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씨유

2014. 3. 17. 23:28 from aS 2014
재작년인가 y대 병원 마취과에서 서브인턴 할때 담당교수님이 마취과를 선택한 이유
내과적으로 다이나믹한 치료를 하고싶은데
정작 내과는 트레이닝이 끝난후 스탶으로 남지않는한 만성질환관리나 감기치료나 하게돼서 별로
응급의학과는 언뜻 다이내믹해 보이지만 결국 응급상태 해결후 다른과로 환자 토스시키는 역할뿐인거같아별로
근데 가만 살펴보니 외과가 판치는 수술실 절반을 조용히 차지하고 앉은 마취과야말로 수술내내 환자상태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게끔 유지하기위해 정중동의 물차기를 계속하는 자기 이상형 과더라고 그래서 지금의 직업에 만족하며 수술실의 내과역할을 즐겁게 하고 계신다는 얘기였는데

이얘길 듣다보면 내과도 최소한 대학병원에서는 뭔가 가이드라인에 맞춘 치료로 환자상태를 드라마틱하게 호전시킬수있지않나 싶으며 그런 극적인 치료는 그래도 중환자실 정도에서나 이뤄지려니 오해하게되는데,
그렇지않다.
중환자실은 환자상태가 드라마틱하게 호전되는 곳이아니라 드라마틱하게 악화된 환자가 들어와서 조금씩 조금씩 회복돼 나가는곳이다


병원생활 처음 한두주간 육체적 스트레스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겪고 보는 여러정황에 감정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은 감이 있어서 중환자실 따위 운운 했지만 사실은 중환자실이 꼭 필요한 환자는 참 많다
젊은분인데 심장질환으로 혈관시술받고 회복시킬분...약물중독.. 만성폐쇄성폐질환 급성악화.. 패혈증 등등 일단 여러가지 이유로 바이탈이 흔들리는 분들은 중환자실의 집중관리대상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에반해 오래된 질환이나 뭔가 생명력이 다해가는 분들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가 결국 심정지가 뜨고 심폐소생술을 ..못해도 30분간..보호자가 원하면 더 오랫동안 하고 그러다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못한 결정을 가족내에서 힘겹게 내리고나면 그제서야 환자가 죽을권리를 얻게되는 상황들은 나로하여금 중환자실을 그저 죽음유예의공간으로 여기게끔 해서 그래서 욕을 해댔을 뿐 이곳의 치료 전부를 부정하는건 아니다.

심폐소생술말이 나와서 말인데 초반에는 정말 열심히 압박을 했는데 , 응급실과는 달리 심정지떠서 소생술을 하는 족족 모두 죽어버리니, 중환자실에서는 심폐소생술이 그냥 우습게 느껴진다. 보호자에게는 이미 '죽을수있다'는 말이 전달된 상황에서 보호자가 결정하기전까지 심장이 뛰는척하게 만드는게 중환자실 심폐소생술의 역할이다. 난 무려 중환자실 첫근무 첫 동맥채혈 담당한 환자가 그날 오후에 심정지 돼서 소생술을 하고 결국 죽어나가는일을 겪어야했다.
중환자실에서의 심페소생술은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이 힘찬 목소리로 생명을 구하는 심폐소생술이라 목청높이시는걸 무색케하는, 죽음에 반드시 선행하는 무자비한 가슴압박이다

외과계에 비해서 내과계는 맨날 무슨 오더리쳐럼 컴퓨터앞에 앉아 처방 내는것밖에 못하는것같아서 더 싫기도했는데, 4학년 학생인턴 때 돌았던 혈액종양내과 던트선생님이 이미 혐오한다고 강조했던 검사결과만 쳐다보는 내과의사.. 라는 존재에 대해 나역시 혐오감을 쌓아가기도 했다. 이건, 그냥 좀 대쳬로 이런 오더리 분위기인거같다. 환자를 고치는게 아니라 검사이상을 고치는 내과의사...
하지만 드물게 환자도 열심히 보는 내과 알쌤도있는데 그런 드문 선생님이 대사성산증으로 입원한 환자에 대해 집안에서의 학대를 의심하고 보호자를 추궁할수 있었던건 다른 오더리들 하듯 검사결과만 보지않고 화자 팔다리의 많은 멍자국을 봐서다. 역시 환자를 보는 의사가 멋있다

우리학교 중환자실은 병원이 오래되선지 뭔가가 구질하게 지저분한 기분이 들었고 내가 학생인턴 돌던 시기 중환자실에는 피부병변이 생긴분들이 많았다 그때문인지 중환자실이란 곳 자체가 더럽고 홧자도 청결하게 관리 받지못할거라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근무해보니 보호자나 간병인이 수발하는 병동에비해 환의, 배변, 시트, 자세관리 등 모든걸 체계적으로 해주고있고 심지어 머리까지 감겨준다는걸 알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같은 저수가환경에서 이정도 환자케어가 이뤄진다니 중환자실에서만이나마 참 다행스런일이다. 어떤 기사에보니 우리나라 중환자실이 최악이라는 비난글을 써놨던데, 의료비 구조나 알아보고 징징대세요라고 꼭 말해주고싶다

