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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26. 16:29 from ETOCETORA

제주도로 졸업여행 갔을 때 제주도 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말을 잡아서 나오는 것들 중 돈이 되는 게 말고기.. 말기름.. 뭐 대여섯개쯤 됐던 거 같은데

도축되고 분해돼서 이것저것 사람들의 경제력을 위해 팔려나갈 말의 부분부분들을

단지 인간과의 교감도가 높은 동물이라는 이유로 애처로워하기에는

돼지를 잡으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하나 버릴것 없이 다 쓰인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흔하게 통용되고 있어서

그런 이야기에 감성팔리는 건 사실 좀 공평하지 않다.

아...경마에 쓰이는 말들은 그렇게 도축되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경주마의 종마는 엄청난 몸값을 가지고 있다는 등.

 

하지만 말도축을 그냥 대충 듣고 넘기려는 날 붙든 건

도축전까지 최소 6년간의 유예기간이 있다는 사실..

그러니깐 제주도 내륙지방을 돌아다니다보면 곳곳에 말들이 방목돼 풀을 뜯는 평화로운 초원이 보이는데

그 말들이 영화 '군마'에 나오는 그런 비싼 말처럼 길러지고 있는 중인 건 아닐것이고

말하자면 산산히 분해되어 팔려가기 전까지의 6년을 살고 있는 것이다.

 

저번 겨울인가..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이라는,,,

일본 사진작가가 자기 블로그에 꾸준히 올렸던 후쿠시마 동물들 사진과 그 정황을 엮어 출판한 책을 봤다.

거기 보면 사람들이 떠난 후 남겨진 집짐승들의 비극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나온다.

흔히 말하길 동물들은 사람과 다른 육감이 있어서(실제론 더 발달된 감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사람보다 먼저 자연이 일으킬 재난의 징조를 감지하고 대피한다곤 하는데

글쎄,, 이 방사능이라는 인간이 일으킨 재난 앞에서

동물들은 자기몸에 일어나는 이상이 대체 왜 생기는지도 모른 채

방사능에 오염된 먹이를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고

재난에서 대피하기 위해 가야할 바른 방향을 찾지 못하고 점점 더 위태로운 지역으로 몸을 들이는 것이다.

방사능을 인간이 만든 건 아니지만, 방사능이라는 재난을 인간이 만들어서인지,,

이 인간의 재난 앞에서 인간이 경이롭게 여기는 그들의 육감마저 무기력해지는 동물들의 모습은

굉장히 애처롭다.

 

졸업여행일정때문에 다시 관광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도 지나친 내륙초지 곳곳에는

제주도 말들이 평온한 자기 일상을 누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자연상태의 말이 포식자에게 당할 때 갈갈이 흩어질 몸과 비슷한 그런 도축의 비극보다는

인간이 정해놓은 자기 목숨의 유예기간을 모른채 지금현재 행복한 말의 비극에 대해서만 계속 생각했다.

어차피 다를바 없는 거라 해도

 

사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한달전에 센다이 공항으로 해서 일본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때 그곳은 겨울임에도 대략 초가을의 한가롭고 평온한 풍경을 지니고 있었는데

방목된 말들이 풀을 뜯는 게 어울리는 그 지역의 평온 위에

바닷물과 비행기와 선박이 밀려오는 재난이 덮칠줄은

아무도 몰랐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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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breech

2013. 7. 8. 00:22 from ETOCETORA

 

출산의 공포를 극복한 건 27살 때였다.

예과 2학년 발생학 시간에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알게된 출산의 과정은

생살이 뜯겨나간다는 그런 肉화된 공포라서

대다수 사람들이 쇠를 긁는 소리를 못 견뎌하는 것처럼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아서

도저히 내가 겪어낼 자신이 없는 혐오스러운 공포였다.

 

그러다가 27살 때 이것저것 몸쓰는 걸 배우면서 사람몸에 대해 신뢰를 하게 되었고

그리고 출산을 '하고싶다'라고까지 생각하게 된거였다.

제왕절개수술이 보편적인 어떤 수술이 된 게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통증을 제어하기 위해 마취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빅토리아 여왕의 분만을 돕기위해서였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통증이란 것도 신이 내린, 인간이 겪고 극복해야 할 어떤 것이라 생각했으므로

단지 '통증'을 잊기 위해 마취제를 쓴다는 건 종교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었을 거다.

아무튼 빅토리아 여왕이후로 이렇게 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통증을 컨트롤하는 것이

별개로 이뤄지면서

통증이란 건, 굳이 견뎌야 할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안 겪어서 좋은 것이 돼 갔을 거다.

그리고 그렇게 마취된 상태에서 사람의 몸은 잠시 인간의 정신적, 영적 지배를 벗어난 肉체로서 

떠 있게 되는 거지.

내가 출산과정을 육화된 공포로만 느낀 건,

그 과정에 임부가 여전히 호흡하며 몸을 이완하고 모체와 태아가 힘겨루기를 하고 또 그 과정에 조화를 이뤄내서 분만이 이뤄지고 통증 끝에 통증을 잊게 하는 물질 역시 분비되는 등등의 과정이 이뤄진다는 걸

거의 인지 못해서였던 거였다.   

 

 

실습중에 자연분만을 참관한 적은 없는데

그건 OG전공의 수가 너무 적어서 환자의 동의를 구하는 등의 조율을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만은, 제왕절개같은 '수술'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이걸 출산과정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런 수술이 만약 없었다면 얼마나 많은 임부들이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까 생각한다면

딱히 수술을 통해 분만하는 걸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난 그냥...

수술을 통해 분만하는 걸 보면서도 매번 감동을 했고 그럼에도 난 꼭 자연분만을 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른 동기들은, 여자동기들은...

수술을 통해 분만이 수월하게 이뤄지는 걸 직접 보고 나니깐

'난 수술로 애 낳을거야'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분만 진통을 겪는게 무서워서일까

내가 27살 이전까지 느꼈던 출산에 대한 육화된 공포와 비슷한 공포를 갖고 있어서일까..

이유를 잘은 모르겠지만

수술로 분만해야 할 의학적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굳이 수술로 분만하는 걸 선택하는 건

출산을 굉장히 기계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서가 아닐까 싶었고

그런 생각은 내가 27살 때 느꼈던 사람 몸에 대한 신뢰와 굉장히 배치되는 것 같아서

좀 씁쓸하기도 했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에일리언시리즈의 시초를 낳게 되는 여자가 

수술기계를 통해 제왕절개수술로 후딱 분만을 해치워버리는 장면처럼

출산을 그렇게 이해하는 게 그냥... 그냥 싫었다.

 

 

애가 거꾸로 있다는 걸 알게된 건 30주 때 쯤이었는데

난 설마 그래도 얘가 끝까지 거꾸로 있을줄은 몰랐다.

때가 되면 돌아서 정상위로 변할 줄 알았는데

매일매일 심하부를 만져보면 머리가 너무나 완고하게 그자리에 버티고 있어서

그래서 어떻게든 돌려보려고

뭐 알려진 이상한 운동을 하는대신, 하루에 두번씩 방을 열심히 닦았다 ㅡㅡ

내가 공부한다고 너무 앉아있거나 해서 얘가 이렇게 자세를 잡았나보다 싶어서

그래서 방도 닦고 몸도 많이 움직이고 이것저것 노력을 했는데

34주째에도 안돌아왔고

담당 선생님으로 부터 결국 수술가능성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집으로 오는길에 어찌나 서럽던지

그냥 뭐,, 27살 때 출산에 대한 공포를 극복한게 나한텐 아무소용이 없는 거구나 싶었고

그동안 당연히 자연분만 할 줄알고 일주에 한번씩 가서 듣던 출산 교육같은 거

다 필요없는 거였는데 대체 왜 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괜히 울적해지고 한편으론 완고하게 버티고 앉은 애가 밉기조차 했는데

근데 생각해 보니 수술을 피하고 싶은 이유의 거의 대부분이 나자신을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그제서야 마음을 비우고 그냥 수술 해야되면 하지뭐.. 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가 한국에선 거의 하지 않는 외회전술에 대해서 알게 됐다.

 

36주에도 여전히 거꾸로 있어서 

38주쯤에 수술 해야 하니 그무렵으로 해서 원하는 수술 날짜를 정해오라고 담당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그래 뭐,,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시술이라면 해봐도 되지 않을까 해서

어제 서울에 가서

 

돌리고 왔다

 

 

frank breech상태라서,

그냥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해 보기에는, 그런자세에선 도무지 돌아갈 방향이나 틈이 없어보였는데

실제로 애를 돌리는 시술을 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자세 자체가 큰 문제는 안되는 거였나보다.

