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병동 풍경

2015. 10. 30. 00:27 from S.paul 2015

어린이 환자들이 있는 병동에 있으면서 세태가 굉장히 변했다는 걸 실감한다.

뭐냐면..

아빠들이 보호자로 자주 등장하신다.

평일에 엄마나 할머니가 병상 지키시다가 주말되면 아빠로 바뀌는 건 좀 흔하고

아예 엄마아빠가 공평하게 간병하는 경우도 좀 있고

아빠만 주로 애를 보는 경우도 있고(이때는 우유먹고 기저귀가는 아기는 아니고 최소 어린이집은 다닐만큼 큰애들인 경우)

아예 아빠가 응급실이나 외래로 애 데리고 와서 입원부터 같이 시키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와 정말...

아빠가 집에서 놀아서인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입퇴원 기간을 정확히 알려고 하는 등 사정을 들어보면

아이간병이나 입퇴원 수속을 위해 회사에 연가를 내고 오는 경우도 꽤 있는 거 같다

옛날에는.. 글쎄 전혀 안그랬던 거 같은데 그래서 세상 참 변했다고.

 

근데 이런 사실을 놓고 날 돌아보면

엄마한테 동생이 찰거머리처럼 붙어 있는 바람에  아빠가 나 병원데리고 다니면서 약도 타고 치과도 보게 하고 그랬으니

그당시에 사람들이 봤을때 이런 우리 부녀 모습이 좀 이상해 보이기도 했을거 같긴 하다.

 

 

 

그리고 주사..

아기들 피검사는 내과병동에서처럼 마구 처방하기가 좀 부담스러운데

아기들 혈관을 잡는건 결코 쉽지도 않고 아기도 너무나 예민해져서

그래서 처음 한동안에는 입원한 아기들에대해 며칠씩 lab안내고 있어서 한소리 듣기도 했다.

그래서 보통은 fluid line이 자연스럽게 빠지거나 제대로 수액이 안들어갈 때 그래서 라인교체할 때

그틈에 피를, 검체를 채취하는 거다.

어휴 불쌍한 아기들....

지금은 스테이션에서 울부짖는 아기들 소리를 들어도 뭐 그다지 아무렇지 않은 정도가 되긴 했지만

저기 스테이션 안쪽의 처치실 앞에만 와도 울부짖는 아기를 보니

문득 저 공간이 과연 아기에게 어떤느낌일지

주변의 우리가 어떻게 보일지 혼자 곰곰 생각해봤는데

 

 옛날에 가족끼리 워터파크 갔을 때 돌아다니다 엄마를 놓쳐서 미아보호소에 붙들려갔던 적이 있다.

그때 침착한(이런걸 능실능실하다고 하지)  동생과는 달리 뭐 한소리만 들어도 삑 울어대는 나에게

거기 어떤 어른 사람이 입구에 있는 커다란 주사기를 들먹이며

'자꾸울면 저걸로 주사 한대 맞는다'라고 느껴지는 위협을 했지만

하나도 달래지지 않고 난 더 미친듯이 울부짖어댔고 얼마나 울어댔는지 모를 시점에 갑자기 우리엄마가 나타나선

그 무서운 주사기방에서 나와 동생을 데리고 나오셨더랬다.

 

그 미아보호소의 인상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거대한 내키보다 더 큰 하얀주사기 하나로만 남아있다.

인사이드아웃에서 주인공 무의식에 숨어있는, 거대한 피에로도 비슷한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처치실에 라인 달러 끌려들어오는 아기들에게는 내얼굴도 내말도 주사바늘로만 느껴지겠지 싶다.

 

 

 

 

 

 

 

세레브랄 팰시같은 선천적 문제나 후천적인 뇌손상 등으로 정신적 혹은 육체적으로 발달지연이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 대한 소아과 선생님들의 생각도 언뜻언뜻 들었다.

 

일단 집안에 그렇게 아픈 아이가 있으면

아픈 어른이 있는것 처럼 대개는 가족모두가 그 아이에게 매달려야 되고

그렇게 노력함에도 여러 이유로 감염에도 취약하고 에필렙시같은것도 쉽게 병발하고

병원 입원이 잦아지게 된다

물론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을 때도 집이라든가 시설에서 계속 보살핌이 필요하지.

'자라지 않는 아이' 펄벅 여사가 그런 책을 썼던가?

 

그렇게 기존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많이 아파져서 입원을 했는데

중환자실 들어갈만큼은 아프지 않아서 병동에서 엄마아빠가 직접 아이 병수발을 평소보다 더 힘들게 봐야되는 상황이 되면

'아이를 그냥 포기하고 싶다' 와 같은 말을 하는 부모들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나도 벌써 한번은 봤었고..

그래도 어느 정도 양가감정이 있는지 아이가 나아지면 나아지는대로 또 그 수척해 보이는 얼굴 위로 어느정도 화색이 돈다.

 참 복잡한 문제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이런 복잡한 문제를 자꾸 자꾸 더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과연 누구일까..에 대해서도 또 얘기를 들었는데

아기가 출생과정의 여러가지 문제로 이미 뇌손상을 입고

그래서 집중치료를 하면서 애를 살아있는 상태로 유지시킬 수는 있지만,

그중에 정말 회복이 돼서 제대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몸으로 회복되는 아기는

참 드물다고 한다.

