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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2014. 12. 26. 00:18 from aS 2014

그러니까 작년 11월에 실기시험을 봤는데

그때 내가봤던 항목이, 진료항목은 잘 기억이 안나고 실기수행항목이

혈압측정, 이경진찰, 심폐소생술, 스플린트, 인슐린 주사

하나가 뭐였지,,

암튼 시험을 보고 나오면서 찝찝한 기분에 견딜수가 없었는데

실기 끝나고 집에와서 곱씹어볼수록 완전 실수투성이라서

이대로 정말 실기 떨어지는 건가보다 생각했었다.

(시험 순서 딱 중간쯤에 체력방전 1순위로 기피하던 심폐소생술이 들거간거 보면 애초에 운도 없었다)

 

그 중에 완전 티나게 망친게 팔에 부목대는 거였다.

시험준비할 때는 이게 너무 별거아니라서 정말 신경도 안 썼던 항목이었는데

막상 시험장에서는 뜻밖에 골절이 아니라 탈구가 나온거였다.

부목대는 원칙이란게 골절된 뼈와 연결된 모든 관절을 다 고정할 수 있는 길이의 부목을 대는 거고,

암튼 이전까지 시험보고 온 동기들은 대략 롱암을 했다는 식으로 얘기했던 거 같다.

근데 주관절 탈구라니..

이거 그냥 경험적으로만 생각해봐도 당연히 롱암일 거 같은데

당시 시험지향적으로 머리가 세팅돼 있는 상태에서 주관절 '탈구'라고 하니

아 그럼,, 어디까지 스플린트로 감아야 되나.... 머리가 백지가 돼 버려서

잠깐 생각을 하다가

사고회로가 맛이갔는지

숏암을 집어들고 ... 그걸 구부려서...

팔꿈치에 갖다대고 붕대를 감았다.

그런짓을 하고 나오는 순간까지도.. 왠지 이게 맞는거 같았는데

시험이 완전 끝나고 제정신을 차린 후 생각해보니 이건뭐...

병신짓을 한거였다.

 

다른 항목도 끝나고 생각해 보면 허술하게 해놓은 거 투성이라

대체 몇개 항목에서나 페일이 뜨게되려나 두렵기도 했고

그렇게 최종 발표날 때까지도

실기 때문에 떨어지겠지.. 라는 예감이 계속 들어서

그래서 좀 힘들었다.

지금 필기시험에 최선을 다하는게 헛일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분명 실기는 떨어졌을텐데 차라리 올해는 포기하고

그냥 아기와의 시간을 더 가지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구름낀 마음으로 필기시험 준비를 꾸역꾸역했고

어쨌든.. 나 같은 병신짓은 실기시험장에선 일반적인 수준이었는지

다행히 실기에서도 합격해서 지금 이렇게 인턴한다고 고생하고 있다 지금.

 

 

 

바야흐로 골절의 계절이다.

 

응급실에서 오에스 1년차선생님들 어시스트 하는 것 중에 제일 흔한게 골절 스플린트 하는건데

눈이 오고 추웠던 며칠전에 곳곳에서 미끄러져서 다리가 부러지거나 팔이 부러진 환자들이

끊임없이 응급실로 몰려들었던 적도 있었고,

오늘도

그냥 예년보다는 좀 조용한 크리스마스, 공휴일 일 뿐인데

다들 어디서들 다쳐온건지

방금은 겨우 2시간 동안에만 4명이나 골절환자가 와서

마치 이알 턴을 도는 인턴인것처럼

이알에 죽치고 앉아서

던트샘이 환자 리덕션하는거 카운터트랙션 하면서 환자 악소리 나게 아프게 하고

그러고있다보니

이젠 진짜로 오에스가 지긋지긋하다.

 

뼈가 어긋났다거나, 탈구가 됐다거나 해서 뼈를 맞춰야 하는..

그러니깐 리덕션을 해야 하는 환자를 붙드는 건 정말

무섭다.

지금까지 이쪽계통 공부하면서 징그럽거나 비위상하거나 무섭거나 한거 진짜 하나도 없었는데

뼈맞추는거는 정말 무섭다.

던트쌤들이 리덕션한다고 환자 팔다리 잡아당길 때 내가 반대방향으로 또 힘껏 붙들고 있다보면

어느순간 뼈가... 정말 우득.. 하고 맞춰지는 느낌이 나는데

그거 할때마다 .... 소름이 쭉 돋는다.

뼈 통증은 진통제로 커버가 안돼서

환자는 환자대로 쌩으로 모든 통증을 버텨내야 하는 거다.

끔찍한 술기다.

다들 골절이나 탈구는 안되도록 몸 단속 잘해야 한다.

 

그리고 아기들..

아기들 팔다리골절 리덕션 해야할 때라든가, 탈구된거 리덕션해야될 때...

그때는 뼈 맞춰지는 느낌을 떠나서 그냥 그자리에 있기가 싫다.

한달이 다 끝나가지만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콩알만한 아기들이 울고불고 아프다고 난리치고 리덕션 하면서는 정말이지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을 치고

그러는 걸 난 또 붙들고 있거나 혹은 통증이 심해지는 방향으로 같이 잡아당겨야 되니깐

무슨.. 고문하는 기분도 들고.. 할 때마다 스트레스다.

어쨌든..

리덕션이 끝나면 증상이  바로 나아지니깐..

이런 정도는 실질적으론 견디기 힘들다고 징징댈만한 일은 아니다.

당장 다음주부터 돌게되는 소아과턴이 정말 문제지..

항암제치료하는 소아암환자들..

선천적인 문제 때문에 feeding이나 호흡이나 암튼 여러가지 문제가 많은 아가야들은..

내가 아기를 힘들게 하는 어떤 술기를 하고 끝냈다고 해도

그래도 계속 아프고, 계속 나을때까지 오래 아픈걸 반복해야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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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에스

2014. 9. 14. 10:17 from aS 2014

 

 

지난 6개월간의 턴을 돌아보자면 내과, (응급), 외과, 내과, 내과, 외과로

세부턴은 ICU,(응급), sicu/병동, GI, Onco, Sicu/stomach이었는데

이건 정말 무지막지하게 '메이저과들'의 '병동으로만' 주구장창 구성돼 있고

심지어 외과도 4번의 세부턴 중에 3번이 병동턴이었으니

말하자면 꽉채워서 병동만랩을 찍은셈이다.

그리고 8월말에야 겨우 외과 STOMACH 수술장 턴을 돌았으니

마치 3월턴이 빌빌대는 것처럼 수술장에서는 빌빌댔음에 틀림없다. 진짜 그랬다

 

옛날에 인턴을 할 때도 어차피 그쪽은 병동턴밖에 딱히 할일이 없기는 했고,

이제 다시 인턴을 하면서도 6개월간 거의 병동턴을 메이저과로만 돌다보니

이런게 원래 인턴의 생활이라고 받아들이고 묵묵히 소.처.럼. 일했는데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특별히 더 힘들게 지난 6개월을 보냈다는 걸 이제야 알게됐다.

 

이런게 원래 인턴의 생활이라니,,

뭐...

새벽에(과에따라 1시혹은 2시혹은 3시혹은 4시등의 변태같은 시간) 2시간에 걸쳐 정규샘플 2,30명씩 하고

정규시간에는 이병동 저병동 뛰어다니면서 끊임없이 쌓여가는 콜(샘플과 동의서 등등)을 헤쳐나가야 하고

당직 때는 열나는 환자들 혈액배양 샘플이 10개쯤은 뜨는게 보통이며 밤에 2시간이라도 재워주면 감사하고

주말 당직 때는 정말 나 죽었다 생각하고 콜폰에 몸을 맡기는

그런 병동 인턴 말이다.

24시간 풀오프같은 건 한달에 한번도 없이 매일 출근해야 하는 내과턴에 대해서도 불평한마디 안했고

전날 당직으로 밤을 꼴딱 새야 해서 실질 12시간 정도밖에 안되는 풀오프를 주면서 생색내는 외과에 대해서도 그나마 주말 풀오프라고 감지덕지했다.

