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14. 3. 5. 00:38 from aS 2014
근무시작한지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 담당파트 알쌤이 예견한대로 긩장히 팍쎈일정이 계속돼서 어제는 아예 배째라는 기분으로 흐느적 느릿하게 일하다가 어제 오프때 완전 퍼질러자고 출근한 오늘 아침에야 또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히 일할준비가 됐다

아침에 그럭저럭 일 안밀리게 굴러가던중이었는데 채혈하려는 환자옆에 이년차가 오더니 "동맥채혈을 그렇게 굵은 바늘로해요?" 라고 묻네. 그래서 "상완동맥찌를거라서그걸로했는데요"랬더니 계속"허..동맥이 가는데 이런굵은바늘로하니 될리가있나"라고 계속 깔짝댄다 옆에서. 짜증이나서 "요골동맥으론 안대서 그런데 상완동맥찌를때도 요골동맥채혈할때쓰는 바늘을 쓰나요 제가 정말 잘몰라서요"랬더니 "아니 내가 무슨 말을했다고 그러냐"며 "너나 그런 쪼끄만바늘로 상완동맥찌르겠다고 깔짝대보세요 멍충아"라는 내 마음의소리를 제대로 알아듣고는 점점 전투분위기로 흘러가는 찰라


교수님이 회진오시는 바람에 교수님쪽으로 쪼르르 가버리네.
그와중에 어떤환자 심전도오더가 떨어져서 그거 찍느라 서두르고있는데 이환자한테 회진팀이 다가온다
다가와서는 교수님이 "이 환자 또왜 심전도찍어?"라고묻고 마침 나랑 전투모드로 갈뻔했던 던트담당환자인지 앞으로 쭈뼜대며 나와선 두번이나 더 교수님 의 독촉을 받고서야 문득 생각난것처럼"어제 심방세동이 있었던 환자라서요"운운하는데 교수님이 즉시 모니터를 보시더만 "저것만 딱봐도 심방세동은 아닌데!"라신다
대화를 듣다보니 왠지 힘이 나서 심전도 필요없건말건 그 던트의 바보같은 오더가 더잘 실행되게끔 더 부산스럽게 전극을 연결했다. 그리고 이젠또 진료기록부를 보시더니 "무슨 검사를 이렇게 많이해써"라며 내가 발 부르트게 뛰어다니며 채혈한 혈액으로 이뤄졌을 검사들에대해 코멘트하신다 "a검사는 왜했어 환자지금 어떤상태야" 등등 질문을 쏟아내시는데 우물대는거밖에못하는 그던트에게 결국 "검사결과 파악도 안되면서 검사만 줄창 낸거냐"라고 쏘아주신다 교수님 화이팅

이건 정말 모든 인턴이 레지던트에게 묻고싶은걸거다 이 검사 대체 왜하냐고
그냥 니가 환자파악안되느까 아무검사나 마구 긁어내는거 아니냐고
니는 클릭한번이면 땡이지만 피뽑는 인턴이나 피뽑히는 환자는 무슨 죄냐고
환자들 몸ㅇㅔ 혈관상태나 알고 피뽑으라고하냐고
니가 동맥라인이라도 하나 잡아놓고 검사클릭질하라고
아니면 공부좀해서 일좀 제대로하라고
등등

요며칠간 그런말을 너무나 하고싶었기 때문에선지 그 던트가 혼나고 있는상황이 너무나 즐거웠고 자꾸 웃음이나와서 곤란할 정도였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오늘오후부터 채혈건수가 줄었다 역시 이놈이 그간 중환자실을 미치게 바쁘게 만든 주범이었나보다 창피좀 당하고나서야 생각이란걸 하고 검사를 내기시작한듯

인턴이야 원래 바쁜거 아니냐고들 생각하겠지만 쓸데없이 바쁜건 확실히 문제가 생긴다.환자안전이나 채혈의 퀄리티도 떨어지고, 간호사들만해도 하도바쁘니깐 산소달고 씨티검사내려가는환자 산소통 잔기량을 실수로 확인 안하는바람에 큰일날뻔한일이 있었다
덩달아 다들 바쁜건 정말 문제고 안바쁠만하면 안바빠지게끔 제대로알고 효율적으로 진행이 듸게끔 하는게 중요한듯


아무튼 지금 캉능 중환자실에서 열흘째 썩어가고있는데 어제는 운좋게 전원가는 환자가 생겨서 드라이브 가는기분으로 바람을 쐴수있어서 정말 좋았다. 어제 정말 일이 엄청 많아서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는데 전원다녀오는게 살짝 숨구멍을 틔어줬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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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recycle

