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M

2013. 4. 13. 14:05 from ETOCETORA

어제 저녁에 임신당뇨 스크리닝 검사가 있었다.

 

책에서만 보던 50g OGTT 

일단 진한 설탕물같은 시약을 마시고 한시간 뒤에 혈당확인을 위해 채혈을 했는데....

정상 기준치를 시원하게 넘어버렸다.

즉, 임신당뇨 확진검사를 하게 된 것이다.

담당하시는 분이 걱정스럽게 일단 확진검사 후에 내과선생님과 상의하자시며 언제 검사할런지 묻는데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내일 바로 하겠다고 말하고, 금식후 검사라도 오늘 저녁까지는 먹어도 된다길래

아까 시약 마시고 한시간 기다리는 동안 한솥도시락에 가서 사온 치킨마요를 소스 쫙쫙 긁어가며 비벼먹고 

12부터 금식해야 한다니깐 집에 사둔 딸기를 12시전까진 다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임신당뇨 확진검사인 8시간 금식 후 100g OGTT검사를 검색해보니..  

아....

이게 위양성율이 20%밖에 되지 않는 50g OGTT검사 후의 확진검사라는...

그러니깐 내가 GDM이 아닐 확률이 20프로 정도 밖에 안된다는 건가...

이런 줄 모르고 아까는 스크리닝에 걸린게 뭐 대순가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제서야 검사내용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 외에

환자들이 검사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이나 주의하는 점 등을 찾아보게 됐는데

검사 전날 음식을 부담스럽게 먹으면 스크리닝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둥..

스크리닝 걸린 뒤에 며칠 동안 식단 조절하고 운동하면서 몸 만든 다음에 확진검사 받았다는 둥..

그럼 난 어떡하지, 전혀 몸상태 변화시킬 시간 없이 당장 내일 확진검사해서 임신당뇨 나오면..

일단 임신당뇨로 인해 임신과 출산과정에 문제가 생길 위험성이 커지고, 출산 후 당뇨가 올수도 있고,

안그래도 몸상태 신경쓰느라 힘들고 영양요구량이 많으면서 소화도 잘 안되는 이 임신기간 동안

혈당관리를 위해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주사, 그리고 간이혈당기로 매일 혈당측정 등의 수고가 생길것이고

무엇보다 산모의 지속적인 고혈당에 덩달아 노출되면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 태아는

태어난 후 살아가는 동안 당뇨 등의 대사증후군에 이환될 확률이 높아진다

나때문에 애가 병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바로 떠오른게 방금 저녁으로 먹은 치킨마요..

스크리닝에 걸리고 다음날 아침 확진검사 할 사람이

대체 무슨 베짱으로 저녁을, 치킨마요 한그릇을 뚝딱 비운건지

아무리 12시부터 금식을 한다해도 그전에 먹은것들이 계속해서 흡수되고 있다면

그건 전혀 금식 상태가 아니지 않은가

8시에 먹은 치킨마요가 12시까지 소화흡수 완료될 수 있을까? 노노..

그래서 이걸 토해낼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당뇨로 판정이 날거면 제대로 확인되는게 중요하기도 하니깐

토해내기보다는 그냥 굶는시간을 늘리는 쪽으로

그러니깐 내일 병원 검사 받으러가는 시간을 알아서 늦추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떠오른게

혈당측정 기다리는 동안 나 OGTT처음 해봐서 신기하다며

싸이에 호들갑스럽게 글을 올리는 등 나댄 사실이다.

검사자체의 중요성 보다는 검사를 무슨 처음해보는 놀이처럼 취급해서

누가 나한테 벌을 준거라는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요 한달간의 내 생활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됐다.

임신하고부터 야채는 기생충이 껄끄러워서, 과일은 농약이 껄끄러워서 별로 안 먹었다.

식후에 속이 조금 빈듯 허기가 들면 애가 굶주린다는 기분이 들어서 즉시 뭔가 과자같은걸 먹었고

무엇보다 운동을 거의 안했다.

체중은 별로 늘지 않았으니 지방세포보다는 운동부족이 내 몸의 인슐린을 무능력하게 만들었을거다.

아니... 그러고보면 체중도 이제 임신 전 체중을 이미 회복했고

거기에 더해 최소한 태아 몸무게 만큼은 더 늘었다.

아까 한달만에 측정한 체중을 보고서도 왜 아무 생각이 없었을까.

그리고 실습한다고 알게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분명히 영향이 있었을 거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내일 검사를 받는 것은 좀 억울하지 않을까..

내가 뭐 당뇨리스크가 엄청 높은 사람도 아닌거 같은데 느닷없이 임신당뇨라고 진단받게 된다면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을거 같다.

그런데 아침에 3시간이나 비울만한 여유가 생기려면 최소 2주는 있어야 돼서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는 거다.

 

일단 오늘은 일찍 잠을 자서 최대한 스트레스 안 받는 평정상태로 검사를 받아야 하며

그리고 내몸의 인슐린을 회복시켜야 되니깐,, 오랜만에 근육운동도 좀 하고 자야겠다며

그렇게 야밤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아침늦게 일어나 비장한 마음으로 병원으로 갔다.

 

남들은 스크리닝으로 50g 한병만 마시는데

난 두병씩이나 마시는 걸 옆에서 알아챌까봐 창피하기도 하고

그렇게 풀이 죽어서 fasting, 1시간 후, 2시간 후까지 혈당치를 측정했는데

2시간째 혈당을 측정한 후 그 담당자분이 3시간째꺼는 할 필요가 없다면서

너무나 정상범위라고,,,

ㅠㅠ

 

 

확진검사 상 2개까지 정상이면  임신당뇨 r/o되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4번의 측정 중 한번이라도 이상이 나오면

그래도 혹시나 싶으니 다시 확진검사하자는 그런 산부인과도 있는 듯했다.

그걸 가지고 임산부들이 너무하지 않냐는 둥 인터넷에 하소연을 하는데

난,,, 그런게 너무한 거 같지가 않다.

임신당뇨인 경우 생기는 문제가 이것저것 많으니깐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검사하자는 건데

다른 것도 아니고 결국 자신과 자기 태아를 위해서 아닌가

(이런게 결국 과잉진료를 부르는 기초겠지만 적어도 임신에 있어서만큼은 내 생각은 그래)

나도 사실 스크리닝 검사 때 택도없이 높은 수치에 대해

간이혈당계로라도 다시 확인해 달라고 말할 수도 있었고

확진검사 과정이 힘든 걸 알고나니깐 더더욱 왜 그런 요구를 안했나 내가 바보같기는 하지만

행여나 채혈과정이나 검사과정의 문제로 고혈당 상태라고 잘못나온 거라 하더라도

난 그런 걸로 확진검사를 하게 만든 병원측이 원망스럽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임신 중 건강상태에 대해 자신하고 있던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해줘서 감사하다

(이런게 결국 과한 건강검진을 부르는 기초겠지만 적어도 임신에 있어서만큼은 내 생각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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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