 

아 그런데 이게 다른 마이너턴으로 오니깐 너무 다른거다.

 

이번에 씨에스 돌게되면서 턴 정할 때 또 병동 걸려서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다르다.

일단 말도안되게 아무때나 쏟아져나오는 혈액샘플이나 컬쳐나 동의서 같은게 적다.

여기선 애초에 환자들한테 검사를 많이 내지를 않는다.

열이 나도 마구잡이로 혈액배양검사를 내는 것도 아니고.

컬쳐하는데 괜히 3사이트 찌르게하면 교수님이 던트쌤 혼내신다.

이게 과의 분위기인건지 과의 질환특징인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씨에스의 주 질환들에 대해 수술후 관리하는 방침을

다른 부수 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적용해서

그래서 전반적으로 잡다한 검사가 적은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관성이란게 있어서 검사 많이 내버릇 시작하면 끝도없이 검사검사 랩랩랩 하게되는거기도 하니깐

 

그래서 새벽 정규샘플 같은 게 없다. 너무 홀가분한 사실이다 이건.

 

그리고 밤에 잠을 잘수가 있다.

이거 정말 중요한거다.

다음날 풀오픈데 전날 당직이면 아침에 잠을 자고 나서야 내시간이 겨우 생기게 되는건데

씨에스에선 당직 때도 인턴을 재워주니깐 풀오프는 진짜로 풀오프인거다.

이건 대체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간호부랑 암묵적으로 정한건지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대략 자정, 아주 드물게는 1시에 콜을 하고 그이후엔 한번도 안한다.

최소 5시 30분까지, 보통은 6시 넘어서까지.

새벽에 생기는 잡다한 인턴잡은 간호부에서 처리해주신다.

 

 

그리고 풀오프가 있는데 풀오프를 2틀연속으로 준다.

이걸 두명이 번갈아가며 당직을 서니깐 한달간 2번의 48시간 풀오프..

금요일 저녁부터 치면 60시간인가?

아무튼 인턴들이 이렇게 나가노니깐

레지던트들 말이 인턴은 정말 편하다며 하는일이 뭐가 있냐고 그러는거 아닌가.

내 입장에선 지난 6개월간 결코 동의할수도 이해할수도 없는 말이긴 했는데

아무튼 이제보니 정말 그러하다.

 

풀오프를 쓰게되면 그만큼 풀당직을  (60시간)서게되는게 당연한데

쥐에스나 내과에서 풀당직 3일이라면 정말 죽으라는 소리하고 같을거다.

일도 많고 잠도 못자고.

그래서 그 과에서는 실제 그런 스케줄은 없다.

근데 여기 씨에스 풀당직 60시간은

일단 정규업무만 끝나면 그냥 병원에 붙어있기만 하면 될 정도로 여유롭다.

어쨌든 인턴의 손이 필요한 일들에 대해 콜이 오니깐 병원을 뜰수는 없지만

그냥 여유롭다.

책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왕복 2,30분 거리 정도 인근의 식당에서 밥사들고 오는 것도 가능할 정도라.

그래서 추석연휴 포함해서 벌써 세번째 풀당 서고 있는 동안

책도 2권 읽었고, 드라마 2개 뗐고, 영화세편봤고, 암튼 계속 노닥거렸고

2틀전엔 잠깐 나가 삼합 포장해와선 방에서 혼자 파티를 했다.

(아직까지 냄새가 나서 누구도 부를수가 없다.)

주말 연당 때 이러고 있다보니 나도모르게 뭔가가 회복이 된 것도 같아서

그동안 많이 피곤했었구나 깨달았다.

그래도 견딜만은 했고

또는 막 내가 손해봤다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내 '내공'이 그랬던거라고 받아들임.

 

병원 생활은 정말로 내공, 내공빨이다.

저번달 우리 쥐에스턴들은 수술스케줄이 똥내공이라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응급수술이 미친듯이 생겨나서 다들 엄청고생했다.

대체 누구의 공력이냐고 색출하라고 아우성이었음.

나도 마지막날 수술당직으로 쥐에스를 떴는데

새벽부터 이어진 수술에  정오 턴체인지할 때까지 붙들려 있었더랬다

 

 

 

그런데 알고보면 씨에스 정도의 로딩인 과들은 흔한편이고

후반기에 예정된 턴들도 이만큼은 여유가 있는 과가 대부분이다.

 

다른 인턴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내공총량의 법칙이란 것도 있는 거 같고

그래, 후반기엔 좀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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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24. 16:18 from aS 2014

 

 

지금 turn 은 검사를 위해 단기입원하는 환자들이 많은 파트로

인턴의 주우우우우웅 요 업무는 첫번째가 동의서 받기

....

정말 동의서...

미치도록 많다.

동의서 서명때문에 지난 한달간  내 이름도 거의 수천번은 적은거 같아.

 

 

환자들 입장에서는 동의서 받는다고 인턴이 병실로 찾아가면

자신에 대한 개별적인 시술 정보까지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누가 시술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시술이 진행되는지 등등을 다 물어봐서

인턴을 참 곤란하게 하는데,

이 동의서라는게 얼마나 형식적인 서류인지를 정말로 모르시는 걸까..

그럴 때 가끔은 그 분 옆 병상에 누워계신 다른 환자분이

'에이 그거, 환자 죽어도 병원 책임없다는 내용이잖아, 그냥 싸인해줘' 이렇게 말해주시는데

그럴땐 참 감사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딱 그건데

차마 그렇게 말할수는 없고 빙빙 돌려가며 어버버하고 있던 중이니깐.

 

옛날에는 이런 동의서라는걸 거의 제대로 안 받았던 거 같은데

세월이 갈수록 병원과 환자가 서로에게 날을 세울일이 많다보니

방어차원에서 시술 하나 할 때마다 동의서 받는 일을 꼬박꼬박 챙기는 듯.

조금이라도 침습적인 시술을 할 때면

출혈이든 알러지 반응이든 천공이든 감염, 염증, 심장마비, 호흡곤란..

또 뭐가 있나,, 이런것들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니깐

그래서 이런저런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시술 받는데 동의하겠습니다 라는게

동의서 서명의 요점.

 

또 이런 내용을 꼼꼼하게 들으시는 환자분들 입장에서는

아니, 그래서 내가 이런 위험에 처할수도 있는 시술을 받아야 한단 말이야? 라고 물으시면서

뭐 동의서 받아내는 거 외에 다른 할 수 있는 없는 일이 없는 인턴의 발목을 잡는다.

30분안에 스무개의 동의서를 받아야 되니깐 얼른 서명만 받고 나와야지 라고

단단히 마음먹고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는 인턴 입장에서 이거 정말 곤란하다.

어차피 시술받으려고 입원하신 거 아니냐고 빨리 서명 좀 해주시라고 말하고 싶은 맘이 굴뚝 같지만

그런 매몰차고 불친절한 행동은 절대 노노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 말들을 주절주절해서,

아 그래도 다들 잘 검사 받으신다고 안심시킨 다음에 겨우 동의서를 챙겨갖고 나올수 있는데

 

이에 대해 우리 파트 라운딩 가이딩 해야되는 교수님께서 한말씀 하셨다.

 

텍스트를 봤을 때, 거기에 어떤 뉘앙스는 없지만

그래도 그 텍스트로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뭔가 감정을 실어서 텍스트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고/

동의서 받는 과정도 마찬가지라고.

동의서에 적힌 내용자체는 물론 어떤 fact지만

그 팩트를 이용해 환자가 시술을 받게끔 혹은 받지 않게끔 하는 건

결국 설득을 하는사람이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내가 원하는 말을 마지막에 하면 그 말이 바로 전체 전달 내용으로 기억된다고.

'이러저러 위험이 있지만 그래도 성공율이 95프로나 됩니다'

뭐 이런식..

근데 난 이렇게 서명을 받는, 설득(?)의 과정이 마치 광고처럼 굉장히 의도적이어서

그 과정에서 환자가 의료인의 말에 농락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수가 없다.

