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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26. 00:18 from aS 2014

그러니까 작년 11월에 실기시험을 봤는데

그때 내가봤던 항목이, 진료항목은 잘 기억이 안나고 실기수행항목이

혈압측정, 이경진찰, 심폐소생술, 스플린트, 인슐린 주사

하나가 뭐였지,,

암튼 시험을 보고 나오면서 찝찝한 기분에 견딜수가 없었는데

실기 끝나고 집에와서 곱씹어볼수록 완전 실수투성이라서

이대로 정말 실기 떨어지는 건가보다 생각했었다.

(시험 순서 딱 중간쯤에 체력방전 1순위로 기피하던 심폐소생술이 들거간거 보면 애초에 운도 없었다)

 

그 중에 완전 티나게 망친게 팔에 부목대는 거였다.

시험준비할 때는 이게 너무 별거아니라서 정말 신경도 안 썼던 항목이었는데

막상 시험장에서는 뜻밖에 골절이 아니라 탈구가 나온거였다.

부목대는 원칙이란게 골절된 뼈와 연결된 모든 관절을 다 고정할 수 있는 길이의 부목을 대는 거고,

암튼 이전까지 시험보고 온 동기들은 대략 롱암을 했다는 식으로 얘기했던 거 같다.

근데 주관절 탈구라니..

이거 그냥 경험적으로만 생각해봐도 당연히 롱암일 거 같은데

당시 시험지향적으로 머리가 세팅돼 있는 상태에서 주관절 '탈구'라고 하니

아 그럼,, 어디까지 스플린트로 감아야 되나.... 머리가 백지가 돼 버려서

잠깐 생각을 하다가

사고회로가 맛이갔는지

숏암을 집어들고 ... 그걸 구부려서...

팔꿈치에 갖다대고 붕대를 감았다.

그런짓을 하고 나오는 순간까지도.. 왠지 이게 맞는거 같았는데

시험이 완전 끝나고 제정신을 차린 후 생각해보니 이건뭐...

병신짓을 한거였다.

 

다른 항목도 끝나고 생각해 보면 허술하게 해놓은 거 투성이라

대체 몇개 항목에서나 페일이 뜨게되려나 두렵기도 했고

그렇게 최종 발표날 때까지도

실기 때문에 떨어지겠지.. 라는 예감이 계속 들어서

그래서 좀 힘들었다.

지금 필기시험에 최선을 다하는게 헛일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분명 실기는 떨어졌을텐데 차라리 올해는 포기하고

그냥 아기와의 시간을 더 가지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구름낀 마음으로 필기시험 준비를 꾸역꾸역했고

어쨌든.. 나 같은 병신짓은 실기시험장에선 일반적인 수준이었는지

다행히 실기에서도 합격해서 지금 이렇게 인턴한다고 고생하고 있다 지금.

 

 

 

바야흐로 골절의 계절이다.

 

응급실에서 오에스 1년차선생님들 어시스트 하는 것 중에 제일 흔한게 골절 스플린트 하는건데

눈이 오고 추웠던 며칠전에 곳곳에서 미끄러져서 다리가 부러지거나 팔이 부러진 환자들이

끊임없이 응급실로 몰려들었던 적도 있었고,

오늘도

그냥 예년보다는 좀 조용한 크리스마스, 공휴일 일 뿐인데

다들 어디서들 다쳐온건지

방금은 겨우 2시간 동안에만 4명이나 골절환자가 와서

마치 이알 턴을 도는 인턴인것처럼

이알에 죽치고 앉아서

던트샘이 환자 리덕션하는거 카운터트랙션 하면서 환자 악소리 나게 아프게 하고

그러고있다보니

이젠 진짜로 오에스가 지긋지긋하다.

 

뼈가 어긋났다거나, 탈구가 됐다거나 해서 뼈를 맞춰야 하는..

그러니깐 리덕션을 해야 하는 환자를 붙드는 건 정말

무섭다.

지금까지 이쪽계통 공부하면서 징그럽거나 비위상하거나 무섭거나 한거 진짜 하나도 없었는데

뼈맞추는거는 정말 무섭다.

던트쌤들이 리덕션한다고 환자 팔다리 잡아당길 때 내가 반대방향으로 또 힘껏 붙들고 있다보면

어느순간 뼈가... 정말 우득.. 하고 맞춰지는 느낌이 나는데

그거 할때마다 .... 소름이 쭉 돋는다.

뼈 통증은 진통제로 커버가 안돼서

환자는 환자대로 쌩으로 모든 통증을 버텨내야 하는 거다.

끔찍한 술기다.

다들 골절이나 탈구는 안되도록 몸 단속 잘해야 한다.

 

그리고 아기들..

아기들 팔다리골절 리덕션 해야할 때라든가, 탈구된거 리덕션해야될 때...

그때는 뼈 맞춰지는 느낌을 떠나서 그냥 그자리에 있기가 싫다.

한달이 다 끝나가지만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콩알만한 아기들이 울고불고 아프다고 난리치고 리덕션 하면서는 정말이지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을 치고

그러는 걸 난 또 붙들고 있거나 혹은 통증이 심해지는 방향으로 같이 잡아당겨야 되니깐

무슨.. 고문하는 기분도 들고.. 할 때마다 스트레스다.

어쨌든..

리덕션이 끝나면 증상이  바로 나아지니깐..

이런 정도는 실질적으론 견디기 힘들다고 징징댈만한 일은 아니다.

당장 다음주부터 돌게되는 소아과턴이 정말 문제지..

항암제치료하는 소아암환자들..

선천적인 문제 때문에 feeding이나 호흡이나 암튼 여러가지 문제가 많은 아가야들은..

내가 아기를 힘들게 하는 어떤 술기를 하고 끝냈다고 해도

그래도 계속 아프고, 계속 나을때까지 오래 아픈걸 반복해야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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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