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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15.10.30 소아병동 풍경
  10. 2015.10.28 수원

옛날에 학부 때  책이름 얘기를 하다가 원전 중에서 마음에 드는 이름을 가진 책이 뭐냐는 질문에 

정확히 뭘 말했는지는 기억안나지만 누구나 시험보기 위해 외워야 하는 원전들 중 하나,

그러니깐 정말 그저그런 책이름을 들먹였던거 같은데

당시 우리 동아리 회장오빠는 '의학심오'라는 책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고 했었다.

저자가 서명을 정하기 위해 했을 심사숙고를, 

회장오빠는 그 책이름을 볼 때마다 매번 마음에 떠올려 왔으니 저 책을 바로 고를 수 있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아무나 책이름을 아무렇게나 말한 내모습이 천박하고 취향도 없고 아주 뭐..

하긴 애초 책이름에 대한 안목따위가 없었으니깐 당연한 거긴 했다

 

그때 아무나 책이름밖에 못댄 다른 사람들은 어찌 생각했나 몰라도

나한테는 이런게 결국 품격의 문제 같아서 그냥 이렇게 15년이 지나도록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후 제대로 뭐 그 '품격'이란걸 위해 내가 따로 하고 있는 건 없는 주제에

(회장오빠는 사실 고전 읽는 동아리도 하고 있어서 이미 기본소양이 충분한 사람이긴 했다)

마음속에 오로지 분심만 채워져선 그 후 남이 지어놓은 여러 이름들에 얼마만큼의 품격이 있나

은연중에 따지며 내멋대로의 점수를 매기며 살고 있는 중인거다.

 

 

 

이블로그 만든지 얼마나됐나 살펴보니 5년은 됐던데 아직까지 이름이 없다.

그때 당장 숨넘어가게 글쓰기 바빠서 이름을 안지은 건 아니고

정말로 이름을 뭘로 할까 못정해서 다음에 생각나면 정해야지 하고 안 정했고

로그인 할 때마다 이름이 없는게 바로 눈에 보이니깐 항상 '이름 지어야' 생각은 하고 있는데 계속 이모양이다.

결국 이 블로그는 이름 없는 채로 끝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요즘 유행하는 대나무숲이라 하는것도 괜찮고

내 인구학적 요소를 고려해서 닉네임 은총맘으로 변경하고 이름은 은총이네집이라 하든가 

하다못해 잡기장 아니면 내 이름이라도 써놔도 될건데

아무렇게나 못정하는건

결국 허영심 때문이겠지, 대체 뭘 위한 허영인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또 누가 비아냥댄다면 나는 이름이 바로서야 뜻도 거기에 따라가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그런류의 말을 변명이랍시고 주절거릴 자신도 있다.

 

 

 

더더옛날인 중고등학생 무렵인가 영어지문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10대 여자애들은 가상의 관객을 두고 행동을 한다고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으므로 연극적이거나 과장되거나 하는 행동을 하는 거라고

뭐 아무튼 '가상의 관객'이란 말이 핵심인건데

sns 에서도 다들 가상의 관객들에 대한 서비스 열심히들 하곤 하니깐

꼭 10대여자애들한테 국한되는 건 아니었던 거다.

글쓴이가 sns없던 시절에 글을 쓰는 바람에 뭘 모르고 쓴거지만

아무튼 가상의 관객이란 말이 핵심인건 맞다.

 

대학원 동기였던 여자애들이 이제 모두 30대가 되어서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 글(씩이나 올리는 애들은 보통 없다 길어야 한문장) 올리는 걸 보면

30대에 접어들면서 느끼는 불안정함 같은걸 조금씩 보이고 있는데

그런걸 보면 학교때 친하진 않았지만 인간적으로 말을 걸어보고 싶기도 한다.

물론 가상의 관객으로 원하는 사람이 내가 아닐거니깐 그냥 생각만 하고 절대 말 안검.

암튼 자신의 의지나 목표를 sns 제목으로 걸어두고 있는 걸 보면

좀.. 왜 그러나 모르겠다. 대체 왜 저러지 저런말은 자기 마음에나 품는 말 아닌가?

그대, 왜 그러나 모르겠다고 나처럼 슬슬 비꼬는 사람 나타나면 뜻이 바로 서야 행동도 따라가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그런류의 말로 쫓아버리는 것,,,,

도 구질구질하니깐 그냥 무시해버리길.

 

 

 

 

검.정치.마가 드디어 3집을 곧 내기는 할 모양이다.

벌써 몇년전에 숫자3이 매직넘버라고 강박증 걸린 사람처럼 이상한 소리를 계속 하더니

결국 30곡이나 되는 노래를 3집에 넣은 듯 하다.

숫자3은 뭘까 맞춰봐요 숫자쏭 우리은총이가 굉장히 좋아하는 노랜데

숫자 삼은 우리아기 예쁜 귀다.

귀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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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박유.천 기타 등등

2016. 6. 16. 01:01 from ETOCETORA

전에 박시.후 사건 터졌을 때부터 여자처럼생긴 남자들, 입술 빨갛고 피부 부드러울 거 같고

그런 남자들에 대한 관상학적 편견이 강해졌는데

이번에 박유.천도, 어떤 사람들은 그런 눈빛으로 그런 짓을 할리 없다 .. 와 같은 부정으로 부터 시작하더만

그래 동감이다.. 그런눈빛이 그런 짓을 한 건 아닐거야.

여자같은 관상학적 요소가 그런 짓에 약해지는 면모를 갖게 했을 뿐이겠지.

성폭행은 아니었다 해도, 상황을 모면하기위해 성매매였던 쪽으로 해결하려 해도

어쨌던 유흥업소가서 한것은 한 거 아닌가.

아무튼 이번 사건으로 관상학적으로 섹스좋아하는 남자들에 대한 인상은 더욱더 공고해진것 같다.

 

 

 

첨에 사건 터지고 성폭행 운운하는 얘기가 나올 시점에서조차도

그래, 나쁜 마음으로 그런건 아닐거야, 여기저기 마음이 흔들려서 이미 실수 여러차례했던,

가식적이지 않은 박유.천이 그날도 흔들리는 솔직한 마음에 실수했겠지 라는 식으로

쉴드쳐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드는 내가 무서워서 얼른 정신차리고 스탠스를 바꿨다.

팬도 아닌내가 뭐 주는거 있다고 이런거에 쉴드 쳐줄 생각이나 하나.

박유.천 성매매 라고 했을 때 검색되는 글중에 어떤 40대 아줌마팬이

성스의 이선준 캐릭을 좋아했던 거였다며 눈물을 닦으며 마음을 내려놓는 모습이 참 짠했다.

나도 성스때 이선준 캐릭 좋아해서 소장하고 있었는데 스탠스 바꿈과 동시에 즉시 파일 삭제했다.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이 그런짓을 할리 없는데.. 가 무서운게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이 그런 짓을 하는구나... 이런게 되는거니깐

이건 그 사람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불신이 돼버려서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다.

애한테는 외모로 좋은 사람 나쁜사람 구분하면 안된다 하면서도

(어린이들은 젊고, 여자고,예쁜 사람이 하는 말을 더 믿는다고 한다.)

어른들은 이미 박유.천의 착한 성매매에 대한 논리가 버젓이 세워져 있으니 정말 큰일이 아닐수 없다.

 

 

그냥 예쁜 여자친구 사겨서 사회적 물의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즐기고 지낼것이지 왜 이런짓을 한거지

여친 맘에 안들면 차버리고 새로 사귀면 되잖아.

그러니까 이건 팬들에 대한 의리를 저버린 거라고도 할 수 있다.

여자친구랑 하든 업소녀랑 하든 한끗차인데 그 한끗차이로 눈물 흘리며 팬질 접게 만들었잖아 40대아줌마 완전 불쌍..

 

물론 이런짓을 하고도 별 일없이 잘살거라는 것도 안다

그러니깐 사람들의 비난이 걱정되지도 않는다.

팬들만 불쌍한거다.

팬질접은 쪽도 상처받았을 거고 계속 쉴드쳐주는 쪽도 짠하고.

 

 

 

 

 

요즘 또 비슷한 느낌으로 걱정되는 배우가 완전 재밌었던 너목들,피노키오의 이종.석인데

그 해사한 외모가 박해일씨의 남자다운 해사함이 아니라 여자같은 예쁜 화사함인게 참

드라마 재밌게 보면서도 계속계속 신경이 쓰였다. 쟤도 혹시...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제발 이종.석은 이런일 안 일으키고 어서 누구하고든 스캔들이라도 나서 여자친구들이나 많이 사귀고

부디부디 이상한 추문 안일으켰으면 좋겠다.

여자랑 하고 싶은 거 하는건 문제 없다고.. 원하면 할수 있지 근데

이미지 실추안되게 좋은 방법으로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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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해남 기타 등등

2016. 6. 16. 00:38 from ETOCETORA

대학교 1학년 때 선배 결혼식으로 목포에 갔다가 함께 결혼식 참석하러 갔던 고교지역동문 언니랑 해남까지 걸어가는 걸 해보기로 했다. 이 언니로 말할 것 같으면 그전에도 주말에 어딘가 나간다는 걸 우연히 보고는 덩달아 따라나섰다가 도봉산을 통굽신고 올라가는 짓을 하게끔 했던 사람인데, 결혼식 끝나자마자 갑자기 해남땅끝마을까지 걸어가보겠다고 하니 난 또 그게 재밌어 보여서 또 따라가게된 거였다.

