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병동 풍경

2015. 10. 30. 00:27 from S.paul 2015

어린이 환자들이 있는 병동에 있으면서 세태가 굉장히 변했다는 걸 실감한다.

뭐냐면..

아빠들이 보호자로 자주 등장하신다.

평일에 엄마나 할머니가 병상 지키시다가 주말되면 아빠로 바뀌는 건 좀 흔하고

아예 엄마아빠가 공평하게 간병하는 경우도 좀 있고

아빠만 주로 애를 보는 경우도 있고(이때는 우유먹고 기저귀가는 아기는 아니고 최소 어린이집은 다닐만큼 큰애들인 경우)

아예 아빠가 응급실이나 외래로 애 데리고 와서 입원부터 같이 시키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와 정말...

아빠가 집에서 놀아서인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입퇴원 기간을 정확히 알려고 하는 등 사정을 들어보면

아이간병이나 입퇴원 수속을 위해 회사에 연가를 내고 오는 경우도 꽤 있는 거 같다

옛날에는.. 글쎄 전혀 안그랬던 거 같은데 그래서 세상 참 변했다고.

 

근데 이런 사실을 놓고 날 돌아보면

엄마한테 동생이 찰거머리처럼 붙어 있는 바람에  아빠가 나 병원데리고 다니면서 약도 타고 치과도 보게 하고 그랬으니

그당시에 사람들이 봤을때 이런 우리 부녀 모습이 좀 이상해 보이기도 했을거 같긴 하다.

 

 

 

그리고 주사..

아기들 피검사는 내과병동에서처럼 마구 처방하기가 좀 부담스러운데

아기들 혈관을 잡는건 결코 쉽지도 않고 아기도 너무나 예민해져서

그래서 처음 한동안에는 입원한 아기들에대해 며칠씩 lab안내고 있어서 한소리 듣기도 했다.

그래서 보통은 fluid line이 자연스럽게 빠지거나 제대로 수액이 안들어갈 때 그래서 라인교체할 때

그틈에 피를, 검체를 채취하는 거다.

어휴 불쌍한 아기들....

지금은 스테이션에서 울부짖는 아기들 소리를 들어도 뭐 그다지 아무렇지 않은 정도가 되긴 했지만

저기 스테이션 안쪽의 처치실 앞에만 와도 울부짖는 아기를 보니

문득 저 공간이 과연 아기에게 어떤느낌일지

주변의 우리가 어떻게 보일지 혼자 곰곰 생각해봤는데

 

 옛날에 가족끼리 워터파크 갔을 때 돌아다니다 엄마를 놓쳐서 미아보호소에 붙들려갔던 적이 있다.

그때 침착한(이런걸 능실능실하다고 하지)  동생과는 달리 뭐 한소리만 들어도 삑 울어대는 나에게

거기 어떤 어른 사람이 입구에 있는 커다란 주사기를 들먹이며

'자꾸울면 저걸로 주사 한대 맞는다'라고 느껴지는 위협을 했지만

하나도 달래지지 않고 난 더 미친듯이 울부짖어댔고 얼마나 울어댔는지 모를 시점에 갑자기 우리엄마가 나타나선

그 무서운 주사기방에서 나와 동생을 데리고 나오셨더랬다.

 

그 미아보호소의 인상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거대한 내키보다 더 큰 하얀주사기 하나로만 남아있다.

인사이드아웃에서 주인공 무의식에 숨어있는, 거대한 피에로도 비슷한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처치실에 라인 달러 끌려들어오는 아기들에게는 내얼굴도 내말도 주사바늘로만 느껴지겠지 싶다.

 

 

 

 

 

 

 

세레브랄 팰시같은 선천적 문제나 후천적인 뇌손상 등으로 정신적 혹은 육체적으로 발달지연이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 대한 소아과 선생님들의 생각도 언뜻언뜻 들었다.

 

일단 집안에 그렇게 아픈 아이가 있으면

아픈 어른이 있는것 처럼 대개는 가족모두가 그 아이에게 매달려야 되고

그렇게 노력함에도 여러 이유로 감염에도 취약하고 에필렙시같은것도 쉽게 병발하고

병원 입원이 잦아지게 된다

물론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을 때도 집이라든가 시설에서 계속 보살핌이 필요하지.