근데 언론에는 드물게 회복된 아이를 내세우며 의학의 승리인양 병원의 이름을 내걸고 감정적으로 사람들을 선동하지만

회복된 아이 뒤에는 최소 10배는 넘는 더 많은 아이들이 그냥 숨만 억지로 쉬어지는 채로

중환자실에서 바보처럼 누워 살게 되는 거다.

그 아이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부모가 져야 하는 거고.

아이를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시점에서

의사가 자기 욕심, 자기 명예, 자기 환자 건수를 위해서 과도한 진료로 억지로 연명을 시켜버리면

부모가, 그리고 당사자인 아기의 몸이 고통받게 되는 거라고.

 

이건 산부인과에서 태아치료나 여러가지 방법으로 태어나기 어려운 아기들을 태어나게 하고

일단 아기가 세상에 나온 후에는 소아과에 책임을 떠넘기는 과정에서도 생기는 문제다

인턴때 소아중환자실 선생님들은 같은 병원의 산부인과

산과 담당교수님(언론에선 굉장히 유명한 분이다) 욕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못살고 태어날 애를 억지로 살려서 낳게해선 소아과에 마구잡이로 떠넘긴다고.

그런 드물고 위험한 시도를 하는 중에 간혹 잘 태어나서 잘 회복되는 경우가 드물게라도 있으면

그걸로 자기 명예는 올라가겠지만 그 외에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채 수년을 고통스럽게 가짜로 살게되는 아이들과

그 부모에 대해서는 엄청 죄를 짓는 짓이라고.

 

 

여기서 소아과 선생님들의 경험담을 들어보자면

이런 지체장애가 있는 아기가 수년간 앓으면서 병원 입퇴원 반복하고 그렇게 엄마가 고생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아이가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세상을 뜨게 되게되고

(아이가 죽는 건 물론 슬픈일이지만)

그러고 몇 개월 후 서류 등의 문제로 외래를 찾는 엄마를 우연히 다시 보게 되면

백이면 백, 몰라볼 정도로 얼굴이 좋아져있다고 한다.

자기인생을 찾게 되는 거라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고 소중하게 대하는 건 꼭 필요한 자세지만

그 와중에 누가 어떤 희생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정서가  그런 희생을 당연시하게끔 강요하는 건 아닌지

그런건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것 같다.

 

 

타성적으로 아이에 대한 부모로서의 의무를 당연시하면 학대와 같은 무서운 일도 자꾸 생길 수 있을 거다.

 

 

한번은 사고로 정신신체기능이 많아 떨어져서 재활치료 받으며 희망없이 지내던 아이가 심정지로 응급실에 왔는데

걔는 고작 1년전에 교통사고로 브레인헤모리지 생기고 수술도 하고 그래도 후유증으로 그렇게 된거라고 했고

부모가 1년간 아이 수발을 하느라 고생하긴 했을거다.

내원 당일 새벽에 애가 이상한 것(사망상태)이 확인돼서 병원에 온 거라

사망과정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원인이 불명확한 것이고 이런경우는 보통 오톱시를 해야 한다.

(정말 어린 아기들이 집에서 죽게되면 부모들은 물론 슬프겠지만 우선 경찰조사부터 받는다고 한다.당연한 일이긴하지만)

며칠전부터 앓던 폐렴으로 급사했을수도 있겠지만

엄마아빠가 아이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 시켰을수도 있으니깐.

그런데 엄마아빠가 왜 사망 원인 불명확하냐며 의료진들에게 따지고 들었고

헤모리지 부위가 위험했기 때문에 이렇게 갑자기 사망할 가능성도 있었다 와 같은 (아이 사망을 앞에두고 하기엔) 분별있는 말로

주변 의료진들의 심정적인 의심을 더 가중시켰다.

의심이 가거나 말거나 병사가 맞거나 말거나 오톱시에서 확인되는 것 기준으로 사실은 정해지기 마련이고

(이런 일에 빠삭한 응급의학과 선생님들 말에 의하면)

오톱시 결과 자연사나 병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오면

아마도 아이앞으로 대개는 이미 들어가고 있을 보험금 등을 타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고

그게 아니면 보험금 타고 못타고가 아니라 경찰서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는 문제가된다.

그냥 내 입장에선 아이 죽은지 3,4시간밖에 안된 시점에서의 엄마아빠의 그 분별있는 말이 너무 너무너무너무 이상하게 들려서,,,

죽은 아이가 학대를 받았다거나 살해당했다거나 확정할 순 없지만

그런 정황에 대해 언제나 생각해야 되고

그 가능성을 생각하는 만큼

보호자의 힘들 상황도 우리 모두가 미리 알아채줘야지.

 

 

 

 

소아과 생활을 하다보니 

18살짜리에게도 무심코 아기라고 하게 되고

보호자에게도 무심코 엄마, 아빠라고 부르게 돼서

말하다가도 문득문득 놀란다.

글에도 그래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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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