 

목포 해안도로를 지나서 영산강하구둑이었나 뭐 이상한 방조제 같은 것도 지나고 그렇게 밤새, 오래 걷기위한 아무런 준비(신발,가방,물,간식...?)도 없이 오히려 결혼식이라고 세미정장 정도로 차려입고 있었던 거 같은데, 그렇게 대책없이 국도를 걷다가 한참 깜깜해졌을 시간쯤에는 차타고 지나가던 지역주민 아저씨가 우리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근처에 숙박업소를 잡아줘서 거기서 좀 자다가 다시 걷고 하면서 진짜 끝까지 걸어서 가긴 했다.

 

2월에 은총이 낳고 거의 처음인것 같지만 한 3일정도 나혼자 여행갈 시간을 갖기로 해서 그래서 어디로 갈까 하다가 해남 유선관에 가보기로 했다.

대학원 다닐 때 어떤 선배가 대학 때 했던 기억나는 일 중에 하나 '전라도 음식 기행'하러 간거였다고

난 정말 그런 컨셉의 여행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러니깐 음식이 거기서 거기지 특별히 더 맛있을게 뭐 있을까 싶어서

굳이 음식을 위한 여행이란 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듣고보니 근사해서 나도 한번 해봐야지 생각은 했던 중이었다.

유선관에 가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은 벌교에 가서 꼬막을 먹고 다음날은 하동에 가서 재첩국을 먹어야지

이런 간략한 계획으로 내려갔었다.

 

 

유선관 들어가는 길은 가본사람은 알겠지만 매표소에서부터 절 입구 앞의 여관까지가 거의 걸어서 40분정도는 걸리는데

매표소라고 해도 유선관 예약된 사람은 그냥 지나갈 수 있다. 거기 담당자가 여관 예약명단을 갖고 있어서.

 

매표소 지나 산속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던 시간이 이미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는 이미 호랑이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호랑이라도, 아니면 멧돼지라도, 아니면 무슨 구미호이라도 튀어나올것 같은 깊은 산에 들어온 분위기라서 어서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불안한 마음과 이왕 산에 온김에 몸도 마음도 힐링돼야 한다는 강박심리와 이 모든 걸로 분주한 내 마음 자체가 우습기도 한 그런 복잡한 심경이 수십차례 마음을 휘저어놓았다. 그래서 절에서 나오는 사람들 만나는 게 그렇게 반가울수 없기도 했고.

 

유선관은,, 다른 친구들은 여관이 그냥 여관이지 뭐 했지만

난 우리나라 여관 혹은 여인숙 문화가 어땠는지는 책이나 영화에서밖에 모르니깐

거기서 밥도 먹고 하룻밤도 자고 하면서 어떤건지 한번 겪어보고 싶어서 갔던 거였다.

저녁밥 먹고 나면 정말 할일이 없는데, 밤에 절에라도 가야지 미리 맘먹었는데 밤에는 절 출입이 안되는 듯했다.

주변에 완전 산이라서 어디 산책할데도 없고.

한옥의 허술한 문고리로 문 잠글수 있나 숟가락이라도 끼워놔야되나 걱정스러웠는데, 여닫이 문이 열려나가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문고리가 있어서 일단 문고리를 걸고 나면 방문을 심하게 흔들거나 아니면 발로 방문을 걷어차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는한 밖에서 문을 조용히 여는 건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화장실이 집밖에 따로 있어서 밤에 나가다보면 이 오래된 여관, 깊은 산속에는 정말 귀신이 살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무서운데, 그래선지 화장실에보면 가져다쓰라고 '요강'도 있었다 대박.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절 구경하고 밥 먹고 나와서 벌교에 가서 맛없는 꼬막 정식을 먹었다.

꼬막을 왜 이상한 꼬치나, 탕수육 같은 걸로 만드는지 정말 이해가 안된다.

꼬막을 저런 이상한 조리법으로 포장해야지만 먹을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안먹는게 나을거 같다.

꼬막은 그대로 살짝 데쳐서 먹거나 무침을 하거나 하는게 가장 맛있는거 같다.

육즙이 다빠져나가는 조리법은 무슨 고무씹는 것도 아니고

누가 벌교지역꼬막중앙회에 꼬막의 정체성을 잊지말라고 투서라도 넣어줘야 될거 같다.

이건 정말 아니라고

 

순천에서 기차를 타고 하동 넘어가는데,

부산 살 때부터 타보고 싶던 목포행 열차, 이제는 순천까지 밖에 운행하지 않는 다는 그 열차에는

아마도 '내일로 패스'로 주말,, 부산으로 놀러 가는 걸로 추정되는 혹은 부산에서 놀러왔다가 돌아가는 걸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다.

전라도하고 경상도가 이렇게 가까운데 왜 억양이 이렇게 다를까 싶었는데 열차타고 지나가는 중에보니 역과 역 사이의 지형이 꽤 험했다. 그리고 순천에서부터 갑자기 경상도 억양이 들리는 것도 신기하긴 했다.

서울에 있을 때는 사실 잘 못느끼는데..

 

밤에 하동시내, 아니 읍내를 돌아다니다 변두리지역에서 겨우 재첩국 하는 식당 찾아서 한그릇 먹고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또 재첩국 먹으려고 터미널 주변 읍내 중심가를 돌아다녀보는데

정말,,, 재첩국 먹기가 너무 어려웠다.

특정 시간 이후에, 어느정도의 인원수를 채운채로 식당을 가야지 먹을 수 있는 듯한 식당이 많았고

주변에 어디서 먹을수 있느냐 물어봐도 시내에 파는데가 있긴하느냐고 되묻는 경우도 있고

즉, 정작 하동에서는 재첩국을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 거 같았다.

그래서 생각해보기로, 한국에 재첩은 이미 씨가 말랐고

전부 어디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걸로 가공식품 만들어서 끓여서 파는게 아닌가..

그러니깐 하동사람들도 진작에 재첩따위 가짜라고 안 믿고 안먹어서 시내에도 가게가 없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옛날에 엄마가 하동에서 사온 재첩국 먹으며 좋아했던 것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거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동가서 재첩국 먹는 것 비추다 정말. 음식을 믿을수도 없고 음식 찾는 것도 힘들다.

 

 

목적으로 했던 음식은 유선관에서의 평이한 전라도식 밑반찬 집밥같은 식단 2회 빼고는 별로였지만

해남,벌교,하동까지 갔던 여정은 꽤 좋은 느낌이었다.

다음에는 벌교에 있던 보성여관에서도 한번 묵어봐야지.

 

 

 

 

 

원래는 이렇게만 써야지 생각하면서 돌아다녔는데

얼마전에 흑산도 학부모 윤간사건을 접하고 나니 이렇게 간략한 여행기로 접으면 안될 거 같다.

사실 내가 다닌것처럼 저러고 다니는 건 정말 위험한 거다.

 

밤에 여자애들 둘이 거기가어디라고 국도변을 따라걷는 짓을 하며

모르는 아저씨가 재워준다고 차에 타라고 타서는 아무리 숙박업소 잡아줬다해도

지역 인신매매범 중개업소라도 되면 어쩌려고 거기서 맘놓고 잠을 잤으며

해가 지기 시작하는데 절까지 40분이나 산속길을 걸어들어가면서는

호랑이나 귀신을 생각하며 무서워할 게 아니라 사람만날 걸 무서워했어야 하는 거다.

예약자 명단으로 나 혼자 여관가고 있는 걸 아는 매표소 쪽 사람 중 누군가가

자동차로 미리 와서 혼자 산길 걷고 있는 여자한테 무슨짓이라도 할 수 있는 거였고

밤에 여관에서 잘 때도 옆방에 누군가 묵고 있는 기척이 있으니 안심할게 아니라

거기 여관이나 매표소 사람들 모두 나혼자 묵고 있는거 다 알고 있는데

문고리에 숟가락 채우고 방에 요강들여놓고 미리 파출소번호 확보해두고

그러고 잤어야 하는게 맞다.

 

 

전에 2010년쯤인가 여름에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1주일간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을 땐

그냥 일반 가정집인데 휴가기간엔 피서객들한테 별장처럼 빌려주기도 하는 집에서

혼자 숙식을 하며 낮에는 근무를 했었다.

그때 그집에 창문을 잠글 수 있게 돼 있지 않아서 첨엔 완전 식겁했는데

며칠 지내다 보니 미리 얘기들은대로 아무일도 없어서 그냥 저냥 지냈는데

 

그렇게 창문도 안 잠그고 문도 안 잠그고

누가 마을에 들면 누가 들었는지 마을 사람 전부다 알고

그런게 시골사람들 평소 생활하는 모습일수는 있지만

 

무슨 문제가 일단 터지면 항상 크게 문제가 터지니깐 조심을 하는게 맞는 거 같다.