'자라지 않는 아이' 펄벅 여사가 그런 책을 썼던가?

 

그렇게 기존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많이 아파져서 입원을 했는데

중환자실 들어갈만큼은 아프지 않아서 병동에서 엄마아빠가 직접 아이 병수발을 평소보다 더 힘들게 봐야되는 상황이 되면

'아이를 그냥 포기하고 싶다' 와 같은 말을 하는 부모들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나도 벌써 한번은 봤었고..

그래도 어느 정도 양가감정이 있는지 아이가 나아지면 나아지는대로 또 그 수척해 보이는 얼굴 위로 어느정도 화색이 돈다.

 참 복잡한 문제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이런 복잡한 문제를 자꾸 자꾸 더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과연 누구일까..에 대해서도 또 얘기를 들었는데

아기가 출생과정의 여러가지 문제로 이미 뇌손상을 입고

그래서 집중치료를 하면서 애를 살아있는 상태로 유지시킬 수는 있지만,

그중에 정말 회복이 돼서 제대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몸으로 회복되는 아기는

참 드물다고 한다.

근데 언론에는 드물게 회복된 아이를 내세우며 의학의 승리인양 병원의 이름을 내걸고 감정적으로 사람들을 선동하지만

회복된 아이 뒤에는 최소 10배는 넘는 더 많은 아이들이 그냥 숨만 억지로 쉬어지는 채로

중환자실에서 바보처럼 누워 살게 되는 거다.

그 아이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부모가 져야 하는 거고.

아이를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시점에서

의사가 자기 욕심, 자기 명예, 자기 환자 건수를 위해서 과도한 진료로 억지로 연명을 시켜버리면

부모가, 그리고 당사자인 아기의 몸이 고통받게 되는 거라고.

 

이건 산부인과에서 태아치료나 여러가지 방법으로 태어나기 어려운 아기들을 태어나게 하고

일단 아기가 세상에 나온 후에는 소아과에 책임을 떠넘기는 과정에서도 생기는 문제다

인턴때 소아중환자실 선생님들은 같은 병원의 산부인과

산과 담당교수님(언론에선 굉장히 유명한 분이다) 욕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못살고 태어날 애를 억지로 살려서 낳게해선 소아과에 마구잡이로 떠넘긴다고.

그런 드물고 위험한 시도를 하는 중에 간혹 잘 태어나서 잘 회복되는 경우가 드물게라도 있으면

그걸로 자기 명예는 올라가겠지만 그 외에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채 수년을 고통스럽게 가짜로 살게되는 아이들과

그 부모에 대해서는 엄청 죄를 짓는 짓이라고.

 

 

여기서 소아과 선생님들의 경험담을 들어보자면

이런 지체장애가 있는 아기가 수년간 앓으면서 병원 입퇴원 반복하고 그렇게 엄마가 고생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아이가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세상을 뜨게 되게되고

(아이가 죽는 건 물론 슬픈일이지만)

그러고 몇 개월 후 서류 등의 문제로 외래를 찾는 엄마를 우연히 다시 보게 되면

백이면 백, 몰라볼 정도로 얼굴이 좋아져있다고 한다.

자기인생을 찾게 되는 거라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고 소중하게 대하는 건 꼭 필요한 자세지만

그 와중에 누가 어떤 희생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정서가  그런 희생을 당연시하게끔 강요하는 건 아닌지

그런건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것 같다.

 

 

타성적으로 아이에 대한 부모로서의 의무를 당연시하면 학대와 같은 무서운 일도 자꾸 생길 수 있을 거다.

 

 

한번은 사고로 정신신체기능이 많아 떨어져서 재활치료 받으며 희망없이 지내던 아이가 심정지로 응급실에 왔는데

걔는 고작 1년전에 교통사고로 브레인헤모리지 생기고 수술도 하고 그래도 후유증으로 그렇게 된거라고 했고

부모가 1년간 아이 수발을 하느라 고생하긴 했을거다.

내원 당일 새벽에 애가 이상한 것(사망상태)이 확인돼서 병원에 온 거라

사망과정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원인이 불명확한 것이고 이런경우는 보통 오톱시를 해야 한다.

