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6. 16:29 from ETOCETORA

제주도로 졸업여행 갔을 때 제주도 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말을 잡아서 나오는 것들 중 돈이 되는 게 말고기.. 말기름.. 뭐 대여섯개쯤 됐던 거 같은데

도축되고 분해돼서 이것저것 사람들의 경제력을 위해 팔려나갈 말의 부분부분들을

단지 인간과의 교감도가 높은 동물이라는 이유로 애처로워하기에는

돼지를 잡으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하나 버릴것 없이 다 쓰인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흔하게 통용되고 있어서

그런 이야기에 감성팔리는 건 사실 좀 공평하지 않다.

아...경마에 쓰이는 말들은 그렇게 도축되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경주마의 종마는 엄청난 몸값을 가지고 있다는 등.

 

하지만 말도축을 그냥 대충 듣고 넘기려는 날 붙든 건

도축전까지 최소 6년간의 유예기간이 있다는 사실..

그러니깐 제주도 내륙지방을 돌아다니다보면 곳곳에 말들이 방목돼 풀을 뜯는 평화로운 초원이 보이는데

그 말들이 영화 '군마'에 나오는 그런 비싼 말처럼 길러지고 있는 중인 건 아닐것이고

말하자면 산산히 분해되어 팔려가기 전까지의 6년을 살고 있는 것이다.

 

저번 겨울인가..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이라는,,,

일본 사진작가가 자기 블로그에 꾸준히 올렸던 후쿠시마 동물들 사진과 그 정황을 엮어 출판한 책을 봤다.

거기 보면 사람들이 떠난 후 남겨진 집짐승들의 비극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나온다.

흔히 말하길 동물들은 사람과 다른 육감이 있어서(실제론 더 발달된 감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사람보다 먼저 자연이 일으킬 재난의 징조를 감지하고 대피한다곤 하는데

글쎄,, 이 방사능이라는 인간이 일으킨 재난 앞에서

동물들은 자기몸에 일어나는 이상이 대체 왜 생기는지도 모른 채

방사능에 오염된 먹이를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고

재난에서 대피하기 위해 가야할 바른 방향을 찾지 못하고 점점 더 위태로운 지역으로 몸을 들이는 것이다.

방사능을 인간이 만든 건 아니지만, 방사능이라는 재난을 인간이 만들어서인지,,

이 인간의 재난 앞에서 인간이 경이롭게 여기는 그들의 육감마저 무기력해지는 동물들의 모습은

굉장히 애처롭다.

 

졸업여행일정때문에 다시 관광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도 지나친 내륙초지 곳곳에는

제주도 말들이 평온한 자기 일상을 누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자연상태의 말이 포식자에게 당할 때 갈갈이 흩어질 몸과 비슷한 그런 도축의 비극보다는

인간이 정해놓은 자기 목숨의 유예기간을 모른채 지금현재 행복한 말의 비극에 대해서만 계속 생각했다.

어차피 다를바 없는 거라 해도

 

사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한달전에 센다이 공항으로 해서 일본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때 그곳은 겨울임에도 대략 초가을의 한가롭고 평온한 풍경을 지니고 있었는데

방목된 말들이 풀을 뜯는 게 어울리는 그 지역의 평온 위에

바닷물과 비행기와 선박이 밀려오는 재난이 덮칠줄은

아무도 몰랐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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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