 

지금도 애가 다시 돌아가면 어떡하나 이미 다시 돌아가버렸으면 어떡하나 조금 불안하긴 한데

괜히 이런걸로 불안해하진 말자

거꾸로 있는게 크게 아기 안전에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거꾸로 있는 아이를 출산하는데 있어서 발생할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수술.. 이란 옵션도 있는데

대체 왜 이런걸로 끙끙앓고 고민한 건지

그리고 애가 거꾸로 있는게 큰 문제가 아닌게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시 정상위로 돌릴 수 있는 시술을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아기가 착하게도 쉽게 돌아와줬다는 점

그걸로 감사한다.

 

한달 넘게 지속된 맘고생 몸고생 끝에 겨우 정상위로 자리잡은 녀석...

이제부터는 열심히 걷고 운동도 해서 자연분만 성공하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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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2013. 6. 30. 20:58 from yS 2010▷2013

초등교육을 받을 당시

그때 예상치 못하게 비가 오는 날이 있으면

다른 친구들은 당연하게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산을 챙겨가지고 마중을 나오는 듯했는데

우리 엄마는 그 10분 15분 걸리는 거리 뭐 얼마나 멀다고 비좀 맞을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신건지

우산같은 거 잘 챙겨 갖다주는 스타일이 아니셨다.

예고없는 갑작스런 비 뿐 아니라

애초에 일기예보에서 비올 확률이 높다고 하니 우산을 가져가라 와 같은 챙김도 거의 하지 않는

방목형의 가정교육을 지향하시는 분

그래서 비오는 날 하교길에 비를 맞고 집에 가는 일이 꽤 많았던 거 같은데

이게 참...

서럽다고 하기에는 너무 서글픈 뉘앙스의 표현이라서 그때 기분에 딱 맞지 않고

뭐라고 해야 되지..

비맞고 돌아다니는게 창피했다고 해야 되나

아무렇게 팽개쳐져 있다는 걸 비오는 거리에서 남들이 다 보고 알게되는게 부끄러웠던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중고교로 넘어가면서 그렇게 우산 챙김받는 애들도 별로 없고

사실 뭐 비 좀 맞고 다니느게 뭐 대수로운 일이라고,

우산따위 나한테 별거 아닌게 돼 갔다.

 

그리고 대학졸업 후에 엄마에게 미리 공언한대로

집으로부터의 경제적 도움은 완전 끊고 내 힘으로 내 살림을 꾸리게 됐는데

내힘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이 생필품 사러다니기 곤란한 지역 정도에나 있어서

이사 첫날, 버스타고 멀리까지 가서 이것저것 수납장이라든가 생활용품을 사들고 돌아오던 참이었다.

근데 무슨 보따리 장수도 아니고, 혼자 거두기엔 확실히 많은 짐(수납장 포함)을

택시도 아니고 버스에 위태롭게 실은채 끌어안고 오자니

버스가 급커브를 도는 순간 내가 들고탔던 짐들이 버스안에 막 흩어져 버릴 뻔하게 된 거였다.

그 순간 어떤 여자분이 날 쳐다보지도 않은채 짐이 흩어지는 걸 몸으로 막아줬는데

그제서야 알뜰하고 씩씩하게 생활전선을 헤쳐나갈 것에만 집중하느라

거의 잊고 있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됐다.

내가 궁상맞고 불쌍하게 보이나보다 와 같은

옛날에 어릴 때 비맞고 집에 갈 때 느꼈던 창피함과 비슷한 감정을

그 친절한 여자분을 통해 새삼 되새기게 된거였다.

 

보살핌과 같은 직접적이고 물질적인 지지를 통해서 안정을 찾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예를들어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가거나 출산할 때 남편이 옆에 있지 않아서 섭섭하다는 둥

그런 글들을 굉장히 많이 보게 되는데 

나로서는 참 이해가 되지 않지만

지속적인 보살핌과 지지가 필요한 사람, 그리고 그런 보살핌을 잘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게 내 경우와 같이 시선의 창피함때문에 생겨난 외부적인 방향에서의 필요인지

그런거완 별개로 내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필요인지는

사람마다 좀 차이가 있겠지만

 

요즘 날씨가 참 오락가락 하는데 

얼마전 집에 오는 길에도 갑자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셔틀버스에서 내리고 집에 가자니, 문득 수박이 먹고 싶어서 마트까지 가서 수박을 사들고

그리고 비오는데 수박이 달지 않으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나 하면서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왠 친절한 아가씨가 '우산 같이 써요'라면서 다가오길래

'노땡큐 ^^'라고 말하고 그냥 걸어갔다.

배도 불러가지고 우산도 없이 비맞고 수박 들고 (낑낑대는 듯이 보이게) 걸어가는게 안돼보였나보다.

그러고 생각난게 앞서말한 어릴 때 우산없이 비맞으며 집에 가곤 하던 일인데

역시나 어릴때 내생각대로 남들은 어린이가 비맞고 돌아다니는 걸 불쌍하게 본 것임에 틀림없다.

분명히 불쌍하게 쳐다봤을거라고

 

그래서 난 최소한 초등학교 때 까지는 그렇게 방목형으로 애의 자립심을 북돋지는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에 대해 이동진씨가 '아이들만의 외로움'이라는 표현으로 평점을 올려놨는데

그말대로다.

내가 벌써 잊어버릴똥 말똥 하고 있는 내 어릴때의 외로움을 자꾸 기억해내야지

그래야

이미 어른인 내 기준의 꿋꿋함으로 애를 외롭게 몰아대는 일이 없을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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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싸이언

2013. 6. 4. 09:17 from ETOCETORA

 

TS 돌 때 오목가슴으로 nuss procedure라는 교정수술을 하는 수술방에 들어갔었다.

12,13세 정도 남자 어린이,,

수술은 비교적 간단해서 1시간 안에 끝나고 이제 마취과에서 환자 깨운뒤에 회복실로 옮기기만 하면되는데

깨는 과정에서 이 어린이가 굉장한 몸부림을 치기 시작해서

옆에 있던 사람들이 다 달라붙어 붙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간단한 수술이라 도와줄 손이라고 해봤자

마취과 선생님, TS의 PA선생님, 나를 포함한 PK두명, 대략 4명정도의 어른이 달라붙었는데

난 혹시나 이 어린이가 내 배라도 걷어차지 않을까 싶어

조심하면서 몸은 멀찍이 떼놓고 팔만 뻗어서 어린이를 다리 한쪽을 잡고 있었다.

근데 발로 걷어차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린이가 몸에 힘을 주는 순간 내 팔을 통해 전달된 그 힘이

생전 처음 내 몸안의 유강장기의 위치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커서

(채워지고 비워지는 느낌이 확연한 방광&위장과 달리 자궁은 거기있다는 걸 거의 모르고 사니깐)

마치 옛날 어머님들이 무거운 거 들다가 '밑이 빠진다'라고 표현한게 대체 어떤 의미인지

순식간에 파악해 버린 정도였다.

깜짝 놀라서 얼른 어린이에게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는데,,

순식간이지만 진심으로 '식겁'했다.

아무튼 다음날 교수님 회진 때 따라가서 본 이 환자는..

막 사춘기에 접어들락말락한 어린이들 특유의 새침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교수님과 부모님이 나누는 어제의 수술결과와 앞으로의 교정계획에 대한 대화를

마치 남일인 양 흘려듣는척하고 있었다. 

어린이 니가 모른 척해도 난 너안의 강력한 초싸이언을 이미 아는데 ㅎㅎ

 

 

 

임신중에 코를 심하게 골게 된다는 걸,

잠을 자니깐 전혀 몰랐는데 한 5개월때쯤인가 엄마랑 우연히 같이자다가 알게됐다.

