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지하드

2013. 3. 25. 10:28 from yS 2010▷2013

 

그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여자대학동기 J에게서 얼마전 연락이 왔다.

10프로도 안되던 여자동기들 중 한명인데도 어찌된게 아무소식 하나 들려오지 않았을까 이상한일이지만

둘 사이에 조금 껄끄러운게 있었던 듯도 하고

어쩌면 내쪽에서 절대로 친한척 관심있는척 안하려 했을수도 있다.

 

대학 입학하고 잠깐 호감을 가졌던 동기 남자애가 있는데

그런 상태에서 살펴보니깐 이 남자애가 J하고 어떻게 잘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거였다.

그래서 그때부터 J의 행동이 하나하나 거슬렸다.

뭘해도 이성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내숭떠는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완전 가식적이고 여우같은 기집애라는 그런 느낌이 점점 쌓여갔다.

한번은 같이 하던 스터디모임에 늦게 참석한 J가 스터디도중 청승맞게 눈물을 글썽글썽 한 적이 있는데

대체 누구한테 보이려고 저런 감성쇼를 하나 하고 계속 미운눈으로 흘긴적도 있다.

 

그 남자애는 얼마지나지 않아 당연하게도(ㅋㅋ) 내 매력에 넘어왔다가 또 결국 나한테 차였지만

그렇게 문제의 발단이 됐다고도 할 수 있는 남자애가 떨어져 나간 다음에도

J와 나는 계속 서먹했고, 이 서먹함이 나로인한건지, 아니면 J도 나에게서 뭔가 느끼는 게 있는건지

그건 알 수 없었다.

대학입학하고 첫학기동안 둘다 기숙사에 있으면서 그래도 좀 쉽게 인사를 나눈 친구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첫인상에서는 애 수더분하고 담백하고 괜찮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터라

이런 서먹함이 이후 졸업할 때까지 계속됐다는 건 참 소모적인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전 졸업 후 처음으로 연락이 온건데...

일단 연락 자체는 굉장히 반가웠고,

J도 나도 서로에 대해 아무런 소식을 못듣고 살았다는 걸 알았고

그간의 서로의 안부를 열심히 물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탐색전 속에 뭔가 동정해줘야 할 어떤부분이 있기를 서로 기대하지는 않나하는

여자들의 대화에서 으레 묘사되는 신경전을 미묘하게 감지했다.

 

그래도 이정도라면 소위말하는 '화해'라는게 된게 아닐까..(딱히 싸운것도 아니지만..)

그냥 시간이 두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해 줘 버린게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당시의 난 왜 애꿎은 J를 미워했을까..

나 나름대로는 미움받아 마땅한 애라고 그 근거들을 하나하나 모았던 듯도 하지만

사실은 걔가 이미 싫어져버렸기 때문에, 그런 내 미운 마음이 심술궂은 눈으로 J를 평가하게 한거다.

 

 

중고등학교 때는 워낙에 우등생이라 누구하나 건드리는 사람이 없어서 친구들 신경쓸거없이 잘지냈고

대학교 때는 여자애들이 워낙 적었기 때문에 애초에 무슨 패거리가 만들어질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학교에서는 여학생 비율이 절반이라서

여자애들의 집단이라든가 무리라든가 아무튼 그런 패거리의 이합집산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이동네는 소문도 많다.

남자애들이 소문이란것과 어떻게 관계맺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애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소문이란건 꽤 중요한 문제다.

오죽하면 여자들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에

'주변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는 느낌'이라는 그런 항목도 있을까.

 

여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라는 건 어찌보면 좀 불쌍한 존재다.

털털하고 성격좋다는게 사실

다른 남자한테 꼬리치지 않는, 따라서 날 가로막는 장벽이 되지 않을 돌멩이 같은 여자..

뭐 이런 의미 아닌가.

같은 여자입장에서 도무지 참을 수 없는

헤픈 웃음, 감정을 동요시키는 가벼운 신체접촉, 여성스러움을 가장한 내숭 등등의

남자꼬시는 기술들을 사용하지 않는 그런 성격좋고 털털한 여자가

대부분 여자들이 욕하지 않고 좋아하는 여자다.

 

물론 저렇게 여성미 없어서 안심이 되는 여자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자신의 적이 되냐하면

또 그건 아니고,,

주요한 타겟.. 주적에 대한 악담을 나누고 퍼뜨릴 동안 그럭저럭 참아줄만한 여자들과의 연대는 유지되는데

이게 대개의 여자애들이 만드는 패거리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FM에 좀 많이 가녀리고 여성미 넘치는 여선생님이 한분 계셨는데

남자애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천사같은 N선생님이라며...

근데 실습실에서 N선생님을 찬양하는 남자애들에 대해 몇몇 여자애들이

'그렇게 여자보는 눈이 없으니깐 여자친구를 못사귀는 거라며 N선생님은 완전 내숭이다'라고

'여학생이 질문에 답하면 알듯모를듯 비웃는듯 눈내리깔고 씨익 웃는거 정말 기분나쁘다'고

그렇게 같은 여자인 나도 100프로 공감이 되는 말을 했는데

N선생님이 여자애들한테 미움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럭저럭 예쁜편이긴 한데, 자기 예쁜걸 굉장히 부각시키는 여성스러움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있어서

그게 여자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쁜거다.

저렇게 이쁜척하(며 남자꼬시려고 하)니까 당연히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을 부당하게 평가할게 분명하겠지..

이렇게 N선생님이 미운 여학생들끼리는 은연중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렇게 연대가 이뤄지는 거다.

실제로 N선생님이 여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제대로된 근거는 하나도 없다.

