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싸이언

2013. 6. 4. 09:17 from ETOCETORA

 

TS 돌 때 오목가슴으로 nuss procedure라는 교정수술을 하는 수술방에 들어갔었다.

12,13세 정도 남자 어린이,,

수술은 비교적 간단해서 1시간 안에 끝나고 이제 마취과에서 환자 깨운뒤에 회복실로 옮기기만 하면되는데

깨는 과정에서 이 어린이가 굉장한 몸부림을 치기 시작해서

옆에 있던 사람들이 다 달라붙어 붙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간단한 수술이라 도와줄 손이라고 해봤자

마취과 선생님, TS의 PA선생님, 나를 포함한 PK두명, 대략 4명정도의 어른이 달라붙었는데

난 혹시나 이 어린이가 내 배라도 걷어차지 않을까 싶어

조심하면서 몸은 멀찍이 떼놓고 팔만 뻗어서 어린이를 다리 한쪽을 잡고 있었다.

근데 발로 걷어차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린이가 몸에 힘을 주는 순간 내 팔을 통해 전달된 그 힘이

생전 처음 내 몸안의 유강장기의 위치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커서

(채워지고 비워지는 느낌이 확연한 방광&위장과 달리 자궁은 거기있다는 걸 거의 모르고 사니깐)

마치 옛날 어머님들이 무거운 거 들다가 '밑이 빠진다'라고 표현한게 대체 어떤 의미인지

순식간에 파악해 버린 정도였다.

깜짝 놀라서 얼른 어린이에게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는데,,

순식간이지만 진심으로 '식겁'했다.

아무튼 다음날 교수님 회진 때 따라가서 본 이 환자는..

막 사춘기에 접어들락말락한 어린이들 특유의 새침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교수님과 부모님이 나누는 어제의 수술결과와 앞으로의 교정계획에 대한 대화를

마치 남일인 양 흘려듣는척하고 있었다. 

어린이 니가 모른 척해도 난 너안의 강력한 초싸이언을 이미 아는데 ㅎㅎ

 

 

 

임신중에 코를 심하게 골게 된다는 걸,

잠을 자니깐 전혀 몰랐는데 한 5개월때쯤인가 엄마랑 우연히 같이자다가 알게됐다.

그얘길 듣고 놀라 검색을 해 보니,,

산부인과에서는 딱히 주의를 주지도 않던 이런 문제가 생겨 당황해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ENT 돌 때, 코골이 치료받으러 오는 환자들을 보면

비만하거나 하악이 뒤쪽으로 밀려있다거나 해서 어떤 특징적인 相이 있는데

임신했을 때 배가 나온거라든가, 증가한 혈액으로 조직이 부어서 공기통로가 좁아진다든가 하는

그런 신체변화상태가

비만한 코골이 아저씨들의 몸상태와 크게 차이날 거 없으니

그래 코고는 거 그럴수 있다고 받아들여야 되나,,,,

아니,, 이런 흉측한 사실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게,

(산부인과 교재에도 딱히 언급이 안돼 있긴 하지만)

코골이 같은 수면중 무호흡 상태는

그렇잖아도 모체 산소에 빌붙어서(?) 낮은 산소포화도로 살아가고 있는 태아의 가스 환기상태에

분명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만하면 코골이를 방지하는, 옆으로 누워자는 자세로 자려고 노력은 하는데

자다 깨보면 내안의 싸이언이 밤새 나타난 흔적인, 바로누운 자세로 누워있다.

웃어넘길 일도 아니고 생각해보면 꽤 심각한 문제인데

어쨌거나 밤마다 내안의 싸이언과 함께 하면서 지난 수개월을 잘 버텨오고 있는 거 같으니

조금만 더 힘내라구 총총

 

 

 

사실 어제밤

내가 받은 결과에 대해

다른 관련인물들과 관련상황들을 향한 비난만 치솟아

이 자기변명에 불과한 못난 마음을 어찌할 바 몰라 바둥바둥 분노했다

그라운드 제로로 내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나서야 이후의 상황정리가 될텐데

그게 안돼서 저녁 내내 괴로웠던 것이다.

자고일어나 아침이 돼서야 문득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

그렇게 자신을 받아들이고 맘이 편해졌다

 

 

물론 코골이 얘기를 하는 건 아님.

이런받아들일 수 없다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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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