인턴업무로도 중환자실에서는 보고 경험할게 많다.
일반적인 인턴잡에 더해서 어마어마한 채혈건수로 피뽑는 실력은 나날히 늘고, 중환자에게 필요한 기관창냄 어시스트나 동맥라인 잡을 기회(만 있고 아직 성공은 못했지만)가 많다는것도 꽤 괜찮다고 생각하고있다. 파견나와서는 대개들 여유를 부린다는걸 생각하면 아쉬운감이 없을순 없지만, 본원 내과 로딩보다 적으면서 경험할게 많다는게 장점이야 . 어쨌건간에 좋게 생각해야지 난 럭키하다고

36 시간 근무에 12 시간 오프면 주 100시간을 훨씬 넘을텐데 이런이유로 응급실을 기다리게될줄은 몰랐다 12시간 근무에 12시간 오프인 응급실이 내과보다 쉬운과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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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케미돋네

2014. 3. 9. 00:55 from ETOCETORA
고2 때 새로 더 공부하기싫다는 이유만으로 1학년때부터 배운 물리를 선택하고 의학계열 목표로 하는 대부분 학생들이 선택하는 화학.생물을 버렸더니, 대학 들어간후 일반화학 일반생물에서 계속 기본개념이 부족해서 남들보다 공부가 힘들었고 생화학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99등을 했다. 일등이 있으면 꼴찌도 있는 법이지만 대개 여학생들은 학점관리 잘하고 공부 열심히하는 경향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눈에 띄었을거고 무엇보다 그과목 교수가 사이코같아서 등수표까지 걸어 붙이는 바람에 망신스러웠던 기억이 계속 남아있다.
그렇게 뭐하자는건지 전혀 감도 못잡은채 내인생에서 화학은 굳바이하나 싶더만 대학원 입시 준비때 또한번 날 괴롭혔는데 이때 유기화학을 처음 공부하면서야 일반화학의 온갖 잡설들이 필요한 이유가 납득이 되면서 화학이 굉장히 재밌게 느껴졌다. 재미와 별개로 실제 시험에서는 거의 막장이긴했지만.

별그대..
악역이 너무 단순한 악역이고 남주 서브남주의 균형이 완전 깨져 있고 중반 넘어가면서는 주인공들이 너무 불나방들처럼 연애에만 몰입하는등 결국 점점 재미없어져버렸지만 제목이 낭만적이었고 제목같은 판타지스런 상황이 맘에들었다,
제일 좋은건 모카씨를 들여온 문익점이라고 말하고도 하나도 부끄러워하지않는 천송이였는데 뭐하나 틀렸을까봐 전전긍긍 숨어서 완벽하게 준비하려하고 너는 그것도 모르냐 내가 옳다 라는식으로 꽁하게 따지는 그런 쫌생이가 아니라 그딴거 몰라도 난 예픈천송이니카 내지는 아예 남이 뭐라햐는게 거의 중요하지 않은 천송이가 좋았음. 평소에 완전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

송이도 송이지만 전지현이 건재한것도 좋았다 우리시대의 아이콘 전지현. 옛날에는 전지현 예븐줄 하나도 모르겠던데 여전히 역시 전지현 이라고 말하게끔 해내는걸보니 막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전지현도 차승원만큼이나 말할뿐 아니라1 들어줄 줄도 아는 눈을 하는걸보고 예전에도 이랬던가 싶은 생각도 들고., 차승원의 내마음을 다 읽어줄거같은 눈은 그래도 꽤원숙해진 배우의 능력이라 생각했는데 전지현 역시 완전 눈빛이 야함. 야해?시선을 맞추는것 역시 터치라고 하니 듣고 말할줄 아는 눈은 눈으로 스킨쉽하는셈이니깐 야한거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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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잠수종

2014. 3. 8. 13:57 from aS 2014
구역질과함께 토해낸 식도정맥 혈액때문에 숨쉴때마다입에선 피비린내가 나고, 손바닥발바닥은 무좀균으로 덮힌것처럼 허옇게 떠서 갈라져있고 온갖 주사바늘 자국에 피멍투성이인 피부는 지혈하려 당겨붙이는 테이프 장력도 못이길만큼늘어져있고 부어있는 손발에서는 피부 틈틈으로 간질액이 배어나와 시트를 누렇고 축축하게 적신다
수십년전 아기였을 이 환자들을 들여다보고 밤새재우고 보살폈을 엄마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검체 채혈때문에 환자몸에 바늘을 찔러대며 피를 쥐어짜낼때마다 이런생각이든다

