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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3.01.29 실습조원
  3. 2012.11.14 410197 壽
  4. 2012.10.21 레지던트 evil
  5. 2012.10.07 어린이들 이름
  6. 2012.09.29 이사
  7. 2012.09.22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
  8. 2012.09.03 자유로운 세계
  9. 2012.08.18 여자의사, 여자의사네
  10. 2012.08.01 swimming

試 間

2013. 2. 4. 02:15 from yS 2010▷2013


예전에 어느 블로거가

'치과에서 예약시간에도 진료를 안 해주고 기다리게 한다'며

치과가 모모의 회색신사들같은 시간도둑이라고 분개해댄 글을 읽은적이 있는데

글쎄... 이건 좀 아니지...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예약시간 밀린걸로 시간도둑 타령이라니,,

치과에서 시간 조금 잡아먹힌 것쯤은 비교도 안되게

애초에 인생이 시간도둑들에게 저당잡혀 사는 분이시군 이라고 한심하게 생각했다고..

대체 어떻게 이 소설을 이런식으로 받아들일수가 있지?

이런 소설 읽어봤자 사람들이 빠듯한 시간에 스스로 묶여 사는 건 변하지 않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선택실습 동안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학교에서의 강의가 진행된다.

그래서 며칠전에 개강 후 첫 강의시간,, 첫교시에서는

학생교육스케줄을 담당하시는 D교수님께서

전반적인 수업&시험일정,,그리고 1년뒤의 국시공부, 지금부터 준비해야한다고 잔소리를 하러 나오셨다.

화면에 올해 시험결과에 대한 분석표를 띄워놓고 이것저것 설명하시더니

전에 어떤 서울대 교수가 출간한 바쁘니까 청춘이다 라던가

그런 제목의 책에 나온 내용을 예로 들어놓으셨네

그 책에 나온, 인생을 하루 24시간에 비교한 그림을 보여주고선

나도 아직 네다섯시밖에 안됐으니 할일이 굉장히 많고

그보다 더 이른 시간인 여러분은 말할 것도 없다며

대학초년생이나 한번 읽고 버릴법한 책에 나온

역시나 대학초년생들끼리나 할법한 소리를

국시 닥달하는 강의에 써먹으려고 수업자료로까지 만들어가지고 오셨던거다.


세상이 할일로 꽉 차있다고

앞만보고 열심히 가야 한다고

사람의 시간을 어떤 절대량으로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 보면

개인의 지극히 개별적인 시간은 결코 겪어본적이 없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인생의 모든측면이 굉장히 평탄하고 순조로웠나?

D교수님도 살아오는 동안 뜻대로 안되고 힘든 시간이 있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시간조차도 사적인 사유로 견뎌낸게 아니라 공적인, 공통적인 어떤 방어막으로 견뎌낸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이상

모든 순간, 모든 연령에서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살순 없는거 아닌가

아니 기계라 해도 연식이란게 있는데..

그래서 사람 나이를 24시간 시계에 비유하면서 '당신도 아직 할 수 있다'고 선동하는 그런말은

세개쯤 연달아 켜져있는 교통신호의 파란불을 통과하기 위해

일단 무조건 액셀을 최대로 밟게끔 몰아세우는..

사실 코앞의 신호등도 언제 색이 바뀔지 모르는데

그딴 고민하지 말고 최대의 속력을 뽑아내게끔 매순간 몸을 혹사하라고 주문하는

가혹한 사고방식같다.

 


노인 환자들을 보면서 줄곧 의문을 가졌던 부분이

사람은 몸이 닳기 때문에(치매라든가 그외 다른 건강상 제반문제 다) 정신이 약해지는 건지

아니면 어떤 연령을 거치거나 어떤 연령에 이르면서 정신적으로 지치고 닳기 때문에 몸도 쇠잔해지는건지

하는 점이었다.

물론 양쪽다 영향을 미친다고 언뜻 인정들 하고는 있는듯하지만

현재 사회는 대개 전자의 문제로 보고 다들 안 늙으려고 열심히 몸을 단련하는데

후자의 경우,, 그래서 사람은 어떻게 그 정신적으로 늙어가는 것과 지쳐가는것에 대처할 수 있을까


젊게 산답시고

무작정 최신의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기를쓰는 게 은연중에 드러나는 것도 애잔하고

그렇게 어거지로 젊은 척 해봤자 그런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에반해 모모에서 시간 관리자 박사님이

즐겁고 의미있는 일을 할 때 젊어지고 반대의 우울한 상황일 때 늙어버리는 모습은

미하엘 엔데씨 방식의 젊은 정신의 표현이었을거 같다.



좀 다른 듯 비슷한 얘긴데

김용옥씨 논어강의에 나온 봉혜라는 닭이

나이가 들어 분명 더이상 알을 품을 수 없게 됐는데

어느날인가 알을 품는 다른 닭들을 지켜보다가

다시 회춘하여 알을 품고 부화시키게 됐다고...

그런 얘기가 있었다.

(잘 모르겠지만 닭은 사람이 아이를 낳는 의미와 유사하게 알을 부화시키나 보다)


사실 우리 환희도 11살이었던 작년 한해 동안

발정도 많이 줄어들고(여름~가을 무렵에는 아예 한번도 발정을 안하기도 했다)

살도 너무 빠지고 해서

이녀석이 이제 정말 할매냥이 되는가 하고 생각했는데

작년겨울부터 무슨 조화인지 살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12살이 된 최근에는 일주일넘게 요란한 발정을 하는 바람에

동네에서 손가락질 받을까봐 내 속을 조마조마하게 한편으론 흐뭇하게 하기도 했다.


봉혜닭이든 환희냥이든 분명 나이가 들어 몸이 늙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회춘비슷한 현상을 겪기도 하는 것이다.


정신적인 젊음의 근원이란 건 그래서 어쩌면 어떤 존재이유같은 것일거다 라고 생각했다.

존재의 문제,, 존재하는 삶을 사는 것의 문제일거라고.

그에 반해 시간의 절대량으로 노력을 이끌어 내는 건 소유방식에 치우친 행태같다.




암튼 D교수님의 별 의미도 없는 뻔한 잔소리가 싫었던 나는

수업끝나고 '저 교수님 완전 변태, 애들 은근히 괴롭힌다'는 다른 동기들의 말에 동조하며

즐거워했다.

아... D교수님 정말 변태같아서 싫다라며


근데 사실 시시한 베스트셀러의 시시한 구절까지 열심히 베껴가며 강의자료 만들어오신게

학생들 위한답시고, 1년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잘 설득하려고, 나름 노력하신거란거 나도 알고

별스럽지도 않은 말에 내가 택도없이 삐뚤어지게 반응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저 D교수님이 나한테 재시를 주셨고

겨울방학내내 내 목에 쇠고랑을 걸어서 양산에 묶어 두셨으니

정말 싫을 수 밖에 없다.

진짜 이유는 결국 내 호불호 감정인거다 흥..



쇠고랑이란,,,

무려 3주간이나 재시 준비기간을 주고선 그 준비기간 동안 아침 저녁으로 출석체크를 하게 하셔서

그래서 12월 말부터 평일 아침 10시 오후 5시마다 학교에 가서 사인을 하고 와야한 걸 말한다.

12월 말에 굉장한 한파가 몰아쳤는데

그 추운 아침에 학교까지 타박타박 걸어가면서

'내가 정말 학교 졸업하는 날에 D교수님 앞에 항의 편지를 던져줄거라고' 

'정신차리라고 재시준건 알겠는데 그때 내 문제는 체력이었지 절대 정신상태가 아니었다고'

'필기는 공부를 하고 실기는 공부를 안해서 두개가 100등차이나 나는줄 아냐고'

'준비못한건 매한가지지만 결국 표준화환자들을 끝까지 물고늘어질 힘이 없어서 실기를 망친거라고'

'그래도 몸핑계로 시험 피하는 짓 따위 안하고 학교나와서 시험도 다 봤는데 어떻게 재시를 주냐고'

'재시주면 시험이나 다시 보게 할것이지 매일매일 출석체크하게 하고'

'아침마다 저녁마다 학교왔다갔다하면 제일 혈당떨어져 있는 시간에 얼마나 울렁거리는지 아냐고'

'어떻게 이렇게 임신으로 애국하는 사람을 학대할 수 있냐고'

'매일 아침 추위에 떨며 학교까지 걸어갈 때 걸음걸음마다 이를 갈았다고'

그런 내용을 편지에 써서 던져주고 나올거라고 생각했었다.