2014. 2. 3. 20:10 from ETOCETORA
그러니깐 애초에 쓰레기를 대하는 태도가 자못 진지한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에 닭뼈나 양파껍질 등이 포함되는지 안되는지 지자체마다 기준이 다르다고 불평하고
패스트푸드점의 퇴식구 수거함의 애매한 구분이 언제나 피곤했으며
페트병이나 유리병에 붙은 알루미늄 뚜껑딱지를 못떼내는게 늘 신경쓰이는 사람이었으니깐.

딴에는 자원재활용 노력이 save earth 하고 북극곰을 살리는 데 도움이되지도않을까 기대하고있지만
막상 거대시설들(병원, 테마파크등등)에서 대량으로 버려져나가는 분리안된 쓰레기를 보게되면
내 하찮은 노력은 날 예민하고 쪼잔한 사람으로나 만들뿐 결국 아무것도 아닌 헛일일뿐이란 생각도 들어서
모든게 귀찮아져버리기도한다

그래도 오늘
짐을 줄이고 정리하면서 생겨난
옷은 헌옷할용하는단체에 박스로 보냈고
딥디랑 씨디는 중고사이트에 올려서 벌써몇개팔았다
은총이 못입는 옷이랑 임신중에 입은 내옷 수유쿠션등등 여러가지는
주말에 미혼모센터에 갖다줄예정이다

남들은 이미 다하고있던일인지 몰라도
내입장에선 그냥 생각보다는 다들 아끼고 나누는 일들을.열심히들 하는거같아서
그게 실질적으론 개인의 이익추구때문일수도있지만
결과적으론 지구를 아끼는 일이되는거니깐
그래서 오늘 바쁜와중에 택배부치러 다니느라 힘들었지만
굉장히 기분이좋다
쓰레기로 홀랑 타버렸을지도 모를 물건들에게 새로운 자리를찾아주게돼서..




인턴을
거의 강산이 변했을 시간만에 다시하는건데

옛날엔 사실 내신관리를 잘 안해서 학교병원 떨어지겠거니 싶어서
어디 지방에라도 내려가야되지않나..
서울은 이제 마지막이구나..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한창공사중이던 청계천도 못보겠네.. 아쉬웠고
그렇게 조바심내다가 겨우 합격했지만 결국 힘들어하다가 1년만에 관둬버렸지

이번에 인턴지원할때 이것저것 너무따지지 않고 별 깊은 생각도 하지않고
점수상으로는 커트에 가깝지만 거의 지르다시피 원서를 낸것도
인턴지원이 사실은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란걸 이미 알기때문이다
어떤병원에 들어가서 수련을 하든 아무리 아득바득하든 결국 자기인생 흘러가는 방향이란건 있는거니깐

처음 생각한 병원에 지원하긴 아슬아슬한 성작이었지만
어쨌든 합격했고 합격에 대해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어쩌고 이럴 맘은 털끝만큼도없다
떨어진 사람들이 몇명인데 그사람들은.무슨 부당거래의.희생자라도 되나? 아니면 하느님도 편을.안들어줬다거나?
합격할만한 자격이 되니깐 합격한거고 난 일제대로 하는 모습으로 그걸 증명하면되는거다
고마운건 내가 수험생활할때 도와준 가족,친구들이 고마운거지.

겸손한마음으로 열심히 할생각이다
인턴이미 해본입장에선
인턴이 아무리 힘들어봤자 아기보는거보단 쉽다고 생각한다 잠자는것 포함해서

잘할수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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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해피뉴이어

2014. 1. 2. 07:11 from ETOCETORA

 

해피뉴이어에 칠봉이의 카운트다운 뽀뽀씬이나 뙇 떠오르는 걸 보면

2013년 후반 내내 드라마 하나 의지해서 살았던게 맞나보다

 

마지막회 임박해서 작년같은 영혼없는 낚시질이 계속되겠거니 했는데

웬걸, 현대씬이 총체적으로 낚시였던걸로 판명됐다

전세집주인라니 헐,, 

(물론 이 사실로 모든 낚시질을 해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록 내가 원한 결말은 아니었어도 이만하면 괜찮은 드라마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래도 다시는 응사를 보고싶지 않은데 그건

7의 가슴앓이가 결국 지독한 삽질에 불과하다는 걸 다 알고 있는 채로

마음 아파서 그걸 어떻게 다시보나 싶어서..