(정말 어린 아기들이 집에서 죽게되면 부모들은 물론 슬프겠지만 우선 경찰조사부터 받는다고 한다.당연한 일이긴하지만)

며칠전부터 앓던 폐렴으로 급사했을수도 있겠지만

엄마아빠가 아이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 시켰을수도 있으니깐.

그런데 엄마아빠가 왜 사망 원인 불명확하냐며 의료진들에게 따지고 들었고

헤모리지 부위가 위험했기 때문에 이렇게 갑자기 사망할 가능성도 있었다 와 같은 (아이 사망을 앞에두고 하기엔) 분별있는 말로

주변 의료진들의 심정적인 의심을 더 가중시켰다.

의심이 가거나 말거나 병사가 맞거나 말거나 오톱시에서 확인되는 것 기준으로 사실은 정해지기 마련이고

(이런 일에 빠삭한 응급의학과 선생님들 말에 의하면)

오톱시 결과 자연사나 병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오면

아마도 아이앞으로 대개는 이미 들어가고 있을 보험금 등을 타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고

그게 아니면 보험금 타고 못타고가 아니라 경찰서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는 문제가된다.

그냥 내 입장에선 아이 죽은지 3,4시간밖에 안된 시점에서의 엄마아빠의 그 분별있는 말이 너무 너무너무너무 이상하게 들려서,,,

죽은 아이가 학대를 받았다거나 살해당했다거나 확정할 순 없지만

그런 정황에 대해 언제나 생각해야 되고

그 가능성을 생각하는 만큼

보호자의 힘들 상황도 우리 모두가 미리 알아채줘야지.

 

 

 

 

소아과 생활을 하다보니 

18살짜리에게도 무심코 아기라고 하게 되고

보호자에게도 무심코 엄마, 아빠라고 부르게 돼서

말하다가도 문득문득 놀란다.

글에도 그래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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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2015. 10. 28. 01:04 from ETOCETORA

 

 

 

 

 

 

 

 

수원은 경기도의 도청소재지다.

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사회과목 수업하시다가 경기도 도청소재지에 대해 질문했는데

학생들이 '서울, 인천'등의 특별시 직할시만 들먹이니깐 마침내 분개하시면서 서울이나 인천은 경기도가 아니라며

알고봤더니 선생님이, 수원이 고향이셨다.

아니뭐, 경북도청도 대구광역시에 있고 전남도청소재지도 원래는 광주광역시였다.

도청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가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옛날 경남도청 소재지를 두고 진주와 마산이 경합을 벌이다 결국 창원으로 넘어갔는데

그당시 완전 촌동네였던 창원은 커지고 더 커지다가 결국 마산까지 흡수해버렸으니 도청소재지 위상이 이런정도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오랜 경기도청 소재지였던 수원이 도청소재지로서의 위상을 업고 창원처럼 거대도시가 되지는 않고 있으니,

경기도의 경우는 워낙에 서울에서 넘쳐나온 인구로 인해 위성도시들 위주로 커지니깐 좀 차이가 있는 거 같긴 하다.

 

 

 

 

 

 

 

 

 

 

 

 

 

 

 

처음엔 딱히 기대없이 걸어서 갈만한 거리의 영화관을 목적으로 팔달문, 즉 남문까지 가봤을 뿐인데

그렇게 한번 걸어다녀 보니까 팔달문 안쪽, 그러니깐 화성성곽 안 동네, 정조의 진짜 화성인 사대문 안 동네가 궁금하기도 해서

그래서 주말에 가서 화성 성곽길도 걸어보고 행궁주변도 돌아다니고

화성행궁의 배산말고 임수, 즉 남쪽 하천에 해당하는 복개된 수원천을 따라도 걸어보고

밤에는 행궁 주변에 공방거리도 돌아보고

그러다보니 이동네가 정말 마음에 들어버렸다.

 

 

 

갈만한 곳?

 

길가다가 우연히 본 안내벽화 그림을 보고 따라 걸어가서 알게된 칼국수집.