뭐,, 3일정도는 그런 생각을 한거 같다 ㅋㅋ


근데 한 며칠 그러고 다니다 보니 몸도 안 좋은데 그냥 양산에 계속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고

아침에 사인하러 가려고 일어나다 보니 생활도 억지로 규칙적으로 유지돼서 끼니도 챙기게 되고

무엇보다 실제로 10시부터 5시까지 학교에 남아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던 1월부터는

'재시때문에 후달리느라 실기시험준비를 꼼꼼하게 해볼 기회가 생겨서 좋은거 같다'

라고까지 생각하게됐다.


이렇게 좋게좋게 생각하는 와중에 D교수님으로부터

재시보는 학생들을 위협하는 문자메세지가 종종 들어왔기 때문에

그게 정말 싫었던 거다 변태같다고...

첨엔 분명 재시만 보면 다들 통과시켜줄거라고 말했으면서

'성적이 안 좋으면 자르겠다' '반드시 유급시킬것이다'

이런 문자를 대체 몇번이나 받았는지...


난 첨에 그게 아침에 출첵하고 하루종일 내 할일 하다가 다시 저녁때 출첵하고

그렇게 출석체크만 하고 학교에서 공부는 안하는 나같은 학생들 보라고 보내는 문자인줄 알고

'아무리 쪼아대 봐라 12월에 얼마나 할일이 많은데, 내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할 줄 알고'라며

계속 출첵만 하러 왔다갔다 하면서 소심한 반항을 계속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애들이 지각도 많이 하고, 이것저것 별스럽지 않은 이유를 들면서 결석까지 해서

그래서 학생들의 반항인건지 아무생각이 없는 행동인건지

그런 무덤덤함에 약이 바짝 오른 교수님이 그런 문자로 위협을 했던 거였다.

아무튼 열심히 출첵하고 핑계같은 거 대면서 결석하거나 하지 않았던

순종적인 재시생인 나는 변태D교수 라고 시험 전날까지 맘속으로만 욕을 하고 있었던 거다.



어찌어찌 교수님의 위협이 지나가고 재시가 지나가고 이제 개강을 했는데

지금으로선 1월에 실기공부를 열심히 한 걸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뭔가 꼼꼼하게 체계적으로 꾸준히 잘 못하는 내 성격에

학생들을 후달리게 한 교수님의 위협문자는 (비록 소심한 반항은 했지만)내게 적절한 채찍이 돼줬으므로

그래서 재시 앞두고 10흘동안 제대로 2,3번은 전체 실기시험 내용을 살필 수 있었던 거 같다.



국시까지 11개월가량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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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실습조원

2013. 1. 29. 18:21 from yS 2010▷2013

강의실에서 공부할 때야 다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으니깐 착한척 하지만

병원실습하다보면 결국 자기 힘든 상황에서 본모습, 바닥이 드러나게 된다고

이런얘기들은 이번주에 막 실습을 시작한 3학년들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해당 조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니미랑 내미랑 하다보니 서로 감정골이 생기고

결국 실습자체의 부담보다는 친구들.. 그러니깐 조원들간에 생기는 감정적 스트레스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는 거.

 

학생일 때는 그나마 가장 최소한의 힘든일들이 닥치는 거지만

나중에 인턴 레지던트를 하게 되면 그 분담해야 하는 일이라는게 점점 커지고

서로 적정선에서 도움을 받고는 다시 안 도와주거나 하면 서로에게 나쁜놈이 돼버리니

 

전에 누군가 서울의 큰 병원에서 수련을 할 경우 안 좋은 점 중에 하나로 지적했던게

업무에 대한 책임 영역이 확실해서 누가 대신해준다든가 하는 그런

훈훈한 정은 절대 기대할수 없다는 점이랬는데

그게 사실은 더 합리적이라고도 생각했다. 단점이라기보다는...

 

아무튼 예전에 학부때는 실습조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는데

이번 3학년 한해 동안 필수실습과에 대해 실습을 돌면서 가장 힘들었던건

나역시 그 착한척의 가면이 벗겨진 우리 서로간에 대한 스트레스였다.

사실 별 기대를 안했다.

난 실습성적에 바득바득 기를 쓰지도 않았고

그냥 중간만 가자 주의였기 때문에,

내 성적을 위해 다른 조원들을 다그치며 몰아세울일도 없고

그냥.. '난 나한테 로딩이 느는건 괜찮은데, 제발 다른 조원들이 지각같은것만 안하면 좋겠다' 정도가

내 기대치라고 말하고 다닌거다.

 

근데 내 행동을 봐

 

 

외과실습조는 나랑 남자애 한명 이렇게 두명이었는데

이녀석이랑은 그닥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얘가 말하자면 외모가 그럭저럭 번듯한  '뭐, 나쁘지 않은걸~'이라는 호감상이라서

첨엔 인상만으로 괜찮은 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근데 이녀석 같이 실습을 돌아보니 굉장히 뺀질한 스타일.

어떻게든 요령을 부려서 해야 하는 일, 시간을 줄여내고야 마는데

자기혼자 요령잘부려서 실습 편하게 도는거야 나 알바 아니지만

이 외과실습이라는 파트가 결국 수술실 참관을 조원이 나누어 하는 거라

한명이 편하게 실습을 돌면 다른 한명은 죽어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녀석이 요령을 피우는 만큼 내가 수술실에서 추위에 더 떨어야되는 거지.

그와중에 스크럽(서는 것 따위 이제는 전혀 하고 싶지 않지만)을 설 기회가 생기거나 하면

그건 또 눈치좋게 미리 알아가지고선 그럭저럭 해볼만한 기회가 있는 수술은 자기가 들어가는 등.

한번은 논문두편 발표를 배정받았는데

발표순서상 먼저 발표하는 사람이 일반적이고 전반적인 내용을 발표하고

나중에 발표하는 사람이 세부적인 주제를 발표해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발표순서였다.

근데도 발표순서가 앞쪽이었던 내가 세부적인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게 된 건

순전히 그 논문이 훨씬 길고 복잡했기 때문이다.

전임의가 자기 메일로 보내준 논문을 자기 멋대로 그렇게 나눈거다.

아.. 정말로 얄미운 녀석이었다.

 

그래서 같이 실습을 도는 동안 이녀석이 얼마나 싫어졌냐면..

같은 조니깐 같은 수술을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한번은 둘이같이 참관하는 걸 보던 수술실간호사가

(아마도 녀석의 언뜻 번듯한 호감외모때문에 괜히 더 관심을 가졌을 그 간호사가)

'둘이 사귀는 거 아니예요? 맞는거 같은데' 라고 농담같은 말을 던졌는데

그렇게 오해로라도 엮이는게 열받아서 수술실을 당장 박차고 나오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또 이 녀석이 얼마나 싫어졌냐면..

언뜻 번듯한 호감상으로 인해, 이녀석의 원래 실루엣은 어딘지 '서태웅 80%'정도였는데

같이 실습을 돈 이후로는

잔머리 굴리는 게 뻔히 보이는 눈만 보인달까.

중국고전만화에 나오는 눈 땡글땡글굴리는 동자 캐릭터의 그 영악한 눈빛

으아...

 

뭐 첨엔 좀 많이 깬다 싶었지만

그래도 나름 적응하다보니 나 스스로도 방어력(?)이 생기고 그럭저럭 공평하게 실습을 해나갔다

그러다가 외과 마지막날..

이녀석이 참관해야 할 수술이 하나 있는데

그걸 나한테 대신 해달라고

내 입장에선 '이 뭐 병'스런 어이없는 부탁이라

단칼에 거절을 했다.

그때 마침 옆에 다른 친구들이 있어서 내가 굉장히 옹졸한 사람이 돼 버렸지만

아무런 꾸밈음없이 곧바로 '노노 절대 노노'라는 대답을 화살같이 쏴버린 걸 보면

결국 얘가 그만큼 미웠던 거지.

자기시간 챙기는 것만 중요하고, 자기 몸 챙기는 것만 중요한 이기적인 자식...

 

 

근데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치를 떨고 있는 이 녀석의 이기적인 행동이라는게..