그얘길 듣고 놀라 검색을 해 보니,,

산부인과에서는 딱히 주의를 주지도 않던 이런 문제가 생겨 당황해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ENT 돌 때, 코골이 치료받으러 오는 환자들을 보면

비만하거나 하악이 뒤쪽으로 밀려있다거나 해서 어떤 특징적인 相이 있는데

임신했을 때 배가 나온거라든가, 증가한 혈액으로 조직이 부어서 공기통로가 좁아진다든가 하는

그런 신체변화상태가

비만한 코골이 아저씨들의 몸상태와 크게 차이날 거 없으니

그래 코고는 거 그럴수 있다고 받아들여야 되나,,,,

아니,, 이런 흉측한 사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게,

(산부인과 교재에도 딱히 언급이 안돼 있긴 하지만)

코골이 같은 수면중 무호흡 상태는

그렇잖아도 모체 산소에 빌붙어서(?) 낮은 산소포화도로 살아가고 있는 태아의 가스 환기상태에

분명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만하면 코골이를 방지하는, 옆으로 누워자는 자세로 자려고 노력은 하는데

자다 깨보면 내안의 싸이언이 밤새 나타난 흔적인, 바로누운 자세로 누워있다.

웃어넘길 일도 아니고 생각해보면 꽤 심각한 문제인데

어쨌거나 밤마다 내안의 싸이언과 함께 하면서 지난 수개월을 잘 버텨오고 있는 거 같으니

조금만 더 힘내라구 총총

 

 

 

사실 어제밤

내가 받은 결과에 대해

다른 관련인물들과 관련상황들을 향한 비난만 치솟아

이 자기변명에 불과한 못난 마음을 어찌할 바 몰라 바둥바둥 분노했다

그라운드 제로로 내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나서야 이후의 상황정리가 될텐데

그게 안돼서 저녁 내내 괴로웠던 것이다.

자고일어나 아침이 돼서야 문득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

그렇게 자신을 받아들이고 맘이 편해졌다

 

 

물론 코골이 얘기를 하는 건 아님.

이런받아들일 수 없다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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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전

2013. 5. 23. 22:44 from yS 2010▷2013

 

그러니까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이나 상황이란게 있고 목표라는게 있는건데

 

 

나도 내가 밉살스럽게 보인다는 걸 알고 있다.

 

실습실에서 책펴놓고 공부하는 등의 행동이

 

수다떨면서 쉬는 애들의 신경을 굉장히 자극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아무튼 내 입장에선 출산이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깐 미리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도 있고

 

일과 후에 집에가면 예전보다 체력적으로 훨씬 더 지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자버리게 되니깐

 

그나마 병원에 있을때 빈시간이 생길때마다 공부를 해둬야겠다고 생각해서

 

밉살스럽게 보인다는 걸 알아도 그냥 공부하고

 

남들이 옆에서 떠들어대도, 그냥 떠드는 게 아니라 일부러 더 크게크게크게 웃어제껴도

 

고달픈 병원실습 중 그나마 학생들이 편하게 있을수 있는 이 실습실에서

 

'시끄러우니깐 조용히해라' 라는 등의 불평을 할 입장은 아니란 것도 알고 있으니깐 

 

아무튼 그런 소란도 내가 절박해선지 그럭저럭 견딜만해서 그냥 내 공부만 계속하는데

 

 

 

오늘은 무슨 전투라도 치른 기분이다.

 

내가 앉은 자리의 책상이 중심이 안 맞아서 흔들거리는데,

 

옆에 앉은 애들이 일부러 그걸 쳐 대면서 떠들어대서

 

그러면 난 그냥 그 자리를 뜨면 될건데 왜 난 거기에 버티고 앉아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시끄럽게 방해해도 공부할 수 있다며 그런 환경에서 버티는 것도 바보같고

 

그런 불편한 자리에서도 버텨내겠다고 하는 건 미련하게 오기를 부리는 거다.

 

애초에 남들 눈에 띄게 강의실에서 공부하지 말고

 

어디 병원 구석에 숨어서 공부하면 아무 문제 없을 건데도

 

그냥 남들 눈치보면서 그렇게 숨는 것도 싫어서

 

괜히 미움받을 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는 

 

'내가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서 공부하는게 싫어죽겠지만 그래도 해야돼 잉잉' 같은

 

'내가 지금은 이렇게 책을 펼쳐놓고 있지만 어제 집에가서는 바로 쓰러져 자버렸어 잉잉'같은

 

여자들스러운 자기변명이 왜 안되는 걸까.

 

 

 

 

베토벤은, 성격이 바로 운명이다 라고 말했다는데

 

그래 이 말은 정말 설득력있는 말이다.

 

 

 

 

그러니까 다들 자기 나름의 상황이 있고 각자의 목표가 있는데

 

애들이 이렇게 찌질하게 자기 눈앞에서 공부하는 걸 못견뎌하는 건 결국

 

자기만의 급한 마음이 있고, 그렇게 자기의 작은 세계안에서 지쳐 있기 때문이란 걸 알고는 있다

 

오늘 옆에서 굉장하게 떠들어대고 웃어제낀 애들 중 한명은

 

지난 주말에 학교 국시실에 혼자 와가지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찌다가 갔다.

 

얼굴이 벌개질 만큼 공부하느라 타올랐다는 말이다.

 

그런주제에 남이 공부하는 꼴은 못보는 그런 소갈머리는

 

결국 자기가 급하고 옆의 모두를 경쟁자로 생각하기 때문이지

 

난 당신들을 경쟁자로 생각하지도 않는데

 

내 경쟁상대는 당신들이 아니라 바로 내 상황이고, 나 자신이고, 

 

가장 심리적 범위를 좁혀 봤자 기껏 나와 같은 병원에 지원할 다른학교의 학생들 정도일텐데 

 

왜 그렇게 자신의 쪼그라든 마음을 남에게 투사시키며 괴롭히는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정작 나는 또 왜 이렇게 쪼그라들어 있는 애들을 상대로

 

그런 정신적인 전투를 유발하고 또 지속시키는 건지도 그것도 참 모르겠고

 

 

 

오늘로써 실습일정은 다 끝났으니 실습실에서 시간보낼일이야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다음부턴 안그래야지

 

성격이 운명이다 라는데

 

이런 전쟁같은 운명은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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謎 惑

2013. 4. 15. 19:59 from yS 2010▷2013

 

 

실습을 하다보면 교수님들한테 이것저것 질문을 받게 되는데

보통은 실습과 관련된 질문으로, 예상질문지와 모범답안지도 전수돼 오고 있기 마련이다.

이런건,,, 미리 공부를 해둬야 하는 시험같은 거라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런 질문은 충분히 받을만하다고..

근데 가끔씩 좀 모호한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니? 라든가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니? 라든가

의사가 되고 싶다고? 의사가 되는게 대체 뭐라고 생각하길래? 라든가....

질문을 하시는 거야 상관없는데, 저렇게 다종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을 수 있는 질문에 대해

사실은 당신께서 듣고싶은 답, 하고 싶은 말인 모범답안을 정해두고 계신다는 게 문제.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정말 피곤하다.

 

말하자면 생활인으로서의 교수님이 겪고 계신 중년의 사춘기를

학생들에게도 강요하게 되는 상황이랄까.

 

중년의 사춘기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아직 중년이 아닌 내 입장에서도 그런 종류의 질문을 하시는 교수님들이 어떤 심리인지

보인다.

다 아는 것처럼 건방떨지 말라고 해도 정말 다 보인다고.

눌어붙은 현재를 살아내야 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시간이 오래되고

오래된 시간만큼 개인의 이상과 꿈(이 너무 오래되면 욕심이랑 분간이 안되기도 하겠지만)은 흐려지고

그런 흔들림이 낳은 사유의 결과물을 퍼뜨리고 계신 중이라는 걸 난 알 수 있다고.

 

물론 당신의 '말하고 싶은 욕망'을 위해 들어드릴수는 있는데,

당신께서 원하시는 바와 다르게

그런 사유들이 더이상 내 마음에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키지를 않는다.

더이상 새롭지가 않아서다.

낙관을 위한 강박적인 낙관도 피곤하지만

내가 이미 아는 비관을 반복해서 듣는 건 더 피곤하다.

비관을 공감하며 함께 나누고 싶지가 않다.

그러느니 아수라같은 욕망속에 아득바득 열심히 사는 분들의 얘기를 듣는게 더 재밌다.

 

 

그러니깐 '내가 이미 아는' 비관이라는 게 결국 문제의 핵심인거다.

무수한 사람이 반복해서 경험해오고 있는 보편적인 비관.