게다가 그런 말장난의 결과물은 고작해야 동의서 하나로

실질적인 어떤 치료의 과정에서는 있으나 마나한 종이 쪼가리인데

그걸 위해 환자 개인에겐 굉장히 결정적인 인생의 어떤 순간일지도 모를 시간을

(겉으론 참 건강해 보이는데, 이런저런 cancer 같은걸 이미 진단 받은 환자들을 보면 더 그러해.)

이 쓸데없는 대화로 소진시켜야 되나 싶기도 해서

기분이 좀 그렇다.

그나마도 한달이나 계속 하다보니깐 이젠 일에 불과해졌지만

 

그래도 공공연하게

'병원에서 동의서라는 거 어차피 시술받으러 입원한거 서명 해주세요 그거.. 100프로 안전하지 않은거라고 시술 안받을 것도 아니면서 동의서 따위로 트집잡지 말고 좀 더 실제로 손해를 보고 위험해질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주시라구요.'

라고 누군가 목소리 큰사람이 여기저기 떠들어주면 좋겠다

 

 

텍스트에는 어떤 억양이나 뉘앙스가 없다는 말은 참 맞는말이라서

아니뭐.. 실제로 fact가 아닌 어떤 걸 글로 쓴다 하더라도

아무런 억양이 느껴지지 않게끔만 글을 쓰면

실은 완전 주관적인 내용조차도 객관적인 어떤 사실인거처럼 보이기도 하는거 같다.

근데 가끔 가다 보면 참 억양없이 보여야 할 어떤 곳에 난데없이 대놓고 센 억양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너무나 의도가 느껴지는 문자들이 보일 때가 있다고

 

 

 

 

ㅡ이알턴때 소아과 2년차 선생님의 뭔가 의도를 드러낸 저 이알노트를 보고 혼자 웃어댔음.

 

 

 병동콜 받고 샘플하러 갔을 때 간호사님이 샘플순서에 자기 의도를 밀어넣은 걸 보니깐 귀여웠음.

 

 

 

ㅡ굉장히 딱딱하고 재미없게 쓰여진 어떤 출판사 국시요약집에 뜬금없이 저런 말이 있어서 누군가는 책 저자를 꼭 기억해줘야 한다고 마음먹었음.

 

 

 

 

그럴때면 그런 촌스러운 대놓고 드러내기가 참 귀여워서

웃음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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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14. 06:41 from aS 2014

 

다들 EM 어쩌냐고, 한번은 거쳐야 하는데 힘들거 같다고 수선스럽게 말하지만

사실 EM 턴은 좋았다.

 

4년차 선생님도 힘들어하는 우리들 앞에서 '징징대지 말라'는 뜻으로 이미 

인턴으로서 이렇게 직접 환자를 보고 의사결정과정을 거치는 과가 EM 이 유일하다고 말했지만

잉여인력으로 의료전달과정에 발생하는 온갖 잡일을 커버한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던 EM턴

평일 낮시간대에 놀수 있는 거의 유일한 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EM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힘들었던 환자를 다시 볼 일 없다는 것.

이건 EM에서 오래 일한 간호사님이랑도 서로 맘이 통했던 점이긴 한데

 

병동에 있다보면 환자와의 관계라는 게 참 힘들다.

처음 만났을 때 샘플 실패라도 하면 그때부턴 환자도 내가 싫고 나도 환자가 싫고 서로 부담스러운데도 손 바꿔줄 사람도 없이 만남은 계속 이어지고

어떻게 운때가 맞아떨어져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를 좋아하는 환자나 보호자가 있어도 그 사람 나름대로 계속 뭔가 기대치를 채워야 된다는 부담감이 항상 있어서 찾아갈 때마다 마음은 버겁다. 오늘은 어떤 멘트를 날려야 할까....

가게에 몇번 다니다 보면 고객이라고 이래저래 아는 척, 친한척 하면 그 가게 다시 안간다는 둥 그런 말을 할리데이 블로그에서 본거 같은데 그렇게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대한 부담스러움이 병동일을 힘들게 만드는 거 같다고.

 

근데 EM은 아무리 환자가 진상짓을 해도, 아무리 내가 샘플 실패한 환자라 해도, 볼때마다 괜히 화색이 돌며 날 반기는 환자가 있다 해도 하루 이틀안에는 각자 가야할 곳으로들 가 버리니깐

그게 참 좋았다고

 

물론 진통제 맞으러 하루에 네번씩이나 응급실을 찾은지 수년째 되는 특수한... 환자도 있기는 했다.

 

 

 

제일 처음 내과턴때 1,2년차가 주 타겟인 강의를 함께 듣던 중 어떤 교수님이

IM 의 아트에 대해 얘기하셨다.

서젼들이 수술이라는 어떤 특수하고 고유한 걸 가지고 있다면

그에 대비해서 내과의 고유한 가치는 무엇일까 라며

메디칼 레코드라고...

환자의 과거 병력 현재 상태 앞으로의 치료 플랜 등에 대해

모든 내용을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기록해내서

한눈에 환자에 대해 파악할 수 있게끔 하는 거라고

뭐 그런 얘길 하셨는데

의무기록이 내과만의 것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아무튼 IM 에서 차팅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그전부터 하긴 했었다.

 

그래서 IM 의 아트가 메디칼 레코드라면 EM의 아트는 뭘까 생각했는데

EM의 아트는 신속한 환자분류.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가 가야할 곳으로 얼른 가게끔 해주는 것일거다.

응급실에 가면 있는 triage라는 분류소

분류소는 의료적 응급인지 혹은 의료적으론 비응급이지만 환자가 급한 것일 뿐인지를 결정하는 곳이지만

triage로 이미지화되는 EM 의 아트는 결국 어떤 파트로 환자로 보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일거라고.

때문에 EM 턴은

환자와의 관계유지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일기일회, 한번의 만남에 모든걸 쏟아내고 서로 아름답게 스쳐지날수 있는 그런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환자떠넘기기가 주업무인 EM 의 아트는 당연히 다른 과랑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환자를 내보내려는 EM입장에서는 일단 어느과로 가야할지가 결정되면 얼른 보내려고 하고

환자를 받는 각과의 입장에서는 EM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해놓고 부르는게 옳지 않냐고 생각할거고

그래서 EM에서 환자를 보는 시간이 짧아지면 받는 과의 입장에서는 환자던지기가 되는 거고

EM에서 환자를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신속한 환자분류라는 EM고유의 역할이 더뎌질수 밖에 없다.

 

입원환자를 특정과에서 다른 과로 전과시킬 때,

사실 환자의 주 상태에 맞춰서 얼른 전과 시키는게 맞겠지만

전과를 간 과 입장에서는 환자수가 늘면 전공의 업무가 결국 느는 거라서

그래서 완전 백프로 떠넘길만한 이유가 확연하지 않으면 쉽게 전과를 못시키고

자기과에서 제대로 못 보는 문제까지 계속 떠안은채 힘겹게 환자를 보는 경우가 꽤 있긴 하다.

마찬가지로 EM에서 분류된 환자가 각과로 가는 과정역시

이렇게 병동에서 환자 전과시키는 거랑 크게 다를 건 없는데

문제는 이 과정이 EM에서는 완전 일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EM과 다른 과와의 마찰이 계속 생길 수 밖에 없고

그걸 EM 전공의가 매번 다루기는 힘드니깐

그래서 그 일을 인턴들이 한다. '노티'라는 이름으로

 

병원 입사할 때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쿠션언어사용하기, 즉 빙빙 돌려말하기 에 대해서도 교육을 하던데

EM에서 인턴의 역할은 일종의 '쿠션'역할이랄까.

EM 과 다른과 사이, 환자 떠넘기기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어차피 종국에는 환자가 특정과로 가야 한다손 치더라도

받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왠지 화가나고, 누구한테든 기분나쁜 소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그걸 받아주는 역할이 EM인턴 몫이다.