 

우리엄마가 딱히 음식을 멋스럽게 하는 분도 아니고, 내가 집밥에 목을 매는 스타일도 아닌데

근데 우리엄마가 밥하기 귀찮을 때 미리 반죽해서 냉장고에 숙성시켜둔 밀가루 뜯어가며 쉽게 뚝딱 끓여주시는 수제비

와 똑같은 질감과 맛의 칼국수를 만들어파는 가게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가게가 조미료 안쓰고 정직하게 멸치다시 우려서 육수만들고

밀가루 반죽 숙성시키고 면뽑아서 칼국수 만드는 집이란 걸 순식간에 알수 있었다 .

그후 하루걸러하루 있는 오프 때마다 저녁에 가서 칼국수를 먹었다.

엄마손맛에 대한 그리움 같은건 전혀 없었지만 왠지 감동해서...

 

한달 반 가까이 그렇게 다녔는데

하루는 좀 늦게 간날, 뭔가가 달랐다.. 맛이 좀.. 이상했는데 그러니깐 라면국물에서 느껴지는 조미료맛이..느껴져서

내 생각에는, 내가 너무 늦게 가서 그날 멸치다시물이 다 떨어져서 그냥 조미료넣고 끓여주신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기는 하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가게닫을무렵에 비집고 들어간 내잘못인것도 같다.

 

다른 메뉴는 솔직히 별로다. 칼국수만 못하다.맛이 없는게 아니라 평범하다.

음식 장인이라기보다는 꾀부리지 않고 칼국수를 만드는 분 같아서

딱히 음식센스가 있으신거 같진 않고....ㅎㅎ

(국물맛도 자꾸 먹다보니 우리엄마표 수제비보다는 덜 깔끔하다 멸치다시 우리는 과정의 문제인듯 )

 

그냥 칼국수면이 맛있고, 칼국수 국물이 맛있는 집이다.

이것저것 꾸미지 않고 그냥 정말 매일 먹는 밥같은 칼국수다.

 

가게가 주도로 안쪽에 숨어 있어서 장사가 썩 잘되지는 않는게 볼때마다 영 아쉽고

그래서 수원 칼국수 맛집 '성.일. 칼국수'라고 이렇게 글을 써두면 어디선가 검색이 되지 않을까...

아저씨가 날 알아채는게 아닌가 하는 괜한 자의식 과잉으로 쩜,쩜, 소심하게 써둠.

 

 

 

 

행궁 옆 공방거리에 찻집 단오

이런 종류 길 다니면서, 이런 종류 느낌의 가게는 너무 흔하게 봐서 역시나 기대 안했는데

차와 음료에 가격만큼의 영혼이 있는 가게 같아서 계속 가고 싶어진다.

가격얘기를 제일 먼저 했는데, 정말 프랜차이즈 커피가게를 내돈내는게 아닌채로 어쩌다 끌려갈 때보면 항상 한숨이 나온다.

티백하나 컵에 던져넣고 뜨거운 물 부은거 받아마시려고 굳이 여기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밥값보다 비싼 찻값 운운 고리타분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지만

그냥 뭔가 취향도 없고 영혼도 없이 빨대만 꽂는 곳 같아서

난 그냥 집에가서 현미녹차나 끓여마셔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고.

 

꼭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 앞서 말한 이런 종류 '느낌 있는 찻집들'

빈티지 스타일로 가게는 잘 꾸며두는데 역시 영혼없는 컨텐츠,, 메뉴를 시시하게 대충 만들어팔면

결국 스쳐지나가는 아무나 가게로 끝나게 되는 거다.

찻집으로서의 본연에 충실해야 가게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의미가 실리는 거라고

 

쓰고보니 역시 선비같은 소리에 지나지 않지만,, 뭐 난 그렇다.

 

단오메뉴중에 식사메뉴라고 나오는 건 비추. 전통차나 주스 같은 음료 위주 추천. 가게 주전부리 메뉴들 추천.

맛이 없다기 보다는 그저그래서 비추함.

 

 

 

 

화성 장대..라고 하던가

행궁 뒤쪽에 산꼭대기를 말하고, 행궁에서 걸어올라가면 빠른 걸음으로 15분이면 갈 수 있다.

난 정말.,..