그 알듯모를듯한 고상한 미소,,

남자애들은 예쁘다고 환장을 하고 여자애들은 비웃는거 같다고 불쾌해하는 그 여성스런 미소빼고는.

그리고 설사 N선생님이 내숭좀 떨고 이쁜척 하면 뭐 어떤가

내숭 떨면 남자에게 나쁜 여자인가?

인간관계 처음 접근의 과정과 관계 유지과정은 다른 거 아닌가

접근의 과정에서 내숭이나 가식이 좀 있으면 어때. 그렇다고 나쁜사람이란 법은 없는 거다.

천사같이 보이면 그냥 천사같이 생각하면 되는 거지.

 

얼마전에 여자 R이 한명만 있는 과에 1년차로 들어간 여선생이

원래 있던 선배 여자 R의 구박을 못견디고 결국 그 과를 나와 버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원래 있던 여자 R이 예쁘게 생겼고 자기가 그 과의 홍일점이었는데

새로 들어온 1년차 R도 예쁘기도 하지만 일단 새로 들어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서

그래서 그걸 못견딘 선배R이 1년차를 심하게 대했다고

웃기지만 그래서 1년차가 도망간거라고 그런 소문이 돌았었다.

선배 R이 먼저 시작한건지 아니면 후배 R이 자기가 느끼는 여자로서의 경쟁의식을 선배R에게 투사해서

더 밉보이게 행동하고 피해의식이 쌓여간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 사람이 다 여자였다는 것에서 결국 문제의 본질은

소문대로 사무적이라기 보다는 감정적인 것일거다.

 

그리고 저번학기에 발표하던 나에게 인신공격을 해대던 여자의사 펠로우

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군 이유를 사실 나는 알고 있는데

그건 내가 발표도중에 여자냄새를 풍겼기 때문이다.

이미 인턴도 해봤고, 사회생활도 해봤기 때문에

여자들이 애같은 말투로 책임감 떨어지게 구는게 어떤건지 잘알고, 그에대한 교육도 받아놔서

학교들어온 후 공적인 상황에선 다른 여학생들은 다 어색하게 여길 '다나까 화법'으로 말을 했었고

실습 때 케이스 발표할 때도 항상 그런 부분을 신경써왔다.

하지만 발표도중 전혀 예상못한 실수가 자꾸 눈에 들어오니깐

그 민망함을 무마하려고 무심코 웃게 된 것이다.

여자들이 미워하는 스킬... 귀여운 척 헤프게 웃는거...이런걸 한게 돼 버린 셈이지.

그래서 그 펠로우는 발표 중의 실수를 가증스런 애교로 무마하려는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하지만 그 여자의자 펠로우도 문제가 있는게

민망함을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상대의 성별이 남자였다면

그 행동을 그렇게 도드라지게 의식하진 않았을 거란 점이다.

결국 서로 견제를 하는 상태였으니깐 이런 문제가 일어난다.

 

 

그래서 내숭떠는 여자를 공격하는 여자들이 그런 남자꼬시는 못된 기술(?)을 안쓰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자기들도 쓴다.

열심히 외모를 치장하고, 적당히 웃음도 흘려주고, 간간히 스킨쉽도 던져주고 뭐..

근데 이게 과하게 부각되지 않아야 여자들 사이에 소문을 형성하는 주체로 떳떳해지니깐

자기 행동을 괜히 설명하고 떠들고 그래서 일반적인 것인양 만들어버린다.

어찌보면 대놓고 촌스럽게 여성미 풍기고 다니다 소문의 주인공이 되는 여자애들의 자연스런 행동에 비해

훨씬 영악하고 노련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여자들에 대해 또 어떤 똑똑한 여자들은

'털털한 척 하느라 고생한다'라고 비아냥거린다.

정말 끝도 없이 물고 물리고 이어지는 전쟁이지만

여자들 패거리가 생길만한 집단에서 지낸 지난 3년간 몸으로 느낀 일들이며

어차피 영화같은데서도 흔하게 나오는 일상이고 현실인거다.

 

 

 

한번은 다른학년의 어떤 남자애가

여기, 우리과 여자애들 정말 쉬워보인다면서

살짝만 건드려도 넘어오게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애들이 다들 외로워 보이지 않냐고

그래서 사귀려고 맘만 먹으면 사귈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처음 들을 땐 굉장히 기분 나빴지만 듣고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대부분은 이성과의 관계 때문에

너무 단순한 이유지만, 결국 남자때문에 다른 여자에게 괜한 미운감정을 품는다.

자신과의 어떤 가능성이 잠재된 남자들이든, 자기가 실제로 마음에 두고 있는 특정 남자든.

 

전에 학교에서 벗어나서 시내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동기애들이랑 걷다가 알게됐는데

(맨날 패거리나 무리를 짓고 다니며 남 험담이나 하고 소문이나 만드는 그런 스타일의)

어떤 여자애도 밤에 여기 산책로를 걷더라며

(사람들이랑 같이 걸으며 못된 소문을 만들거나 하지 않고)

혼자 걷더라며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그렇게 대부분의 시간을 입이 삐뚤어지게 눈이 삐뚤어지게 귀가 삐뚤어지게

험담이나 하고 듣고 하는 그런 사람들도

가끔은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구나 하고

혼자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었다.

 

너무 뻔한 소리지만

좀 마음을 곱게 쓰면 얼굴도 예뻐지고 남자친구도 생길건데

왜 그렇게 마녀같이 굴면서 마녀같이 못생겨져 가는지 모르겠다.

바보들. 

 

예뻐서 착한 애들이 좋다.

여자들의 자연스런 행동이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그런 솔직한 애들이 편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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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