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증례발표 중에 있었던 일이다.

한 환자 증례를 조원들이 부분부분 나눠서 하다보니

발표자인 내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표도중에 세개 정도 드러났다.

누가 잘못을 했든간에 발표자인 내가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해명을 하면서 발표를 해나가야 했는데

 

생각해보면 애초에 이렇게 꼬투리를 잡힌 게 문제였다.

 

발표를 그럭저럭 마치고 나가려는데

해당과의 펠로우 하나가 발표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 교수님 핑계를 대면서

나에게 굉장히 인신공격적인 말을 했던 것이다.

발표중에도 계속 그 펠로우의 행동과 말이 거슬렸는데, 이 마지막 한방에 정말 분노했고

제대로 욱한 마음에 그자리에서 당장 상대의 문제를 따지고 지적할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이번 턴의 조장이었다

그러니깐 내가 괜히 나섰다가 문제가 커지면 그게 나에대한 처벌(?)로만 끝나진 않을테니

어떻게든 그 상황을 꿋꿋이 참아냈던 것이다.

 

집에오는길에 정말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겨우 마음이 진정이 돼서 친한 동기에게 얘기를 했다.

아까 발표 마치고 나오면서 이렇게 기분을 잡치게 된 건

케이스 준비가 미흡해서 내 잘못도 아닌데 발표중에 내가 다 감수해야 했던 비난이 아니라

바로 그 이상한 펠로우의 엄한 트집과 인신공격이었다고.

그랬더니 우리 동기가 바로 하는 말이...

그 펠로우..

여학생들한테만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고, 게다가 인신공격도 많이 하는 걸로 유명하다며.

워낙에 흔한 일이니깐 신경쓰지말고 기운내라고.

 

그말을 듣고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결국 그 흔한 이름의 펠로우 신상을  캐기 시작했는데

(흔한 이름이라 캐기가 힘들었지만 그래, 집요하게 애써서 검색했다)

그랬더니 일단,

우리학교 출신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기가 졸업한 학교에서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받은 것도 아니고,

서울의 별로 인지도 없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다.

 

여기서 그 펠로우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학교다니면서 성적이 별로였거나, 성격이 별로였을거라는 점이다.

그러니깐 자기 학교에서 안전하게 원하는 과를 갈 수 없었을테고 결국 다른 수련병원에 지원했겠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성적으로 서울의 잘나가는 병원에서 수련할수도 없을테니

변두리의 아무나 병원에서나 수련을 하게 된거겠지

 

그리고 그 과의 스탭정보를 이제사 주의깊게 살펴보게 됐는데

대략 세개 정도의 세부파트 라인이 있고

가장 최근에 교수가 된 두 사람이 담당하게 된 세부파트 두군데를 빼면

이번에 발표할 때 계셨던.. 그러니깐 그 펠로우가 안달복달 온갖 티를 다내며 지켜드리려던 교수님,

그 교수님 라인만 아직 막내교수가 될만한 사람이 들어와도 될 가능성이 있는 거였다.

즉,, 그 펠로우는 그냥 자기가 잘 보여야 할 교수님 밑에서 딸랑대는 게 이로운 상태라는 거다.

그래서 그렇게 오버한건가? 굉장히 역겹다.

(이건 교수님에 대한 내 예의와는 별개의 문제다. 난 그 교수님을 원래부터 존경한다. 학생들에게 열심히 가르쳐주시기 위해 스스로 망가지는 걸 마다치 않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스스로 낮추신다고 학생들이 교수님을 막되게 스스럼 없이 대한다면 그런 무례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중에 발표를 참관한 다른 동기들에게 내 태도에 대해 피드백을 받았지만 이렇다할 두드러진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이 펠로우와 우리조 뒷담화를 해댄 이 과의 레지던트에게 발표 다음날 내 무례에 대해 물어봤을 때도 막연한 비난만 있었지 구체적인 지적이 없었다)

 

 

사실 요즘 대학병원의 전공의 일손이 많이 부족하므로 병원 내의 업무 로딩에 있어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최소한 자기 학교 병원에서 레지던트 까지는 하고 나가는 게 학교에 대한 의리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도 학교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한 후에 펠로우를 다른 좋은 병원에서 하면

그나마 본교병원에서 모든 수련을 거친사람보다는 좀 밀리겠지만

그래도 병원에 교수로 임용시켜주곤 했다는데,

이건 기본적으로 학교에 해야할 만한 봉사는 하고

그후 다른 좋은 병원에서 좀더 고급의 노하우와 경험을 익혀온 거니까

인정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학교병원에서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받는 다는 건

학교에 저임금의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봉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사람.

우리학교병원에서 레지던트 트레이닝을 하지도 않은 주제에

어쩌다생긴 빈자리 꿰차고 들어온 근무 연수 1년도 안된 펠로우가

자기기준에서 예의없어 보인다며,

교수님 앞에서 한참 증례발표중인 학생한테 발표도중에 예의지키라며 큰소리 치는 것도 웃기고

그나마 교수님에 대한 예의를 들먹이려면 저부터 모범을 보여야지,

엄연히 교수님이 함께 계신데도 불구하고 제마음에 안든다고 발표내내 코웃음을 뻥뻥 쳐대는 건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예의인지 모르겠다.

자기 모교인 D의대에서는 그렇게 하나보지

 

 

 

그날 발표끝나고 나를 위로해준 동기랑 그 펠로우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내린 결론은

'여자의사네' 이거였다.

그리고 정말로 우리는 다음에 이렇게 살지 말자고 했다.

정신적인 방어기제상 자기 행동에 대한 합리화가 되기 때문에

'내리까시'를 하는 본인은 자기가 b사감과 러브레터에 나오는 b사감처럼 굴고있는 줄 모른다.

교수님께 예의없이 행동한 막되먹은 학생을 꾸짖은 것이니 스스로는 얼마나 떳떳하겠는가.

그러니깐 의식적으로 이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정말 추하니까 이렇게 되지 말자는 얘기르 했다.

물론 꼭 여자'의사'만 그런건 아니라 사회생활하면서 만나게 되는 '여자동료' '여자상사'

이런 편파적이고 감정적인 '내리까시'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되지 말자고 해야겠지만...

 

 

아무튼 그 사람은 자기에게 이런 수치스런(?)소문이 붙은 줄도 모르고 의기양양 살고 있지.

환자앞에선 굉장히 자기보호적으로 조심스런 언행을 하면서도

그 결과 쌓인 스트레스를 학생들에게나 모질게 굴면서 푸니깐

살면서 별일이야 생기겠냐마는

그와중에 혹시나 재수가 없어서 나쁜일이 생긴다면  좋아할 사람들은 굉장히 많겠네

(나쁜일 생겼을 때 관객이 많아서 외롭지 않아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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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