EM이 힘든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이 쿠션역할, 해당과에 환자 노티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EM턴 인계장에 보면 어떤 과에 노티할 때는 어떻게 하세요 라는 내용들이 줄줄이 적혀 있고

인턴들 끼리도 A과는 노티하기 굉장히 부담스러운 과, B선생님은 노티하기 정말 까다로운 사람 등등

그런 고충이 있긴 하지만

노티전에 환자에 대해 챙기고 해결해야 할 것들을 인계장에 적힌대로만 해두면 대부분의 과의 경우 적당히 환자를 보낼수가 있다.

그에반해 대부분의 인턴들이 힘들어하는 과가 IM 인데

대략 내과적 문제가 위주인걸로 확인이 됐다고 해도

IM은 까탈스럽게 내과적 평가를 원한다고 해야 하나...

환자 파악 잘 못하고 환자 신속하게 못 보는 낮은 연차 IM 전공의들이

완전 진상을 떠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가 해야 하는 환자 evaluation, IM의 아트를,, EM한테 EM'인턴'한테 요구한다고 할까

받은 환자를 윗연차에 보고하면서 깨져야될걸 미리 노티를 하는 인턴을 마구 때리면서 화풀이를 하는 느낌.

 

그럴때 왠만하면

"네네 당신말이 맞고 난 모르는것 투성이네요 죄송합니다, 두번이고 세번이고 환자 다시 보고 내과에서 원하는대로 옵션 채워서 다시 노티할께요"

이렇게 쿠션역할 해주면 되는데

이것도 몇번 하다보면 내가 왜 이런 쿠션역할을 해야 하며

대체 내가 왜 자꾸 미안해 해야 하며

내가 왜 내과 전공의가 해야 하는 환자 평가를 해줘야 하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쿠션이기를 거부하고  때린 내과 전공의 손이 더 아프게 아예 돌덩이처럼 버팅긴일도 자주 있었다.

 

통상적으로 전공의가 노티를 하는 EM턴을 깨는게 뭐 별일이겠냐 싶겠지만

이건 엄연히 EM이라는 과와 다른 특정과 사이의 문제인데

그걸 인턴이 'noti'했으니깐 막말하고 멋대로 깨도 되고 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물론 그자리에서 EM의 아트에 대해 운운하며 IM의 아트는 IM에서 해결하는게 맞지 않냐고 해봤자

'내가 예전에 EM턴할 때 굽신거리며 맞았으니 이제 인턴을 마구 깨고 때리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타성에 젖은 전공의는 무슨말인지 못알아듣고

'말이 안통한다'라며 자기 분에 못이겨한다.

말이 안통한다...라는거

그래 내가 안통할 말을 하는게 맞긴 하다.

어쨌든 환자를 받는 과의 전공의는 어떻게든 환자를 안 받고 싶고, 어떻게든 자기일을 줄이고 싶고

어떻게든 자기 힘든데 대한 스트레스를 풀고 싶고

그게 본질인데 대체 무슨 되지도 않을 소리를 갖다붙였는지.

 

이렇게 힘든 환자 노티과정들을 반복하다보니 참 웃긴점이 뭐냐면..

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 신분일 때는

어떻게든 자기 환자수 안늘렸으면 하고, 자기에게 환자 붙여주러오는 EM턴이나 EM에 대해 욕을 하면서도

막상 전문의가 된 후에는 분명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환자를 많이 보려고 할거라는 거다.

그래서

나중에 전문의가 돼서 로컬나가면

인턴이 구구절절 환자 상태에 대해 정리안해줘도 당장 당신이 보겠다고 하지 않겠냐고

그 말을 혀끝에서 맴돌았지만

그래도 그런말은 뭔가 요즘.. 의사의 자존심 문제인거 같아서, 대놓고 앞에서 말할순 없었어.

아무리 쿠션 노릇 안하고 돌덩이 처럼 굴어도 면전에서 지킬건 지켜줬다고.

 

 

 

 

어쨌든 EM턴은 벌써 옛날에 지나갔다.

난 조금 파이터 기질이 있는지 노티과정의 분란이 힘들지는 않았고 오히려 정신적인 환기가 됐던 거 같다.

그에비해 지금 외과턴 내과턴을 돌면서는 그렇게 환기를 하고 자시고 할 아무런 자극도 없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

 

 

 

 

 

 

영상에 한채영 스타일을 보면 한채영의 아트는 아무리 좋게봐줄라해도 저런 '귀염 발랄'은 아닌거 같다

노래제목은 대체 왜 응급실인거야,, 재희 저대로 응급실 가는 건가

가봤자 비응급으로 분류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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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2014. 4. 25. 03:06 from aS 2014

 

 

 

 

 

해운대라는 네임밸류탓인지 완전 공공장소같은 기분이드는 부산 바다와는 달리, 시골마을같은 동네 앞으로도 해운대보다 더 넓고 높은 바다가 펼쳐지는 동해안 바닷가는 아무래도 더 호젓한거같다 물론아직 휴가시즌이 아니기는 하지만

이런조용한바다를 앞에두고 뜬금없지만 공자왈 면벽수도해봤자 나오는건 아무것도 없더라는둥 하며 좌선수도하는걸 비웃어댄게 떠오르면서 공자어록 논어도 학+습 밖에 못한 사람의 시시한 말장난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기도한다 보이는거 하나없이 깜깜한 바다를 거닐다보면 읽을건 내마음밖에 없는데 그건 분명 파도소리라는 백색소음의 조력으로 이뤄지는 독심..일거다

정동진을 처음가본건 21살때, 좋아서 쫓아다니던 학교동기가, 붙어다니고 싶어서 듣기도싫은수업도 억지로 따라 들으며 쫓아다닌 남자애가 며칠째 학교를 안나오길래 처음엔 몸이 아프냐는 둥 짐짓 떠보는 문자도 남기고 나중엔 대체 어딜갔냐고 대놓고 집요하게 연락하다가 겨우 답하나 얻은 힌트가 동해안이어서 그래서 당장 밤기차를 타고 달려갔던 곳이다 가는도중에 벌써 서울 도착했다는걸 알게돼서 뭔가 허탈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서 혼자 해돋이를 보고 왔었다

나처럼 괜찮은 여자가 이렇게 대놓고 쫓아다니는데도 모른척하고 동해바다로 훌쩍 떠나버리는 등의고딩같은 방황컨셉이나 시전하며 밀땅을 하더니 결국 자기가 고백하고 둘이 사귀게 됐었다 살다보니 뼈저리게 느끼는거지만 여자가 먼저 좋아한다는둥 그런말 해가지고 잘된경우를 본적이 없는거같다 네이트판같은데서 언ㄴㅣ들이 조언하는대로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 언제든지 넘어가주겠다 는 식으로 행동을 하는것까지만이 최선인거같다 지금까지 누구한테 먼저 좋다고해서 제대로 된경우는 한번도 없으며 한편으론 그건 어쩌면 진심으론 이성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아무나이기때문에 쉽게 좋아한다는 둥의 말을 할수 있었던게 아닐까도싶다 반대로 상대가 정말 누군가라면 본능적으로 알고 행동하는게 다르지않았을까 라는둥

강릉에 처음 온건 글쎄 이유는 잘기억안나지만 남자친구랑 유치하게 싸우고 나서 그래도 날좋아하는지 확인해보고싶어서 그래서 강릉으로 달아났었다 와서 혼자 경포대도 가고 아무데나 싸돌아다녔지만 전혀 즐겁지가 않았는데 그래도 아직 날 좋아한다는죄로 강릉까지나 추노하러 와준 남자친구를 보고 그제서야 기분이 좋아져서 애초에 전혀 관심도없던 경포대따위 뒤로하고 행복한 기분으로 서울로 돌아갔었다

강릉이라고 파견와서 놀러다닐 여유가 내과때는 전혀없었는데 시간이 다르게 가는 er turn이 되고나니 갑자기 이 도시에 대한 관심이 솟아나서 오프시간에 짬짬이 나다니다 들어오곤 했다

파업덕에 반나절 나가놀았을때 경포대 너머 바닷가에있는 커피가게 떼라로싸도 가봤고



미드데이턴일때는 아침에 여유가있어서 안목까지 가서 커피가게에서 백수처럼 노닥거리다 오기도했다



병원앞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아무나 바닷가에서 내렸더니 주문진 아무개해변이었고, 음.. 시골마을의 해운대보다 넓은 바다가 바로 주문진이다 ,..



