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건지는 모르겠는데,,

여러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모이는 대학에 가 보면

서울학생들은 보통 뒤에서 일이 어떻게 돼 가나 관망하는 경우가 많고

지방 출신 학생들이 학과 일이나 동아리 일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어떤 교수님이 썼던 글이었는데

 

뭐,, 요즘도 저런진 모르겠지만 난 당시 저 말에 공감을 했었다

서울애들은 대부분 자기 집에서 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신입생이라고 대학에 입학을 했는데도

그다지 들뜨고 불안정해 보이는 구석이 없어 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집이 서울이고 과학고출신인 동기에게서

'아무것도 아닌게 왜 나대냐'라는 말까지 들어본 입장이라서

더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그건 결국

뭘 몰라서 나서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라는

건축가의 서울 에세이를 읽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고 조선 500년의 수도여서

지방사람들이 서울에 딱 오면 찾게되는 서울타워나 고궁들, 한강...

이런곳 다니다보면 나름대로 감상에 빠지기도 하는데

나도 그랬고..

근데 뭐라고 해야될지..

이런 감정들이 별로 정당성도 신뢰성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정에 무슨 정당성이며, 신뢰성이겠냐마는...)

깊이 파고 들지는 못하겠다고 미리 포기하고 또 주저하게 되는 면이 있었다.

내가 감성폭발 한번 해봤자 포인트 제대로 못잡고 웃는 사람처럼 이상한 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치 한번밖에 먹어보지 못한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

공시성만으로 표출된 감각은 얼마나 얄팍한가

 

한편으론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은채 야구나 축구를 볼때는 재미가 꾸준하지 않은 것과도 비슷한거 같다.

 

결국 소속감이 없다는 게 서울을 깊이 좋아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아무리 서울을 좋아해봤자 토박이들이 서울의 변화를 체감하며 산 만큼의 내면화를 난 못이룰테니까

아무리 이곳저곳 찾아다니고 그래봤자 서울역 주변길이 어떻게 바뀌었고 도시고속도로가 어떻게 하나씩 생겨났으며 막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북악 스카이웨이 한바퀴를 어떤 얘길 하며 돌았는지에 대해 그냥 그냥 그냥 알고 계실,

수십년간 서울에서 운전하신 택시기사 아저씨만큼도 서울을 모르는 거니깐.

(물론 택시기사님들은 도시와 그 도시의 사람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아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내 목표치가 굉장히 높은 것이긴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도시의 토박이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도 있다.

서울만큼 옛날의 우아한 유적이 많이, 잘 남아있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도시가 한국에 얼마나 더 있을 것이며 변화를 처음으로 받아들여 생긴 우후죽순의 혼란과 그 혼란이 정착되고 균형을 이뤄서 세련된 도시환경을 갖추는 이런 도시가 한국에 어디에 또 있냐고.

 

하지만 토박이라고 이 도시가 하는 말을 다 받아들일 감수성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전에 경주에 가서 시내버스를 탔을 때

'다음 정차역은 신문왕릉입니다' 와 같은 안내멘트가 나오는 걸 보고 굉장히 흥분했는데

한 1주일쯤 같은 버스를 타고 다니다보니 그런 흥분도 가라앉고 아무렇지 않아져버렸다.

경주사람들이라고 매일 1000년 전을 기억하며 사는 건 아니고

첨성대도 그냥 돌기둥에 불과하다고 여기며 지나치는 나날이 대부분일것이다. 어쩌면 평생.

마찬가지로 서울 사람들 대다수는 서울타워도 안가고 고궁도 찾지 않으며 한강에도 나가지 않는다.

이렇게 이 도시의 특별함에 아무런 관심도 없이 일상을 보내는 토박이들만 넘쳐나는 탓으로

더이상 서울에 흥분하고 설렐일 없이 그냥 그저그런 도시중 하나 일 뿐이야 라고

마음을 추스리고 접을 수 있었는데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이 책이 재밌다는 말을 막 못하겠다.

내가 서울 토박이가 아니라서 이런 별 스럽지도 않을 내용들이 재밌는 걸수도 있으니까

난 그저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건축가로서, 그리고 서울 사람으로서 다시봐준 작가가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으며

한편으론 그동안 잊고 있던 서울토박이들에 대한 '시기심'도 다시 머리를 들었다.

'도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가지고, 게다가 그걸 기술할 권리_서울토박이_를 갖고태어난 당신은 행운아' 와 같은 질투 ㅎㅎ

 

 

생각해보면 서울과 서울주변에서 살던 10년보다는

서울을 뜨고난 후에 서울에 대해 더 많이 알게된 거 같다.

실제로 나다닌 곳도 더 많고, 나다닌 곳들이 좀 덜 공식적인 곳들이기도 하고.

 

 

저번 주말쯤인가

시간도 남고해서 잠실대교부터 동호대교까지 걸어봤는데

나처럼 낮은 레벨의 서울친숙도를 가진 사람입장에서는

좀 힘들어도 '보행' 정도의 속도로 한강을 접하는게 좋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낚시'같은 장시간 체류도 별로고, '자전거'정도의 빠른속도로는 놓치는게 너무 많을거 같아서.

 

 

 

 

 

경희대에서 용산행 탔을 때 보이는 중랑천이 어떻게 한강으로 합류되는지도

성수대교에서 동호대교까지, 지도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멀리 돌아가면서 잘 확인할 수 있었따.

 

그리고 서울.

 

'ETOCETO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GDM  (0) 2013.04.13
입덧  (1) 2013.01.29
여름이야기  (0) 2012.09.02
요즘 응칠  (0) 2012.08.31
이승기 1집 내여자라니까 로부터 시작된 온갖 상념  (0) 2012.07.28
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