 

 

지역에서 원래 해오던 가닥이 있고 살아오면서 생긴 헤게모니도 있고 해서, 잘못을 해도 잘못한 줄도 모르는

파렴치함이나 무분별함은

도시사람들의 익명성에서 나오는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끼..가 그런 내용이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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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성발라

2016. 5. 16. 01:38 from ETOCETORA

 

 

 

예전에 나는 가수다 시작하던 즈음에는

노래로 감동을 점점 더 짜내야 한다는 그런 부분이 결국 좀 문제가 된거 같은데 

요즘 복면가왕이나 노래경연프로 등을 많이 하다보니

마치 발성이나 노래하는 방법에 등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전문가라도된거 같다

두성이 어쩌고 저쩌고하는 얘기를 포털 검색하면서 본것 까진 그렇다치더라도

얼마전에는, 명치에 힘을 주고 노래를 하는 락커스타일,,,이라든가 뭐 그런 말까지 방송에서 하는 걸 보니깐

아...  지친다.

 

무슨 말이냐면..

노래를 잘한다는 것에 대해 그런 기교적인 면에 대해서만 설왕설래 하다보니

마치 노래를 잘하는 건 열심히 훈련해서 기술...이 느는 것일 뿐인듯한 그런 기분이 든다고

 

아 그래서 기술적으로 훌륭하면 박수를 쳐줘야 되는 건가

열심히 노력하는 멋.진. 모습이라고 뭐 그렇게 생각해줘야 되나

 

예능프로 하나 보는데도  열심히 노력해서 달인이 되자 처럼 생각해야 하나보다.. 싶어서 지친다고.

 

물론 노래를 발성 기술적인 면으로 평가하는 말들을 흔해지면서

'그래? 그렇다면 나도 노래 한번 좀 제대로 배워볼까'하는 사람들이 요즘 더 생기기도 한거같다.

 

 

 

 

 

 

하지만 내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냥 들어서 마음이 흔들리는 목소리가 있고, 그런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좋다고.

 

아는 거 하나 없으니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뭐,,,

재능과 인기를 타고난 사람들이 아무노력없이 그 상태로 아름다운 그쪽이 더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은건가

 

 

 

 

 

 

 

 

 

 

 

 

시경옵빠 (풉!이라고 해도 시경오빠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든다 ㅋㅋ) 가

위에 언급한 '노래를 못한다'느니 '노력을 안한다'느니 '기술적으로 별로다'와 같은 범주에 속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에 언뜻 '성시경, 노래를 그닥 잘하지는 않지' 와 같은 내용의 글을 어디선가 본적도 있는 거 같다.

 

 

물론 그런 말따위는 나한테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데

누가 뭐라건간에 시경옵빠 목소리는 정말로 멋지니깐

그건 정말 고유한 거고 그것만이 중요한거니깐.

 

 

그냥 타고난 목소리로 사람들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데

굳이 노력까지 하고 기를 쓰고 더 더 잘하려고 하고 막 그러(려나?) 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옛날에 놈놈놈을 친구랑 같이 보고 나오면서

주인공 이병헌에 대해 완전 대단하다고, 몸만드느라 진짜 고생했을 것 같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한 후,

또다른 주인공 정우성에 대해서는, 쫌만 노력해서 몸 좀 다듬으면 더 멋있었을 건데,사람 참 게으르다면서

그래도 정우성 아니면 누가 그 역을 하겠냐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도 어울린다고,,  정우성 멋있다고 시시덕거렸다.

 

 

굳이 애를 쓰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는 것.

그런 느낌인 거다.

(어디에선가 '우우우~'바이브레이션 넣는걸 봤는데 너무 어설퍼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노력하고 애를 써서 이뤄내는 것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땀방울의 결실을 지켜볼 때는 한편으론 나태한 나를 채찍질 해야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든다.

하지만 그대로 있어도 아름다운 사람에 대해서는

마치 봄에 꽃이 피어난 모습이 아름다워서 바라볼 때 느끼는 것 같은

그런 편안한 기쁨이 있는 거라고.

 

 

 

 

 

여자들 넋놓고 바라보게 하는 시경옵빠의 노래하는 모습은 참 많은 걸 가능하게 한다.

그 중 하나가 마녀사냥.. 요즘도 방송하나?

성시경의 섹드립..이 오히려 호감도를 상승시킨 이유는 뭐,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내남자가 침대위에서 하는 말'이라고 받아들여서,,,,,?

그에비해 아무나의 그런 섹드립은 성희롱으로 생각할듯.

 

 

히트곡들 너무너무 많지만 노래 대부분이 청승맞고 호구짓하는 발라드의 장르 특유적인 내용인데

자기노래와 표리 일치하게 방송에서는 또 '쿨병 걸린 사람들 이해안된다' 와 같이 말하는 모습도 좋다.

참 별볼일 없는 외모로 쿨한 척 하는 사람들 너무 많은데

그에 비해 뒤끝 있다는 사실에 당당하고, 그렇게 감정적으로 책임감(ㅋㅋ)있는 모습에도 호감도 상승!!

 

 

시경옵빠의 비주얼은 사실 90프로가 머리빨로 외모는 참 평범한 축에 속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시경의 정체성이 마치 외모에라도 있는 것인양

시경옵빠와 닮았음을 강조하는 프로필 사진을 올려두고 있는 남자들을 보면

머리빨 걷어내라고, 성시경의 오리지날리티는 목소리에서 시작된 거라고 볼때마다 꼭꼭 말해주고 싶어진다.

그런 사람들 정말 너무 많았던 거 같다.

학생때부터 한해한해 다른 풀의 사람들을 접하게 될 때마다 꼭 한두명씩은 끼어있었다.

혐... ㅋ

 

 

 

 

 

 

 

 

 

이제 곧 여름인데 성시경 노래는 딱 여름에만 별로인거 같다.

가을부터 시작해서 봄까지 내내 들어도 언제나 좋은데

여름에만 별로다.

더워지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더 열심히 들어야지

 

 

 

 

 

 

 

 

 

 

 

 

 

이 솔로특집 ㅋ 영상에 나오는대로 시경옵빠는 남자들에게도 인기만점인데

남자한테 인기있는 남자는 정말 괜찮은 남자라는 뜻.

 

 

 

...

 

여성동지들 그만 흔들고 이제 결혼하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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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2016. 5. 13. 01:42 from S.paul 2015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내 병만 고쳐달라고, 정말이지 돈쓸 작정을 하는 환자들이 가는 병원도 있지만

 

내가 있던 병원은 가슴 엑스선에서 보이는 작은 덩어리가 혹시나 암인지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검사,

저선량 씨티 한번 찍는것도 못하겠다고 하는 환자도 있었다.

며칠 입원기간동안 정말 최소한의 검사와 치료만 하는 동안 나온 20만원 정도의 입원비도 부담스럽다는 환자에게

'암인게 확인되면 그나마 진료비용 5%만 부담하면 된다'라는 말을 하면서 검사를 유도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암 진단되는게 무슨 좋은 일이라고.

 

 

 

아무튼 서혜부 hernia 수술을 하려고 입원한 L 할아버지도 굉장히 가난한 사람이었다.

수술이 끝나도 한달정도는 배에 힘이 들어가면 안된다고 설명했더니

하는 일이 힘을 좀 써야 되는 일인데 일을 못하면 어떻게 먹고사느냐고

그렇게 입원하면서부터 벌써 수술비문제로 사회사업에 의뢰해서 진료비를 마련했던 환자다.

 

근데 hernia수술도중에 복부 대동맥류가 발견됐고 이게 바로 문제의 시작이었다.

 

5센치였나 6센치였나..

70대 할아버지가 큰 불편없이 지내오셨는데 저정도에서 꼭 수술을 해야 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결과가 나빴으니깐 차라리 안하는게 나았을거라고 지금 말하는 건 쉽지만

환자를 앞에두고 의사들은 보통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컨센서스에 맞춰서 의사결정을 하게 마련이고

그래서 결국 그 대동맥류 수술을 하게 된 거다

 

GS에서 나는 DRG적용되는 간단한 수술환자만 맡게 돼 있었으므로

hernia수술이 끝나고 퇴원한 L 할아버지가 근 한달간 복부대동맥류수술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재입원했을 때는

더이상 내 담당 환자는 아니었다.

 

난 그냥 대동맥류 수술 후 회복중이던 L할아버지가

수술 며칠뒤 갑자기 stroke이 와서 반신부전마비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얘기가 컨퍼런스 시간에 나오자마자 담당교수가 '내잘못 아냐, 나랑관계없어'라고 말하는 모습을 봤고

그리고  그날바로 L할아버지가 NS로 전과되는 상황을 봤을 뿐이다.

 

L할아버지는 사실 stroke이 오기 며칠 전 수술부위의 출혈이 있어서 간단하게나마 재수술을 했고,

출혈이 반복될까봐 항혈소판, 항혈전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게 뇌혈관의 stroke 발생과 얼마나 관계가 있을지, 혹은 그정도의 risk는 어쩔수 없이 감당해야 했던 건지

그런부분은 내가 정확히 모르겠다.

