나온거였다.

부목대는 원칙이란게 골절된 뼈와 연결된 모든 관절을 다 고정할 수 있는 길이의 부목을 대는 거고,

암튼 이전까지 시험보고 온 동기들은 대략 롱암을 했다는 식으로 얘기했던 거 같다.

근데 주관절 탈구라니..

이거 그냥 경험적으로만 생각해봐도 당연히 롱암일 거 같은데

당시 시험지향적으로 머리가 세팅돼 있는 상태에서 주관절 '탈구'라고 하니

아 그럼,, 어디까지 스플린트로 감아야 되나.... 머리가 백지가 돼 버려서

잠깐 생각을 하다가

사고회로가 맛이갔는지

숏암을 집어들고 ... 그걸 구부려서...

팔꿈치에 갖다대고 붕대를 감았다.

그런짓을 하고 나오는 순간까지도.. 왠지 이게 맞는거 같았는데

시험이 완전 끝나고 제정신을 차린 후 생각해보니 이건뭐...

병신짓을 한거였다.

 

다른 항목도 끝나고 생각해 보면 허술하게 해놓은 거 투성이라

대체 몇개 항목에서나 페일이 뜨게되려나 두렵기도 했고

그렇게 최종 발표날 때까지도

실기 때문에 떨어지겠지.. 라는 예감이 계속 들어서

그래서 좀 힘들었다.

지금 필기시험에 최선을 다하는게 헛일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분명 실기는 떨어졌을텐데 차라리 올해는 포기하고

그냥 아기와의 시간을 더 가지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구름낀 마음으로 필기시험 준비를 꾸역꾸역했고

어쨌든.. 나 같은 병신짓은 실기시험장에선 일반적인 수준이었는지

다행히 실기에서도 합격해서 지금 이렇게 인턴한다고 고생하고 있다 지금.

 

 

 

바야흐로 골절의 계절이다.

 

응급실에서 오에스 1년차선생님들 어시스트 하는 것 중에 제일 흔한게 골절 스플린트 하는건데

눈이 오고 추웠던 며칠전에 곳곳에서 미끄러져서 다리가 부러지거나 팔이 부러진 환자들이

끊임없이 응급실로 몰려들었던 적도 있었고,

오늘도

그냥 예년보다는 좀 조용한 크리스마스, 공휴일 일 뿐인데

다들 어디서들 다쳐온건지

방금은 겨우 2시간 동안에만 4명이나 골절환자가 와서

마치 이알 턴을 도는 인턴인것처럼

이알에 죽치고 앉아서

던트샘이 환자 리덕션하는거 카운터트랙션 하면서 환자 악소리 나게 아프게 하고

그러고있다보니

이젠 진짜로 오에스가 지긋지긋하다.

 

뼈가 어긋났다거나, 탈구가 됐다거나 해서 뼈를 맞춰야 하는..

그러니깐 리덕션을 해야 하는 환자를 붙드는 건 정말

무섭다.

지금까지 이쪽계통 공부하면서 징그럽거나 비위상하거나 무섭거나 한거 진짜 하나도 없었는데

뼈맞추는거는 정말 무섭다.

던트쌤들이 리덕션한다고 환자 팔다리 잡아당길 때 내가 반대방향으로 또 힘껏 붙들고 있다보면

어느순간 뼈가... 정말 우득.. 하고 맞춰지는 느낌이 나는데

그거 할때마다 .... 소름이 쭉 돋는다.

뼈 통증은 진통제로 커버가 안돼서

환자는 환자대로 쌩으로 모든 통증을 버텨내야 하는 거다.

끔찍한 술기다.

다들 골절이나 탈구는 안되도록 몸 단속 잘해야 한다.

 

그리고 아기들..

아기들 팔다리골절 리덕션 해야할 때라든가, 탈구된거 리덕션해야될 때...

그때는 뼈 맞춰지는 느낌을 떠나서 그냥 그자리에 있기가 싫다.

한달이 다 끝나가지만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콩알만한 아기들이 울고불고 아프다고 난리치고 리덕션 하면서는 정말이지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을 치고

그러는 걸 난 또 붙들고 있거나 혹은 통증이 심해지는 방향으로 같이 잡아당겨야 되니깐

무슨.. 고문하는 기분도 들고.. 할 때마다 스트레스다.

어쨌든..

리덕션이 끝나면 증상이  바로 나아지니깐..

이런 정도는 실질적으론 견디기 힘들다고 징징댈만한 일은 아니다.

당장 다음주부터 돌게되는 소아과턴이 정말 문제지..

항암제치료하는 소아암환자들..

선천적인 문제 때문에 feeding이나 호흡이나 암튼 여러가지 문제가 많은 아가야들은..