내가 맨 처음 실습을 돌 때 실습조원에 대한 내 기대치에는 또

전혀 떨어지지가 않는다.

사소한 지각같은거도 절대 한적 없고

오히려 지각이라면..

나야말로 외과실습 첫날 대박 지각을 해서 녀석을 곤란하게 했지만

근데도 또 신기한게 그런걸로 트집을 잡거나, 뒷담화를 하거나 하는 그런 성격은 아니었다는 거다.

 

그랬거나 말거나

이녀석때문에 내가 외과를 피곤하게 돌았다는 그런 피해의식에 찌들어있던 나는

2학기 남은 다른 과 실습을 도는 동안

이녀석이 다른 조에서 어떻게 미움을 받는지 은근히 주시하고 있었고

흠잡히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니가 그럼 그렇지'라며 고소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학기말 실기시험에서 이녀석 결국 유급을 당했다.

들어보니 실기시험도 요령껏 그동안 하던만큼만 하고 나온거 같은데

평가가 상대평가라서

'유급'의 공포에 긴장해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시험을 봤을

다른 '초식동물형'학우들에 밀려

이 요령좋은 녀석이 유급을 당한 거다.

 

실기시험에서만 낙제한거니깐 올해 실습을 다시도는 녀석을 병원에서 보거나 하는일은 없을거고

말하자면 앞으로 거의 볼일이 없을 건데

근데도 그냥 계속 이해가 안되는게

그렇게 아끼고 재어둔 시간과 체력으로 대체 뭐하려고

그리 요령을 피웠을까, 그리 대놓고 염치없이 굴었을까 하는거

딱히 성적에 집착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는데

 

 

암튼 같은 조원으로 겪은 후 미워했던거 사실이지만 유급같은거 당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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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410197 壽

2012. 11. 14. 21:45 from yS 2010▷2013

고등학교 때 친구하나가

당시 학생들의 저조한 한자실력에 비해서 굉장히 한자를 많이 알았는데

할아버지 한테 배웠다며 한자 한자한자를 의미를 새겨가며 쓰는게 그렇게 재밌다던 그 친구...

목숨 수에 대해 숫자로 외워 쓸 수 있는 글자라며

士 一 工 一 口 寸7

이렇게 헤아리며 칠판에 쓰던 모습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목숨 수는 원래 대부분 저렇게 숫자로 헤아려가며 외우는 한자인가?

ㅎㅎ

 

 

 

몇주전 외부병원 참관을 나가 과장님 따라 병동회진을 돌던중,

보자마자 이 壽가 떠오른 환자분을 만났는데...

그러니깐 그 할아버지는 연세가 무려 95세셨다.

의무기록지 나이는 만으로 헤아리는 거니깐 민증상의 한국식 나이는 96,97세정도 되실거고

그나마도 옛날에는 늦게 출생신고를 많이 했을테니

이 할아버지가 실제 살아오신 햇수는 거의 100년에 육박하지 않을까..

그래서 옆에 보호자 여자분이

딸인지, 아니면 나이차가 서른살은 날법한 부인인건지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아무튼 할아버지 모습을 본 순간 뭔가 굉장한 '감동'이었다.

길게 흘러내린 눈썹과 맑은 표정 곧게 세운 등..

이런 눈에띄는 세부적인 요소를 굳이 살피지 않더라도

마치 학처럼 고고해 보이셔서

물론 나는 학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감동은 할아버지의 고고한 외모에서만 비롯된건 아니다

할아버지의 연세를 확인한 순간 내머릿속에서 순식간에 계산되던 나와의 나이차이.. 혹은 세대 차이

그러니깐 이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났을 무렵 이미 60대셨다는 말인데

 

20대 중반부터 그후로 꽤 오랜시간

사는건 그다지 재미가 없는 거구나 대체 어떻게 남은 생애를 채워야 하나 따위의 생각에 맨날 사로잡혀 

어떤때는, 죽기전까지 40,50개의 여름만 더 지나면 된다고 굉장히 순식간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때는, 죽기전까지 견딜시간이 이만일 곱하기 이십사시간 50만 만큼 너무 멀어서 참을수 없기도 했던

내 입장에서 

60이라는 나이는 이미,,,

하루가 백년인듯 백년이 하루인듯 더이상 별다른 변화도 없고,

심지어 모든 감각에 곰팡이가 피다못해 더 필 자리가 없어 아무 변동이 없을지경일 것이라

여겨지는 때도 분명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많이 다르게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내가 그렇게 혼자 아둥바동 이놈의 세상 지겹다고..

그런 난리를 피우는 시간보다 훨씬 전에 이미 60대 이후로써의 삶을 충실히 살아오셨던것이다.

 

 

충실히...

충실하다고 하는 건

이 분의 표정이 맑고 눈빛이 또렷하시니깐..

살다보면 진정한 삶의 의미가 없는채로 그냥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될때가 있는데

그후 정말로 자기를 놓고 껍데기로써만 살면

그런 무너진 마음이 얼굴에 흔적처럼 다 그려진다.

얼굴을 보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지금 어떤 상태인지가 보인다고.

그래, 이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노인이셨고

그럼에도 내 전 생애보다 더 충실(대체 어떻게 충실하셨는진 모르겠지만)한 매일을 살아오고 계셨던 거다.

 

이런것도 어느 정도 집안내력,, 유전이겠지.

 

그래도 그렇게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은은한 저력이 궁금하다.

대부분 다른 노인들, 혹은 자신을 버려놓고 와일드하게 삶을 던지고 사는 많은 젊은이들, 중년들..과는 다를

어떤 부분을 확인해 보고 싶다.

 

오래사신 분들은 정말 그 자체로 감동이다.

백살가까이 오래사신분들은 그냥 오래살았을 뿐이 아니라

마치 40년을 산 독수리가 자기 부리를 깨부수고 새로운 40년을 살듯이

나서자라 청년기를 보내면서 자연스레 생겼을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아우라가 외양의 한부분으로 자리잡는거 같다. 

 

 

나는 과연 몇살까지 살 수 있을까.

내 또래가 다 죽고 나 혼자 살아남아있을 때도 나는

다른 세대의 사람들 속에서 여전히 평정을 누리고 일상을 즐거워 할 수 있을까.

 

 

근데 할아버지...

호흡기 증상으로 입원하셨고

가슴 엑스선 정도에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 과장님께서는

'어쩌구 저쩌구 암의 가능성 어쩌구 저쩌구 더 자세한 검사'라는 얘기를 줄줄 하셨는데

할아버지가 그 설명을 듣고계신 걸 보니 이 상황이 뭔가 웃음이 나올거 같았다.

그러니깐

할아버지의 건강상의 문제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계시는 과장님은

나를 포함 대다수 사람들처럼 결코 이 할아버지만큼 오래살지 못할텐데도

이렇게 장수하고 계신 할아버지의 건강에 대해 위협적인 말을 막 늘어놓고 있는 상황..

게다가 다른 모든 병실의 회진이 끝나고 다시 병동 복도를 따라 걸어내려가는데

이 할아버지가 기린처럼 훤훤한 모습으로 병동을 편하게 거닐고 계셨기 때문에

그런 아무렇지 않은 편안한 모습이 과장님의 과한 질환 설명과 대조가 돼서

그래서 재밌었다.

 

부디 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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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evil

2012. 10. 21. 23:17 from yS 2010▷2013

5주간의 과 실습이 끝날 무렵 학생들에게 설문지 작성 미션이 떨어졌다.

설문지... 어차피 누가 쓴건지 다 아는 설문지따위 귀찮으니 대충하자 싶었는데

아.. 교수님께는 완전 익명이 될 것이며

질문 내용도 'worst 레지던트'라든가 '개선에 필요한 점' 처럼

속에 쌓인 말을 다 털어놓을 데가 있어서 그래서 신이 나서 작성하려고 하는데

 

카톡방에 'worst 레지던트는 당연히 B선생님이죠' 라는 글이 불쑥 뜨는 거다.

B선생님...

B선생님은 이 과에서 완전 문제전공의인데

어떤 점에서 문제냐면...

완전 무능하다..

 

레지던트가 하는 일은 주로 병동관리업무다

입원환자를 평가하고 치료 계획 세우는데

이게 처음 입원할 때만 하는게 아니라 SOAP라고 해서

매일매일 환자 상태를 재평가하고 치료계획을 세워가는 거다.