 

담당교수가 복부대동맥류 수술을 잘못해서 L할아버지의 뇌혈관 어딘가가 막혔을 것이다.. 라는 얘기를 하려는건 아니다

그저 어떤 식의 문제든 환자에게 문제가 조금 생겼다고 주치의가 손을 싹 빼고 얼른 해당과로 넘겨버리게 된 후에

그 환자가 어떤식으로 붕 떠버리게 되는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NS 로 전과돼서 stroke에 대해 뭔가 수술인가 시술을 받고 ICU로 전실되셨고

그리고 회진때문에 ICU 지나다니다 우연히 눈이라도 마주치면 인사하던 나에게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하시는 것 까지는 봤는데

 

그래, 운이 없어서 뇌졸중이 생겼지만 그래도 회복은 되시겠지 라고 생각했고

나는 GS를 떴고 한동안 L할아버지는 내 시야에서 떠나있었다.

 

 그러다 얼마전에 문득 생각이 나서 외래 잘 다니시나 싶어 기록을 확인해봤더니

세상에, NS전과간 후 한두달 사이에 이미 돌아가셨다고한다.

 

그러고서야 그동안의 경과가 대체 어찌된건지 봤더니

stroke치료하던 중에 폐렴이 생겼고 그래서 한동안 RM이랑 풀모, 카디오 등등

이과저과 전전하며 전과를 반복하다가 결국 임종하신거라고,

만성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나빠지게 되는 것 같은 코스를 두달사이에 겪다가 돌아가신거다.

서혜부에 탈장이 되는 불편말고는 원래 힘쓰는일로 생계유지하며 살던 건강하던 분이

갑자기 팔다리 제대로 못쓰게 돼서 중환자실에 누워지내다가

마치 몇년을 앓다가 가는 사람처럼 그렇게 가버리셨다.

 

 

 

NS의사들에게 L할아버지의 인상은 그저 와상상태의 중환 중 한명일 뿐이었을 것이다.

원래의 건강하던 모습을 본 의사들이 없으니깐.

복부대동맥류 수술을 한 GS교수는 NS로 전과된 후 결코 환자회진을 하지 않았을 거다.

환자가 의사얼굴을 보면 '왜 수술 하고 나서 이렇게 됐냐'는 말을 할까봐 무서울테니까

할아버지는 가난한 사람이었고, 보호자도 할머니 한분 정도밖에 안계셨다.

의사들입장에서는 왜이렇게 됐느냐로 추궁할 가능성이 낮은 환자에 대해서는

분명히 마음이 짐이 줄게 마련이고, 그만큼 환자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다.

 

 

난 GS의 가장 원로교수가, 손톱만큼이라도 돈좀 있고 백도 있는 VIP환자들은 자기 손에 붙들고 놓지 않으려하고

그에 반해 아무것도 없는 그러니깐 플레인 환자들에 대해서는 뒤도돌아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환자를 보면서도 확인했고 병동간호사들 소문으로도 재차 확인했다

 

 

환자의 경과와 예후는 의사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에 달려있다.

 

 

 

과에 의사가 부족해서 힘에 부쳐서 환자에게 관심 가질 여유가 없다는 말도 할수 있을테고

극적인 상황이 너무 잦고 또 오래되면 사명감같은 극적인 마음따위 이미 싹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이미 무슨 대단한 슈바이처도 아닌게 뻔한데도

여전히 무슨 대단한 희생자인양 하는 이미지 뒤에 숨어있는 모습은 정말로 역겹다.

 

 

전에 다른 동기가 GS를 돌던 중에 그때 어느 파트의 전공의랑 펠로우가 완전 막장이라서 환자 제대로 관리못한다고

그렇게 대충하다가 저번 언젠가는 환자 한명 죽였다고 그런 극단적인 얘기를 했는데

그 동기가 말한 환자와 해당 의사들에 대해 앞뒤 정황 들은거 하나도 없지만

난 충분히 그말이 사실일거라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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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난 사자

2016. 4. 16. 14:53 from ETOCETORA

저번달 주말에 은총이가 좋아하는 동물원 나들이를 갔었다.

사자도 보고 호랑이도 보고 기린도 보고 원숭이도 보고 코끼리도 보고 그러려고 서울대공원에 갔는데

우연히 서울대공원 동물들 이사가는 걸 구경하게 됐다.

 

서울대공원에 사자 개체수가 너무 많아서 숫사자 9마리를 두바이에 새로짓는 동물원으로 보낸다고

 

며칠전에 vj 특공대에서 또 이 이사과정에 대한 방송을 하는 걸 보면서 다시 검색해봤더니

이번에 두바이로 간 숫사자 9마리는 모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줄곧 여기서 살았으며

무리의 우두머리로 가장 나이가 많은 '스카'는 2006년생이라고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던 2006년 무렵에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굉장히 자주 갔었다, 한달에 한두번쯤.

가면 물론 꼭 동물원 거의 가장 높은 곳에 있던 인공포육실에 가서 호랑이나 사자 아기들을 보고 오곤 했는데

2006년 생 아기스카를 그무렵 분명 봤을 것이다.

'아기 사자 커엽네'하며

 

 

 

 

동물원은 애증의 공간이다.

좀만 머리커졌다 하면 동물원의 존재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거고 나도 그랬는데

한참 그렇게 괴로워하며 동물원에 갈까 말까 하는 마음으로 갈등하던 것이

소설 속 파이의 동물원변론(안정된 먹이공급과 변함없이 유지되는 자기 영역)을 듣고서야 좀 진정이 돼서

어쨌든 이미 존재하는 곳,, 사람들이 많이 봐줘야 거주환경이라도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주 가서 보는 쪽이 되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왕 동물을 가둬놓고 필요할 때 보기로 한거라면 깊은 관심을 보이면 좋겠다.

옛날에 일본어느동물원이 망하면서 서울대공원으로 코끼리,, 사쿠라라는 녀석을 보냈는데

그무렵 텔레비전에서 보기로..

그 동물원이 있던 지역의 시민들,아저씨나 어린이들이 코끼리 떠나는것에 대해서 배웅의 인사를,,

사쿠라 라고 이름을 불러주며 하는게 정말 낯설고 또 신기했었다.

진짜로 이름을 아는 건가?방송용으로 한번 불러본걸까.. 그렇다 해도.

얼마전에는 또 일본, 어느 동물원에서 하마가 30년동안 살다가 죽은 것에 대해 시민들의 추모인터뷰가 나왔는데

일본에서 태어나 줄곧 여기 동물원에 갇혀 있다가 죽은 동물의 사연을 되새기면서 애도하는 모습이

여전히 동물원에 대한 태도를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나에게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줬다

 

동물원에 자주 갈뿐아니라, 그 동물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여기왔고 어떤 이름으로불리고,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고

이렇게 관심을 꾸준히 그리고 깊이 가져줘야 하는 거구나 하는.

 

물론 그런다고 해서 동물이랑 내가 어떤 실질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 실제로 실질적으로 동물원이 동물이 나아지는 건 없을지도 모르지만

 

태도의 차이가 마음 자세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그런 변화가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퍼지면

동물들에게 정말 좋은 게 뭔지, 동물원이 꼭 필요한 건지..

그때쯤 가면 좀 더 나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가 싶다.

 

그러니까 결국 내가 아니라 우리 은총이 이야기다.

 

 

 

애랑 어떻게 놀아야 될까, 놀아줘야 될까 하는 고민의 출구로 동물원을 선택하는 부모들은 참 많은데

그래서 아직 아기인 동물들을 어린이들 품에 안겨주며 마찬가지로 아기인 동물이 받을 스트레스와 감염 위험은 신경도 안쓰고

그저 우리 아기의 잠깐의 즐거움과 현장경험 늘린 것에 대한 만족만 얻고 돌아가는

그런 행태가 정말 너무너무 흔한 거 같다.

동물 팔아 장사하는 입장에서야 사람들이 만져서 약해진 동물들은 수익내고 버리면 되는 거니깐

그렇게 어린이들의 손이 동물들을 학대하는데도

그걸 어린이 본인도, 부모인 어른들도 신경 안쓴다는 건 정말 말도안된다.

 

한번 보고 지나칠 동물이 죽는 거랑, 내가 아는 누구가 죽는 다는 건 정말 다른 의미니깐

그래서 이왕 동물원 데려가기로 결심했다면

깊이 알게 해주는게 정말로 중요한 거 같다.

 

은총이의 말하는 강아지 장난감은 사촌언니한테 떼써서 뺏어온거라 처음부터 낡아있었는데

한 1년쯤 좋아하며 갖고 다니다보니 결국 다리 한쪽이 삐걱대서 고장나버렸고

그와중에 내부가 기계라 세탁도 할 수 없어서 더러워지고만 있는 정말 처치곤란이었는데

하루는 은총이가 장난감 가게에서 새 강아지 봉제인형을 사달라고,

집에있는 멍멍이는 다리가 망가졌으니깐 새거 사달라고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서야

망가진 강아지 장난감 내부의 기계를 다 뜯어내고 내부를 솜으로 채워서 다시 튼튼한 강아지 봉제인형으로 변신시켜 줬다.

 

분해해보니 털 원단도 싸구려고 마감도 조잡해서 이런 중국산 장난감 우리애가 더이상 갖고 놀게하긴 싫었지만

그래도 분명히 1년이나 좋아하고 정이 들었던 장난감인데 다리가 망가졌다고 다른 멍멍이로 바꿔버린다거나 하는

그런 태도를 우리은총이가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건 정말 끔직했기 때문에

그래서 다시 봉제인형으로 개조해서 돌려준거다.