완전 추울때와서 반팔입고싶어질때 뜨자니 굉장히 오래산것같지만 실상 겨우 두달..
근데도 내일 서울가서 근무할걸 생각하니 마치 고향떠나 타지에 일하러 나가는 기분이 들다니 이게 대체 무슨어이없는 홈스위트홈 디스오리엔테이션인지 원


두달간의 마이 스위트홈

어쨌든 오늘 마지막밤 강릉 시내 유명 찻집에 가서 커피마시며 된장녀 놀이 하고왔다


버터왕자만큼 느끼한 치즈케잌이 유명한 삿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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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스

2014. 4. 9. 03:07 from aS 2014
연애시대의 은호는 가슴에 손을대고 심장이뛰는걸 확인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그랬던거같은데


사실 어릴때부터 맥박확인하는걸 무서워했다. 그게 우습게도 은호랑은 반대로 살아있는 증거같아서였던듯.. 고댓적 사람들의 여러 기록을 봐도 맥박에 정신이나 영혼같은 생명의 단서로서의 의미를 부여한걸 보면 맥박과 생명과의 연관성은 누구나 그렇게 받아들이는 직관적인 사실임에는 틀림없는거같다

진맥이 어쩌구 하는 핑계로 나랑 스킨싑을 하고싶어하는 사람이 쎄고쌨는데 맥박뛰는걸 무서워해서 어쩌냐싶을수있지만 맥박을 만지다보면 피가 터져나올거 같기도하고 뭐난 그랬다. 삼부구후맥이라느니 촌관척이 어쨌느니 28 막이 어쩌구 이상한게 많지만 부침지삭만 살피면 된다고 한 동무공의 의견이 제일 합리적이지 맥에서 뭐 특별한걸 원해선 안될거같다고도 생각했다. 그랬는데 최근 한달간만큼 맥박에 집중해본적이 없어서 세상의 맥ㅇㅣ 부침지삭으로만 요약되지도 않고 28 개로도 요약되지 않고 훨씬더 장황하고 다양해서 이졔는 어찌할바를 모를지경이다. 이렇게 다양한 감각을 고작 4개 고작28개 로 요약가능한다는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바늘을 찔러서 피를 잘 빼내려면 혈관에 진짜진짜 집중해야하니깐 이 지경에 이른거라고


보통 채혈을 할때는 베인을 이용하는데, 중환의 경우 아떼리 산소상태가 중요하다보니 기본채혈에 아떼리채혈이 껴있는경우가 많고 그래서 애초에 베인만을 찌를일은 드물었다. 그냥 아떼리 한번 잡아서 채혈 끝내는게 서로 편하니깐 아떼리를 필수적으로 찔러야 했는데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혈관을찌르는 베인샘플에 비해 박동으로 확인하고 찌르는 아떼리 샘플이 굉장히 부담스러웧다. 박동을 확인하고 가장 높은 박동을 향해 45도정도로 찌르라는데, 손가락이라는 뭉툭한 것으로 확인한 맥박을 바늘이라는 가느스름 한걸 로 찌른다는게 어딘지 어불성설이라 실제로 제대로 되지도 않는게 대다수였다. 베인이라도 몇번찔러보고 아떼리 잡으라면 좀 할거같겠구만 혈관 뚫리는 느낌도 잘 모르는 샘플초짜에게 중환들 아떼리채혈을 시키다니 정말 너무하잖아

병원가면 수액넣고 약물넣고 하려고 정맥 라인을 잡는데, 중환의경우 이외에도 아떼리라인.. 그러니깐 에이라인이란걸 잡아서 채혈이 잦은 중환들의 샘플과 아떼리 맥박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하게된다. 처음에 샘플 못할때는 이 라인 달고있는 환자가 정말 소중해서 행여나 라인 빠질까봐 혈압커프에 아무렇게 감아 가려놓은 것도 시간날때마다 챙기고 바늘 들어간 부위에 혈액 배어나올까봐 소독하는것도 더 챙기고 그랬었다. 내 밤을, 내 잠을 지켜주는 생명줄, 에이라인.

그러던게 아떼리채혈이 좀 익숙해지니깐, 슬슬 라인샘플할때의 번거로운과정들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냥 바늘로 찌르면 금방끝날샘플인데 싶기도하고 한편으론 피앗을 알게됐다고 해야하나. 그러니깐 바늘로 혈관을 찔렀을 때 바늘에 혈액이 맺힌걸 확인하는순간 뭔가모를 쾌감이 느껴졌으니 그게 슬슬 채혈이 익숙해져가는 과정의 즐거움이었을거다. 초등학교 때 교무실 앞 화단에 피어있던, 빨아먹으면 단맛이 찔끔 배어나오던 꽃을 몰래 따먹을때 같은 느낌인데 피가 맺혀서 나 여기있다고 볼록볼록 뛰는걸 보게되는게 완전 좋은거야

채혈부위도 처음엔 환자의 압박대를 풀 여유도 없어서 상완동맥 주로찌르다가 채혈 익숙해지면서 요골동맥찌르고, 요즘은 압박대 풀 필요도없이 측부순환 유지되는 족배동맥도 자신있어졌다

아떼리 채혈이 슬슬 돼가면서 에이라인 잡는것도 한두번씩 하게됐고 꽂기만하면 성공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시도해볼 자신감은 있으니 이만하면 내과인턴 고생한 보람은 있는건가


일하다 틈틈히 당직실에서 뒹굴거릴때는 아기들이 자기발만지고 손만지고 노는것처럼 내 손목 만져보고 발등 만져보고하면서 (놀고)있는데
그래 나도 요즘은 맥박이 뛰는걸 만지고있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찌르면 톡하고 터져나올거같은 이 편한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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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오딧쎄이

2014. 4. 6. 10:12 from aS 2014
파트이름대로 중환만 보다보니 진짜 환자역할만 하는 환자만 보게되고, 극히 드물게 회복돼서 병동에 내려간분들을 병동당직때 우연히 보게되는정도가 일상이다.

하지만 환자역할에 묻혀있는분이라고해서 각자의 캐릭터가 없는건 아니다.
K할아버지, 오랜기간 침상가료하다가 호흡기쪽으로 관리안되셔서 재실중이신분.. 병명은 사실 내게 중요하지않고, 혈관상태가 피골이 상접하면서도 실같은 맥박이며 그와중에 바늘을찌를때마다 몸을 틀어버려서 채혈이 굉장히 까다롭고 시간잡아먹는환자 라는 사실만이 중요했는데
이분이 말은 거의 못하시지만 의식상태는 꽤있으셔서 함께 나눈 긴긴 채혈시간동안 참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물론 내가 말하고 k할아버지는 눈빛과 몸짓으로 나 대답하는 상황이며 대화내용도 '이번에 또 움직이면 몇번더 바늘에 찔릴지 모르니깐 알아서 가만계세요'라는식의 협박과 '제대로 하지도못하면서 내팔에 바늘마구찔러대는 나쁜년같으니'로 추정되는 분노로 좀 살벌한 대화였을거임. 썩 좋은관계는 아니지만 어찌어찌 채혈스킬과 이 환자 반응에 대한 요령이 늘면서 안움직이는사이, 주무시는사이 잽싸게 피를 뺄수있게돼서 조금씩은 서로가 편해져가고있었을거다. 그렇게 영원히 그 병실에 그상태대로 있을거같던분이 어느날갑자기 기흉이생기고 그날 그대로 돌아가셨다. 매일매일 할아버지의 회복을 기대하며 오셔선 담당 의료진을 압박하던 그분할머니가, 내가 항상 '이렇게 매일 두번이상 채혈당하느라 고생시키지말고 그냥 편하게 요양병원 가겠다고 말해주세요'라고 말씀드리고싶어 미치겠던 그분할머니가, 다행히 이미 소생술금지 동의를 해두셨기 때문 에 k할아버지의 심장박동은 서서히 늦어지다가 마침내는 멈췄고 그렇게 고요하게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보기전까지 환자분 몸에 꽂혀있던 여러 튜브와 혈액라인을 정리하고 꼬매고, 그렇게 아프게 하는데도, 아프다고 몸을 틀지만 않을뿐 아침에 채혈할때랑 외양상 그다지 달라보이지않는 k할아버지.그렇게 아무 말씀도 못하게된 할아버지몸의 상처를 최대한 깨끗하게 꿰매고 닦은다음에 보호자와 만나게 해드리는게 인턴인 내가 할수있는 최선이었다. 다른 보호자들이 오기까지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려서 할머니혼자 중환자실 입구구석에서 앉아계신걸 보고나왔는데 그날밤에는 왠지 콜이 굉장히 많아서 k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걸 완전 잊고있다가 다음날아침 정규채혈하러 갔을때 안계시길래 그제서야 다시 기억해냈으니 내입장에선 뭔가 다행이었다.

