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에스

2014. 9. 14. 10:17 from aS 2014

 

 

지난 6개월간의 턴을 돌아보자면 내과, (응급), 외과, 내과, 내과, 외과로

세부턴은 ICU,(응급), sicu/병동, GI, Onco, Sicu/stomach이었는데

이건 정말 무지막지하게 '메이저과들'의 '병동으로만' 주구장창 구성돼 있고

심지어 외과도 4번의 세부턴 중에 3번이 병동턴이었으니

말하자면 꽉채워서 병동만랩을 찍은셈이다.

그리고 8월말에야 겨우 외과 STOMACH 수술장 턴을 돌았으니

마치 3월턴이 빌빌대는 것처럼 수술장에서는 빌빌댔음에 틀림없다. 진짜 그랬다

 

옛날에 인턴을 할 때도 어차피 그쪽은 병동턴밖에 딱히 할일이 없기는 했고,

이제 다시 인턴을 하면서도 6개월간 거의 병동턴을 메이저과로만 돌다보니

이런게 원래 인턴의 생활이라고 받아들이고 묵묵히 소.처.럼. 일했는데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특별히 더 힘들게 지난 6개월을 보냈다는 걸 이제야 알게됐다.

 

이런게 원래 인턴의 생활이라니,,

뭐...

새벽에(과에따라 1시혹은 2시혹은 3시혹은 4시등의 변태같은 시간) 2시간에 걸쳐 정규샘플 2,30명씩 하고

정규시간에는 이병동 저병동 뛰어다니면서 끊임없이 쌓여가는 콜(샘플과 동의서 등등)을 헤쳐나가야 하고

당직 때는 열나는 환자들 혈액배양 샘플이 10개쯤은 뜨는게 보통이며 밤에 2시간이라도 재워주면 감사하고

주말 당직 때는 정말 나 죽었다 생각하고 콜폰에 몸을 맡기는

그런 병동 인턴 말이다.

24시간 풀오프같은 건 한달에 한번도 없이 매일 출근해야 하는 내과턴에 대해서도 불평한마디 안했고

전날 당직으로 밤을 꼴딱 새야 해서 실질 12시간 정도밖에 안되는 풀오프를 주면서 생색내는 외과에 대해서도 그나마 주말 풀오프라고 감지덕지했다.

 

아 그런데 이게 다른 마이너턴으로 오니깐 너무 다른거다.

 

이번에 씨에스 돌게되면서 턴 정할 때 또 병동 걸려서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다르다.

일단 말도안되게 아무때나 쏟아져나오는 혈액샘플이나 컬쳐나 동의서 같은게 적다.

여기선 애초에 환자들한테 검사를 많이 내지를 않는다.

열이 나도 마구잡이로 혈액배양검사를 내는 것도 아니고.

컬쳐하는데 괜히 3사이트 찌르게하면 교수님이 던트쌤 혼내신다.

이게 과의 분위기인건지 과의 질환특징인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씨에스의 주 질환들에 대해 수술후 관리하는 방침을

다른 부수 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적용해서

그래서 전반적으로 잡다한 검사가 적은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관성이란게 있어서 검사 많이 내버릇 시작하면 끝도없이 검사검사 랩랩랩 하게되는거기도 하니깐

 

그래서 새벽 정규샘플 같은 게 없다. 너무 홀가분한 사실이다 이건.

 

그리고 밤에 잠을 잘수가 있다.

이거 정말 중요한거다.

다음날 풀오픈데 전날 당직이면 아침에 잠을 자고 나서야 내시간이 겨우 생기게 되는건데

씨에스에선 당직 때도 인턴을 재워주니깐 풀오프는 진짜로 풀오프인거다.

이건 대체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간호부랑 암묵적으로 정한건지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대략 자정, 아주 드물게는 1시에 콜을 하고 그이후엔 한번도 안한다.

최소 5시 30분까지, 보통은 6시 넘어서까지.

새벽에 생기는 잡다한 인턴잡은 간호부에서 처리해주신다.

 

 

그리고 풀오프가 있는데 풀오프를 2틀연속으로 준다.

이걸 두명이 번갈아가며 당직을 서니깐 한달간 2번의 48시간 풀오프..

금요일 저녁부터 치면 60시간인가?

아무튼 인턴들이 이렇게 나가노니깐

레지던트들 말이 인턴은 정말 편하다며 하는일이 뭐가 있냐고 그러는거 아닌가.

내 입장에선 지난 6개월간 결코 동의할수도 이해할수도 없는 말이긴 했는데

아무튼 이제보니 정말 그러하다.

 

풀오프를 쓰게되면 그만큼 풀당직을  (60시간)서게되는게 당연한데

쥐에스나 내과에서 풀당직 3일이라면 정말 죽으라는 소리하고 같을거다.

일도 많고 잠도 못자고.

그래서 그 과에서는 실제 그런 스케줄은 없다.

근데 여기 씨에스 풀당직 60시간은

일단 정규업무만 끝나면 그냥 병원에 붙어있기만 하면 될 정도로 여유롭다.

어쨌든 인턴의 손이 필요한 일들에 대해 콜이 오니깐 병원을 뜰수는 없지만

그냥 여유롭다.

책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왕복 2,30분 거리 정도 인근의 식당에서 밥사들고 오는 것도 가능할 정도라.

그래서 추석연휴 포함해서 벌써 세번째 풀당 서고 있는 동안

책도 2권 읽었고, 드라마 2개 뗐고, 영화세편봤고, 암튼 계속 노닥거렸고

2틀전엔 잠깐 나가 삼합 포장해와선 방에서 혼자 파티를 했다.

(아직까지 냄새가 나서 누구도 부를수가 없다.)

주말 연당 때 이러고 있다보니 나도모르게 뭔가가 회복이 된 것도 같아서

그동안 많이 피곤했었구나 깨달았다.

그래도 견딜만은 했고

또는 막 내가 손해봤다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내 '내공'이 그랬던거라고 받아들임.

 

병원 생활은 정말로 내공, 내공빨이다.

저번달 우리 쥐에스턴들은 수술스케줄이 똥내공이라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응급수술이 미친듯이 생겨나서 다들 엄청고생했다.

대체 누구의 공력이냐고 색출하라고 아우성이었음.

나도 마지막날 수술당직으로 쥐에스를 떴는데

새벽부터 이어진 수술에  정오 턴체인지할 때까지 붙들려 있었더랬다

 

 

 

그런데 알고보면 씨에스 정도의 로딩인 과들은 흔한편이고

후반기에 예정된 턴들도 이만큼은 여유가 있는 과가 대부분이다.

 

다른 인턴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내공총량의 법칙이란 것도 있는 거 같고

그래, 후반기엔 좀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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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