튼튼해져서 돌아온 멍멍이를 은총이는 다시 좋아하고 있다. 다른 멍멍이 사달라고 하지도 않고.

 

 

앞으로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가도 그냥 아이에게 경험만을 주는게 아니라 가능한 관계 맺게끔 그렇게 노력을 할것이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연간 회원권 정도는 끊어줘야...ㅎㅎ

 

 

 

 

 

 

 

 

두바이로 간 스카와 다른 숫사자들의 사연.. 그러니깐

한국의 동물원에서 태어나 10년이나 여기서 지내며 서울시민들의 주말을 함께해준 사자가

사막의 동물원으로 마취총까지 맞고서야 기절한채로 겨우 상자에 실려 떠나갔는데

여기 한국은 사자가 떠나든가 말든가 신경도 쓰지 않네..

 

이런 내러티브를 내가 분명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본거지...도무지 기억을 못해내고 한 이틀 고민하다가

겨우 떠올랐다.

 

boro의 '오사카에서 태어난 여자'

 

 

 

 

 

고등학생때 한창 일본노래로 일본어 공부하던 시절

당시 일본의 hot한 유행가들보다도 이런 아재스런 노래들이 더 좋았던 건 아마도 내가 공부를 위해 '가사'를 들으려다보니

가사좋은 80년대 노래가 좋았던 거지 결코 내 취향이 아재스러운 건 아닐것이다.

서던 올스타즈, 차게 아스카, 드림즈 컴 트루 등은 한국에서도 유명하다보니 대학이후에도 계속 찾아들어서 알았는데

boro 이분은 한국에서 그닥 인지도가 없다보니 그동안 완전 잊혀져 있었던 거다.

 

 

 

아무튼 아기사자는 떠나가버렸고

난 내 고교시절을 함께한 아재스런 노래를 되찾았다

 

언젠간 나도 두바이 사파리에 꼭 가볼테니깐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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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가...

2016. 2. 12. 02:49 from ETOCETORA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에 대해 '진심을 담아' 운운할 때마다...

'진심'을 표현하겠다는 말 자체는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 '진짜'처럼 보이도록 하겠다는 뜻에 본인 의지를 좀 장식해서 말한 것에 지나지 않아서

그래서 '진심'이라는 수식어가 정말 상투적인 말이 돼버리긴 했구나 생각했다.

 

그에비해 전에 강동원이 어디 인터뷰에서 연기를 할 때는 그 배역에 대해 '상상'을 한다 했고

얼마전에 류준열 어디 인터뷰에서는 연기를 할 때 주변에 그 배역같은 사람을 '관찰'을 한다 했다.

 

상관격 강동원이 상상으로 표현에 집중한다는 사실과 인수격 류준열이 관찰로 수용에 집중한다는 사실에

무릎을 쳤다고.

와... 하필이면 딱 사주 생긴 모양대로 행동을 해서 사람 마음 설레게 하나 라고.

 

 

 

사주에 대해 얘기를 하는 건 참 조심스러운데

그래서 남앞에서는 사주를 봐주겠다느니 당신 사주가 어떻다느니 그런말은 왠만해선 안한다.

어차피 그러려고 배운것도 아니고 이건 결국 개인 믿음의 문제고

난 그냥 내 필요에 맞춰 쓸만한 걸 쓰겠다는 쪽이라서.

 

 

비슷하게 혈액형 얘기가 있는데

혈액형성격론에 대해서 바넘 효과인가 하는

'보편적 심리특성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경향' 같은 그런 현상의 결과일 뿐이라고

그렇게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만들어진 재료_항원&항체_가 다르니 성격에 차이가 있는 것도 당연한거죠'라고 말씀하시던

학부 때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님이라든가

'혈액형에 따라 성격에 차이가 좀 있기는 한거 같은 걸 보니 혈액형 결정 유전자와 성격관련유전자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말씀하시던 고등학교 때 생물선생님 같은 분들도 있는 것이다.

 

결국 자기가 어떤 신념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인것이다.

 

혈액형 성격론이 바넘 효과로 인한 자기암시일수도 있지만

우성론에서 시작됐다는 태생적인 약점을 가진 이 성격론이

실은 정말로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적인 면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바넘효과라는 말에 의해 '물리쳐'져 버린 것 외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성을 100프로 부정할 만한 근거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바넘효과라는 심리론을 근거로 혈액형 성격론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어떤 '가능성'을 어떤 심리학 이론의 훈수에 맞춰 그냥 '버린'거라고도 할 수있다.

발견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만 얻을 수 있는 결과인데 그걸 그냥 버린셈이다.

 

사주같은 운명론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얘기할 수 있는데

믿기 싫은 사람들은 믿지 말라지,

그래도 나라의 지도층들이 수백년 넘게 비밀스레 이용하고 조심스레 이론을 닦아온 이 운명방정식을

'근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던져버리는 것 같은 우를 나는 결코 범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의 식자층들도 평소에는 성리학같은 이성적 논리적인 학문을 하지만

정계에 나가야 되거나 하는 등의 일신의 변동에 있어서는 명리학,

즉 사주나 주역같은 占의 의견을 빌렸다고 하는데

그런 정도로 활용하는 것 까지가 딱 적당한 것 같다.

전에 책에서 본대로 말하자면

결정에 있어서는 사리판단의 사판과 이판, 이성적 판단과 직관적인 판단의 조화가 필요하며,,,,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는 예측 가능한 것들에 대한 계산적, 이성적인 판단이 위주이지만

그것만으로 확신할 수 없는 어떤 중요한 결정, 과연 나설 때인지 물러설 때인지와 같은 것에 대해서는

내 머리만이 아닌 직관적인 어떤 것에도 절반쯤은 몸을 기대볼만하다고 생각한다고.

인간은 불완전 하니깐, 논리와 이성만을 100프로 신뢰하진 못하겠고

그래서 사주를 본다.

 

 

 

한국에서 사주와 같은 운명학의 위상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뜻밖에 병원에서 명리학의 위세를 느끼고 조금 놀랐다.

그러니깐 분만을 앞두고,, 나만해도 당연히 예정일 주변의 일주를 통해 태어날 아기의 사주를 예상해 보기도 했고

실제 진통이 온 날짜에는 또 시간을 봐가면서 머릿속에선 계속 아기의 사주를 그리고 있었다.

진통끝에 눈앞이 노래질 때가 돼서야 아기를 낳는 다는 말도 있지만

그런건 잘 모르겠고 그냥 분만 직전까지도 머릿속에서는 다음 시간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걸 의식하고 있었다고.

나만 그런건 당연히 아니고 제왕절개처럼 출생일과 시간을 정할 수 있는 경우의 산모들을 수술실로 이동시킬 때도

지금 들어가면 몇시까지는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거죠?

오전중에는 낳을 수 있는 거죠?

와 같이 출생시간에 대해 산모들이 굉장히 민감해 했다.

그녀들은 진통이 오고 수술과 같은 대부분 난생 처음 겪는 큰일을 앞두고도 태어날 아기의 사주를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어디 철학원에 가서 받아온 날짜대로 수술일을 정했을 것이고

그 날중에도 몇시 몇시 사이에 낳으라는 얘기를 듣고 수술시간도 정했겠지

물론 병원에서 산모가 원하는 그 시간에 딱 맞춰지기는 힘들다.

그래서 보통 병원에서도 '시간은 힘들지는 날짜는 원하시는 대로 해줄테니 분만일 받아오세요'와 같이 말한다.

 

뭐 엄청 대단한 사주를 가진 애를 낳겠다고 그렇게들 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그게 또 부모 입장이 되면, 평소에 자기 믿음체계에 속하지 않던 어떤 부분들도 갑자기 중요해지기도 하나보다.

역사속의 사육신 성三問은 할아버지가 태중 아기의 수명이 짧을걸 예상하고

기어코 그 짧은 수명을 벗어나게 하려고 애를 늦게 더 늦게 태어나게 하려했지만 결국 애가 밀려나왔다는 야사도 있는 것처럼,,

 

 

 

은총이는 식상국을 이루고 홍염살에 도화살까지 있는 사주를 타고 났는데

조선시대라면 딴따라,,, 혹은 기생팔자 라고 불리게 될만한 그런 살들을 깔고 있어서 생각할수록 걱정이된다.

애가 공부도 안하고 어려서부터 막 빗나가고 그러면 어떡하나 뭐 이런 엄마스런 걱정인데

나와는 애초에 사주 모양자체도 너무 다르고

평소에 이미 이런식의 사주를 가진 사람들과는 서로 이해못하겠지라고 지레 짐작하며 한편으론 편견이 있기도 해서

그래서 더 어찌할바를 몰라했던 것이다.

당장 하라는 거 싫다고 벌써 자기 주장 내세우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결정도 쉬운일은 아니다

책에서는 자기들 말이 옳다고 이것저것 방법을 제시하는데

결국 자기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게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는 또 역시 사주라는 도구가 어느정도는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

도움이 된다 안된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난 이용하겠어.