내가 아기를 힘들게 하는 어떤 술기를 하고 끝냈다고 해도

그래도 계속 아프고, 계속 나을때까지 오래 아픈걸 반복해야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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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게 메리트

2014. 10. 5. 23:21 from ETOCETORA

꽃청춘 라오스편에서 저번주에 제작진의 갑질,횡포라고

시청자들이 잠시 뿔났던 사건이 있었는데

나도 그때보면서 좀 많이 불편하긴 했었다.

근데 그게 글쎄,,,

갑질 까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출연자들이 약자라는건 너무 확연해서 그것만 불편했었다.

 

차선우군은 쟤들도 이제 연예인이라고 지 몸 편한것만 우선한다라고 제작진이 받아들일까봐 걱정을 하고

안연석씨는 촬영을 중단한다는 것이 연기자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의미인지에 대해 걱정을 했다고 하는데

 

어느쪽이든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출연자들이 제작진의 눈치를 보는 상황인거라서

'젊은 애들이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윗사람 눈치보는 거랑 똑같다는 건 맞는말같다.

예능프로 웃으며 즐기려고 보는 건데, 그런 우울한 현실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고, 비난할만도 했다.

누구나 알지만 슬쩍 가려져 있는 현실이 보인 거라서 그 장면을 보는 사람 누구나

자기나름의 어떤 이유에서든 조금씩은 불편했을 거다.

 

 

인턴들도 10월까지는 인턴평가가 있기 때문에,, 윗연차들, 교수님들한테 '잘보여야'한다.

나에게 점수를 매기는 '갑'이니깐,,

그래서 억울하고 분한 일이 있어도 참고, 모욕적인 일도 견디고..

반대로 윗선에서는 인턴한테 막대하는게 당연하고,,

그나마 이 병원은 좀 좋은 병원이라고 그런문제는 좀 덜한 편이겠지

모교에 남아서 학교선배들 밑에서 닦이는 애들은 진짜 제대로 닦인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누구 다른 어떤 걸 위해서 참는 게 아니라 자기의 자기의 미래를 위해서 참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이런 어떤 종류의 불쾌한 일을 겪은 것에 대해 하소연 하는 동기들에게

머 어떻다 막 편을 들어주며 위로해주는게 잘 안된다.

나라면 그렇게 참지는 않았을 거 같기도 하고...

한번뿐인 내 인생 커리어 관리 조심스럽게 하려고 그렇게 참은거 아니냐고 말해주고 싶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반대로 한번뿐인 내 인생 무슨 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모욕을 견디냐 라고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수도 있을거라는 말이다.

 

 

 

수지가 뭐 엄청 예의바르고 남 배려하고 해서 걸그룹에 발탁되고 국민첫사랑이 되고

그런건 아닐거라구...

그렇다고 숮양이 이상한 성격이란 건 아니지만

 

어떤 연예인들은 '뜨고나서 변했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는데

 

그런거보다는

그냥 원래 자기의 모습대로 있는게 그게 제일 좋은거 같다.

너무 위축될필요도 너무 눈치볼 필요도 없고..

세상사는데 노력이 필요한 시기도 분명있지만

뜻대로 안되고 타인에 의해 무자비하게 결정되는 것도 많은데

스스로의 존엄성(??)을 너무 낮출필요는 없지 않을까 해서.

 

 

평가가 10월에 끝나고 나면 2월까지는...

말턴에 접어드는데

3월 초턴때부터 다들 말턴때 두고보자며 벼르고 있었는데

과연... 어느정도 막장인턴들이 될지 내심 기대가 되기도 한다 두근두근.

 

 

 

 

라오스편에서 나온 옥상달빛의 노래를 찾아보다가 가사랑 제목이 저런건 줄 첨알았는데

갖고있는 메리트가 無라는 건지

갖고있는게 無인것이 메리트라는 건지

노래가 나올때마다 계속 생각하게 된다.

아마 전자일거 같긴 한데

아직 젊은 청춘들은 후자의 뜻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윗연차 눈치보는 인턴들도, 제작진 눈치보는 출연자들도...

갖고있는 메리트가 없으니깐 몸을 낮추기보다는

메리트가 없는게 무서울거 없이 다 던질 수 있는 힘이 될수도 있을 거 같고..

별 생각없이 가사 만들었을 건데 참,,,

자꾸 의미부여하며 놀아나는거 좀봐..

암튼 라오스팀 호감도 완전 상승해서 다들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칠봉이는 진짜 완전,,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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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리II

2014. 10. 5. 21:58 from ETOCETORA

아이씨유가 좀 힘들긴 하지만

병동과는 달리 다른 여러 아이씨유의 인턴들과 당직실에서 만나게 되니깐

그게 혼자 외롭게 병동을 지키는 거에 비하면

좀 더 자주 아는 얼굴들을 보는게 가끔은 좋기도 했다.