구체적인 내용은 사실 별볼일 없는 것인지라, 좀더 원론적인 언어로만 추려져서

누군가에게서 누군가에게로 반복 전승되고 퍼지고 있는 이런 비관들은

내 삶을 흔들며 비집고 들어온 6,7년전과는 달리 

이제 내 마음에서 이미 식상해지고 흐릿해져 가고 있었는데

 

 

 

그런 그런 질풍노도 중년의 언어들 속에서

방사선과 C교수님의 한마디가 별처럼 빛난다.

 

C교수님은,, 굉장한 에너지를 쏟아내며 노는 분으로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때 정말 열심히 마음껏 노는 분으로

수업시간에도 완전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하며

학생들 또한 수업내용보다 그분에게 화끈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것을 더 신경써야 하는

그래서 원래는 좀 기껍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난 보수적인 학생이니깐.

그래도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야만 유머가 완성되는,

그런 폭력적인 개그코드가 결코 없어셔서

자기를 위해 남을 밟는 짓은 아마도 하지 않을 분이라는 면만 기껍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몇주전 C교수님 담당과를 실습하던 중.

여느때처럼 시시한 익살과 학생들의 리액션을 유도하며

수업내용보다 분위기를 추구하는 강의를 하시면서 문득

화면 속 방사선 사진에 대해

'아름답지 않냐'는 말씀을 하셨다.

다른 최첨단의 영상이 아니라, 그냥 단순 엑스선 사진을 가리키며

그 흰색과 검은색에서 미학적인 어떤 면이 보이지 않냐고..

 

그래, 나도 물론 방사선 사진보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조물이 뭔지 저 구조물이 뭔지 보고 외우는게 귀찮아 죽겠던 학생이 문득

흰것은 뼈고 검은 것은 공기라, 간결해서 아름답구나 라고 생각하며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공부를 작파한 학생의 미감과 

그 검은 것과 흰것들이 더 희고 더 검고 덜 희고 덜 검다며 각자 자기 소리를 내는 걸 다 알아채고 있지만

그럼에도 오직 검은 것과 흰것이 아름답구나 라고만 말씀 하시는 교수님의 미감을

감히 같은 거라고 비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걸 반복함으로써 추상적인 어떤 걸 문득 발견해내는 건

오직 시간을 충실히 견딤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40대는 불혹의 나이라고 하는데, 그 말대로 C교수님은..

중년의 사춘기를 전파시키려는 시시한 수수께끼를 던지며 학생들을 미혹하는 대신

세부적인 정보를 찾기위해 지난 20년간 매일매일 열심히 살펴보던 사진들 속에서 얻은 보편적인 영감을

시같은 한마디로 던져주신거다. 

 

C교수님은 중년의 사춘기를 그래도 그럭저럭 넘기고 계실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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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M

2013. 4. 13. 14:05 from ETOCETORA

어제 저녁에 임신당뇨 스크리닝 검사가 있었다.

 

책에서만 보던 50g OGTT 

일단 진한 설탕물같은 시약을 마시고 한시간 뒤에 혈당확인을 위해 채혈을 했는데....

정상 기준치를 시원하게 넘어버렸다.

즉, 임신당뇨 확진검사를 하게 된 것이다.

담당하시는 분이 걱정스럽게 일단 확진검사 후에 내과선생님과 상의하자시며 언제 검사할런지 묻는데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내일 바로 하겠다고 말하고, 금식후 검사라도 오늘 저녁까지는 먹어도 된다길래

아까 시약 마시고 한시간 기다리는 동안 한솥도시락에 가서 사온 치킨마요를 소스 쫙쫙 긁어가며 비벼먹고 

12부터 금식해야 한다니깐 집에 사둔 딸기를 12시전까진 다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임신당뇨 확진검사인 8시간 금식 후 100g OGTT검사를 검색해보니..  

아....

이게 위양성율이 20%밖에 되지 않는 50g OGTT검사 후의 확진검사라는...

그러니깐 내가 GDM이 아닐 확률이 20프로 정도 밖에 안된다는 건가...

이런 줄 모르고 아까는 스크리닝에 걸린게 뭐 대순가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제서야 검사내용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 외에

환자들이 검사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이나 주의하는 점 등을 찾아보게 됐는데

검사 전날 음식을 부담스럽게 먹으면 스크리닝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둥..

스크리닝 걸린 뒤에 며칠 동안 식단 조절하고 운동하면서 몸 만든 다음에 확진검사 받았다는 둥..

그럼 난 어떡하지, 전혀 몸상태 변화시킬 시간 없이 당장 내일 확진검사해서 임신당뇨 나오면..

일단 임신당뇨로 인해 임신과 출산과정에 문제가 생길 위험성이 커지고, 출산 후 당뇨가 올수도 있고,

안그래도 몸상태 신경쓰느라 힘들고 영양요구량이 많으면서 소화도 잘 안되는 이 임신기간 동안

혈당관리를 위해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주사, 그리고 간이혈당기로 매일 혈당측정 등의 수고가 생길것이고

무엇보다 산모의 지속적인 고혈당에 덩달아 노출되면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 태아는

태어난 후 살아가는 동안 당뇨 등의 대사증후군에 이환될 확률이 높아진다

나때문에 애가 병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바로 떠오른게 방금 저녁으로 먹은 치킨마요..

스크리닝에 걸리고 다음날 아침 확진검사 할 사람이

대체 무슨 베짱으로 저녁을, 치킨마요 한그릇을 뚝딱 비운건지

아무리 12시부터 금식을 한다해도 그전에 먹은것들이 계속해서 흡수되고 있다면

그건 전혀 금식 상태가 아니지 않은가

8시에 먹은 치킨마요가 12시까지 소화흡수 완료될 수 있을까? 노노..

그래서 이걸 토해낼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당뇨로 판정이 날거면 제대로 확인되는게 중요하기도 하니깐

토해내기보다는 그냥 굶는시간을 늘리는 쪽으로

그러니깐 내일 병원 검사 받으러가는 시간을 알아서 늦추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떠오른게

혈당측정 기다리는 동안 나 OGTT처음 해봐서 신기하다며

싸이에 호들갑스럽게 글을 올리는 등 나댄 사실이다.

검사자체의 중요성 보다는 검사를 무슨 처음해보는 놀이처럼 취급해서

누가 나한테 벌을 준거라는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요 한달간의 내 생활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됐다.

임신하고부터 야채는 기생충이 껄끄러워서, 과일은 농약이 껄끄러워서 별로 안 먹었다.

식후에 속이 조금 빈듯 허기가 들면 애가 굶주린다는 기분이 들어서 즉시 뭔가 과자같은걸 먹었고

무엇보다 운동을 거의 안했다.

체중은 별로 늘지 않았으니 지방세포보다는 운동부족이 내 몸의 인슐린을 무능력하게 만들었을거다.

아니... 그러고보면 체중도 이제 임신 전 체중을 이미 회복했고

거기에 더해 최소한 태아 몸무게 만큼은 더 늘었다.

아까 한달만에 측정한 체중을 보고서도 왜 아무 생각이 없었을까.

그리고 실습한다고 알게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분명히 영향이 있었을 거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내일 검사를 받는 것은 좀 억울하지 않을까..

내가 뭐 당뇨리스크가 엄청 높은 사람도 아닌거 같은데 느닷없이 임신당뇨라고 진단받게 된다면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을거 같다.

그런데 아침에 3시간이나 비울만한 여유가 생기려면 최소 2주는 있어야 돼서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는 거다.

 

일단 오늘은 일찍 잠을 자서 최대한 스트레스 안 받는 평정상태로 검사를 받아야 하며

그리고 내몸의 인슐린을 회복시켜야 되니깐,, 오랜만에 근육운동도 좀 하고 자야겠다며

그렇게 야밤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아침늦게 일어나 비장한 마음으로 병원으로 갔다.

 

남들은 스크리닝으로 50g 한병만 마시는데

난 두병씩이나 마시는 걸 옆에서 알아챌까봐 창피하기도 하고

그렇게 풀이 죽어서 fasting, 1시간 후, 2시간 후까지 혈당치를 측정했는데

2시간째 혈당을 측정한 후 그 담당자분이 3시간째꺼는 할 필요가 없다면서

너무나 정상범위라고,,,

ㅠㅠ

 

 

확진검사 상 2개까지 정상이면  임신당뇨 r/o되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4번의 측정 중 한번이라도 이상이 나오면

그래도 혹시나 싶으니 다시 확진검사하자는 그런 산부인과도 있는 듯했다.

그걸 가지고 임산부들이 너무하지 않냐는 둥 인터넷에 하소연을 하는데

난,,, 그런게 너무한 거 같지가 않다.