 

 

 

내가 다른 많은 사람들의 생일을 보고 그걸로 사주를 헤아려 볼 때마다

그사람들이 어떻게들 행동하고 생각하고 그리고 이런 시기에는 나빴고 좋았고를 보면서

은총이가 어떻겠구나 어떻게 애를 끌어나가야 겠구나 하고 얼마나 계속 생각하는지 모르겠지 졍아

혹시 사주모양 다른대로 나랑 너무 다른 사람이 될까봐 그것도 정말 마음이 쓰이고

그래도 내가 미리 알고 있으니깐 더 이해하고 답답하지 않은 엄마가 돼야지 하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어.

인수가 멀리 있어서 계속 엄마가 그리울 사주구나 싶어서 마음이 짠하기도 하지만

조후로는 크게 도움이 되니깐 그래도 애한테는 멀게나마 꽤 도움이 되는 엄마가 되겠지 하는 기대도 하고.

진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

마음은 그래도 이리 애틋했다며  미리 떡밥 뿌려두는 것 좀 보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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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2015. 12. 19. 18:33 from ETOCETORA

 

 

 

 

1988년은

서울출장가는 아빠한테 만화잡지 보물섬 광고에서 본 내키만한 호돌이인형을 사달라고 해뒀으나

아빠가 전혀 신경도 안쓰고 안사갖고 와선 엉뚱한 변명이나 해서

섭섭한 맘에 최소 며칠간은 삐뚤어지게 굴었던 해일 것이다.

올림픽이 열렸다곤 하나 그건 '서울' 올림픽이었고 어쨌든 어린이한테는 올림픽같은건 사실 별로 중요한 사건은 아니었다.

 

대학1학년 때부터 같은 동아리를 하면서 오래 알고 지내는 친구는 집이 경기도 어딘가였고 

대학교를 서울로 오면서는 쌍문동에 있는 경기학사에서 지냈었다.

걔가 누군가에게 사는 곳을 말할 때, '쌍문동이요' 라고 말하는 모습은

일일드라마속 서울아줌마들이 전화받으면서 '네, 효자동입니다' 라는식으로 동이름을 말하던 모습들과 겹쳐지면서

한편으론 '경상도 사람들은 쌍시옷 발음을 못해'라는 편견에 대한 반발심으로

꼭 '쌍'문동이라고 살짝 되뇌이곤 했다. 걔가 '쌍문동이요'라고 말할 때마다 .

 

전에 풀모 돌 때 처음 오리엔테이션 받느라고 풀모 2년차 선생님 쫓아다니면서 헥헥대고 있는데,

문득 사는 곳을 묻더니, 자기는 원래 '쌍문동에 살았다'며 '고길동네 집이 있던 동네'라는 말을 덧붙였는데

그때는 둘리배경이 쌍문동인줄도 모르고 그래서 둘리의 빙하가 저~기 한강이 아니라 아마도 중랑천으로 떠내려왔을 거라는

(말도안되는) 사실도 전혀 모르는 때였지만

그런 내용을 덧붙여서 자기신상을 얘기하는걸 듣고있자니 갑자기 그 사람 자체가 너무 재밌어 보여서

그래서 그후로는 이것저것 편하게 물어보면서 잘 지냈다

...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이런 필살기 같은 자기소개가 있으면 참 좋을 거 같다.

 

 

 

1988...

80년대라니 참 많이도 우려먹었을 구린 시절이라고

정말 이 시리즈는 더는 안볼거라고 진작 생각했지만

포털 뉴스를 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드라마 스토리에 노출되고..

그래서 네이버캐스트로 어찌어찌 주요장면만 계속 봐오다가

어느날 우연찮게 당직이 여유롭던 날에 결국 티빙 결제하고 그때부터 다보고 있다.

 

90년대 응답시리즈랑은 달리 80년대는 분명 life style이 달랐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춰서

정이 넘치던 이웃사촌 얘기가 나오니깐 그건 그대로 좋은 거 같다.

근데 이웃끼리 오손도손 잘 지내던 얘기를 보다보면.. 참 ,, 좋은 의미로,,,인지 뭐 그냥 죽어버리고 싶어짐.

 

나도 어릴 때 골목을 끼고 살았고 골목안에 애들끼리 서로 언제부터 알았는지 모르게 자연스레 친구로들 지냈었는데

그게 4학년 때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사라졌다.

물론 그당시 아파트는 아파트 단지도 자그마했기 때문에

거기서는 거기나름대로 또 쉽게 어울리는 또래가 금세 생기긴 했으니

골목길 시절만은 못하지만 요즘의 아파트 단지안에서 어린이들이 간신히 얻는 공간과 인맥의 지분과는 비교안되게 좋았긴하지

하지만 대학생이 돼서 서울로 오고, 나만의 공간이 생기고,

그때부터 남일에 간섭하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하는게 나의 스타일이고 내 나이대의 자연스런 행동인 줄 알았는데

나만 변한게 아니라 남들도 다들 그렇게 변해가더니

어느샌가 돌이킬 수 없는 모두의 삶의 방식이 돼 있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드라마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한지붕 세가족같은 별스럽지 않은 어떤 장면들을 보다보면

그냥 이대로 더이상 멀리가지 않고 멈춰 버리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아무튼 드라마를 볼 때는 과도한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드라마에 기빨리려고 작정한 사람들이 모이는 드갤에 가보면

계속 러브라인에만 정신이 팔려서 다음주에는 분명히 뽀뽀한다, 스킨쉽을 보여달라..고

로맨스 소설이나 야설같은데 나온 뻔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내용을 재현,

그래..  재현하는 걸 줄기차게 요구하며

주인공의 감정선은 이러저러하다며

내 감정도 내가 따라가기 힘든마당에 드라마 캐릭터 감정까지 한땀한땀 따라가려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분명 자기가 캐치하고 싶은 감정선 한땀한땀만큼 더 촘.촘.히. 기를 뺏길것이다.

나도 드라마 보면서 이런짓 많이 해봐서 알지만 그런 건 별로 좋지 않다.

당장 저번주 이번주 가족위주의 조용한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러브라인이 종적을 감추니

드갤에는 분노와 원성으로 도배가 되며 도배하는 노력만큼 에너지가 팍팍 소진되고 있겠지만

난 이번에 러브라인타며 기빨리기보단 시대상을 음미하며 '인생 멈추고 싶어지네'라고 오히려 초연해져서

객관적으로 드갤모니터링이나 하며 여유로울수 있으니 참 좋다.

 

 

 

OST가..

1997때는 정말 막만들어서 그냥 OST 갖다쓰더만

1994 때는 좀 되겠다 싶은 드라마니깐 다들 편곡 잘해서 제대로 좀 올라가보자 애를 쓴 티가 났는데

1988때는 어쨌든 숟가락만 올리면 음원차트에 오르는건 당연지사라 그런지

그냥 원곡그대로 거의 다시 부른 느낌.. 오히려 원곡이 더 나은 곡이 대부분 같다.

 

 

 

 

재밌는게 변진섭 씨 노래 중에 '새들처럼'이란 노래.이곡도 아마 88년도에 나왔을텐데,,,

가사를 보면 회색빌딩 속을 벗어나고파 뭐 이런 내용으로

우리가 그리워하는 이 따뜻한 80년대가 80년대 젊은이들에게는 회색이였구나 싶어서 조금 아이러니하다.

어느 시대에나 외로운 영혼들은 있어서 그런거겠거니 싶기도 하지만

사실 도시경관에 신경쓰지 않고 개발개발을 열심히 하던 그시절의 도시 색깔은

옛날 사회주의 나라들처럼 진짜 회색빛이긴했고

그에비해 현재의 한국 거리는 그때와 비교도 못할만큼 다채롭고 아름답다.

그럼에도 방구석에 들어앉아서 80년대 배경 드라마에 목매고 있어 ㅋ

 

80년대는 거리는 회색빛이어도 대다수 사람들 마음은 해바라기 색깔인 시절이었나보다.

그렇게들 생각하는 거겠지 다들.

 

 

 

 

♬ 불빛없는 거릴 걸으며 헤매이는 너에게 꽃한송이 주고 싶어 들녘

 

이 노래가사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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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소아병동 풍경

2015. 10. 30. 00:27 from S.paul 2015

어린이 환자들이 있는 병동에 있으면서 세태가 굉장히 변했다는 걸 실감한다.

뭐냐면..

아빠들이 보호자로 자주 등장하신다.

평일에 엄마나 할머니가 병상 지키시다가 주말되면 아빠로 바뀌는 건 좀 흔하고

아예 엄마아빠가 공평하게 간병하는 경우도 좀 있고

아빠만 주로 애를 보는 경우도 있고(이때는 우유먹고 기저귀가는 아기는 아니고 최소 어린이집은 다닐만큼 큰애들인 경우)

아예 아빠가 응급실이나 외래로 애 데리고 와서 입원부터 같이 시키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와 정말...

아빠가 집에서 놀아서인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입퇴원 기간을 정확히 알려고 하는 등 사정을 들어보면

아이간병이나 입퇴원 수속을 위해 회사에 연가를 내고 오는 경우도 꽤 있는 거 같다

옛날에는.. 글쎄 전혀 안그랬던 거 같은데 그래서 세상 참 변했다고.

 

근데 이런 사실을 놓고 날 돌아보면

엄마한테 동생이 찰거머리처럼 붙어 있는 바람에  아빠가 나 병원데리고 다니면서 약도 타고 치과도 보게 하고 그랬으니

그당시에 사람들이 봤을때 이런 우리 부녀 모습이 좀 이상해 보이기도 했을거 같긴 하다.