물론 전공의는 아직 수련단계이므로 방향이 안 잡히는 환자에 대해서는 담당 교수님이 조언을 해주면서

그런 과정이 환자를 보는 training 과정인건데

따라서 SOAP는 매일 잘 써야 된다.

기록 작성 자체가 로딩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작성을 함으로써 환자상태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고

그걸로 자기 업무를 더 잘 정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의무기록이니까 꼭 작성해야 하는 거기도 하고.

 

첨에 B선생님에 대해 PK들이 수근대기 시작한 건 이 SOAP기록을 일주일씩 계속 안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PK가 환자 의무기록에 관심을 가지는 건 배정받은 환자에 대한 케이스를 작성하려는 건데

환자를 맡는 기간은 일주일이 채 안되고 환자 입원 기간은 그보다 길거나 짧거나 해서

결국 PK가 직접 환자 문진을 하고 피지컬과 같은 신체검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아주 적다.

따라서 담당 전공의 선생님들의 의무기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되는데

이 중요한 의무기록을 안해주는 선생님이었던 거다 , B선생님이..

대학병원 의무기록은 열심히 근무하는 전공의들 덕분에 굉장히 잘 채워져있기 마련인데

완전 텅빈 의무기록지만 주루룩 나오는 전자차트라니 보고 황당했을 거다.

 

그래서 우리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B선생님..

SOAP를 안 쓰는 건 환자 관리이 너무 과중해서 도저히 SOAP작성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는데

환자 관리 기록을 하는게 오히려 현재 상태를 더 명료하게 정리해줘서 일이 더 원활해질텐데

뭔가 상당히 일에 치이고 버거워하나보다 싶었다.

아직 수련중이니깐 버거울 수도 있고

정말 적성이 안 맞아서 고생하고 있는 걸수도 있을 일이었다.

 

또다른 소문으로는 쿨하고 사람 좋기로 유명한 중환자실 담당 교수님이 B선생님에게

다음부터는 니가 중환자실 안 돌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는 거다.

환자 관리 정말 못한다며, 중환자실 맡으면 안되겠다고...

 

그래서 그냥 '아,,, 저선생님은 일을 좀 못하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는데

근데 학생들도 이 일 못하는 선생님이야말로 당연히 worst 레지던트라고 대놓고 말하다니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이렇게 이 과의 교수님이나 높은 연차 선생님들에게 한심한 사람 취급당하는 사람을

학생들마저 worst레지던트랍시고 이름을 잔뜩 적어올리는 거 정말 싫었다.

설문지는 결국 '학생 입장에서'의 worst인데

이 선생님의 무능에 대해 왜 학생들마저 worst라고 지적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B선생님이 제대로 기록안한 환자 경과때문에 학생 누군가들이 피해라도 봤나

그래서 B선생님을 worst라고 찎었나

이런저런 생각들..

 

첨엔 이 매정한 세계, 정말 별로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진정하고 다시 생각하기론...

 

일단 '당연히 B선생님이 worst죠'라는 녀석의 말에 대해 큰 호응은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학생들 각자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평가할 때, 어떤 사안을 볼 때 사람마다 참 다른 기준이 있는 거라는 걸...

이럴테면 '각자의 입장차'라는 말은 굉장히 쉬운데 그런 쉬운 말로 정의되는 게 아니라

아예 기본적 세계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이론들에 대한 증거같아서

그래서 좀 흥미로워졌다.

 

그러니깐 동의수세보원에 보면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은 각각  선악, 근타, 지우, 능부로 사람을 평가하는데

B선생님의 SOAP기록 미비에 대해서 worst라고 평가하는 학생은

뭐랄까... 근타 즉, 게으름이라든가 혹은 능부 즉, 무능하고 싹수가 없어보이는 그런점이야말로

몹쓸사람이 가지는 최악의 속성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을 본다고 할 수 있을 거다.

그에비해 내 입장에선 적어도

뭔가를 성실하고 열심히 해왔다고 해서 그걸로 다른 면을 용납할 수 있거나 그렇진 않은편이니

B선생을 worst로 뽑은 녀석과는 사람이나 세상을 보는 입장이  많이 다른 거지.

 

아무튼...

이worst 레지던트...

난 써낼 사람이 딱 정해져있어서 첨엔 신났지만

막상 B선생님 이름이 학생들 사이에 거론되자

더불어 학생들에게 확인 싸인점수를 100% 0점줘서 PK괴롭힌다고 소문난 K선생님

그 선생님이 혹시 또 누군가들의 worst명단에 오를까 걱정이 돼서

막.. K선생님이 과일도 주셨고 콜라도 주셨고 참 좋은 분인거 같다 와 같은 말을 카톡에 떠들어댔다.

어떤 학생들은 자기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R샘 이름을 차마 적을 수 없으므로

자기한테 아무것도 안해준 R샘 이름을 쓴다고 했으니깐

0점 싸인으로 피해를 준 K선생님도 worst명단에 오를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게 되는 거다.

K 선생님은 좀 뭐랄까, 세상에 좀 치인 느낌이 있고

B선생님만큼 일 못해서 SOAP제대로 안쓰고, 약간 사차원으로 의국에서 따돌림을 받는 거 같아서

그냥 좀 안쓰러웠다.

게다가 학생들에게 0점주면서도 자조적으로 '나는 나쁜 레지던트'라고 말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worst라고 몰아대면 그 선생님의 내면은 점점 더 삭막해질 거 같아서 싫음.. 

 

그리고 내가 뽑은 worst..

흥...

나도 레지던트에게 확인 싸인을 받았다

다들 쉽게 쉽게 받는 만점싸인을 나는 그 R때문에 계속 반토막만 받고 있었는데

그래 사실 점수 받는 거야 결국 여러 상황이 맞물리는 복불복이니깐 별 불만은 없다.

케이스라든가 다른 평가에서 점수 팍팍 깎인것도 별로 신경쓰이지도 않고.

문제는 마지막 날 이 레지던트가 나에게

'내가 왠만하면 만점주는데 선생님은 도무지 안되겠네요'라고 환자 제대로 안본다며 빈정댄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쉽게 만점 받은 다른 친구들은 환자 아예 안보고 SOAP베껴 적어 냈지만

반토막 점수가 적힌 사인을 매일 매일 감사하게 받아온 나는 이 R때문에 환자를 매일 봤다는 거다.

점수 반토막은 상관없지만 도무지 안되고 어쩌고 비난은 정말 못 받아들이겠다

눈이 대체 어디 달려있길래 내가 '도무지 안될 사람'이 되는 거냐고.

이부분에서 기분이 팍 상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 레지던트를 레지던트evil 넘버원으로 신나게 적어낸 거다.

익명 설문지 만세..

사실 마지막날 사인받으러 가기 훨씬 전에 교수님과 이 R과 학생들이 함께 하는 회진 일정이 있었는데

그날 교수님이 이 레지던트의 이번차 마지막 일정이라며 오붓하게 돌테니 학생들은 오지 마세요 라 했었다.

말이 좋아 오붓하게지... 학생들 있는데서 전공의들 야단치기 힘드니깐 오지말라고 하는 거지

내 예상으로 이 레지던트는 분명 회진 때 교수님한테 된통 까였고

그 스트레스를 나한테 푼거겠지. '도무지 안될 사람'이라며.

다들 그냥 SOAP베껴 싸인 받는거 자기도 PK해봤으면 뻔히 알것이며 자기도 분명 그렇게 했을 거면서

 '도무지 안될 사람'이라니

 

그래도 이 정도로 구는건 귀여운 거다.

worst에 이름한번 적어내고 퉁치면 될 사안이다 ㅋㅋ

 

 

전에 여자의사 펠로우와 짝짜꿍이 맞은 그 과의 의국장 여자레지던트는

인신공격 받고 나가는 내앞에다 '조에서 제일 미움 받는 사람이 발표하나봐요 낄낄'이랬고

다음날에 조 일정 보고 하러 갔을 때도 '사과하러 왔냐'며

지난밤 여자의사 펠로우와의 뒷담화 짝짜꿍을 과시하길래

밤새 쌓아놓은 분노를

'지적하신 부분이 정말로 죄송해서 말인데, 교수님에게 직접 사과하겠어요'라고 본뜻은 

'니네가 핑계대고 있는 바로 그 교수님한테 나 괴롭힌다고 일러바치겠다'의 뜻으로 해석되는 말로써

 집어던졌다.