임신당뇨인 경우 생기는 문제가 이것저것 많으니깐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검사하자는 건데

다른 것도 아니고 결국 자신과 자기 태아를 위해서 아닌가

(이런게 결국 과잉진료를 부르는 기초겠지만 적어도 임신에 있어서만큼은 내 생각은 그래)

나도 사실 스크리닝 검사 때 택도없이 높은 수치에 대해

간이혈당계로라도 다시 확인해 달라고 말할 수도 있었고

확진검사 과정이 힘든 걸 알고나니깐 더더욱 왜 그런 요구를 안했나 내가 바보같기는 하지만

행여나 채혈과정이나 검사과정의 문제로 고혈당 상태라고 잘못나온 거라 하더라도

난 그런 걸로 확진검사를 하게 만든 병원측이 원망스럽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임신 중 건강상태에 대해 자신하고 있던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해줘서 감사하다

(이런게 결국 과한 건강검진을 부르는 기초겠지만 적어도 임신에 있어서만큼은 내 생각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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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지하드

2013. 3. 25. 10:28 from yS 2010▷2013

 

그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여자대학동기 J에게서 얼마전 연락이 왔다.

10프로도 안되던 여자동기들 중 한명인데도 어찌된게 아무소식 하나 들려오지 않았을까 이상한일이지만

둘 사이에 조금 껄끄러운게 있었던 듯도 하고

어쩌면 내쪽에서 절대로 친한척 관심있는척 안하려 했을수도 있다.

 

대학 입학하고 잠깐 호감을 가졌던 동기 남자애가 있는데

그런 상태에서 살펴보니깐 이 남자애가 J하고 어떻게 잘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거였다.

그래서 그때부터 J의 행동이 하나하나 거슬렸다.

뭘해도 이성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내숭떠는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완전 가식적이고 여우같은 기집애라는 그런 느낌이 점점 쌓여갔다.

한번은 같이 하던 스터디모임에 늦게 참석한 J가 스터디도중 청승맞게 눈물을 글썽글썽 한 적이 있는데

대체 누구한테 보이려고 저런 감성쇼를 하나 하고 계속 미운눈으로 흘긴적도 있다.

 

그 남자애는 얼마지나지 않아 당연하게도(ㅋㅋ) 내 매력에 넘어왔다가 또 결국 나한테 차였지만

그렇게 문제의 발단이 됐다고도 할 수 있는 남자애가 떨어져 나간 다음에도

J와 나는 계속 서먹했고, 이 서먹함이 나로인한건지, 아니면 J도 나에게서 뭔가 느끼는 게 있는건지

그건 알 수 없었다.

대학입학하고 첫학기동안 둘다 기숙사에 있으면서 그래도 좀 쉽게 인사를 나눈 친구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첫인상에서는 애 수더분하고 담백하고 괜찮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터라

이런 서먹함이 이후 졸업할 때까지 계속됐다는 건 참 소모적인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전 졸업 후 처음으로 연락이 온건데...

일단 연락 자체는 굉장히 반가웠고,

J도 나도 서로에 대해 아무런 소식을 못듣고 살았다는 걸 알았고

그간의 서로의 안부를 열심히 물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탐색전 속에 뭔가 동정해줘야 할 어떤부분이 있기를 서로 기대하지는 않나하는

여자들의 대화에서 으레 묘사되는 신경전을 미묘하게 감지했다.

 

그래도 이정도라면 소위말하는 '화해'라는게 된게 아닐까..(딱히 싸운것도 아니지만..)

그냥 시간이 두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해 줘 버린게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당시의 난 왜 애꿎은 J를 미워했을까..

나 나름대로는 미움받아 마땅한 애라고 그 근거들을 하나하나 모았던 듯도 하지만

사실은 걔가 이미 싫어져버렸기 때문에, 그런 내 미운 마음이 심술궂은 눈으로 J를 평가하게 한거다.

 

 

중고등학교 때는 워낙에 우등생이라 누구하나 건드리는 사람이 없어서 친구들 신경쓸거없이 잘지냈고

대학교 때는 여자애들이 워낙 적었기 때문에 애초에 무슨 패거리가 만들어질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학교에서는 여학생 비율이 절반이라서

여자애들의 집단이라든가 무리라든가 아무튼 그런 패거리의 이합집산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이동네는 소문도 많다.

남자애들이 소문이란것과 어떻게 관계맺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애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소문이란건 꽤 중요한 문제다.

오죽하면 여자들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에

'주변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는 느낌'이라는 그런 항목도 있을까.

 

여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라는 건 어찌보면 좀 불쌍한 존재다.

털털하고 성격좋다는게 사실

다른 남자한테 꼬리치지 않는, 따라서 날 가로막는 장벽이 되지 않을 돌멩이 같은 여자..

뭐 이런 의미 아닌가.

같은 여자입장에서 도무지 참을 수 없는

헤픈 웃음, 감정을 동요시키는 가벼운 신체접촉, 여성스러움을 가장한 내숭 등등의

남자꼬시는 기술들을 사용하지 않는 그런 성격좋고 털털한 여자가

대부분 여자들이 욕하지 않고 좋아하는 여자다.

 

물론 저렇게 여성미 없어서 안심이 되는 여자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자신의 적이 되냐하면

또 그건 아니고,,

주요한 타겟.. 주적에 대한 악담을 나누고 퍼뜨릴 동안 그럭저럭 참아줄만한 여자들과의 연대는 유지되는데

이게 대개의 여자애들이 만드는 패거리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FM에 좀 많이 가녀리고 여성미 넘치는 여선생님이 한분 계셨는데

남자애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천사같은 N선생님이라며...

근데 실습실에서 N선생님을 찬양하는 남자애들에 대해 몇몇 여자애들이

'그렇게 여자보는 눈이 없으니깐 여자친구를 못사귀는 거라며 N선생님은 완전 내숭이다'라고

'여학생이 질문에 답하면 알듯모를듯 비웃는듯 눈내리깔고 씨익 웃는거 정말 기분나쁘다'고

그렇게 같은 여자인 나도 100프로 공감이 되는 말을 했는데

N선생님이 여자애들한테 미움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럭저럭 예쁜편이긴 한데, 자기 예쁜걸 굉장히 부각시키는 여성스러움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있어서

그게 여자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쁜거다.

저렇게 이쁜척하(며 남자꼬시려고 하)니까 당연히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을 부당하게 평가할게 분명하겠지..

이렇게 N선생님이 미운 여학생들끼리는 은연중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렇게 연대가 이뤄지는 거다.

실제로 N선생님이 여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제대로된 근거는 하나도 없다.

그 알듯모를듯한 고상한 미소,,

남자애들은 예쁘다고 환장을 하고 여자애들은 비웃는거 같다고 불쾌해하는 그 여성스런 미소빼고는.

그리고 설사 N선생님이 내숭좀 떨고 이쁜척 하면 뭐 어떤가

내숭 떨면 남자에게 나쁜 여자인가?

인간관계 처음 접근의 과정과 관계 유지과정은 다른 거 아닌가

접근의 과정에서 내숭이나 가식이 좀 있으면 어때. 그렇다고 나쁜사람이란 법은 없는 거다.

천사같이 보이면 그냥 천사같이 생각하면 되는 거지.

 

얼마전에 여자 R이 한명만 있는 과에 1년차로 들어간 여선생이

원래 있던 선배 여자 R의 구박을 못견디고 결국 그 과를 나와 버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원래 있던 여자 R이 예쁘게 생겼고 자기가 그 과의 홍일점이었는데

새로 들어온 1년차 R도 예쁘기도 하지만 일단 새로 들어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서

그래서 그걸 못견딘 선배R이 1년차를 심하게 대했다고

웃기지만 그래서 1년차가 도망간거라고 그런 소문이 돌았었다.

선배 R이 먼저 시작한건지 아니면 후배 R이 자기가 느끼는 여자로서의 경쟁의식을 선배R에게 투사해서

더 밉보이게 행동하고 피해의식이 쌓여간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 사람이 다 여자였다는 것에서 결국 문제의 본질은

소문대로 사무적이라기 보다는 감정적인 것일거다.

 

그리고 저번학기에 발표하던 나에게 인신공격을 해대던 여자의사 펠로우

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군 이유를 사실 나는 알고 있는데

그건 내가 발표도중에 여자냄새를 풍겼기 때문이다.

