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5. 23:31 from S.pau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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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이 자장가 음악을 고르다가 워털루 브릿지가 생각나서 오랜만에 다시봤다

로버트 테일러 정말 잘생겼다.

저 시대에 전쟁영화는 많았던 듯 하지만 저렇게 군인모습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로버트 테일러 밖에 없는 거 같다.

 

 

 

 

 

암으로 왜 죽게 되는가...

폐암으론 왜 죽게 되는가...어떻게 죽게 되는가... 라든가

질병을 병태생리적으로 보고 치료위주로 배우다보면 그런걸 구체적으로 생각할 일이 별로 없는데

병동에서 환자를 직접 보고 불편할 걸 마주할 때는 결국 그런 실질적인 문제를 자꾸 생각해야 된다.

 

암 증식 때문에 크게 출혈을 일으킨다거나 항암치료과정에서 면역력이 더 떨어진다거나

그렇게 갑자기 위태로워져서 사망하게 되는 경우도 많겠지만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있는 상태의 환자들이라면

암세포 자체에서 기인하는 기전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로 몸이 점차 카켁식해지면서 그렇게 점차 생명력이 소진된다.

일반적인 암이 그런거고

폐암은... 호흡통로를 막지 않는한 증상이 초기에 거의 없을 것이지만, 진행하여 암세포가 폐를 덮게되면

질식사를 하게 된다.

 

인턴 때 암병동 돌 때 새벽에 응급샘플 하러간 환자가 숨을 헐떡이며 가족들에게 '내가 이제 곧 죽는거냐고'보호자에게 매달리며 초조하게 있었는데 4시간 뒤에 임종했다.

폐암 투병하다가 호흡곤란이 심해져 완화병동 입원을 위해 새벽에 응급실에 왔던 환자는 직접 하스피스 동의서까지 작성했는데 2시간뒤에 병동 올라가서 바로 호흡곤란심해져서 1시간 만에 임종했다.

췌장암이 폐에 전이돼서 하스피스로 왔던 환자는 한달동안 신체증상이나 혈액검사상 이상은 하나도 없이 호흡곤란이 조금씩 조금씩 심해지다가 마지막까지 의식과 영양상태가 다 좋았는데 하룻밤만에 임종했다.

 

숨이 가쁘게 되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그래서 더 숨이 가쁘게 된다.

폐암이면서 의식이 명료한 경우가(최소한 내가 본 경우에는)많아서 환자가 호흡곤란의 불안을 그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암때문에 전신상태가 불량해지고 점차 의식이 떨어지면서 서서히 임종을 하게 되는건 어쩌면 고통이 더 적을수도 있는데

그에 비해 의식이 있을 때 질식의 고통은 얼마나 무서운 것일까.

 

호흡곤란은 진통제로 조절하고, 조절되지 않는 시점이 오면 그래서 진정제로 환자를 재운다.

하스피스 배우기로는 그랬다.

진정제가 호흡부전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이미 그런걸 걱정할 시기는 지났고

질식의 고통을 느끼며 깨어있는 것보다는 잠을 자는게 훨씬 나으니까.

 

처음 하스피스로 의뢰됐다가 환자가 거부를 하는 바람에 그대로 풀모에서 보존적 치료만 받다가 임종한 환자가 있다.

풀모 파견 가기 직전 하스피스로 의뢰돼서 한번 면담을 했는데

풀모 파견 간 후 거기서 3주만에 임종하신 걸 보게된거다.

캔서환자에 대해 케모를 하고 관리를 하는 건 풀모에서 하는 일이지만 \

end stage로 더이상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의 증상 관리는 별로다.

호흡곤란을 충분하게 진통제로 조절해주지 못한 것 같고

마지막 시기가 다가와서 진정제가 투여되는게 나을 시점이라고 생각될 때가 돼서도

호흡곤란에 대해 진정제로 안정시킨다는 개념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풀모에서 잘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일을 잘 하지 않으니깐 별로 관심이 없는 거일거다.

뭔가를 배우러 파견간 내 입장에서 감놔라배놔라 할수는 없었지만 회진돌 때마다 숨이 가빠 쪼그리고 있는 그분이 안타까웠다.

휴가를 가느라 그 분 마지막은 못봤지만 휴가나가기 직전 참다참다가 담당 선생님한테

진통제 용량 더 올리면 안되냐고, 하스피스에서는 진정제로 환자 재우기도 한다고 말은 해줬다.

배우러 온 내 입장에서 그런말을 하는건 굉장히 부담스럽고 또 실례가 되는 일이다.

그 환자는 결국 질식사 했을 거다. 마지막 수일동안 의식상태가 많이 흐려졌기만을 바랄뿐이다.

 

환자가 마지막 시기에 어떤 개별적 고통에 갇혀 있다 할지라도

그걸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타인의 고통의 전혀 체감이 안될수도 있다. 그냥 뭔가 객관적인 것들만 보일수가 있다고.

숨을 헐떡이고 있지만 산소포화도는 그래도 tolerable하니깐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는게

중환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일반적 입장이 아닐까.

물에 빠지든가 해서 한번쯤은 질식의 고통을 느껴봐야지 숨이 가빠서 죽는게 어떤건지

좀 이해하고 고통을 덜어줄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듯하다.

 

아무튼 의료가 많은 걸 해결해 주고 있는 듯 느껴지는 이 시대에도

정작 내 마지막 순간은 누구의 도움도 못받고 최악의 고통을 느끼며 임종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고

미리 좀 준비를 했으면싶다.

 

정말 돌이킬수 없는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면

꼭 하스피스가 아니더라도 통증이나 임종관리를 해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할 거 같다.

치료가 아니라 케어를 하는 것도 중요한 거라고.

 

 

 

 

로버트 테일러는 엄청 골초로 결국 폐암으로 죽었다고 하는데

그 시기에 임종환자에 대한 관리수준이 얼마나 개선돼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영화를 남기고도

그러고도 그 사람은 혼자서 질식사(옆에 사람이 있어도 질식은 혼자하는 것이다)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잠시동안만이지만 한없이 울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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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