 

 

 

그리고 주사..

아기들 피검사는 내과병동에서처럼 마구 처방하기가 좀 부담스러운데

아기들 혈관을 잡는건 결코 쉽지도 않고 아기도 너무나 예민해져서

그래서 처음 한동안에는 입원한 아기들에대해 며칠씩 lab안내고 있어서 한소리 듣기도 했다.

그래서 보통은 fluid line이 자연스럽게 빠지거나 제대로 수액이 안들어갈 때 그래서 라인교체할 때

그틈에 피를, 검체를 채취하는 거다.

어휴 불쌍한 아기들....

지금은 스테이션에서 울부짖는 아기들 소리를 들어도 뭐 그다지 아무렇지 않은 정도가 되긴 했지만

저기 스테이션 안쪽의 처치실 앞에만 와도 울부짖는 아기를 보니

문득 저 공간이 과연 아기에게 어떤느낌일지

주변의 우리가 어떻게 보일지 혼자 곰곰 생각해봤는데

 

 옛날에 가족끼리 워터파크 갔을 때 돌아다니다 엄마를 놓쳐서 미아보호소에 붙들려갔던 적이 있다.

그때 침착한(이런걸 능실능실하다고 하지)  동생과는 달리 뭐 한소리만 들어도 삑 울어대는 나에게

거기 어떤 어른 사람이 입구에 있는 커다란 주사기를 들먹이며

'자꾸울면 저걸로 주사 한대 맞는다'라고 느껴지는 위협을 했지만

하나도 달래지지 않고 난 더 미친듯이 울부짖어댔고 얼마나 울어댔는지 모를 시점에 갑자기 우리엄마가 나타나선

그 무서운 주사기방에서 나와 동생을 데리고 나오셨더랬다.

 

그 미아보호소의 인상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거대한 내키보다 더 큰 하얀주사기 하나로만 남아있다.

인사이드아웃에서 주인공 무의식에 숨어있는, 거대한 피에로도 비슷한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처치실에 라인 달러 끌려들어오는 아기들에게는 내얼굴도 내말도 주사바늘로만 느껴지겠지 싶다.

 

 

 

 

 

 

 

세레브랄 팰시같은 선천적 문제나 후천적인 뇌손상 등으로 정신적 혹은 육체적으로 발달지연이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 대한 소아과 선생님들의 생각도 언뜻언뜻 들었다.

 

일단 집안에 그렇게 아픈 아이가 있으면

아픈 어른이 있는것 처럼 대개는 가족모두가 그 아이에게 매달려야 되고

그렇게 노력함에도 여러 이유로 감염에도 취약하고 에필렙시같은것도 쉽게 병발하고

병원 입원이 잦아지게 된다

물론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을 때도 집이라든가 시설에서 계속 보살핌이 필요하지.

'자라지 않는 아이' 펄벅 여사가 그런 책을 썼던가?

 

그렇게 기존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많이 아파져서 입원을 했는데

중환자실 들어갈만큼은 아프지 않아서 병동에서 엄마아빠가 직접 아이 병수발을 평소보다 더 힘들게 봐야되는 상황이 되면

'아이를 그냥 포기하고 싶다' 와 같은 말을 하는 부모들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나도 벌써 한번은 봤었고..

그래도 어느 정도 양가감정이 있는지 아이가 나아지면 나아지는대로 또 그 수척해 보이는 얼굴 위로 어느정도 화색이 돈다.

 참 복잡한 문제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이런 복잡한 문제를 자꾸 자꾸 더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과연 누구일까..에 대해서도 또 얘기를 들었는데

아기가 출생과정의 여러가지 문제로 이미 뇌손상을 입고

그래서 집중치료를 하면서 애를 살아있는 상태로 유지시킬 수는 있지만,

그중에 정말 회복이 돼서 제대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몸으로 회복되는 아기는

참 드물다고 한다.

근데 언론에는 드물게 회복된 아이를 내세우며 의학의 승리인양 병원의 이름을 내걸고 감정적으로 사람들을 선동하지만

회복된 아이 뒤에는 최소 10배는 넘는 더 많은 아이들이 그냥 숨만 억지로 쉬어지는 채로

중환자실에서 바보처럼 누워 살게 되는 거다.

그 아이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부모가 져야 하는 거고.

아이를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시점에서

의사가 자기 욕심, 자기 명예, 자기 환자 건수를 위해서 과도한 진료로 억지로 연명을 시켜버리면

부모가, 그리고 당사자인 아기의 몸이 고통받게 되는 거라고.

 

이건 산부인과에서 태아치료나 여러가지 방법으로 태어나기 어려운 아기들을 태어나게 하고

일단 아기가 세상에 나온 후에는 소아과에 책임을 떠넘기는 과정에서도 생기는 문제다

인턴때 소아중환자실 선생님들은 같은 병원의 산부인과

산과 담당교수님(언론에선 굉장히 유명한 분이다) 욕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못살고 태어날 애를 억지로 살려서 낳게해선 소아과에 마구잡이로 떠넘긴다고.

그런 드물고 위험한 시도를 하는 중에 간혹 잘 태어나서 잘 회복되는 경우가 드물게라도 있으면

그걸로 자기 명예는 올라가겠지만 그 외에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채 수년을 고통스럽게 가짜로 살게되는 아이들과

그 부모에 대해서는 엄청 죄를 짓는 짓이라고.

 

 

여기서 소아과 선생님들의 경험담을 들어보자면

이런 지체장애가 있는 아기가 수년간 앓으면서 병원 입퇴원 반복하고 그렇게 엄마가 고생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아이가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세상을 뜨게 되게되고

(아이가 죽는 건 물론 슬픈일이지만)

그러고 몇 개월 후 서류 등의 문제로 외래를 찾는 엄마를 우연히 다시 보게 되면

백이면 백, 몰라볼 정도로 얼굴이 좋아져있다고 한다.

자기인생을 찾게 되는 거라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고 소중하게 대하는 건 꼭 필요한 자세지만

그 와중에 누가 어떤 희생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정서가  그런 희생을 당연시하게끔 강요하는 건 아닌지

그런건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것 같다.

 

 

타성적으로 아이에 대한 부모로서의 의무를 당연시하면 학대와 같은 무서운 일도 자꾸 생길 수 있을 거다.

 

 

한번은 사고로 정신신체기능이 많아 떨어져서 재활치료 받으며 희망없이 지내던 아이가 심정지로 응급실에 왔는데

걔는 고작 1년전에 교통사고로 브레인헤모리지 생기고 수술도 하고 그래도 후유증으로 그렇게 된거라고 했고

부모가 1년간 아이 수발을 하느라 고생하긴 했을거다.

내원 당일 새벽에 애가 이상한 것(사망상태)이 확인돼서 병원에 온 거라

사망과정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원인이 불명확한 것이고 이런경우는 보통 오톱시를 해야 한다.

(정말 어린 아기들이 집에서 죽게되면 부모들은 물론 슬프겠지만 우선 경찰조사부터 받는다고 한다.당연한 일이긴하지만)

며칠전부터 앓던 폐렴으로 급사했을수도 있겠지만

엄마아빠가 아이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 시켰을수도 있으니깐.

그런데 엄마아빠가 왜 사망 원인 불명확하냐며 의료진들에게 따지고 들었고

헤모리지 부위가 위험했기 때문에 이렇게 갑자기 사망할 가능성도 있었다 와 같은 (아이 사망을 앞에두고 하기엔) 분별있는 말로

주변 의료진들의 심정적인 의심을 더 가중시켰다.

의심이 가거나 말거나 병사가 맞거나 말거나 오톱시에서 확인되는 것 기준으로 사실은 정해지기 마련이고

(이런 일에 빠삭한 응급의학과 선생님들 말에 의하면)

오톱시 결과 자연사나 병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오면

아마도 아이앞으로 대개는 이미 들어가고 있을 보험금 등을 타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고

그게 아니면 보험금 타고 못타고가 아니라 경찰서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는 문제가된다.

그냥 내 입장에선 아이 죽은지 3,4시간밖에 안된 시점에서의 엄마아빠의 그 분별있는 말이 너무 너무너무너무 이상하게 들려서,,,

죽은 아이가 학대를 받았다거나 살해당했다거나 확정할 순 없지만

그런 정황에 대해 언제나 생각해야 되고

그 가능성을 생각하는 만큼

보호자의 힘들 상황도 우리 모두가 미리 알아채줘야지.

 

 

 

 

소아과 생활을 하다보니 

18살짜리에게도 무심코 아기라고 하게 되고

보호자에게도 무심코 엄마, 아빠라고 부르게 돼서

말하다가도 문득문득 놀란다.

글에도 그래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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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2015. 10. 28. 01:04 from ETOCETORA

 

 

 

 

 

 

 

 

수원은 경기도의 도청소재지다.

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사회과목 수업하시다가 경기도 도청소재지에 대해 질문했는데

학생들이 '서울, 인천'등의 특별시 직할시만 들먹이니깐 마침내 분개하시면서 서울이나 인천은 경기도가 아니라며

알고봤더니 선생님이, 수원이 고향이셨다.

