謀議 고사

2013. 9. 2. 14:14 from yS 2010▷2013

모의고사에서 문제가 생겼다

같은 날짜에 동일문제로 시험을 보는 실기시험에서

누구도 의도치 않았음에도 시험문제가 유출되는 바람에

전원 재시험을 보게된것이다.

근데 문제가 유출된 것을 학교에서 알게된 것이

어떤 학생이 제보를 했기 때문이라는 점

 

이때문에 다들 제보자가 누군지 색출해야 한다고 분개하고

무엇보다 그 제보자가 문제유출로 피해를 봤을 법한, 즉 유출 전에 시험을 봤을 거란 확신도 없음에도

학교에 꼰질러서 재시험을 대체 얼마나 잘 보는지 두고보자는 둥

그렇게 다들 그 학생을 비난하면서 결국 재시험 일정은 무사히 끝났다.

 

내 경우에 이번 실기시험은 중요한 시험이었다.

작년겨울 입덧때문에 실기를 망친이후

실기시험자체에 뭔가 두려움이 생겨버렸고

그나마 1학기 실기시험도 불안불안하게 시험을 보고 몇개 항목에서 페일이 떴으며

이번에 출산후 며칠만에 본 실기시험도

체력적으로 또 정신적으로도 자신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조리 기간 내내 책과 동영상으로나마 준비를 하고

꾸역꾸역 몸을 추스리고 가서 시험을 보고 온거였는데

근데 그 결과가 어땠냐면

완전 엄청나게 안 좋은 결과가 나온것이다 2/3에서 페일이 떴으니깐..

 

처음에 문제 유출사실을 모른채 저 결과를 확인하고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몸 상태를 핑계댄다손 치더라도, 앞으로 실제 시험까지 더이상 내 실력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깐.

그리고 몸핑계 대는 것도 한두번이지,,

작년 겨울 시험부터 해서 벌써 세번째 시험이 아닌가

그렇게 자신감도 잃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져서 자포자기하고 있을 무렵

학년 공지방을 통해서 문제유출 사실을 알게됐고

전원 재시험을 보게됐다는 사실에 굉장히 안심했다. 또 감사했다.

 

그래, 다들 여행계획, 공부계획 등을 세워뒀을 건데 그게 깨진게 싫긴 하겠지

그리고 학생들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문제가 유출되는 등

시험관리에 문제가 생긴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학교측의 잘못(휴대전화 수거를 안했다)에서 기인한다는 것도 사실이지 

근데 그것에 대해 조목조목 항의하면서 어느정도 적절한 선에서 합의해볼 생각은 하지도 않으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까봐'라는 이유로 제보했다는 제보자에 대해서는

완전 극악무도한 놈으로 매도하면서 한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기성적밖에 안중에 없는 '이기적인 놈'때문에 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고..

 

 

정말 이해가 안된다.

학교에서는 1학기 성적 유예상태의 학생들에게 이번시험으로 유급자를 결정한다고도 했고

그렇다면 문제유출로 인해 생기는 선의의 피해자가 받는 타격은

그냥 낮은 성적정도가 아니라 무려 1년간의 졸업유예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걸 다들 정말로 모르고 그 제보자를 비난하는 걸까?

도대체 누가 일이점 점수를 더 받자고 재시험을 쳐야 한다고 나설까,

훨씬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깐 무려 '선의의 피해자'운운하며 제보를 한거겠지.

 

나의 경우도 이번시험이 재시험없이, 혹은 시험문제 파동(?)이 쉬쉬하면서 덮인채 끝났다면

문제를 알고 시험을 치룬 사람과의 상대평가라서 훨씬 더 낮게 평가됐다는 걸 모른채

자신감 상실과 내가 가진 핸디캡으로 내 상태를 변명하려는

구질구질한 심리상태로 불안하게 몇개월을 보내야했겠지.

 

즉, 어떤 사람들에게는 시험을 공정하게 보는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는데

그걸 전혀 이해못하고 자기가 받은 손톱만한 피해를 가지고

그 제보자를 비난하는걸 보고 있자니

미래에 우리모두가 속할 이익단체(..)에서 

그때 뭔가 손해가 날만한 상황이 생긴다면

전체적인 정의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고

당장 나자신 전후좌우 1미터 이내의 손톱만한 이해타산을 따지며 

길길이 날뛰는 사람들이 될것같아

그럴것같아... 라는 생각을 했다.

 

제보자가, 자기를 비난하는 학생들 예상대로

자신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제보를 했다 해도 잘못한 건 없다.

더구나 시험결과로 심각한 상황이 생길수 있기 때문에 그런거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지

하지만 제보자가, 제보자를 비난하는 다른 학생들이 예상과는 달리

자신은 피해를 받은 수험자가 아니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선의의 피해자'를 염두에 두고 학교에 제보한거라면 더 좋겠다.

집단적으로 이기적인(이기적이다) 의식상태를 보이고 있는 동기들 때문에 기분이 꿀꿀한데

그 중에서도 이런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한명쯤 숨어 있는 거라면

그러면 그래도 좀 균형이 잡히고 자정작용이 있는 집단인거 같아서 안심할 수 있을거 같다고.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아닌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어야지.

 

 

재시험 결과는 만족한다

체력적으로도 다소 회복된 상태였고...

이렇게 공정하게 다시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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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