수원사람들은 마음내키면 이렇게 쉽게 이렇게 야경이 근사한 곳에 올라와서 술도 한잔 할 수 있고

뭐 그럴 수 있다는게 정말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별로 없는 듯. 밤에는 혼자 올라가면 안됨. 위험하다....

 

 

 

행궁주변동네는...

팔달문 근처가 원래는 수원 번화가였는데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점점 개발이 어려워지고 그래서 낙후되고

지금은 수원에서 제일 못사는 동네가 됐다고 한다.

우리 병원만해도 오원춘 사건이 바로 옆 골목에서 일어났고

얼마전 시체 유기사건도 팔달산 산책로 쪽에서 일어났으니

수원에 유입되는 외지인들.. 3세계 노동자로 추정되는 외지인들에게는 이 낙후된 팔달문 주변이 가장 편한 장소인거고

그래서 그렇게 점점 우범지역화 되는 건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만약 수원에서 살고 싶은 곳을 고르라면 행궁 근처가 역시 가장 좋을 거 같다.

공방거리에 작은 공간을 이용해서 개인 주택 이쁘게 지어놓고 사는 집이 있던데

집주인은 아마도 택시기사님

(밤에 집앞 주차장에 택시 주차돼 있는거 봤음)

참, 괜찮은 동네에 괜찮은 집 짓고 사는 구나 싶어서 지나다닐 때마다 막 부럽부럽 하고있다.

주변에 대형마트가 있고 편의시설이 있고가 살만한 곳의 기준이라고들 하는데

글쎄, 동의할 수 없어

생필품 살수 있는 동네 슈퍼 하나만 있으면, 고양이 살기 좋은 아기자기한 주택가가 좋은 동네지.

(행궁근처에서 건실하게 털결 좋은, 건강해 보이는 고양이들을 많이 봤다.)

 

시차원에서 화성 성곽, 행궁 근처를 재정비 하려고도 하고

동네 주민들도 거리의 관광지화를 노려서 자발적으로 거리를 꾸미려고 노력도 하고 그래서 최근몇년사이에 많이 좋아진듯도 하다.

걸어다니다보면 정말 이상한 점집도 있고 아무튼 신기한 가게들 많다

들어가보고 싶긴 한데

 

 

 

수원천이 복개된것도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나 보다.

10년전 청계천 복개사업 이후 전국적으로 하천 복개 혹은 하천 주변 정비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이 된건지

어딜가도 요즘은 하천주변이 그럴싸하게 조성돼 있으며 그건 수원천도 마찬가지다.

수원천 주변에는 워낙에 수원의 전통시장이 있어서 사람들이 하천 주변으로 많이 다니기도 하고

전에는 하천에서 백로를 봤는데 검색해보니 수원천에는 정말 백로가 사는 모양이다.

먹고사는 거야 뭐  생태하천이라 어찌 어찌 되는 모양이지만 대체 어디서 자는걸까.

 

 

 

 

 

날씨 선선할 때까지는 이렇게 밤낮 짬날 때마다 화성 근처를 기분좋게 돌아다니면서 문득

천년전에 경주 거리를 노닐고 다니던 처용도 결국 혼자 밤마실 다니는데 맛들려서 밖으로 나도니깐 마누라가 바람이 난거구나

뭐 그런 시덥잖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드디어 기온이 꺽였다.

수일내로 독감, 호흡기질환 몰려올듯.

소아과 뜨기 전까지만 제발 좀만 더 아프지말고 버텨주세요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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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벽돌투척사건에 대해

2015. 10. 19. 01:07 from ETOCETORA

애들은 몰라서 사고 당하는 일도 많은데 그 중 최근 가장 끔찍햇던 게

집에 전기 콘센트,, 돼지코에 쇠젓가락 집어넣고 화상입고 왔던 애..

직접 보진 않았지만 전날 이알환자 흝어보다가 사진 보고, 향후 계획 듣고 정말 많이 안됐다고 생각했다.

일단 전기화상 자체로  전기가 흘렀을것으로 예측되는 기관(심장 포함)들의 

조직이  한동안 녹아나갈 것이고 그로인한 증상이 얼마나 심할지를 치료하며 관찰해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시적으로 젓가락을 잡은 양손에 삼도 화상을 입어서 오히려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인데

그래서 그걸, 두손을 다 잘라내게 생겼다. 이미 혈액순환안되는 조직이라 썩어들어갈거니깐.