그랬더니 교수님 화를 돋굴 것이라며 날 뜯어말렸고

자기 눈에 보이지 말라고 했으며, 결국 조장 갈아치우라는 말까지 했는데

이걸 또 학생들이랑 친분이 있는 1년차를 통해 다시 전달하면서

조장은 확실히 바꿔야 되고 불만 있으면 찾아오라고 그랬다네.

날 무슨 조원들 고생시키는 고문관 같은 존재로 만든 셈인데

끝까지 가볼까 하다가 걍 관뒀다.

애들이 워낙 바보같이 레지던트들을 두려워하길래,

내가 결국 걔들에게 피해를 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의사펠로우-여자레지던트 의국장 콤비의 만행이야말로

설문지 피드백으로 교정될 필요가 있는데

분명 그 콤비의 선수로 내 이야기를 주워들었을 그과의 다른 교수님이

구두로 과 실습 피드백 요청을 하셨다. 전혀 익명이 아닌상태로.

그때는 피드백이랍시고 좋게 좋게 돌려말하면서 속으론

'다음에 학기 말에 성적 나올 때 교수평가서에 악플을 달아야지' 라고 맘먹었는데

막상 학기말이 되면 귀찮기도 하고 까먹을 거 같다.

 

 

아..

그 여자의사펠로우가 교수님 복강경수술 어시스트 하는 걸 참관한 적이 있는데

복강경은 모니터가 시술자 시야쪽에 하나씩 있으므로 결국 한 필드당 최소 두개의 모니터가 있다.

교수님과 어시스트 펠로우가 각자 환자 반대편에 서서 수술이 진행됐고

난 교수님 쪽에 서 있었으므로 그 펠로우가 모니터를 보다보면 나와 시선이 마주칠 수 밖에 없었다.

근데 복강경수술이고 근무연수1년도 안돼서 그런지 펠로우가 굉장히 못하는 거였다. 

앞으로 가라고 하면뒤로 가고 그런식의 초보적인 서툰 모습인거지.

서툴면 서툰대로 하면 되는데 이 사람이 우습게도 자기 앞의 모니터를 안보고

자기 뒤쪽의 모니터, 즉 교수님이 보셔야할 쪽의 모니터로 등을 돌려 힘들게 보면서 서툰 수술 어시를 했다

그래서 나랑은 시선이 마주치지 않았다.

난 '그간의 모든걸 이해한다'는 느낌의 굉장히 따뜻한 시선으로 펠로우의 몸짓을 주시했는데

왜 그렇게 편한 모니터를 안보고 힘들게 허리를 돌려 뒤를 보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귀여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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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이름

2012. 10. 7. 22:41 from yS 2010▷2013

2학년 소아정신과 수업때 조별로 프리제테이션을 한적이 있는데

그때 조원명단을 보며 발표자 선정을 하시던 교수님이 우리조명단을 보다가

이슬비(가명,,대략 이런 느낌으로 성과 함께 감성적 단어가 되는 이름이었음)는 너무 미성숙하니깐

더 머츄어한 주리(가명,,대략 이런 느낌으로 초성에 ㄹ이 있어서 서구쪽 이름을 흉내낸듯한 이름이었음)가 발표해볼까 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시대별로 유행하는 이름이 있고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는것이다

소아과를 돌면 내과의 모든분과 뿐아니라 신경과 유전대사질환 파트까지 다 보게되니깐

여기가 대체 무슨과인가 가끔씩 지남력에 장애가 올때도 있지만

그래도 회진때 받아드는 환자현황표를 보면 소아과라는걸 마음속 깊이 느끼게된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신식이름 리스트 소아과 말고 대체어디서 이런 환자명단을 보겠는가

여기는 틀림없는 소아과다

 

이슬비같은 성을 이용한 예쁜 명사화

주리같은 서구스타일 이름

다솜 소담같은 순 한글 분위기의 이름

기존에 잘 안쓰던 단어인 율 이나 흔 같은글자를 넣어 신선해서 세련된 느낌이 드는 이름

 

이런 요즘이름들 하나하나는 대개가 21세기 한국어 사용자에게 현대적이라는이미지를 주는데

근데 막상 이름 `리스트`를 받아든입장에서는 뭔가 유들유들 흘러가기만 하지

전혀 각이, (각이라고 하니 뜻이 잘 전달이 안되는데) `엣지`가 없는거다

멈춰서서 돌아보게 할만한 이름이 없달까

그냥 단어의 각이 빳빳하게 살아있고 한자를 듣기전까진 언뜻 무슨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릴수없는

고전적인 한국이름이 그립다

고전적이라곤 하지만 사실 한자가 사용되기전까지 한반도에서 사용되던 이름은

예를들면 해오녀나 아라처럼 각이서지 않은 이름이긴했다

한국인이 한자로 단단하게 조여진 이름을 통상적으로 쓴건 대략 고려시대부터가 아닐까

그 이전에는 한자명이 있어도 그걸 풀어읽기도 했을거 같다 그냥 내생각,,,

 

다시 소아과 환자명단으로 돌아와서...

2012년의 어린이 환자 이름을 보면서 보람어린이 리아어린이 라고 중얼거리다보니

한 60년전 소아과병동에 는 틀림없이 미자어린이 순자어린이가 있었겠구나 싶어서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물론 그런 이름은 식민지시대의 시대상이 반영된 이름으로 단순히 옛날이름은 아니다

예를들어 그 이름들의 주인들보다 더 옛날사람인 명성황후의 이름은 자영이였다

보통의 한국인이 듣기에 예쁘다 생각하는 이름

요는 이름을 지을때 성의를 가졌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일것이다

 

그래서 성의를 가지고 이름을 지어본다면

난 요즘어린이들의 날개달린듯 하늘거리는 이름 말고

단단한 한자이름인데 좀 중성적인 느낌이 드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예를들어 은호

연애시대의 손예진과 황진이에서 장근석이름이 은호였는데

여자입장에서 은호는 남자이름 같으면서도 감성적이라 참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었다

뭐 생각해보니 나도 예ㅅ날에 열살이전에 아빠에게 하늘거리는 이름,

정신과교수님이 이슬비보다는 머츄어하다고한 주리스타일의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졸라댄적이 있다

 

그러게 아무리 성의를 가지고 작명을 해도 당사자에겐 시시때때로 부족한 부분이 생기는게 이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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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2012. 9. 29. 17:40 from yS 2010▷2013

평생 한 도시에서만 살아야 하는 것과

평생 그 도시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예전에 이 질문을 보곤 막연하게 다양한 것을 보고 놀러다니는 것이 더 좋은 것인 거 같아

깊이 생각안하고 후자쪽을 선택하리라 했다.

말이 주는 이미지때문에 보수보다 진보가 좋은거라고 여기며

그때문에 정치적 입장을 그저 취향의 문제에 지나지 않게 만들어버리던 사람들처럼.

 

간단하게 사는 건 좋은 거다.

이사준비 때문에 짐을 정리하다보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나도모르는새

이끼끼듯이 내 일상에 피어나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깨닫고

그제서야 그것들을 다 털어내고 짜낸후 다시 좀더 가벼워진 자신에게 안도하는데

그렇게 주변에 여유를 두는건 참 좋은 거다

스펀지에 물 배어들듯 스며들어서 날 꼼짝못하게 일상에 묶어두는 그 생활의 찌꺼기들은

매일매일 청소와 정리라는 걸 해도 부지불식간에 내 주변을 메꿔버려서

이사라든가 뭔가 그런 큰 변동으로 힘차게 털어내주지 않으면 도대체 없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집을 나와살면서 이렇게 이사를 다닐때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버렸는지.

그래서 이삿짐을 싸는 동안은 매번 새삼스럽게

'언제죽어도 문제없을만큼 내 주변을 가볍게 단촐하게 하자..'고 다짐했던거 같은데.

 

 

올봄인지 초여름인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우리 동 쓰레기 분리수거하는곳, 그러니깐 음식물 쓰레기통이 있는 곳에서 아기고양이를 발견했다.

희동이랑 비슷한 털무늬를 가진 노랑이코숏이고 정말 작았는데 아마 태어난지 한달 정도 됐으려나..