이런 조용한죽음이 있는반면 마지막까지 심장을 혹사당하다가 환자,의료진 모두가 지친 후에야 마지막을 선고받는 죽음도있는데 대개의 경우 이런 소생술이 정말 무의미하다고 여겼지만 한번 , 무려 2시간동안 심폐소생술을 했던 환자에 대해서는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지않을까 생각했던적이 있다. 병동에서 심정지가 떠서 급히 들어온 환자라 이름은 모르겠고 암 환자였으니 c환자라고 하면. C환자가 캔써 확인된건 고작 한달전이고 한달전까지는 건강해보이는 삼십대. 당연히 큐어를 목적으로 입원했고 가족 누구도 설마 죽으리라 생각하진 않았을것이므로 dnr동의도 안받았고, 무엇보다 상태가 그럭저럭 괜찮아서 병동재실중임에도 옆에 보호자도없이 잘 지내고있던 환자다. 아무튼 심정지뜨고 소생술 후 심장리듬이 돌아왔는데 환자몸의 캔서는 환자를 죽이려고해서 소생된 심장 리듬이 다시또 늘어지기 시작하고, 늘어진 리듬을 회복시키려는 약물투여와 가슴압박,전기충격이 시행되면 환자의 건강한 심장은 또 너무나 쉽게 정상리듬을 찾는것이었다. 고령이나 오랜투병으로 심장기능자체가 좋지못해 소생이 잘 안되는 환자들과는 완전히 다른상태였던거다. 그렇게 건강한심장이 캔서와의 전투를 반복하는걸 두시간 동안 돕는동안 점차 소생까지의 시간이 길어지고 심정지가 뜨는시간은 짧아져가며 심장조차 쇠잔해져 결국 사망했지만, 그시간동안 보호자는 예상못한 이별을 준비할수있었고 그렇다면 2시간의 가슴압박도 썩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비록 체력방전으로 그후 거의 제정신이 아닌채 일을 하게되긴했지만 괜찮았다고

환자들만 이렇게 인상을 남기고 내인생에 잠시 왔다 사라지는건 아니고 보호자들도 제각각의 인상이 있는데 사람의 캐릭터가 다른거야 어린이집 다닐 나이만 돼9도 알수있는거지만 '그사람이 그럴줄은 몰랐다'라는건 이미 인간성이 다면적인걸 안다해도 다시 들으면 그나릉 새삼스러운 거라서 ,

그러니깐 처음 입원할때부터 오랜가료생활동안 보살핌을 못받은게 원인의 큰부분일거라 의심되는 패혈증 환자였다. 입원 이튿날부터 면회도 안와서 수혈동의서 하나 받기도 어려웠고 정말 보호자들 너무한다고 기기찼던게 기관창냄술 동의를 받으면서 시술과정 죽을수도 있어서 동의가 필요하댔더니 자기들은 그런거 신경안쓰니까 죽어도 되니까 그냥 알아서 하라고 했으며 시술 후의 후유증 가능성을 설명하니 그제서야 아니 그럼 만약 살게됐는데 목도쉬고 음식도 잘 못넘기고하면 그걸 어떻게 우리가 관리하냐며 화를 내는 그런 보호자 캐릭터. 근데 이분이 어찌어찌 상태가 안정적으로 돼서 비용이 저렴할 인근 의료원으로 전원을가게됐고 앰뷸런쓰에 보호자인 할머니도 동승했는데 기사님의 쓸데없는 난폭운전으로 나도 이미 속이 쏠릴지경인데 환자, 의식 거의 없어 생명 활동 거의 없을거같은 이 환자도 누운채로 구토를, 멀미를 하는 '사건'이 이송중에 발생한거다. 환자 질식할까봐 미친듯이 환지입벌려서 토물 닦아내고 썩션기찾아서 흡입하고 이미 난폭운전을 하던중인 기사님에게 더 빨리 못가냐고 독촉하는등 야단법석을 떠는데 환자 보호자만 무사태평이라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고야말았다. 그래도 다행히 의료원 아이씨유에 환자인계하고 우리병원물품 챙겨서 겨우 나오려는데 돌아보니 그 못돼빠진 보호자 할머니가 할아버지 토해서 주변시트 젗은걸 닦아내고계셨고 날 보더니 데려다주느라 고생했다고 말씀 하시는거다. 뭐랄까.. 할머니는 사실 교육을 많이 받은분은 아닌거 같고 사회의 무슨무슨 이상론자들이 떠들어대는 이상한 인권이 어쩌고의 뻔한 고담준론은 아마 평생 신경도 안쓰고 살았겠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의 나머지 가족의 삶도 중요하다는걸 아는분이라고 그렇게만 생각하기로했다

그에반해 이런경우도있다
입원하루도 안돼서 전원간거라 환자상태는 잘모르겠고 환기&관류상태가 굉장히 나빠서 아무튼 산소를 아무리 줘도 몸에 산소 가 아주 부족한 상태인 환자. 그때문에 심장리듬이 자꾸 느려지고있는데 이송중에 죽을수도있지만 연고지 관계로 위험하게 전원가게된 환자. 이송중에 심정지뜨면 소생술없이 그냥 사망선고하고 시간확인만 해주라는 얘기만 듣고 산소상태만 확인하며 열심히 앰부를 짜고 전원을 갔는데, 이송중에 보호자들의 푸쉬도 지속적으로있었다. 가래가 끓는거 같다드니 숨소리가 안들린다느니. 근데 다행스럽게도 환자 산소상태는 변화없고 심장리듬도 이송중에는 전혀 느려지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전원병원 아이씨유에 환자인계하고 나오려는데 그곳 의료진이 앰부를 떼고 인공호흡기를 연결하자 보호자가 당장 지금 뭐하는거냐고 이거, 인공호흡기 달면 못떼는거 아니냐고 항의를 한다. 앰뷸런스에서 환자 안죽게 열심히 앰부짜라고 날 압박하던 그 아줌마가.. 이 환자는 만약 심장리듬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소위말하는 뇌사, 혹은 식물인간 상태로 인공호흡기기 필요한 중환자실에서 부디 깨어나기를 혹은 부디 어서 죽기를 바라면서 끝모를 연명치료를 하게될거다 우리나라 의료법상. 이 보호자는 그 사실을 환자가 쓰러진지 하루도 채 안됐는데도 이미 파악하고있었던거같은데 그럼 왜 앰뷸런스에서는 그렇게 극성이었나., 그냥 편하게 앉아계시지.