이미 인턴도 해봤고, 사회생활도 해봤기 때문에

여자들이 애같은 말투로 책임감 떨어지게 구는게 어떤건지 잘알고, 그에대한 교육도 받아놔서

학교들어온 후 공적인 상황에선 다른 여학생들은 다 어색하게 여길 '다나까 화법'으로 말을 했었고

실습 때 케이스 발표할 때도 항상 그런 부분을 신경써왔다.

하지만 발표도중 전혀 예상못한 실수가 자꾸 눈에 들어오니깐

그 민망함을 무마하려고 무심코 웃게 된 것이다.

여자들이 미워하는 스킬... 귀여운 척 헤프게 웃는거...이런걸 한게 돼 버린 셈이지.

그래서 그 펠로우는 발표 중의 실수를 가증스런 애교로 무마하려는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하지만 그 여자의자 펠로우도 문제가 있는게

민망함을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상대의 성별이 남자였다면

그 행동을 그렇게 도드라지게 의식하진 않았을 거란 점이다.

결국 서로 견제를 하는 상태였으니깐 이런 문제가 일어난다.

 

 

그래서 내숭떠는 여자를 공격하는 여자들이 그런 남자꼬시는 못된 기술(?)을 안쓰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자기들도 쓴다.

열심히 외모를 치장하고, 적당히 웃음도 흘려주고, 간간히 스킨쉽도 던져주고 뭐..

근데 이게 과하게 부각되지 않아야 여자들 사이에 소문을 형성하는 주체로 떳떳해지니깐

자기 행동을 괜히 설명하고 떠들고 그래서 일반적인 것인양 만들어버린다.

어찌보면 대놓고 촌스럽게 여성미 풍기고 다니다 소문의 주인공이 되는 여자애들의 자연스런 행동에 비해

훨씬 영악하고 노련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여자들에 대해 또 어떤 똑똑한 여자들은

'털털한 척 하느라 고생한다'라고 비아냥거린다.

정말 끝도 없이 물고 물리고 이어지는 전쟁이지만

여자들 패거리가 생길만한 집단에서 지낸 지난 3년간 몸으로 느낀 일들이며

어차피 영화같은데서도 흔하게 나오는 일상이고 현실인거다.

 

 

 

한번은 다른학년의 어떤 남자애가

여기, 우리과 여자애들 정말 쉬워보인다면서

살짝만 건드려도 넘어오게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애들이 다들 외로워 보이지 않냐고

그래서 사귀려고 맘만 먹으면 사귈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처음 들을 땐 굉장히 기분 나빴지만 듣고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대부분은 이성과의 관계 때문에

너무 단순한 이유지만, 결국 남자때문에 다른 여자에게 괜한 미운감정을 품는다.

자신과의 어떤 가능성이 잠재된 남자들이든, 자기가 실제로 마음에 두고 있는 특정 남자든.

 

전에 학교에서 벗어나서 시내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동기애들이랑 걷다가 알게됐는데

(맨날 패거리나 무리를 짓고 다니며 남 험담이나 하고 소문이나 만드는 그런 스타일의)

어떤 여자애도 밤에 여기 산책로를 걷더라며

(사람들이랑 같이 걸으며 못된 소문을 만들거나 하지 않고)

혼자 걷더라며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그렇게 대부분의 시간을 입이 삐뚤어지게 눈이 삐뚤어지게 귀가 삐뚤어지게

험담이나 하고 듣고 하는 그런 사람들도

가끔은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구나 하고

혼자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었다.

 

너무 뻔한 소리지만

좀 마음을 곱게 쓰면 얼굴도 예뻐지고 남자친구도 생길건데

왜 그렇게 마녀같이 굴면서 마녀같이 못생겨져 가는지 모르겠다.

바보들. 

 

예뻐서 착한 애들이 좋다.

여자들의 자연스런 행동이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그런 솔직한 애들이 편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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試 間

2013. 2. 4. 02:15 from yS 2010▷2013


예전에 어느 블로거가

'치과에서 예약시간에도 진료를 안 해주고 기다리게 한다'며

치과가 모모의 회색신사들같은 시간도둑이라고 분개해댄 글을 읽은적이 있는데

글쎄... 이건 좀 아니지...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예약시간 밀린걸로 시간도둑 타령이라니,,

치과에서 시간 조금 잡아먹힌 것쯤은 비교도 안되게

애초에 인생이 시간도둑들에게 저당잡혀 사는 분이시군 이라고 한심하게 생각했다고..

대체 어떻게 이 소설을 이런식으로 받아들일수가 있지?

이런 소설 읽어봤자 사람들이 빠듯한 시간에 스스로 묶여 사는 건 변하지 않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선택실습 동안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학교에서의 강의가 진행된다.

그래서 며칠전에 개강 후 첫 강의시간,, 첫교시에서는

학생교육스케줄을 담당하시는 D교수님께서

전반적인 수업&시험일정,,그리고 1년뒤의 국시공부, 지금부터 준비해야한다고 잔소리를 하러 나오셨다.

화면에 올해 시험결과에 대한 분석표를 띄워놓고 이것저것 설명하시더니

전에 어떤 서울대 교수가 출간한 바쁘니까 청춘이다 라던가

그런 제목의 책에 나온 내용을 예로 들어놓으셨네

그 책에 나온, 인생을 하루 24시간에 비교한 그림을 보여주고선

나도 아직 네다섯시밖에 안됐으니 할일이 굉장히 많고

그보다 더 이른 시간인 여러분은 말할 것도 없다며

대학초년생이나 한번 읽고 버릴법한 책에 나온

역시나 대학초년생들끼리나 할법한 소리를

국시 닥달하는 강의에 써먹으려고 수업자료로까지 만들어가지고 오셨던거다.


세상이 할일로 꽉 차있다고

앞만보고 열심히 가야 한다고

사람의 시간을 어떤 절대량으로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 보면

개인의 지극히 개별적인 시간은 결코 겪어본적이 없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인생의 모든측면이 굉장히 평탄하고 순조로웠나?

D교수님도 살아오는 동안 뜻대로 안되고 힘든 시간이 있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시간조차도 사적인 사유로 견뎌낸게 아니라 공적인, 공통적인 어떤 방어막으로 견뎌낸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이상

모든 순간, 모든 연령에서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살순 없는거 아닌가

아니 기계라 해도 연식이란게 있는데..

그래서 사람 나이를 24시간 시계에 비유하면서 '당신도 아직 할 수 있다'고 선동하는 그런말은

세개쯤 연달아 켜져있는 교통신호의 파란불을 통과하기 위해

일단 무조건 액셀을 최대로 밟게끔 몰아세우는..

사실 코앞의 신호등도 언제 색이 바뀔지 모르는데

그딴 고민하지 말고 최대의 속력을 뽑아내게끔 매순간 몸을 혹사하라고 주문하는

가혹한 사고방식같다.

 


노인 환자들을 보면서 줄곧 의문을 가졌던 부분이

사람은 몸이 닳기 때문에(치매라든가 그외 다른 건강상 제반문제 다) 정신이 약해지는 건지

아니면 어떤 연령을 거치거나 어떤 연령에 이르면서 정신적으로 지치고 닳기 때문에 몸도 쇠잔해지는건지

하는 점이었다.

물론 양쪽다 영향을 미친다고 언뜻 인정들 하고는 있는듯하지만

현재 사회는 대개 전자의 문제로 보고 다들 안 늙으려고 열심히 몸을 단련하는데

후자의 경우,, 그래서 사람은 어떻게 그 정신적으로 늙어가는 것과 지쳐가는것에 대처할 수 있을까


젊게 산답시고

무작정 최신의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기를쓰는 게 은연중에 드러나는 것도 애잔하고

그렇게 어거지로 젊은 척 해봤자 그런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에반해 모모에서 시간 관리자 박사님이

즐겁고 의미있는 일을 할 때 젊어지고 반대의 우울한 상황일 때 늙어버리는 모습은

미하엘 엔데씨 방식의 젊은 정신의 표현이었을거 같다.



좀 다른 듯 비슷한 얘긴데

김용옥씨 논어강의에 나온 봉혜라는 닭이

나이가 들어 분명 더이상 알을 품을 수 없게 됐는데

어느날인가 알을 품는 다른 닭들을 지켜보다가

다시 회춘하여 알을 품고 부화시키게 됐다고...

그런 얘기가 있었다.