어미를 잃은건지 버림받은 건지

아무튼 벌써부터 사람을 무서워할 줄 알아서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울지 않고 조용해지면 또 울기시작하는데

우는 고양이 달래려면 먹을걸 주는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서

그래서 우리 고양이들 사료를 물에 불려서 쓰레기통 주변 잎파리 위에 좀 얹어두고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죽든가, 아니면 누가 거둬가든가 하겠지,,

그러면서 크게 마음을 안 쓰려 했는데

 

한달 두달 만에 가끔씩 녀석이 눈에 띄었다.

조금씩 커가고는 있는데 영양이 결핍돼서 그런지 머리도 별로 크지 않고 몸은 말랐고

어떤 느낌이냐면 아기고양이가 몸만 길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사람도 잘 피하고 차도 잘 피하면서

아파트 건너편의 우체국과 상가건물 쪽까지도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거 같았다.

먹으면 배탈날거 같은 더러워보이는 음식을 고양이들은 찾아먹는데

그래도 녀석들이 먹은 역시나 더러운 음식의 영양소에서 만들어진 여러 면역물질들이

또다른 더러운 음식에서 유발될 감염이나 위해를 막아줄것이다.

그렇게 거리에 흩어진 음식 찌꺼기와 쓰레기가

녀석의 몸과 털과 눈과 고양이 몸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을 채워갈것이다.

거리의 고양이의 삶이란 그런거니깐.

 

그리고 얼마전 밤에 쓰레기 버리고 오는 길에

검정망토 털무늬를 가진 다큰 고양이가 주차된 차 아래에 앉아있는 걸 발견했다.

어두웠지만 다리의 흰 털때문에 고양이란 걸 알수 있었는데

이녀석... 보니깐 앞다리 한쪽이 휘어있었다.

아마도 다리가 부러지거나 한 걸 뼈를 고정 못시킨 채 그대로 접합이 돼서 그렇게 돼 버린거 같은데

혹시나 아직 다친지 얼마안돼서 교정의 여지가 있을까 싶어서 녀석근처에 조심해서 다가가보니

휘어진 한쪽 다리도 그럭저럭 잘 움직이면서 더 깊은 곳으로 피해버린다.

그냥 집으로 올라가려는데

몇달전부터 봐왔던 그 말라깽이 노랑이 코숏이 냐~ 하고 나타나선 검정망토쪽으로 오는 것이다.

나를 보곤 멈칫하더니 결국 검정망토 쪽으로 다가갔고 결국 둘이 같이 저쪽으로 건너가버렸다.

 

뭐랄까... 둘이 같이 돕고 사나보다 싶었다.

그 꼬마고양이가 몇개월동안이나 동네에서 살아남은 것도 이 어른 고양이덕분인지도 모르겠다.

둘이 만난건 어른 고양이가 다리를 다치기 전이였을까 후였을까.

사람들이 고양이한테 관심을 가지든 말든 동네고양이들끼리는 이렇게 교류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깐 그때 굳이 내가 그 아기고양이를 거둬주지 않아도

녀석은 말라깽이로나마 잘 자랐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인 내 입장에서는 그냥

고양이에 대한 괜한 혐오감과 증오심, 그리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길만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

적은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면 되는거구나 싶었다.

 

근데 이 고양이들의 동네에 사람들의 공격(쥐덫,학대 등등)외에 다른 위험이 닥칠수가 있는데

그건 동네를 허물고 새로 짓게되는 경우다.

그때 고양이들은 자기들 영역과 터전을 완전히 잃고 다른 곳으로 쫓겨나게 된다.

그래서 뭔가가 그자리에 오랫동안 꾸준히 있다는 건 굉장한 거다.

그자리에 있음으로써 생명을 키워낸다.

그곳을 지키는거다

 

지금까지 혼자 여러곳을 이사다니면서 동네 고양이들을 많이 만났다.

먹이를 주며 얼굴을 익힌 적도 있었고,

익명(이라기보다는 익面..)의 고양이에게 먹이만 공급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 자리에 계속 있어줄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결국 고양이녀석들의 생활력만 떨어뜨려놓은채 그곳을 뜬 일이 많았다.

제멋대로 먹이를 주기 시작하다가 제멋대로 끊은 것이다.

지금처럼 어딘가 제대로 정착하지 않은 상태로 일때문에 계속 이동해야한다면

그 와중에 만나게되는 고양이들과 관계를 맺는 일에 대해 난 항상 갈등할 것이다.

그자리에 그대로 계속 있는다는 건 그래서 정말 좋은 것이다.

 

중학교때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처음 읽었을때 ..이거다! 라고 생각했는데

무소유는 결국 쿨하게 사는 삶이라 요즘 사람들의 취향에는 참 맞는 삶의 자세다.

근데 그렇게 삶을 가볍게 하는 간소함도 필요는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은 훨씬 다채로운 것이라

애착과 집착과 소유

보듬어주고 키워주고 그렇게 집착해주는 것 역시 소유하지 않는 쿨한 삶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쉽게 털어버리지 못하고 끈질기게,

트로이 땅 아래에 아홉층이나 되는 유적이 생멸한 것처럼 하나씩 쌓여가는 삶

 

 

평생 한도시에서만 살 것인지 평생 떠돌아다닐 것인지 이제는 이 질문에 정말 답을 못하겠다.

어느쪽이나 의미있고 필요한데

지금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절대적으로 전자가 마음에 든다.

지금 이삿짐싸는 게 너무 힘들어서ㅠ

물건을 솎아내고 버리는게 정말 힘듦 ㅠ

 

천연의 상태에서 아름다웠을 원소들이

인간들의 경제활동을 위한 재료로 이용되며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고

서로 섞이고 이젠 어찌 분리돼야 할지도 모를 애매한 형체가 돼 버린채

나한테 구매돼 왔다가

오늘 내 삶에서 쓰레기라는 이름으로 버려지고 있다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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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외래참관

 

다섯살쯤 된 남자어린이를 어른 두분이 데리고 들어왔다.

들어올 때부터 울고불고 소리지르고 난리라서

대체 어찌된 앤가 궁금해서 교수님 뒤쪽으로 얼굴을 빼고 보니깐

어른들이 직접 걷게 하면 애가 안 걸으려고 발버둥치고 바닥에 드러눕고

그냥 안겨오고 싶은데 걷게해서 그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었다.

 

 

보호자분들을 보니

남자분은 아버지처럼 보이는데

여자분은 엄마라기엔 연배가 좀더 높아보이고

그렇다고 할머니라기엔 남자분이랑 별로 안 친해보이고

외할머니 정도쯤 되려나

대체 어찌된 가족구성원인가 좀 이해가 안됐는데

 

알고보니 시설에 있는 아이라고 한다

생모가 있기는 한데

원래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지금도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어떤지는 알수 없지만

어쨌든 분명 아이를 돌볼만한 상태나 상황이 아닐것이다

노래방에 도우미로 일을 나간다는데 아이를 만나러 시설에 올 때는 항상 술에 취해있어서

아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를 임신했을 때 술도 좀 마셨다고 하는데

그것이 지금 이 어린이의 발달에 영향을 미쳐서 문제가 생긴것일지도 모른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애가...

계속 우는게 보호인들에게서 떨어져 걷지 않으려고 그러는건데

그냥 걷지 않으려고 떼쓰고 고집부리는 것일수도 있지만

뭔가 많이 결핍되고 그래서 계속 그... (첨엔 아버진줄 알았던)시설의 아저씨에게

안겨있으려는 걸거라는 그런 그런 내위주의 흔한 감상에 빠져들어서

어린이가 참 안스러워보였다.

 

그냥

아이를 잘.. 제대로 잘 키울 수 없다면

좀 안 낳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사람이 살다보면 애가 생기고 그래서 낳게 되고

그렇게 자기가 원했던대로만 생각한대로만 뭔갈 하며 사는 건 아니겠지만

완전 인권이란 거 무시하고 극단적으로 비인간적 발언을 하자면

제대로 잘 키워주지 못할바에야

임신 못하게 하는 수술이라도 시켜서 애를 함부로 못 낳게 하면 좋겠다

국가는 인구감소에 대해

국가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양적으로만 어떻게든 늘려보려고 기를 쓰지만

원래 생명체에 있어 생식이란건 환경과 여건이 좋을 때 일어나는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뭔가 결핍이 있어선지 어때선지 몰라도

지금 저렇게 아저씨 품에서 죽어도 안 떨어지겠다고 보채는 애를 보라고..