뭐 이렇게 첫턴이 끝나가고있다. 어서 이 여행을 끝내고 집에서 날기다리고있을 우리아기가 지금은 제일 보고싶다. 당연히 기다려주고있겠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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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유

2014. 3. 17. 23:28 from aS 2014
재작년인가 y대 병원 마취과에서 서브인턴 할때 담당교수님이 마취과를 선택한 이유
내과적으로 다이나믹한 치료를 하고싶은데
정작 내과는 트레이닝이 끝난후 스탶으로 남지않는한 만성질환관리나 감기치료나 하게돼서 별로
응급의학과는 언뜻 다이내믹해 보이지만 결국 응급상태 해결후 다른과로 환자 토스시키는 역할뿐인거같아별로
근데 가만 살펴보니 외과가 판치는 수술실 절반을 조용히 차지하고 앉은 마취과야말로 수술내내 환자상태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게끔 유지하기위해 정중동의 물차기를 계속하는 자기 이상형 과더라고 그래서 지금의 직업에 만족하며 수술실의 내과역할을 즐겁게 하고 계신다는 얘기였는데

이얘길 듣다보면 내과도 최소한 대학병원에서는 뭔가 가이드라인에 맞춘 치료로 환자상태를 드라마틱하게 호전시킬수있지않나 싶으며 그런 극적인 치료는 그래도 중환자실 정도에서나 이뤄지려니 오해하게되는데,
그렇지않다.
중환자실은 환자상태가 드라마틱하게 호전되는 곳이아니라 드라마틱하게 악화된 환자가 들어와서 조금씩 조금씩 회복돼 나가는곳이다


병원생활 처음 한두주간 육체적 스트레스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겪고 보는 여러정황에 감정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은 감이 있어서 중환자실 따위 운운 했지만 사실은 중환자실이 꼭 필요한 환자는 참 많다
젊은분인데 심장질환으로 혈관시술받고 회복시킬분...약물중독.. 만성폐쇄성폐질환 급성악화.. 패혈증 등등 일단 여러가지 이유로 바이탈이 흔들리는 분들은 중환자실의 집중관리대상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에반해 오래된 질환이나 뭔가 생명력이 다해가는 분들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가 결국 심정지가 뜨고 심폐소생술을 ..못해도 30분간..보호자가 원하면 더 오랫동안 하고 그러다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못한 결정을 가족내에서 힘겹게 내리고나면 그제서야 환자가 죽을권리를 얻게되는 상황들은 나로하여금 중환자실을 그저 죽음유예의공간으로 여기게끔 해서 그래서 욕을 해댔을 뿐 이곳의 치료 전부를 부정하는건 아니다.

심폐소생술말이 나와서 말인데 초반에는 정말 열심히 압박을 했는데 , 응급실과는 달리 심정지떠서 소생술을 하는 족족 모두 죽어버리니, 중환자실에서는 심폐소생술이 그냥 우습게 느껴진다. 보호자에게는 이미 '죽을수있다'는 말이 전달된 상황에서 보호자가 결정하기전까지 심장이 뛰는척하게 만드는게 중환자실 심폐소생술의 역할이다. 난 무려 중환자실 첫근무 첫 동맥채혈 담당한 환자가 그날 오후에 심정지 돼서 소생술을 하고 결국 죽어나가는일을 겪어야했다.
중환자실에서의 심페소생술은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이 힘찬 목소리로 생명을 구하는 심폐소생술이라 목청높이시는걸 무색케하는, 죽음에 반드시 선행하는 무자비한 가슴압박이다

외과계에 비해서 내과계는 맨날 무슨 오더리쳐럼 컴퓨터앞에 앉아 처방 내는것밖에 못하는것같아서 더 싫기도했는데, 4학년 학생인턴 때 돌았던 혈액종양내과 던트선생님이 이미 혐오한다고 강조했던 검사결과만 쳐다보는 내과의사.. 라는 존재에 대해 나역시 혐오감을 쌓아가기도 했다. 이건, 그냥 좀 대쳬로 이런 오더리 분위기인거같다. 환자를 고치는게 아니라 검사이상을 고치는 내과의사...
하지만 드물게 환자도 열심히 보는 내과 알쌤도있는데 그런 드문 선생님이 대사성산증으로 입원한 환자에 대해 집안에서의 학대를 의심하고 보호자를 추궁할수 있었던건 다른 오더리들 하듯 검사결과만 보지않고 화자 팔다리의 많은 멍자국을 봐서다. 역시 환자를 보는 의사가 멋있다

우리학교 중환자실은 병원이 오래되선지 뭔가가 구질하게 지저분한 기분이 들었고 내가 학생인턴 돌던 시기 중환자실에는 피부병변이 생긴분들이 많았다 그때문인지 중환자실이란 곳 자체가 더럽고 홧자도 청결하게 관리 받지못할거라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근무해보니 보호자나 간병인이 수발하는 병동에비해 환의, 배변, 시트, 자세관리 등 모든걸 체계적으로 해주고있고 심지어 머리까지 감겨준다는걸 알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같은 저수가환경에서 이정도 환자케어가 이뤄진다니 중환자실에서만이나마 참 다행스런일이다. 어떤 기사에보니 우리나라 중환자실이 최악이라는 비난글을 써놨던데, 의료비 구조나 알아보고 징징대세요라고 꼭 말해주고싶다

인턴업무로도 중환자실에서는 보고 경험할게 많다.
일반적인 인턴잡에 더해서 어마어마한 채혈건수로 피뽑는 실력은 나날히 늘고, 중환자에게 필요한 기관창냄 어시스트나 동맥라인 잡을 기회(만 있고 아직 성공은 못했지만)가 많다는것도 꽤 괜찮다고 생각하고있다. 파견나와서는 대개들 여유를 부린다는걸 생각하면 아쉬운감이 없을순 없지만, 본원 내과 로딩보다 적으면서 경험할게 많다는게 장점이야 . 어쨌건간에 좋게 생각해야지 난 럭키하다고

36 시간 근무에 12 시간 오프면 주 100시간을 훨씬 넘을텐데 이런이유로 응급실을 기다리게될줄은 몰랐다 12시간 근무에 12시간 오프인 응급실이 내과보다 쉬운과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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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종

2014. 3. 8. 13:57 from aS 2014
구역질과함께 토해낸 식도정맥 혈액때문에 숨쉴때마다입에선 피비린내가 나고, 손바닥발바닥은 무좀균으로 덮힌것처럼 허옇게 떠서 갈라져있고 온갖 주사바늘 자국에 피멍투성이인 피부는 지혈하려 당겨붙이는 테이프 장력도 못이길만큼늘어져있고 부어있는 손발에서는 피부 틈틈으로 간질액이 배어나와 시트를 누렇고 축축하게 적신다
수십년전 아기였을 이 환자들을 들여다보고 밤새재우고 보살폈을 엄마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검체 채혈때문에 환자몸에 바늘을 찔러대며 피를 쥐어짜낼때마다 이런생각이든다

꼭 채혈문제가 아니라 그냥 자기 의지로 자기몸에 이뤄지는 행위를 중단시킬수없는 모든사람들때문에 하늘에서 보고있을 옛날 엄마들의 가슴은 찢어지게 아플것임에 틀림없다

사실 우리는 모두 불시에 닥치는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둘필요가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죽은거나 다름없는 상황에 이르게되는것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둬야한다 소생술을 원하는지 아닌지 연명치료를 하게될지 어떨지.. 내가 더이상 의사표현을 하기 힘들어지기 전까지 그런부분을 준비 하지 않으면 내몸은 얄팍한 인명존중의 명분아래 산채로 썩어가게될수도있다 . 중환자실에 있다보니 정말 운 좋아보이는 사람중 하나가, 비록 몸인 아프지만 '나 그냥 집에가서 죽을래요' 라고 말하고 병원밖으로 도망쳐나갈수있는 환자. 그 사람은 병원에서 콧줄로 식사하고 목에 구멍을 뚫거나 입에 관을 넣은채 호흡하고 이상한전선을 주렁주렁 달고 심장리듬 모니터 당하다가 어느순간 뭐하나라도 이상해지면 무시무시한 가슴 압박을 당한후에야 시신상태로나마 병원을 나갈수있게될 사람들과는 달리
익숙한곳 익숙한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 자연스레 곡기를 끊고 스스로의 힘으로 마지막숨을 쉰후에 죽음을 맞이할거다

