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15. 10. 28. 01:04 from ETOCETORA

 

 

 

 

 

 

 

 

수원은 경기도의 도청소재지다.

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사회과목 수업하시다가 경기도 도청소재지에 대해 질문했는데

학생들이 '서울, 인천'등의 특별시 직할시만 들먹이니깐 마침내 분개하시면서 서울이나 인천은 경기도가 아니라며

알고봤더니 선생님이, 수원이 고향이셨다.

아니뭐, 경북도청도 대구광역시에 있고 전남도청소재지도 원래는 광주광역시였다.

도청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가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옛날 경남도청 소재지를 두고 진주와 마산이 경합을 벌이다 결국 창원으로 넘어갔는데

그당시 완전 촌동네였던 창원은 커지고 더 커지다가 결국 마산까지 흡수해버렸으니 도청소재지 위상이 이런정도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오랜 경기도청 소재지였던 수원이 도청소재지로서의 위상을 업고 창원처럼 거대도시가 되지는 않고 있으니,

경기도의 경우는 워낙에 서울에서 넘쳐나온 인구로 인해 위성도시들 위주로 커지니깐 좀 차이가 있는 거 같긴 하다.

 

 

 

 

 

 

 

 

 

 

 

 

 

 

 

처음엔 딱히 기대없이 걸어서 갈만한 거리의 영화관을 목적으로 팔달문, 즉 남문까지 가봤을 뿐인데

그렇게 한번 걸어다녀 보니까 팔달문 안쪽, 그러니깐 화성성곽 안 동네, 정조의 진짜 화성인 사대문 안 동네가 궁금하기도 해서

그래서 주말에 가서 화성 성곽길도 걸어보고 행궁주변도 돌아다니고

화성행궁의 배산말고 임수, 즉 남쪽 하천에 해당하는 복개된 수원천을 따라도 걸어보고

밤에는 행궁 주변에 공방거리도 돌아보고

그러다보니 이동네가 정말 마음에 들어버렸다.

 

 

 

갈만한 곳?

 

길가다가 우연히 본 안내벽화 그림을 보고 따라 걸어가서 알게된 칼국수집.

 

우리엄마가 딱히 음식을 멋스럽게 하는 분도 아니고, 내가 집밥에 목을 매는 스타일도 아닌데

근데 우리엄마가 밥하기 귀찮을 때 미리 반죽해서 냉장고에 숙성시켜둔 밀가루 뜯어가며 쉽게 뚝딱 끓여주시는 수제비

와 똑같은 질감과 맛의 칼국수를 만들어파는 가게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가게가 조미료 안쓰고 정직하게 멸치다시 우려서 육수만들고

밀가루 반죽 숙성시키고 면뽑아서 칼국수 만드는 집이란 걸 순식간에 알수 있었다 .

그후 하루걸러하루 있는 오프 때마다 저녁에 가서 칼국수를 먹었다.

엄마손맛에 대한 그리움 같은건 전혀 없었지만 왠지 감동해서...

 

한달 반 가까이 그렇게 다녔는데

하루는 좀 늦게 간날, 뭔가가 달랐다.. 맛이 좀.. 이상했는데 그러니깐 라면국물에서 느껴지는 조미료맛이..느껴져서

내 생각에는, 내가 너무 늦게 가서 그날 멸치다시물이 다 떨어져서 그냥 조미료넣고 끓여주신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기는 하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가게닫을무렵에 비집고 들어간 내잘못인것도 같다.

 

다른 메뉴는 솔직히 별로다. 칼국수만 못하다.맛이 없는게 아니라 평범하다.

음식 장인이라기보다는 꾀부리지 않고 칼국수를 만드는 분 같아서

딱히 음식센스가 있으신거 같진 않고....ㅎㅎ

(국물맛도 자꾸 먹다보니 우리엄마표 수제비보다는 덜 깔끔하다 멸치다시 우리는 과정의 문제인듯 )

 

그냥 칼국수면이 맛있고, 칼국수 국물이 맛있는 집이다.

이것저것 꾸미지 않고 그냥 정말 매일 먹는 밥같은 칼국수다.

 

가게가 주도로 안쪽에 숨어 있어서 장사가 썩 잘되지는 않는게 볼때마다 영 아쉽고

그래서 수원 칼국수 맛집 '성.일. 칼국수'라고 이렇게 글을 써두면 어디선가 검색이 되지 않을까...

아저씨가 날 알아채는게 아닌가 하는 괜한 자의식 과잉으로 쩜,쩜, 소심하게 써둠.

 

 

 

 

행궁 옆 공방거리에 찻집 단오

이런 종류 길 다니면서, 이런 종류 느낌의 가게는 너무 흔하게 봐서 역시나 기대 안했는데

차와 음료에 가격만큼의 영혼이 있는 가게 같아서 계속 가고 싶어진다.