세살 된 여자애다.

당시 보호자가 할머니할아버지도 아니고 젊은 부모가 애보다가 사고가 났다

 

전기화상에 대해 그냥 hydration 을 충분히 해야 된다거나, 심장 합병증 잘 살펴야된다 와같은

개론적인 내용만 대략 배워 알던 상태에서 그냥 뭐 화상이려니 생각하고만 있었는데

앰푸테이션이라니 정말 충격이었다. 엄마아빠의 부주의로

그 어린애가 손이 평생 없는채로 살게 된거다.

 

 

그러면서 윗년차 선생님한테 비슷하게 끔찍한 얘길 들었는데

2,3살 쯤 된 오빠인 아동이, 엄마가 10분쯤 샤워하는 사이에 보행기에 앉아 있던 1살 미만의 자기 동생,,

엄마의 관심을 다 가져가는 미운 동생을 밀어 쓰러뜨리고 쓰러진 동생을 몸으로 꾹 눌러버린 것이다.

이알 도착해서 확인했을 때 덩치큰 오빠아래에 5분간 깔려있던 아기동생은 이미 죽은상태였다고 한다.

동생을 질투하는 모든 누나오빠들이 동생을 죽이진 않겠지만

근데도 이 오빠인 아동이 잘못을 했다고는 할 수 없지.

이건 모두 어른들 잘못이다.

아무리 걔를 볼때마다 걔가 죽인 다른 자식이 생각나도 이건 엄마가 지고가야 할 일이다. 

 

 

 

 

나도 어린이들한테 죄를 묻지 않는 것에 그럴만 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  용인아파트 초등학생 벽돌투척사건..

이런 사건이 발생하고 보통시민 대부분이 느끼기에 뭔가 정의롭지 않은 해결이 돼버렸다는 의식이 팽배해지면

결국 다른,, 어려서 처벌하는게 정말 부당한 어린이들로 인한 사건에 대한 인식도 너무 나빠질거다.

 

미성년자를 처벌하는데 대한 나이 상한선이 내려가야 한다는 문제만 해도

벌써 일본에서도 이런것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많이 공론화 된 건지

영화도 여러편 나온듯

마츠다카코의 고백.. 자기아이를 살해한 소년들에 대한 처벌을 스스로 하는 선생님인 엄마.

그러니까 결국 처벌을 받지않는 미성년자 범죄자들에 대해서 사회가 납득하지 못하니깐

다른 방식으로라도 처벌을 하는 거라고.

 

 

전에 화순 서라아파트 살인사건의 공범 중 하나인 여자가 텔레비전에 나왔는데

청소년시절의 범죄로 교도소에 갇혀 있고 곧 출소한다면서

'연애도 하고 싶고'

'자기 때문에 충격받은 동생에 대한 걱정'도 하고

그러는 모습이 역시나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앞으로의 인생을 죽은 듯이 살라는 건 아니겠지만 뭘 모를 때(그 정도 나이면 뭘 모를 때라고도 할 수 없긴하다)

저질렀던 일에 대해서 교도소 몇년 살고 나오면 이제 자기 죄도 다 청산된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생때같은 아이와 엄마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여놓은 것들이.

 

 

그렇게 일단 처벌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사실 가해 당사자에게는 별일이 아닌게 돼 버리기도 하는 거 같다.

오히려 벌을 받았으니까 난 뭐 응분의 댓가를 이미 치뤘어 라고 생각하는 걸수도 있을 거다.

 

성인이긴 하지만 내 대학교 동기의 경우..

운전하다가 어린애를 치어죽였는데 부모와 잘 합의해서 형사입건 안되고 잘,, 해결이 됐다.

