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응칠

2012. 8. 31. 18:37 from ETOCETORA

 

 

여름내내 1박2일 보면서 은초딩과도 꽤 친해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굉장히 청순해지신 모습과 함께 드라마 새로한다는 것도 의식은 했었지만

에쵸티랑 제키 빠순이 얘기라고 홍보하는 바람에

절대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우리 학번 서버에 올라오는 걸 보니 그래도 볼만은 한가보다 싶어서 보게됐다.

보게돼서 다행이다 정말.

 

90년대에 대한 회상이라는 면에서 건축학개론이랑 비교하기도 하던데

사실 건축학 개론을 '복고'라며 같이 묶기에는

응답하라가 그 시절을 깨알같이 소품으로 활용하는데 반해 건축학 개론은 그런 측면이 약하다.

게다가 건축학개론은 학번으로 따지면 90년대 초중반 학번이고

학창시절을 서태지와 함께했을  세대의 이야기다.

 

1997..

저 애매한 숫자가 대체 왜 드라마의 배경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응답하라는 정말로 내 친구들이 주인공이고 내 고등학교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난 드라마 속에 나왔던 모든 것들, 모든 에피소드들에 대해 공감을 할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며 내가 이질감을 느끼는 건 오직 윤제같은 이성의 '불알친구'가 없었다는 점 뿐이다ㅋㅋㅋ

(이게 있냐 없냐가 이런 이야기가 되냐 안되냐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겠지만....)

 

 

 

내친구들 역시 나처럼

열심히 힘들게 재밌게 어떻게든 각자 따로따로 지난 10년간 자기 인생을 살아오는동안

가끔 지나간 90년대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치게 되거나 잠깐 동안 돌아보게되거나

그럴 때가 파편처럼이라도 분명 있었을 건데

그런 기분을 같이 나누고 그러는게 참 쉬운듯해도 사실 굉장히 청승맞아지는 면이 있다

게다가 우리또래는 아직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말이

스스로에게나 주변에 내세우기에나 어울리는 시기라서

자신의 경험과 스침들을 내안에서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도 모르고

마냥 앞으로 걸어가도록 떠밀려진다는 기분이 있다.

소화안된 기억들만 뱃속에 그득한채로

 

 

아무튼 드라마를 보면서

몇명이나 될지도 모를 내 또래들 친구들과 거리낌없이 편하게 옛날얘기 나누면서 즐거운 기분이다.

시원이의 성장기라는 내용 자체가 우리세대에 대한 위로가 될수도 있겠지만

그저 함께 이야기를 나눈 기분만으로도 이미 힘이 난다.

우리세대를 주인공으로 삼아줘서 고맙다는 생각도 들고..

 

막상 주변의 어린친구들도 이 드라마 참 좋아하는데

이런걸 보면 단순히 복고라는 게 인기포인트는 아니고 역시나 이야기가 재미가 있긴한가보다

어린 친구들이 우리또래 이야기를 보면서 느끼는 기분은

내가 옛날에 클래식 같은 영화 보면서 6,70년대에는 저랬구나 아~ 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일테고

그중에서도 내가 겪지못한 그 시절이 자기 취향에 맞아서 그시절 노래를 잠시 즐기기도 하듯이

지금 어린 친구들도 응답하라가 보여주는 시절이 그저 자기 스타일에 맞아서 노래도 찾아듣고 할지도..

 

 

 

 

사실 요 몇년간 솔베이지의 노래라든가 오디세이아라든가에서 누군가를 수십년씩 기다린다는 거,,

인생이 짧은 듯해도 그 짧은 인생동안 온갖 추잡한 유혹에 넘어가는 인간이란 존재를 보면

누군가를 수십년씩 기다린다는 게

지고지순하게 그저 기다리는 건 도대체가 말이 안되고

자기 혼자 몇번씩은 배신에 준할법한 짓도 하고 갖가지 치정에도 휘말리면서

그렇게 풍파를 겪고 난 후 어쩌다보니 난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네...

이런게 진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응답하라에서 보여준 1997년부터 (이번주 분량까지보면) 2005년까지

인천공항, 월드컵 4강, 노무현대통령 당선,태풍 매미 등등의 사건을 쭉 흝다보니

내가 만약 1997년에 15년 후까지 누군가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한다면

그건 정말로 긴 시간이라 느꼈겠지만

지금 생각으론 그래도 그 정도쯤이야 기다릴법도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태풍 매미...

그러니깐 며칠전 볼라벤때문에 혼자 집안 단속을 하는 동안에도

9년전 추석때 집에 내려갔을 때 매미가 오는 바람에

엄마랑 같이 집주변 단속하고, 정전됐을 때 함께 집에 있고 그러던 것이 생생하게 떠올라

지난 9년간 정말 별일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온 거 같아서 

인생 참 별볼일없이 지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러니깐 난 응답하라를 보면서 아련... 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들 굉장히 순식간에 어느 시간을 살아가버리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이렇게 뭔가 얘기하고 나눌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 같다.

 

 

아,, 난 옛날에 강타좋아하는 척했다.. 

척이라는건...당시 반에서 잘나가던(?) 조금 껄렁대는 친구들이랑 어울려 보려고

걔들이 좋아하는 에초티 중에서도 강타를 이용한 듯한 약간의 가식이랄까.

요즘처럼 인터넷도 없는데 당시 팬클럽들이 어떻게 소통을 했을까 하는 문제는

아마도 전화 사서함 같은 게 있었던 듯.

친한친구가 넥스트 팬클럽이었는데, 그 친구가 전화로 알게된 다른 팬 언니한테 자료를 얻으러

대구에 간다는 걸 따라가줬다가 엄마한테 정말로 혼난적이 있다. (고담)대구가 어디라고 거길 가냐며..

우리학교 근처에 연세대 농구팀(이었나?)이 와서 거기 싸인 받으러 친구들이랑 쫓아갔었다.

피씨통신으로 밤새 채팅을 하다가 전화비만 40만원 넘게 나와서 완전 집에서 쫓겨날 뻔한 적도 있다.

다마고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디디알은 재밌지만 잘 못했다.

1997에 나오는 90년대 노래들..

그 당시에 일본노래랑 중국노래에 빠져 있어서 우리나라 노래 거의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브금으로 나오면 아,, 이노래!! 하고 알아듣는 걸 보니

정말 그 시대를 살았다는 건 이런건가보다

시시하다고 대충 지나쳐서 결코 내것이 아닌거라 생각했음에도 

(드라마에서 나온 말마따나)몸으로 이미 기억하는 거.

 

근데 우리때 여자애들 교복 양말이...

루스삭스랑 검은색 양말(검정단화랑 같이 신으면 부츠처럼 보이게끔 ...)의 과도기였던거 같은데

그부분은 놓친듯한..

놓칠만큼 세세한 디테일도 아니고 너무 뻔한 건데도 모르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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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