 

그당시 화제의 드라마는 괜사여서,,

결국 나도 덩달아 괜사를 보긴했지만

역시 노작가 드라마는 재미가 없다. 나랑 안맞는거 같다.

비슷하게 부모의 불륜이 트라우마가 됐는데도

왜 남자성별일 때는 사람들의 성기를 그리는 걸로 나타나고, 여자 성별일 때는 관계공포증이 되는 건지

오히려 반동으로 님포매니악이 되면 안되나...싶은데

그런건 결코 안되는게 노작가 드라마의 한계같다.

그런걸 전통적인 어떤 성규범에 의한게 아닌척 정신과적인 문제인척 해봤자

결과적으론 여주인공의 육체적 순결에 시청자들이 안심하게끔 유도한것일 뿐 아닌가.

그런 고지식과 아부가 역시나 촌스럽고 게다가 그 과정에서의 기교는 정말로 사특하다.

 

베르나르베르베르 책 어디에선가 보면

소위 문학작품들이란 건 읽을만한게 거의 없다며, 내용이라고 해봤자

소설 초반에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한테 '당신이랑 자고 싶어요'라는 뜻의 말을 빙빙돌려하면

한 200,300쪽이나 지루하게 지나가고 나서야 여자가

'난 당신과 자도 되는지 안되는지 잘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고 결국 끝이 나는 거라고.

그런식의 구식이야기들에서의 브레이크가 아직도 ..

저런 문학이 별로 읽히지도 않는 요즘

트렌디드라마에서 근본적으로는 유효한거 보면 참 신기하다.

 

 

재미없는 괜사를 사교의 수단으로 보면서 당직실 친구들과 노가리를 풀던 중에

또 추천 받은 드라마가 방영끝난지 꽤 오래된 로필2인데,

수많은 로코물 중에 굳이 로필이 추천된 이유는  내생각에

그드라마를 추천한 친구가 정유미랑..

닮기는 했으니깐.

Sns플픽이 임수정인 친구도 임수정이랑 닮기는 했다

한예슬이야말로 완전한 외모라고 평가하던 친구도 한예슬이랑 닮기는 했다

그렇게 다들 닮기는 했지만 그걸 또 그렇게 대놓고들 티를 내는건

닮았다는 얘길 듣고 싶은건지

정말 .... 여자들이란 참 재밌다.

돌아보면 나도 그러니깐,, 우리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쟈

 

로필 2를 보고나서 결국 현재방영중인 연애의 발견까지 보게돼버렸는데

 

로필작가는 연애이야기를 풀어나가는게,,

전체적인 골격이나 이야기 자체보다는 캐릭터의 내면적인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려 애쓰는것이 마치,,

옷이나 패브릭, 가구 등을 볼때

겉으로 딱 보이는 특이한 디자인에 혹하는게 아니라 직접 만져서 느껴지는 소재의 촉감을 중시하며 이걸 고를까말까 고민하게 되는듯한 기분인거다.

 

로필2에서 결국 공이 첫사랑한테 넘어가야하는 이유가 굉장히 신파적이었던 걸 보면

시나리오 자체는 사실 많이 별로였다.

게다가 목소리가 가늘사해서 항상 집중이 안되는 조.인.성이나

목소리가 너무 무대스타일로 쩌렁쩌렁해서 또 역시 집중이 안되는 이.진.욱이랑은 달리

김지석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더더 응원했는데

진짜 제대로 신파리듬 타고 정유미가 저쪽으로 가는 거 보니깐 정말 할말이 없다. 어휴.. 

 

그래도 연애에 대해 여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정유미가 다 말해주는게 언제나 언제나 재밌으니깐

연애의 발견을 보긴 한거지만.

정유미캐릭터는 로필2나 연애의 발견이나 하나도 다를게 없어서

이런 이야기도 몇번더 나오면 땡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연애의 발견 내일,모레면 끝인데

둘중에 어느쪽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만큼 남주들에 대한 호감도가 균형있는 상태인게 완전 좋다.

선택하기 힘들수록 그건 진짜 같아.

세상일 대부분이 이런 어려운 선택의 연속이잖아..

다만 공을 받는 이유가 또 로필 2처럼 신파로 변하면

정말로 연애의발견이란 말이 눈에 띄는 족족 다 까고 다닐테니깐..

제발 이번엔 잘 좀 마무리 해주세요 작가님

어느쪽이랑 돼도 난 좋아요....♥

 

 

 

로코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파닥파닥거리기만 해서

은근 얕잡아봤던 정유미,

역시 여배우구나.... 싶었던 장면

 

 

 

이노래 요즘 맨날맨날 듣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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