 

애를 망쳐놓은건 바로 제멋대로 애를 낳기만 한 부모다...라는 식으로 비난하려고만 하는 말은 아니다

당장 나만해도 스스로에게 자신이 별로 없다

포유류가 자식을 키워가는 과정을 보면

어릴 때 애착관계를 잘 형성한 개체는 자식과도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만

제대로된 애착관계를 배우지 못한 개체는 자식과도 제대로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그래서 그런 후천적인 결함을 후대로 계속해서 물려주게 된다.

이런 내용을 보고 나니깐 스스로의 정서상태에 대해서 뭔가 검증을 받고 싶고

검증되기 전까지는 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것이다

내 인격적 결함을 그대로 똑같이 찍어줄까봐 하는 불안감

난 그냥 보통 사람일 뿐이니깐 스스로를 너무 나쁘게 평가하는 걸수도 있지만..

암튼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다면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양육을 맡기는게 더 좋을수도 있는거다.

 

 

대부분의 어린이는 건강하게 태어나서 별 탈없이 자라겠지만

이 병원이란 곳에서 어린이의 대부분을 접하면서 보면

아픈애들이 참 많고

그래서 그런 어린이들을 보고 있다보면

자식을 낳고 키우는 건 정말로 온 정성을 다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태어난 후가 아니라 태어나기 전부터도 

내가가진 가장 좋은 걸 다 모아서 줄수도 있는 그런..

 

옛날에 본 사극에서 애를 못낳아서 맘고생하는 중전이

흡월정(달의 정기를 빨아들이듯이 달을보며 기절할듯 숨을 깊이깊이 들이삼키는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짓을 하는 걸 보고 정말 웃겼는데

생명 하나를 만들고 키우는데

그렇게 하나에서 열까지 할수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드는 한주였다.

 

 

아 혼자 딴생각하느라 정작 그 어린이 환자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거 같다는 종류의 얘기가 오간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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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세계

2012. 9. 3. 12:02 from yS 2010▷2013

 

 

 

전에 외부병원 나갔을 때 화상환자를 봤었다.

병력기록지를 직접 보지는 않았고 중환자실 회진 때 과장님께 정황을 듣기만 했는데

그 환자는 특이하게 상반신, 그러니깐 몸통의 앞과 뒤, 양쪽 팔,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가피절제술과 피부이식을 한 후 중환자실에서 매일 드레싱을 하면서 경과를 보고 있는 상태였다.

드레싱을 할 때 보이는 몸의 아래쪽은 굉장히 젊은 사람의 피부로

피부에서 추정되는 연령대 때문에 이 사람의 화상이 더 안타까웠는데

과장님께 들어보니 이 분은 원래 고온 작업장에서 근무하던 사람인데

고온에서 일할 때 입는 쿨자켓에 실수로 산소가 채워지는 바람에

작업장에서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서 상반신만 화상을 입게 된거라고 한다.

flame burn은 기도의 화상도 살펴야 하는데,   

이 환자는 상반신 flame burn이라 당연히 기도쪽도 손상이 심할테고

보기에도 심각해 보이는 상반신의 피부 화상뿐 아니라 기도쪽 화상 때문에라도

앞으로를 장담하기가 힘들것이다.

나와 관계없는 타인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에 대해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나란지는 잘 모르겠던 외국인 환자였는데

이 환자는 증례발표 담당환자라서 병력기록지를 볼 수 있었다.

83년생 린XX씨, 폭발로 전신화상을 입은 후 병원으로 실려왔다.

가피절제술 수술하는 걸 참관했는데

수술 중에 의료진들의 이야기..

자기 나라에서 결혼한 후 우리나라에 일하러 혼자 왔고, 일해서 번돈을 매달 송금하는 외국인 근로자

한국 사람들은 폭발위험이 있는 작업장에선 근무를 잘 하지 않으려하니깐

그래서 대신 그일을 맡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렇게 폭발로 화염화상을 입는 일이 잦아지는 거 같다고

앞으로 이런 사고로 실려오는 환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지 않겠냐는 등

 

난 사실,

외국에 놀러나갈 때 조차도 마음 한구석에는

'혹시나 무슨사고가 있어도 내가 감수해야 하는 몫'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다.

한국에서도 완벽한 치안 같은 건 보장할 수 없는데 외국까지 나가면서 무슨 그런걸 기대하냐 싶은거다.

그래서 소위말하는 위험지역에 선교를 나가거나 사업하러 가는 사람들이 불의의 사건에 휘말리게 될때도

최소한 사건의 희생자&피해자 본인 스스로는 자신을 동정해선 안된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물며 외국인 노동자..

어차피 다른 나라에서 막일하는 거 감수하고 들어오는 거 절대 평등한 조건일 수 없고

남들보다 위험한 환경에서의 근무를 떠맡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자신에게 전혀 친절하지도 않고 오히려 여러가지 차별의 시선으로 자신을 모욕하는 사람들의 나라를

밑에서 떠받쳐주는 일따위를 하게 될수도 있다. 

이런거 정말 슬픈일이다.

그래서 난 외국인 노동자같은 거 허용되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사회를 위해 남보다 월등하게 위험한 일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다수 시민들은 별로 감사하지도 않는데도, 그 근로자들과 같은 사회에 있다는게

참을수없이 불편하다.

어떻게든 노동장벽을 넘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의 절박한 사정도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노동이 '자유로운' 세계는 대개 불평등하고 비인간적인 세계니깐

애초에 그 장벽이 굉장히 엄격해서 자유롭지 않으면 좋겠다.

 

수술하던 날 아침 회진 때는 그래도 화상부위의 심한 통증을 호소하던 린XX환자가

수술하고 이틀째 되는 날까지는 계속 sedation 상태로 아무 호소도 없이 누워만 있는 것이 마음이 아파서

린XX씨의 예후가 어찌될런지 등에 대해서도 과장님께 여쭤보고 싶었지만

병원에서 잠시 마주치는게 전부인 환자들에 대해 이런 질문은 과도한 오지랖이다.

(이 외부병원은 실습기간은 2틀이다)

내가 걱정한다고 예후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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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증례발표 중에 있었던 일이다.

한 환자 증례를 조원들이 부분부분 나눠서 하다보니

발표자인 내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표도중에 세개 정도 드러났다.

누가 잘못을 했든간에 발표자인 내가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해명을 하면서 발표를 해나가야 했는데

 

생각해보면 애초에 이렇게 꼬투리를 잡힌 게 문제였다.

 

발표를 그럭저럭 마치고 나가려는데

해당과의 펠로우 하나가 발표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 교수님 핑계를 대면서

나에게 굉장히 인신공격적인 말을 했던 것이다.

발표중에도 계속 그 펠로우의 행동과 말이 거슬렸는데, 이 마지막 한방에 정말 분노했고

제대로 욱한 마음에 그자리에서 당장 상대의 문제를 따지고 지적할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이번 턴의 조장이었다

그러니깐 내가 괜히 나섰다가 문제가 커지면 그게 나에대한 처벌(?)로만 끝나진 않을테니

어떻게든 그 상황을 꿋꿋이 참아냈던 것이다.

 

집에오는길에 정말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겨우 마음이 진정이 돼서 친한 동기에게 얘기를 했다.

아까 발표 마치고 나오면서 이렇게 기분을 잡치게 된 건

케이스 준비가 미흡해서 내 잘못도 아닌데 발표중에 내가 다 감수해야 했던 비난이 아니라

바로 그 이상한 펠로우의 엄한 트집과 인신공격이었다고.

그랬더니 우리 동기가 바로 하는 말이...

그 펠로우..

여학생들한테만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고, 게다가 인신공격도 많이 하는 걸로 유명하다며.

워낙에 흔한 일이니깐 신경쓰지말고 기운내라고.

 

그말을 듣고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결국 그 흔한 이름의 펠로우 신상을  캐기 시작했는데

(흔한 이름이라 캐기가 힘들었지만 그래, 집요하게 애써서 검색했다)

그랬더니 일단,

우리학교 출신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기가 졸업한 학교에서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받은 것도 아니고,

서울의 별로 인지도 없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다.