 

 

요즘 같으면 누구나 나정이 어장관리하는 거라고

나정이가 던져주는 떡밥에 '사랑이라는 이유로' 파닥대선 안된다고

네이트 판같은 곳의 연애술사들이 7을 어망에서 끌어내줬을 것이다.

그러니 6년이나 시달린 저런 바보같은 모습도 90년대스타일이라 해야되나

하지만 언어가 의식을 지배한다고

어장관리라는 개념이 머리에 들어찬 2013년의 7이라면

밀땅이라는 이상한 개념과 초식남이라는 이상한 개념도 같이 탑재하고 있었을테니

카운트다운 뽀뽀씬 전의 솔직한 고백같은 것도 있을 수 없었을 거야.

아무튼 바보 77

 

 

 

드라마를 보고 얻은 건 그럭저럭 어른스런 교훈들.

일만시간 애를 쓰면 뭐하나라도 이룬다는 건 그걸로 성공한 사람한테나 의미있는 말이며

인생 어차피 한방, 될사람만 되는 거니깐 쓸데없이 힘빼지 말자

되지 않을 거 같은일엔 목매지 말자

착하게 굴어봤자 이용만 당하는 호구행

그리고 고생했다고 꼭 보답받는거는 아니니깐 노력의 댓가가 적다고 남탓은 하지 말자 등등.

이렇게 7이 했던 수많은 뻘짓에 대한 반대입장을 보여주는 드라마의 결말은

제작진이 이 작품을 콕 찝어 선물하고 싶었을 , 인생반고개 넘긴 1994 세대들에게 주는

메세지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받아들이면 될거 같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니깐

하지만

'시작하는 세대들'쪽이라면 이런 메세지수용은 좀 지양하는 게 좋을듯.

 

그리고 드라마를 보고 좀 놀란게

한국인의 성의식이 의외로 보수적이라는 걸 여론(?)으로 알게된 점이다.

손목만 잡아도 결혼을 해야 한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4와 졍이가 저렇게 뽀뽀를 많이 했는데 결혼 안한다니 말도 안된다'

'첫사랑이 끝사랑이어야지'

이런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은거 같아서

보수적인 사람인 내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아직 말세아니구나 라고 안심했다고.

 

 

 

 

응답하라 시리즈가 더 나올수 있을까.. 더 나왔으면 좋을까..

그럴수 없을 거 같다.

배낭여행 1세대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이 대략 '중산층' 국가로는 불릴수 있게 된 90년대

살만해진 대한민국에서는 대중문화가 금새 나돌았고

무슨 전체주의 국가도 아닌데 드라마 시청률이 50%나 나온걸봐도 알수 있듯이

사람들은 같은걸 거의 같이 누렸을 것이다.

공감대가 있었던 건데

90년대 이후엔 그런게 점점 없지 않나, 월드컵때 말고는뭐

 

영화 '냉정열정사이'에서 준세가 일하는 공방의 선생님이 한 말

이나라(이탈리아, 유럽)는  낡았다고, 오래됐다고

더이상 새로운게 있을 수 없어서 현재 사람들이 옛날것에 얹혀 살아간다는 그런 종류의 말이었는데

 

그렇게 조금씩 조용하고 세련되고 재미가 없어져가는 거 같다 우리나라 역시.

 

 

 

연말이라고 뭘 했나 떠올려보면 기억나는건 밀레니엄전의 보신각 타종 보러 종로나갔던 거 밖에 없는데

해넘이다 해돋이다 우 몰려나가는걸 보고 왜 사서 고생하나 비웃어댔지만

이제부터라도 최대한 고생하러 나가서 나의 시간에 마침표 따옴표 쉼표 마디를 새기겠음,

우리 은총이 데리고,

 

그리고 드라마나 예능 프로도 좀 열심히 봐야겠다

연말이라고 시상식 프로가 제일 인긴데, 1년간 보고 즐긴게 있어야 시상식하는거 같이보는 재미도 있지.

 

 

 

 

 

 

이장면은 정말 잘 그린거 같다

이렇게나 슬픈일이었다는 걸 당시보다 드라마를 보면서야 더 실감을 했으니깐.

사람들이 나와 관계지어진 서로들을 사랑하는 건 결국 이런 모습일거야

새해에는 그런 따뜻한 마음들이 내주변만이 아니라 더더더 넓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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