그걸,, 그 과정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별적으로 스터디모임을 통해 친분이 있던 교수님을 통해 그 사건과 사건이 해결된 내용을 우연히 들었는데

말씀해주신 교수님은 그 동기에 대해 분명히 '살인자'로 단죄하고 싶어하는 뉘앙스가 역력했지만

어쨌든 잘 무마됐다고 굉장히 잘못된 일인것처럼 말씀하셔서

당시엔 '자기 제자에 대해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좋게 해결됐으면 다행이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몇년뒤  4학년 때 실습조를 짜면서, 그 동기랑 같은 조가 됐고

그 외 다른 조원들 중 한명이 낙제가 될지 안될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때 그 동기가 '걔가 잘 못하는 녀석이니깐 낙제해서 우리 조에 안 들어오면 우리한테는 이득'

이라고 요약되는 말을 하면서 은근히 다른 동기가 낙제되기를 바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래서 그때,

'자기도 누군가의 선처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서 어찌어찌 상황을 모면했으면서

자기 동기가 행여 자신의 선처로 낙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하더라도 앞뒤 따져보니 얘를 낙제시키는게 나한테 더 이득이니깐  낙제시켜야 한다고 선동을 하는구나 난 니가 어린애를 차로 치여 죽였다는 걸 알고 있다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순간 너무나 역겨웠다.

자기는 무려 살인자면서도 이제 그 일은 이미 조용히 덮여진 일이고 앞으로는 남 밟아가며 잘 살 궁리만 하면 된다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 초등학생 벽돌투척사건..

걔가 무슨 대단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 같은 건 별로 생각안하고 싶다.

나도 어려서 겉으론 얌전한 애였지만 아파트 위에서 물총도 쏴봤고 개미도 몇마리씩 처형시키기도 했어.

그렇다고 집안 교육을 못 받은 거라고도 생각안한다. 우리엄마아빠도 할거 안할거 다 얘기해주면서 날 키우셨다.

그리고 부모한테도 처음엔 말못하고 끙끙대다가 며칠있다가 겨우 얘기했을수도 있고

 

하지만 그 중력낙하실험.. 어른들한테는 그럴듯한 그 표현이..

그게 정말 문제였던거 같다.

부모가 자기 애가 사건을 일으킨 걸 알았을 때

어떻게 하면 우리애가 우리 가족이 피해를 덜 받을 것인가 따위를 먼저 생각했다는 증거니까.

엄마아빠는 아이의 고백을 들었으면 당장 애 손 끌고 자수하고 그리고 사과를 했어야 돼

이것저것 계산하면서 중력낙하실험같은 개소리나 만들어내지 말고.

 

 

그리고 그 초등학생과 부모욕을 하는 사람들

우리애가 잘못했을 때, 그걸 알았을 때 걔 잘못을 세상에 얘기하고 잘못의 댓가를 치룰 각오가 돼 있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봐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댓글로 초등학생과 부모에 대해 성토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아들의 범죄를 묻어버리고 망각이라는 은신처에 몸을 숨긴 그 더러운 엄마, 마더의 엄마를 보라고.

내가 내 자식,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그러지 않으리라고 자신할 수 있는지도 이기회에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도

우리 은총이가 잘못을 하게 될 경우,

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랬을 경우에 대해 생각해봤고

가족끼리라고 쉬쉬덮어주고 그럴수는 없다고 생각해고

그렇다고 우리 아기만을 저 혼자 무슨 벌을 받게 내버려 둘수도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죄를 고백하고 같이 벌을 받는 역할이라면 같이 욕을 듣는 일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렇게 해서 뭐.. 내 인생과 애 인생이 꼬인다 하더라도

그런건 행불행은, 어차피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아이를 파렴치하게 만드는데 동조하거나 그걸 방관할수는 없으니깐.

차마 그러고 살 자신은 없으니깐

그래서.... 그렇다.

 

 

 

총기난사 사건 같은 걸로 많은 사람을 아무렇게나 죽이는 사람은

자기만 인생의 주인공이고 남들 역시 각자 인생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생각못하는 것들이라는

그런 얘기를 본 적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 말자 이슈를 일으키는 그 초등학생과 부모는

지금 이 소란의 중심에 숨어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며 이 장면이 얼른 넘어가기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당신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할까 숨을 죽이고 있을 때

또다른 인생의 주인공 한명은

돌아가신 엄마가 얼마전 담근 김치를 먹어버리면 더이상 엄마김치를 못 먹게되니깐

엄마의 김치를 차마 못먹는다는 얘기를 하면서 엄마를 애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네 불행만 탓하고 숨어있을 수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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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