 

여기서 그 펠로우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학교다니면서 성적이 별로였거나, 성격이 별로였을거라는 점이다.

그러니깐 자기 학교에서 안전하게 원하는 과를 갈 수 없었을테고 결국 다른 수련병원에 지원했겠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성적으로 서울의 잘나가는 병원에서 수련할수도 없을테니

변두리의 아무나 병원에서나 수련을 하게 된거겠지

 

그리고 그 과의 스탭정보를 이제사 주의깊게 살펴보게 됐는데

대략 세개 정도의 세부파트 라인이 있고

가장 최근에 교수가 된 두 사람이 담당하게 된 세부파트 두군데를 빼면

이번에 발표할 때 계셨던.. 그러니깐 그 펠로우가 안달복달 온갖 티를 다내며 지켜드리려던 교수님,

그 교수님 라인만 아직 막내교수가 될만한 사람이 들어와도 될 가능성이 있는 거였다.

즉,, 그 펠로우는 그냥 자기가 잘 보여야 할 교수님 밑에서 딸랑대는 게 이로운 상태라는 거다.

그래서 그렇게 오버한건가? 굉장히 역겹다.

(이건 교수님에 대한 내 예의와는 별개의 문제다. 난 그 교수님을 원래부터 존경한다. 학생들에게 열심히 가르쳐주시기 위해 스스로 망가지는 걸 마다치 않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스스로 낮추신다고 학생들이 교수님을 막되게 스스럼 없이 대한다면 그런 무례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중에 발표를 참관한 다른 동기들에게 내 태도에 대해 피드백을 받았지만 이렇다할 두드러진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이 펠로우와 우리조 뒷담화를 해댄 이 과의 레지던트에게 발표 다음날 내 무례에 대해 물어봤을 때도 막연한 비난만 있었지 구체적인 지적이 없었다)

 

 

사실 요즘 대학병원의 전공의 일손이 많이 부족하므로 병원 내의 업무 로딩에 있어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최소한 자기 학교 병원에서 레지던트 까지는 하고 나가는 게 학교에 대한 의리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도 학교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한 후에 펠로우를 다른 좋은 병원에서 하면

그나마 본교병원에서 모든 수련을 거친사람보다는 좀 밀리겠지만

그래도 병원에 교수로 임용시켜주곤 했다는데,

이건 기본적으로 학교에 해야할 만한 봉사는 하고

그후 다른 좋은 병원에서 좀더 고급의 노하우와 경험을 익혀온 거니까

인정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학교병원에서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받는 다는 건

학교에 저임금의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봉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사람.

우리학교병원에서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하지도 않은 주제에

어쩌다생긴 빈자리 꿰차고 들어온 근무 연수 1년도 안된 펠로우가

자기기준에서 예의없어 보인다며,

교수님 앞에서 한참 증례발표중인 학생한테 발표도중에 예의지키라며 큰소리 치는 것도 웃기고

그나마 교수님에 대한 예의를 들먹이려면 저부터 모범을 보여야지,

엄연히 교수님이 함께 계신데도 불구하고 제마음에 안든다고 발표내내 코웃음을 뻥뻥 쳐대는 건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예의인지 모르겠다.

자기 모교인 D의대에서는 그렇게 하나보지

 

 

 

그날 발표끝나고 나를 위로해준 동기랑 그 펠로우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여자의사네' 이거였다.

그리고 정말로 우리는 다음에 이렇게 살지 말자고 했다.

정신적인 방어기제상 자기 행동에 대한 합리화가 되기 때문에

'내리까시'를 하는 본인은 자기가 b사감과 러브레터에 나오는 b사감처럼 굴고있는 줄 모른다.

교수님께 예의없이 행동한 막되먹은 학생을 꾸짖은 것이니 스스로는 얼마나 떳떳하겠는가.

그러니깐 의식적으로 이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정말 추하니까 이렇게 되지 말자는 얘기르 했다.

물론 꼭 여자'의사'만 그런건 아니라 사회생활하면서 만나게 되는 '여자동료' '여자상사'

이런 편파적이고 감정적인 '내리까시'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되지 말자고 해야겠지만...

 

 

아무튼 그 사람은 자기에게 이런 수치스런(?)소문이 붙은 줄도 모르고 의기양양 살고 있지.

환자앞에선 굉장히 자기보호적으로 조심스런 언행을 하면서도

그 결과 쌓인 스트레스를 학생들에게나 모질게 굴면서 푸니깐

살면서 별일이야 생기겠냐마는

그와중에 혹시나 재수가 없어서 나쁜일이 생긴다면  좋아할 사람들은 굉장히 많겠네

(나쁜일 생겼을 때 관객이 많아서 외롭지 않아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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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mming

2012. 8. 1. 22:18 from yS 2010▷2013

오늘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사실은 달리기를 하고 싶은데, 아무리 마음으로는 이미 동네를 몇바퀴는 달려봤지만

도저히 실제 달리기를 하러 나가지지가 않는다. 마음먹고도 이제껏 한번도 뛴적이 없다

그러니깐, 달리기같은 반복되는 몸짓을 수십분간 해낼 자신이 없어서

그냥 결국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게 된다

애초에 달리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면 다른 뭐라도 할텐데...

그래서 이런 반복되는 몸짓을 이용한 운동 중에 2년전까지는 꾸준히 했던 수영을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기초체력이 쌓일만한 운동을 해서 습관처럼 만들면 비슷하게 달리기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그래서 (나 원래 여름에는 수영장 거의 안다니는데) 여름에 굳이 수영을 시작하게 돼 버렸다

 

암튼 오늘 수영장 갔는데 정말로 힘들었다.

수영강습(당연히 강습을 해야 내가 원하는 달리기스러운 운동을 할수가 있다. 자유수영하면 노닥대니깐)도

강사님마다 스타일이 다를건데

우리반 강사님은 아주 많이 뺑 돌리는 스타일인듯..

처음부터 '1200kcal쯤 소모되는 운동량'이라고 못박고 시작하심 .

원래도 지구력과 폐활량이 떨어지는지 자유형으로 수백미터씩 돌고 그런거 잘 못하고

접영도 수년째 여전하고도 꾸준하게 잘 못하는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오늘도 그랬다.

앞으로도 계속 이럴테지.

그래도 수영하다보면 수영장에서 비실되는 것과는 별도로 달리기도 할 수 있을테니깐

 

수영끝나고 나오는길은 해도 다 지고, 체육관이 1차선 도로만 있는 산비탈 쪽 동네에 있어서

우리학교 들어오기전 2009년 무렵에 2,3일정도 혼자 충청도쪽에서 마구 운전하고 돌아다닌 기억이 났다.

밤에 산속으로 나있는 1차선 도로를 달리면 정말 귀신이라도 나올거 같아서

벽사의 의미(?)로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운전했는데

오늘밤 역시 바람도 시원하고 산골짜기같은 1차선도로 분위기도 좋아서 노래를 부르며 왔다♬

 

집에 들어올 때 맥주랑 복숭아를 사들고 왔는데...

옛날에 우연히 지리산 종주를 했을때 그 무더위와 계속되는 오르막 내리막 길 끝에서

지상으로 내려가서 가장 먹고 싶은 것..에 대해 얘기하다 나온 것이 '복숭아와 생맥주'였다.

오늘은.. 그때처럼 뭐가 먹고 싶다라고 생각할 정도의 여유가 있을만큼 적당히 힘든것도 아니고

오히려 물속에 고개를 넣고 열심히 발차기를 하고 손을 휘저으면서

숨쉬고 싶다 빠져죽을 거 같아 고개들고 싶어 물밖으로 나가고 싶다

이런 생존에 대한 본능적 생각밖에 못했기 때문에

(아! 세번째 100미터의 중간지점쯤에서,, 박태환이랑 쑨양도 곧 1500미터씩이나 헤엄치겠구나.. 수영경기하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이제 알겠어.. 공감하며 응원해주겠어..라는 생각도 1초 쯤은 한거 같다)

그래서 그냥 예전에 먹고 싶었던 것이 된 이후로 생각없이 쉽게 선택하게 되는 복숭아를 사들고 온것이다.

동네마트에 마침 맥주 250cc짜리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오늘 이런 산들산들한 저녁 기분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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