아니뭐, 경북도청도 대구광역시에 있고 전남도청소재지도 원래는 광주광역시였다.

도청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가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옛날 경남도청 소재지를 두고 진주와 마산이 경합을 벌이다 결국 창원으로 넘어갔는데

그당시 완전 촌동네였던 창원은 커지고 더 커지다가 결국 마산까지 흡수해버렸으니 도청소재지 위상이 이런정도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오랜 경기도청 소재지였던 수원이 도청소재지로서의 위상을 업고 창원처럼 거대도시가 되지는 않고 있으니,

경기도의 경우는 워낙에 서울에서 넘쳐나온 인구로 인해 위성도시들 위주로 커지니깐 좀 차이가 있는 거 같긴 하다.

 

 

 

 

 

 

 

 

 

 

 

 

 

 

 

처음엔 딱히 기대없이 걸어서 갈만한 거리의 영화관을 목적으로 팔달문, 즉 남문까지 가봤을 뿐인데

그렇게 한번 걸어다녀 보니까 팔달문 안쪽, 그러니깐 화성성곽 안 동네, 정조의 진짜 화성인 사대문 안 동네가 궁금하기도 해서

그래서 주말에 가서 화성 성곽길도 걸어보고 행궁주변도 돌아다니고

화성행궁의 배산말고 임수, 즉 남쪽 하천에 해당하는 복개된 수원천을 따라도 걸어보고

밤에는 행궁 주변에 공방거리도 돌아보고

그러다보니 이동네가 정말 마음에 들어버렸다.

 

 

 

갈만한 곳?

 

길가다가 우연히 본 안내벽화 그림을 보고 따라 걸어가서 알게된 칼국수집.

 

우리엄마가 딱히 음식을 멋스럽게 하는 분도 아니고, 내가 집밥에 목을 매는 스타일도 아닌데

근데 우리엄마가 밥하기 귀찮을 때 미리 반죽해서 냉장고에 숙성시켜둔 밀가루 뜯어가며 쉽게 뚝딱 끓여주시는 수제비

와 똑같은 질감과 맛의 칼국수를 만들어파는 가게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가게가 조미료 안쓰고 정직하게 멸치다시 우려서 육수만들고

밀가루 반죽 숙성시키고 면뽑아서 칼국수 만드는 집이란 걸 순식간에 알수 있었다 .

그후 하루걸러하루 있는 오프 때마다 저녁에 가서 칼국수를 먹었다.

엄마손맛에 대한 그리움 같은건 전혀 없었지만 왠지 감동해서...

 

한달 반 가까이 그렇게 다녔는데

하루는 좀 늦게 간날, 뭔가가 달랐다.. 맛이 좀.. 이상했는데 그러니깐 라면국물에서 느껴지는 조미료맛이..느껴져서

내 생각에는, 내가 너무 늦게 가서 그날 멸치다시물이 다 떨어져서 그냥 조미료넣고 끓여주신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기는 하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가게닫을무렵에 비집고 들어간 내잘못인것도 같다.

 

다른 메뉴는 솔직히 별로다. 칼국수만 못하다.맛이 없는게 아니라 평범하다.

음식 장인이라기보다는 꾀부리지 않고 칼국수를 만드는 분 같아서

딱히 음식센스가 있으신거 같진 않고....ㅎㅎ

(국물맛도 자꾸 먹다보니 우리엄마표 수제비보다는 덜 깔끔하다 멸치다시 우리는 과정의 문제인듯 )

 

그냥 칼국수면이 맛있고, 칼국수 국물이 맛있는 집이다.

이것저것 꾸미지 않고 그냥 정말 매일 먹는 밥같은 칼국수다.

 

가게가 주도로 안쪽에 숨어 있어서 장사가 썩 잘되지는 않는게 볼때마다 영 아쉽고

그래서 수원 칼국수 맛집 '성.일. 칼국수'라고 이렇게 글을 써두면 어디선가 검색이 되지 않을까...

아저씨가 날 알아채는게 아닌가 하는 괜한 자의식 과잉으로 쩜,쩜, 소심하게 써둠.

 

 

 

 

행궁 옆 공방거리에 찻집 단오

이런 종류 길 다니면서, 이런 종류 느낌의 가게는 너무 흔하게 봐서 역시나 기대 안했는데

차와 음료에 가격만큼의 영혼이 있는 가게 같아서 계속 가고 싶어진다.

가격얘기를 제일 먼저 했는데, 정말 프랜차이즈 커피가게를 내돈내는게 아닌채로 어쩌다 끌려갈 때보면 항상 한숨이 나온다.

티백하나 컵에 던져넣고 뜨거운 물 부은거 받아마시려고 굳이 여기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밥값보다 비싼 찻값 운운 고리타분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지만

그냥 뭔가 취향도 없고 영혼도 없이 빨대만 꽂는 곳 같아서

난 그냥 집에가서 현미녹차나 끓여마셔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고.

 

꼭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 앞서 말한 이런 종류 '느낌 있는 찻집들'

빈티지 스타일로 가게는 잘 꾸며두는데 역시 영혼없는 컨텐츠,, 메뉴를 시시하게 대충 만들어팔면

결국 스쳐지나가는 아무나 가게로 끝나게 되는 거다.

찻집으로서의 본연에 충실해야 가게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의미가 실리는 거라고

 

쓰고보니 역시 선비같은 소리에 지나지 않지만,, 뭐 난 그렇다.

 

단오메뉴중에 식사메뉴라고 나오는 건 비추. 전통차나 주스 같은 음료 위주 추천. 가게 주전부리 메뉴들 추천.

맛이 없다기 보다는 그저그래서 비추함.

 

 

 

 

화성 장대..라고 하던가

행궁 뒤쪽에 산꼭대기를 말하고, 행궁에서 걸어올라가면 빠른 걸음으로 15분이면 갈 수 있다.

난 정말.,..

수원사람들은 마음내키면 이렇게 쉽게 이렇게 야경이 근사한 곳에 올라와서 술도 한잔 할 수 있고

뭐 그럴 수 있다는게 정말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별로 없는 듯. 밤에는 혼자 올라가면 안됨. 위험하다....

 

 

 

행궁주변동네는...

팔달문 근처가 원래는 수원 번화가였는데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점점 개발이 어려워지고 그래서 낙후되고

지금은 수원에서 제일 못사는 동네가 됐다고 한다.

우리 병원만해도 오원춘 사건이 바로 옆 골목에서 일어났고

얼마전 시체 유기사건도 팔달산 산책로 쪽에서 일어났으니

수원에 유입되는 외지인들.. 3세계 노동자로 추정되는 외지인들에게는 이 낙후된 팔달문 주변이 가장 편한 장소인거고

그래서 그렇게 점점 우범지역화 되는 건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만약 수원에서 살고 싶은 곳을 고르라면 행궁 근처가 역시 가장 좋을 거 같다.

공방거리에 작은 공간을 이용해서 개인 주택 이쁘게 지어놓고 사는 집이 있던데

집주인은 아마도 택시기사님

(밤에 집앞 주차장에 택시 주차돼 있는거 봤음)

참, 괜찮은 동네에 괜찮은 집 짓고 사는 구나 싶어서 지나다닐 때마다 막 부럽부럽 하고있다.

주변에 대형마트가 있고 편의시설이 있고가 살만한 곳의 기준이라고들 하는데

글쎄, 동의할 수 없어

생필품 살수 있는 동네 슈퍼 하나만 있으면, 고양이 살기 좋은 아기자기한 주택가가 좋은 동네지.

(행궁근처에서 건실하게 털결 좋은, 건강해 보이는 고양이들을 많이 봤다.)

 

시차원에서 화성 성곽, 행궁 근처를 재정비 하려고도 하고

동네 주민들도 거리의 관광지화를 노려서 자발적으로 거리를 꾸미려고 노력도 하고 그래서 최근몇년사이에 많이 좋아진듯도 하다.

걸어다니다보면 정말 이상한 점집도 있고 아무튼 신기한 가게들 많다

들어가보고 싶긴 한데

 

 

 

수원천이 복개된것도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나 보다.

10년전 청계천 복개사업 이후 전국적으로 하천 복개 혹은 하천 주변 정비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이 된건지

어딜가도 요즘은 하천주변이 그럴싸하게 조성돼 있으며 그건 수원천도 마찬가지다.

수원천 주변에는 워낙에 수원의 전통시장이 있어서 사람들이 하천 주변으로 많이 다니기도 하고

전에는 하천에서 백로를 봤는데 검색해보니 수원천에는 정말 백로가 사는 모양이다.

먹고사는 거야 뭐  생태하천이라 어찌 어찌 되는 모양이지만 대체 어디서 자는걸까.

 

 

 

 

 

날씨 선선할 때까지는 이렇게 밤낮 짬날 때마다 화성 근처를 기분좋게 돌아다니면서 문득

천년전에 경주 거리를 노닐고 다니던 처용도 결국 혼자 밤마실 다니는데 맛들려서 밖으로 나도니깐 마누라가 바람이 난거구나

뭐 그런 시덥잖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드디어 기온이 꺽였다.

수일내로 독감, 호흡기질환 몰려올듯.

소아과 뜨기 전까지만 제발 좀만 더 아프지말고 버텨주세요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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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