가격얘기를 제일 먼저 했는데, 정말 프랜차이즈 커피가게를 내돈내는게 아닌채로 어쩌다 끌려갈 때보면 항상 한숨이 나온다.

티백하나 컵에 던져넣고 뜨거운 물 부은거 받아마시려고 굳이 여기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밥값보다 비싼 찻값 운운 고리타분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지만

그냥 뭔가 취향도 없고 영혼도 없이 빨대만 꽂는 곳 같아서

난 그냥 집에가서 현미녹차나 끓여마셔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고.

 

꼭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 앞서 말한 이런 종류 '느낌 있는 찻집들'

빈티지 스타일로 가게는 잘 꾸며두는데 역시 영혼없는 컨텐츠,, 메뉴를 시시하게 대충 만들어팔면

결국 스쳐지나가는 아무나 가게로 끝나게 되는 거다.

찻집으로서의 본연에 충실해야 가게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의미가 실리는 거라고

 

쓰고보니 역시 선비같은 소리에 지나지 않지만,, 뭐 난 그렇다.

 

단오메뉴중에 식사메뉴라고 나오는 건 비추. 전통차나 주스 같은 음료 위주 추천. 가게 주전부리 메뉴들 추천.

맛이 없다기 보다는 그저그래서 비추함.

 

 

 

 

화성 장대..라고 하던가

행궁 뒤쪽에 산꼭대기를 말하고, 행궁에서 걸어올라가면 빠른 걸음으로 15분이면 갈 수 있다.

난 정말.,..

수원사람들은 마음내키면 이렇게 쉽게 이렇게 야경이 근사한 곳에 올라와서 술도 한잔 할 수 있고

뭐 그럴 수 있다는게 정말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별로 없는 듯. 밤에는 혼자 올라가면 안됨. 위험하다....

 

 

 

행궁주변동네는...

팔달문 근처가 원래는 수원 번화가였는데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점점 개발이 어려워지고 그래서 낙후되고

지금은 수원에서 제일 못사는 동네가 됐다고 한다.

우리 병원만해도 오원춘 사건이 바로 옆 골목에서 일어났고

얼마전 시체 유기사건도 팔달산 산책로 쪽에서 일어났으니

수원에 유입되는 외지인들.. 3세계 노동자로 추정되는 외지인들에게는 이 낙후된 팔달문 주변이 가장 편한 장소인거고

그래서 그렇게 점점 우범지역화 되는 건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만약 수원에서 살고 싶은 곳을 고르라면 행궁 근처가 역시 가장 좋을 거 같다.

공방거리에 작은 공간을 이용해서 개인 주택 이쁘게 지어놓고 사는 집이 있던데

집주인은 아마도 택시기사님

(밤에 집앞 주차장에 택시 주차돼 있는거 봤음)

참, 괜찮은 동네에 괜찮은 집 짓고 사는 구나 싶어서 지나다닐 때마다 막 부럽부럽 하고있다.

주변에 대형마트가 있고 편의시설이 있고가 살만한 곳의 기준이라고들 하는데

글쎄, 동의할 수 없어

생필품 살수 있는 동네 슈퍼 하나만 있으면, 고양이 살기 좋은 아기자기한 주택가가 좋은 동네지.

(행궁근처에서 건실하게 털결 좋은, 건강해 보이는 고양이들을 많이 봤다.)

 

시차원에서 화성 성곽, 행궁 근처를 재정비 하려고도 하고

동네 주민들도 거리의 관광지화를 노려서 자발적으로 거리를 꾸미려고 노력도 하고 그래서 최근몇년사이에 많이 좋아진듯도 하다.

걸어다니다보면 정말 이상한 점집도 있고 아무튼 신기한 가게들 많다

들어가보고 싶긴 한데

 

 

 

수원천이 복개된것도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나 보다.

10년전 청계천 복개사업 이후 전국적으로 하천 복개 혹은 하천 주변 정비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이 된건지

어딜가도 요즘은 하천주변이 그럴싸하게 조성돼 있으며 그건 수원천도 마찬가지다.

수원천 주변에는 워낙에 수원의 전통시장이 있어서 사람들이 하천 주변으로 많이 다니기도 하고

전에는 하천에서 백로를 봤는데 검색해보니 수원천에는 정말 백로가 사는 모양이다.

먹고사는 거야 뭐  생태하천이라 어찌 어찌 되는 모양이지만 대체 어디서 자는걸까.

 

 

 

 

 

날씨 선선할 때까지는 이렇게 밤낮 짬날 때마다 화성 근처를 기분좋게 돌아다니면서 문득

천년전에 경주 거리를 노닐고 다니던 처용도 결국 혼자 밤마실 다니는데 맛들려서 밖으로 나도니깐 마누라가 바람이 난거구나

뭐 그런 시덥잖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드디어 기온이 꺽였다.

수일내로 독감, 호흡기질환 몰려올듯.

소아과 뜨기 전까지만 제발 좀만 더 아프지말고 버텨주세요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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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