잠수종과나비의 락킹신드롬 환자같은상태는 아니더라도 중환자실의 많은 환자는 중환자실의 각종 거친 시술과 혼란스런 분위기속에서 점점 의사표현ㄴ무시해도되는 물체화 돼가는데 간혹 입모양으로나마 뭔가 말하려해도 잠수종환자 처럼 참을성있게 환자의 힘겨운 의사표현을 듣고 기다려줄만한 여유가있는 인력이 없다

전에 어떤환자는 상태가 호전된게 아님에도 여기 중화자실보다 시설 등 여러면에서 부족한 지역 의료원으로 전원을 갔는데 그건 이곳에 있으면 환자상태가 악화될때마다 그것을 교정하기위한 고가의 치료가 들어가면서 결국 연명치료를 하게되니깐 결국 가족입장에서는 환자를 거의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전원을 결정한걸거다. 그래선지 지역의료원으로 가면서 환자의 부인인 할머니는 마치 남편이 이미 죽기라도 한것처럼 통곡을 하며 따라오셨다. 하지만 내생각엔 그 결정이 잔인하게만 보이진 않았는데 그건 전원간 병원에선 중환자실과 달리 좀더 환자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질거고, 노환이라는 자연스런 설명보다는 질환이라는 다소 오만한 입장에 더 가까이 서있어서 환자 상태변화에 따라 무수한 검사로 환자의 지친몸을 들볶아댈 (흡혈담당인턴포함)대학병원 의료진의 마수에서도 벗어난거니까.
그래서 훨씬더 행복한 임종을 맞으실테니깐 울지마세요 부디


다시 옛날엄마로 돌아가서
할머니는 우리아버지가 단명할 운이라는 얘길 들으시곤 그렇지 않게 하려고 아버지가 아직 어릴때 이름도 바꿔 친척집에 양자로 보내셨었다. 아버지는 결국 오십대중반에 돌아가셨는데 그게 할머니의 노력으로 명보다 오래산건지 아니면 역시 명대로 평균수명에 한참 모자란단명인지는 알수없다. 분명한건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기 훨씬훨씬 이전에 할머니는 이미 고인이되셨으니 당신아드님이 오래살기바란 당신의 바람은 당신 사후까지 이어지다 어쩌면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순간에야 모자의 인연과함께 그 오래된 바람역시 바람처럼 흩어졌을거라는거다


고통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은총이 생각을 하는데, 아기은총이를 사랑하고 보살피는 우리모두가 없어지고나서 우리아기가 외로워지거나 말도안되는 고통에 갇히게되거나 그럴까봐 너무나 무섭다. 우리 아기옆에 언제나 함께하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고, 건강하게살다가 편안히 숨을 거둘수있으면 좋겠다. 그럴려면 합리적인 엄마인 나는 이큐높은 은총이, 타인을 배려하고 친화력높아서 사랑많이 받는 은총이로 키우도록 노력해야지. 그리고 죽음이나 거의죽음에 대해서도 준비시켜야지. 또 비합리적이지만 우리아기 잘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중환자실 같은데 갇히는일 결코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착하게살아야지

무엇보다 우선 나부터도 무서워서 동기인턴이랑 가슴에 문신부터 얼른 새기러가자고 했다. 근데 시간이 없네 도무지 시간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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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4. 3. 5. 00:38 from aS 2014
근무시작한지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 담당파트 알쌤이 예견한대로 긩장히 팍쎈일정이 계속돼서 어제는 아예 배째라는 기분으로 흐느적 느릿하게 일하다가 어제 오프때 완전 퍼질러자고 출근한 오늘 아침에야 또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히 일할준비가 됐다

아침에 그럭저럭 일 안밀리게 굴러가던중이었는데 채혈하려는 환자옆에 이년차가 오더니 "동맥채혈을 그렇게 굵은 바늘로해요?" 라고 묻네. 그래서 "상완동맥찌를거라서그걸로했는데요"랬더니 계속"허..동맥이 가는데 이런굵은바늘로하니 될리가있나"라고 계속 깔짝댄다 옆에서. 짜증이나서 "요골동맥으론 안대서 그런데 상완동맥찌를때도 요골동맥채혈할때쓰는 바늘을 쓰나요 제가 정말 잘몰라서요"랬더니 "아니 내가 무슨 말을했다고 그러냐"며 "너나 그런 쪼끄만바늘로 상완동맥찌르겠다고 깔짝대보세요 멍충아"라는 내 마음의소리를 제대로 알아듣고는 점점 전투분위기로 흘러가는 찰라


교수님이 회진오시는 바람에 교수님쪽으로 쪼르르 가버리네.
그와중에 어떤환자 심전도오더가 떨어져서 그거 찍느라 서두르고있는데 이환자한테 회진팀이 다가온다
다가와서는 교수님이 "이 환자 또왜 심전도찍어?"라고묻고 마침 나랑 전투모드로 갈뻔했던 던트담당환자인지 앞으로 쭈뼜대며 나와선 두번이나 더 교수님 의 독촉을 받고서야 문득 생각난것처럼"어제 심방세동이 있었던 환자라서요"운운하는데 교수님이 즉시 모니터를 보시더만 "저것만 딱봐도 심방세동은 아닌데!"라신다
대화를 듣다보니 왠지 힘이 나서 심전도 필요없건말건 그 던트의 바보같은 오더가 더잘 실행되게끔 더 부산스럽게 전극을 연결했다. 그리고 이젠또 진료기록부를 보시더니 "무슨 검사를 이렇게 많이해써"라며 내가 발 부르트게 뛰어다니며 채혈한 혈액으로 이뤄졌을 검사들에대해 코멘트하신다 "a검사는 왜했어 환자지금 어떤상태야" 등등 질문을 쏟아내시는데 우물대는거밖에못하는 그던트에게 결국 "검사결과 파악도 안되면서 검사만 줄창 낸거냐"라고 쏘아주신다 교수님 화이팅

이건 정말 모든 인턴이 레지던트에게 묻고싶은걸거다 이 검사 대체 왜하냐고
그냥 니가 환자파악안되느까 아무검사나 마구 긁어내는거 아니냐고
니는 클릭한번이면 땡이지만 피뽑는 인턴이나 피뽑히는 환자는 무슨 죄냐고
환자들 몸ㅇㅔ 혈관상태나 알고 피뽑으라고하냐고
니가 동맥라인이라도 하나 잡아놓고 검사클릭질하라고
아니면 공부좀해서 일좀 제대로하라고
등등

요며칠간 그런말을 너무나 하고싶었기 때문에선지 그 던트가 혼나고 있는상황이 너무나 즐거웠고 자꾸 웃음이나와서 곤란할 정도였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오늘오후부터 채혈건수가 줄었다 역시 이놈이 그간 중환자실을 미치게 바쁘게 만든 주범이었나보다 창피좀 당하고나서야 생각이란걸 하고 검사를 내기시작한듯

인턴이야 원래 바쁜거 아니냐고들 생각하겠지만 쓸데없이 바쁜건 확실히 문제가 생긴다.환자안전이나 채혈의 퀄리티도 떨어지고, 간호사들만해도 하도바쁘니깐 산소달고 씨티검사내려가는환자 산소통 잔기량을 실수로 확인 안하는바람에 큰일날뻔한일이 있었다
덩달아 다들 바쁜건 정말 문제고 안바쁠만하면 안바빠지게끔 제대로알고 효율적으로 진행이 듸게끔 하는게 중요한듯


아무튼 지금 캉능 중환자실에서 열흘째 썩어가고있는데 어제는 운좋게 전원가는 환자가 생겨서 드라이브 가는기분으로 바람을 쐴수있어서 정말 좋았다. 어제 정말 일이 엄청 많아서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는데 전원다녀오는게 살짝 숨구멍을 틔어줬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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