(잘 모르겠지만 닭은 사람이 아이를 낳는 의미와 유사하게 알을 부화시키나 보다)


사실 우리 환희도 11살이었던 작년 한해 동안

발정도 많이 줄어들고(여름~가을 무렵에는 아예 한번도 발정을 안하기도 했다)

살도 너무 빠지고 해서

이녀석이 이제 정말 할매냥이 되는가 하고 생각했는데

작년겨울부터 무슨 조화인지 살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12살이 된 최근에는 일주일넘게 요란한 발정을 하는 바람에

동네에서 손가락질 받을까봐 내 속을 조마조마하게 한편으론 흐뭇하게 하기도 했다.


봉혜닭이든 환희냥이든 분명 나이가 들어 몸이 늙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회춘비슷한 현상을 겪기도 하는 것이다.


정신적인 젊음의 근원이란 건 그래서 어쩌면 어떤 존재이유같은 것일거다 라고 생각했다.

존재의 문제,, 존재하는 삶을 사는 것의 문제일거라고.

그에 반해 시간의 절대량으로 노력을 이끌어 내는 건 소유방식에 치우친 행태같다.




암튼 D교수님의 별 의미도 없는 뻔한 잔소리가 싫었던 나는

수업끝나고 '저 교수님 완전 변태, 애들 은근히 괴롭힌다'는 다른 동기들의 말에 동조하며

즐거워했다.

아... D교수님 정말 변태같아서 싫다라며


근데 사실 시시한 베스트셀러의 시시한 구절까지 열심히 베껴가며 강의자료 만들어오신게

학생들 위한답시고, 1년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잘 설득하려고, 나름 노력하신거란거 나도 알고

별스럽지도 않은 말에 내가 택도없이 삐뚤어지게 반응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저 D교수님이 나한테 재시를 주셨고

겨울방학내내 내 목에 쇠고랑을 걸어서 양산에 묶어 두셨으니

정말 싫을 수 밖에 없다.

진짜 이유는 결국 내 호불호 감정인거다 흥..



쇠고랑이란,,,

무려 3주간이나 재시 준비기간을 주고선 그 준비기간 동안 아침 저녁으로 출석체크를 하게 하셔서

그래서 12월 말부터 평일 아침 10시 오후 5시마다 학교에 가서 사인을 하고 와야한 걸 말한다.

12월 말에 굉장한 한파가 몰아쳤는데

그 추운 아침에 학교까지 타박타박 걸어가면서

'내가 정말 학교 졸업하는 날에 D교수님 앞에 항의 편지를 던져줄거라고' 

'정신차리라고 재시준건 알겠는데 그때 내 문제는 체력이었지 절대 정신상태가 아니었다고'

'필기는 공부를 하고 실기는 공부를 안해서 두개가 100등차이나 나는줄 아냐고'

'준비못한건 매한가지지만 결국 표준화환자들을 끝까지 물고늘어질 힘이 없어서 실기를 망친거라고'

'그래도 몸핑계로 시험 피하는 짓 따위 안하고 학교나와서 시험도 다 봤는데 어떻게 재시를 주냐고'

'재시주면 시험이나 다시 보게 할것이지 매일매일 출석체크하게 하고'

'아침마다 저녁마다 학교왔다갔다하면 제일 혈당떨어져 있는 시간에 얼마나 울렁거리는지 아냐고'

'어떻게 이렇게 임신으로 애국하는 사람을 학대할 수 있냐고'

'매일 아침 추위에 떨며 학교까지 걸어갈 때 걸음걸음마다 이를 갈았다고'

그런 내용을 편지에 써서 던져주고 나올거라고 생각했었다.


뭐,, 3일정도는 그런 생각을 한거 같다 ㅋㅋ


근데 한 며칠 그러고 다니다 보니 몸도 안 좋은데 그냥 양산에 계속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고

아침에 사인하러 가려고 일어나다 보니 생활도 억지로 규칙적으로 유지돼서 끼니도 챙기게 되고

무엇보다 실제로 10시부터 5시까지 학교에 남아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던 1월부터는

'재시때문에 후달리느라 실기시험준비를 꼼꼼하게 해볼 기회가 생겨서 좋은거 같다'

라고까지 생각하게됐다.


이렇게 좋게좋게 생각하는 와중에 D교수님으로부터

재시보는 학생들을 위협하는 문자메세지가 종종 들어왔기 때문에

그게 정말 싫었던 거다 변태같다고...

첨엔 분명 재시만 보면 다들 통과시켜줄거라고 말했으면서

'성적이 안 좋으면 자르겠다' '반드시 유급시킬것이다'

이런 문자를 대체 몇번이나 받았는지...


난 첨에 그게 아침에 출첵하고 하루종일 내 할일 하다가 다시 저녁때 출첵하고

그렇게 출석체크만 하고 학교에서 공부는 안하는 나같은 학생들 보라고 보내는 문자인줄 알고

'아무리 쪼아대 봐라 12월에 얼마나 할일이 많은데, 내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할 줄 알고'라며

계속 출첵만 하러 왔다갔다 하면서 소심한 반항을 계속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애들이 지각도 많이 하고, 이것저것 별스럽지 않은 이유를 들면서 결석까지 해서

그래서 학생들의 반항인건지 아무생각이 없는 행동인건지

그런 무덤덤함에 약이 바짝 오른 교수님이 그런 문자로 위협을 했던 거였다.

아무튼 열심히 출첵하고 핑계같은 거 대면서 결석하거나 하지 않았던

순종적인 재시생인 나는 변태D교수 라고 시험 전날까지 맘속으로만 욕을 하고 있었던 거다.



어찌어찌 교수님의 위협이 지나가고 재시가 지나가고 이제 개강을 했는데

지금으로선 1월에 실기공부를 열심히 한 걸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뭔가 꼼꼼하게 체계적으로 꾸준히 잘 못하는 내 성격에

학생들을 후달리게 한 교수님의 위협문자는 (비록 소심한 반항은 했지만)내게 적절한 채찍이 돼줬으므로

그래서 재시 앞두고 10흘동안 제대로 2,3번은 전체 실기시험 내용을 살필 수 있었던 거 같다.



국시까지 11개월가량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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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

2013. 1. 29. 20:17 from ETOCETORA

난 여자들이 아프다고 하는 거에 대해 좀 편견이 강한 편이다.

생리통, 편두통 그리고 입덧...

여자들이 아프다고 하는 것은 뭔가 2차이득을 원하거나 남에게 보이기 원하는 그런

히스테리성 성향, 신체화 성향이 드러난 것이 많다고

말많은 탈많은 생리휴가를 어떻게들 날로 먹고 있는지 많이 봐왔으니깐 그냥 그런 편견이 지속됐었다.

산부인과 돌때 입덧 때문에 입원한 환자들을 보면서도 임신 입덧 참 유별나게도 하네 라는게

솔직한 첫 인상이었다.

 

근데 이젠 알겠는데 입덧은 정말 무섭고 지긋지긋한 거다.

 

임신했다는게 딱히 떳떳치 못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티를 낼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내 경우엔 입덧을 최대한 감추고 있는 상태였다.

아니 꼭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냥 집에서도 난 내가 입덧한다고 유세부리는 걸 받아줄 사람도 없었고

힘들다고 흐느적대며 누워있어봤자 밥 굶는 건 나 자신뿐인데 근데도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다.

입덧이란 건 실재하는 거라고.

그리고 입덧은 누가 열심히 써놓은 입덧에 대한 기록대로

그냥 귀엽게 우욱하며 배를 만지고 미소짓는 그런게 아니고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숙취상태에 빠져들고 처절하게 내장 속 끝까지 다 게워내고

그리고 엄청난 굶주림에 시달리는 상태다.

 

 

첫 2주는 참크래커와 토마토만 먹고 살았다.

입덧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읽어보니 이게 최선인거 같아 그렇게 먹고 살았는데

그덕인지 토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사실 메스꺼운 증상이 처음 생기고 이게 입덧이란 걸 알아차렸을 때 가장 무서웠던 게

구토를 반복하다가 전해질이상 상태로 집앞에 있는 우리학교 응급실에 실려가는게 아닌가 하는 거.

그래서 토하는게 무엇보다 두려웠고 안토하려고 이것저것 열심히 시키는대로 했는데

이 담백한 크래커를 아침에 먹고, 토마토를 한방울씩 주워먹으면 욕지기는 덜했다.