꼭 채혈문제가 아니라 그냥 자기 의지로 자기몸에 이뤄지는 행위를 중단시킬수없는 모든사람들때문에 하늘에서 보고있을 옛날 엄마들의 가슴은 찢어지게 아플것임에 틀림없다

사실 우리는 모두 불시에 닥치는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둘필요가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죽은거나 다름없는 상황에 이르게되는것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둬야한다 소생술을 원하는지 아닌지 연명치료를 하게될지 어떨지.. 내가 더이상 의사표현을 하기 힘들어지기 전까지 그런부분을 준비 하지 않으면 내몸은 얄팍한 인명존중의 명분아래 산채로 썩어가게될수도있다 . 중환자실에 있다보니 정말 운 좋아보이는 사람중 하나가, 비록 몸인 아프지만 '나 그냥 집에가서 죽을래요' 라고 말하고 병원밖으로 도망쳐나갈수있는 환자. 그 사람은 병원에서 콧줄로 식사하고 목에 구멍을 뚫거나 입에 관을 넣은채 호흡하고 이상한전선을 주렁주렁 달고 심장리듬 모니터 당하다가 어느순간 뭐하나라도 이상해지면 무시무시한 가슴 압박을 당한후에야 시신상태로나마 병원을 나갈수있게될 사람들과는 달리
익숙한곳 익숙한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 자연스레 곡기를 끊고 스스로의 힘으로 마지막숨을 쉰후에 죽음을 맞이할거다

잠수종과나비의 락킹신드롬 환자같은상태는 아니더라도 중환자실의 많은 환자는 중환자실의 각종 거친 시술과 혼란스런 분위기속에서 점점 의사표현ㄴ무시해도되는 물체화 돼가는데 간혹 입모양으로나마 뭔가 말하려해도 잠수종환자 처럼 참을성있게 환자의 힘겨운 의사표현을 듣고 기다려줄만한 여유가있는 인력이 없다

전에 어떤환자는 상태가 호전된게 아님에도 여기 중화자실보다 시설 등 여러면에서 부족한 지역 의료원으로 전원을 갔는데 그건 이곳에 있으면 환자상태가 악화될때마다 그것을 교정하기위한 고가의 치료가 들어가면서 결국 연명치료를 하게되니깐 결국 가족입장에서는 환자를 거의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전원을 결정한걸거다. 그래선지 지역의료원으로 가면서 환자의 부인인 할머니는 마치 남편이 이미 죽기라도 한것처럼 통곡을 하며 따라오셨다. 하지만 내생각엔 그 결정이 잔인하게만 보이진 않았는데 그건 전원간 병원에선 중환자실과 달리 좀더 환자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질거고, 노환이라는 자연스런 설명보다는 질환이라는 다소 오만한 입장에 더 가까이 서있어서 환자 상태변화에 따라 무수한 검사로 환자의 지친몸을 들볶아댈 (흡혈담당인턴포함)대학병원 의료진의 마수에서도 벗어난거니까.
그래서 훨씬더 행복한 임종을 맞으실테니깐 울지마세요 부디


다시 옛날엄마로 돌아가서
할머니는 우리아버지가 단명할 운이라는 얘길 들으시곤 그렇지 않게 하려고 아버지가 아직 어릴때 이름도 바꿔 친척집에 양자로 보내셨었다. 아버지는 결국 오십대중반에 돌아가셨는데 그게 할머니의 노력으로 명보다 오래산건지 아니면 역시 명대로 평균수명에 한참 모자란단명인지는 알수없다. 분명한건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기 훨씬훨씬 이전에 할머니는 이미 고인이되셨으니 당신아드님이 오래살기바란 당신의 바람은 당신 사후까지 이어지다 어쩌면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순간에야 모자의 인연과함께 그 오래된 바람역시 바람처럼 흩어졌을거라는거다


고통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은총이 생각을 하는데, 아기은총이를 사랑하고 보살피는 우리모두가 없어지고나서 우리아기가 외로워지거나 말도안되는 고통에 갇히게되거나 그럴까봐 너무나 무섭다. 우리 아기옆에 언제나 함께하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고, 건강하게살다가 편안히 숨을 거둘수있으면 좋겠다. 그럴려면 합리적인 엄마인 나는 이큐높은 은총이, 타인을 배려하고 친화력높아서 사랑많이 받는 은총이로 키우도록 노력해야지. 그리고 죽음이나 거의죽음에 대해서도 준비시켜야지. 또 비합리적이지만 우리아기 잘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중환자실 같은데 갇히는일 결코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착하게살아야지

무엇보다 우선 나부터도 무서워서 동기인턴이랑 가슴에 문신부터 얼른 새기러가자고 했다. 근데 시간이 없네 도무지 시간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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