 

대신 2주동안 5Kg이 빠졌다.

 

그리고 굉장히 허기가 졌다.

내 몸은 완전 기아상태였고 머릿속에선 지방이 분해돼 케토산증이 돼 가는 몸 안의 상태가 그려졌다.

그무렵 우연히 집에 있는 기아에 관한 책을 흝었는데

아사라는게 고요한 죽음이 아니라

정말로 지리하게 지속되는 고통끝의 처절한 죽음이라는 말이 몸으로 이해가 됐다.

기아라는 건, 깡마른 아이의 큰 눈을 클로즈업해 찍어가서 전시돼가지곤 이해되지 않는 고통이다.

최소 열흘은 직접 굶으면서 이해해야 하는 고통이지

 

그리고 거동이 불편해졌다.

 

만성질환 환자들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 중에 일상생활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지수가 있는데

질병과 관계도 없는 그런 수치들이 왜 의미있는지 이제는 알것 같다.

뭔가를 먹지 못하고 몸이 카켁식해지면 그냥, 움직일 수가 없다.

청소,, 못하고 목욕,, 못하고,, 세수같은것도 하기싫어진다 몸에 힘이 없어서 손이 안 들어진다.

기말고사 준비와 논문 등등 이어지는 '해야 할 일'들이 없었다면

아무런 원동력도 없는 나는 그냥 침대에서 굶어죽어도 이상할바 없을거 같았다.

 

그리고 이런 울렁증과 허기가 반복되는게 사람을 지치게 했다. 몸도 마음도 다.

 

항암 화학치료를 받으면서 식사를 잘 못하고 구역질이 나고 하는게

환자의 삶의 질을 얼마나 떨어뜨리는지 매일매일 생각했다.

환자들은 어쩌면 그저 메스꺼움때문에 삶에 대한 의지가 사그러들어갈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했다.

난 물론 가끔씩 뭔가 먹을수 있는 상태였으므로 내상태와 비교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이 고립돼 있을 어떤 고통스런 감각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소금기 있는 크래커를 입에 물어도 입에 단맛이 느껴질 정도로 크래커와 토마토에 물릴 무렵

우연히 냄새에 끌려 갈비탕을 먹었는데 그 무렵이 대략 입덧 3주차쯤이었나

지금 생각해보면 단백질이 부족하다보면 흙이라도 주워먹는 이식증이 나타나는 것처럼

단백질 결핍상태에서 무작정 고기에 끌린거 같은데

그때는 오랜만에 느끼는 포만감이 정말로 행복해서 그래서 이제 입덧이 끝나는 건 줄 알았다.

난 원래 약간 웰빙을 추구하는 식단을 추구해와서

고기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하고 뭐 그런 종류 사람인데도

갈비탕을 시켜놓고 허겁지겁 고기를 뜯고

커피도 막 마시고(커피를 마시면 신기하게 일시적으로 울렁증이 가라앉았다)

한번은 갑자기 허기가 져서 밤중에 열심히 패스트푸드점에 뛰어가선 커다란 버거를 시키고

그자리에서 허겁지겁 먹는 듯하더니 결국 반도 못먹고 그대로 버리고 나오는...

신경성 식욕부진환자같은 행태를 보인적도 있다.

아무튼 덕분에 허기는 줄었지만 그만큼 먹은 것을 토해내는 일도 잦아졌다.

 

 

입덧이 대체 언제 끝날까..

12주라하기도 하고, 14주라 하기도 하고, 16주라 하기도 하는데

5주차에 입덧을 시작한 나에겐 정말 꿈처럼 먼 시간이라서

12월 한달은 대체 어떻게 하루가 가고 1주가 가고 한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힘들고 늦은 아침을 시작하면 하루종일 해야할 일에 대한 압박감과 메스꺼움과 허기에 시달리면서

먹을수 있는걸 찾아서 어떻게든 주워먹고 꾸역꾸역 몸을 움직이다가

할일을 남겨둔채 잠을 자도 스스로 용납될 만한 시간이 되면

역시나 차오르는 욕지기를 온몸에 감싸안은채 최소 한시간은 어지러움과 싸우다가 겨우 잠이 들수 있었다.

하지만 잠이 들면 뭐하나 다음날 아침이 또 굉장한 괴로움으로 시작될건데

이런 비관적인 생각

 

그러다가10주차에 들면서 어느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적당한 음식을 적당한 양 먹으면 울렁거리지도 않고 토하지도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때는 그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매일을 의식을 치루듯 음식을 먹었다.

일단 아침에 콘프레이크 종류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아침시간을 보낸뒤

10시쯤 편의점에 가서 참치마요네즈삼각김밥과 따뜻한 차를 사먹는다.

간단한 크래커 종류를 구비한 채 오전시간을 보낸 뒤

점심 때는 먹어도 될거 같은 음식을 열심히 생각해내서 그걸 찾아 먹는다.

저녁은 간단하게 빵 종류로 때운다.

이균형이 깨지면 그러니깐 좀 더 먹어서 포만감이 과하거나 좀 덜 먹어서 허기가 지거나

아니면 택도 없이 먹고 싶지 않은 걸 먹으면 곧바로 숙취상태로 접어들어거나 토하게 되니깐

먹는게 의식을 치루는 것처럼 조심스러워지고

또 항상'뭘 먹을까'를 생각하면서 뱃속에 걸신이 들어앉은 거 같은 상태로 지내는 것이다.

 

 

그래서 입덧이 언제 끝날까..

저런 조심스런 의식끝에 12주 쯤에는 입덧이 좀 가라앉나 싶어서 설렜는데

그 후 10흘 정도 또 굉장한 토악질에 시달렸다.

먹은게 늘어난 만큼 구토 횟수도 늘어났지만

그래도 초창기의 두려움만큼 구토라는 게 날 응급실로 이끌만큼 무서운건 아니었다.

그냥 좀 있다가 다시 먹을만한 음식을 챙겨 먹으면 되는 거다

 

이제 14주에 접어들었는데 지금도 가장 스트레스 받는게 '먹고 싶은 걸 생각해 내는 것'이다.

음식을 좀 먹을 수 있게 되면서는 음식에 대해 상상하는게 괴로웠다.

이 음식이 어떤 맛일까 상상하는 것조차도 때론 속이 울렁거리고

맛에 대한 상상이 잘 안돼서 상상하는 과정 자체가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는 기분도 들었다.

또 가장 아쉬운건, 내가 선택한 음식이 거의 대부분 내 상상속의 맛이 아니라는 거다.

이게 정말 사람을 지치게 했다.

아무튼 14주차인 지금은 굉장히 살만하다.

난 밥도 먹을 수 있고, 카레나 커리도 먹을 수 있고, 멕시칸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중국요리 빼고는 거의 다 먹을 수 있다.

팥빙수라든가 맛있게 찬 음료들은 가끔 울렁거리는 순간에 정말 구세주다.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 14,15주쯤이면 입덧이 끝나지 않을까 싶다.

입덧이 지나가고 나면 피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흡혈귀마냥

허기에 져서 식당가나 마트의 식품코너를 헤매던 나는 세상의 모든 음식을 폭풍 흡인해 줄거다.

그랬다간 임신중독증이 돼 버릴지도 모르겠지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다 그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라 뭔가 보상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태교..

정작 입덧의 원인인 태아와의 교감은 정신적이라기보다는 생리적으로 한것같다.

심하게 울렁증이 올라올때, 그러니깐 토한직후에 토한 기운에 더 토할것같은 기분이 드는 그 상황에

나는 내 위장보다는 아랫배를 다독이며 '괜찮아, 진정해, 괜찮아 괜찮아'라고 열심히 말을 했다

 

입덧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근본이유는 임신이지만 그 과정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일단 태반이 생성될 무렵에 소멸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태반 생성전에 임부의 몸상태를 주로 유지시키는 hCG가 원인일것이다,,,

hCG가 구토중추를 자극해서 그럴 것이다.. 그게 대체적인 이론인데,

이제 슬슬 입덧이 진정돼 가는 걸 보니 태아와의 신체적 교감(태반)준비도 거의 다 끝난 거 같고

이젠 먹는 족족 이녀석한테 다 빼앗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어제 문득 들었다.

평소 먹는 만큼 조금씩 먹었더니 배가 너무 빨리 고파져서..

그래서 이녀석한테 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더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더니

그간의 입덧이 무색하게 음식이 참 잘 들어가는 것 같다.

 

힘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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