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이름

2012. 10. 7. 22:41 from yS 2010▷2013

2학년 소아정신과 수업때 조별로 프리제테이션을 한적이 있는데

그때 조원명단을 보며 발표자 선정을 하시던 교수님이 우리조명단을 보다가

이슬비(가명,,대략 이런 느낌으로 성과 함께 감성적 단어가 되는 이름이었음)는 너무 미성숙하니깐

더 머츄어한 주리(가명,,대략 이런 느낌으로 초성에 ㄹ이 있어서 서구쪽 이름을 흉내낸듯한 이름이었음)가 발표해볼까 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시대별로 유행하는 이름이 있고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는것이다

소아과를 돌면 내과의 모든분과 뿐아니라 신경과 유전대사질환 파트까지 다 보게되니깐

여기가 대체 무슨과인가 가끔씩 지남력에 장애가 올때도 있지만

그래도 회진때 받아드는 환자현황표를 보면 소아과라는걸 마음속 깊이 느끼게된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신식이름 리스트 소아과 말고 대체어디서 이런 환자명단을 보겠는가

여기는 틀림없는 소아과다

 

이슬비같은 성을 이용한 예쁜 명사화

주리같은 서구스타일 이름

다솜 소담같은 순 한글 분위기의 이름

기존에 잘 안쓰던 단어인 율 이나 흔 같은글자를 넣어 신선해서 세련된 느낌이 드는 이름

 

이런 요즘이름들 하나하나는 대개가 21세기 한국어 사용자에게 현대적이라는이미지를 주는데

근데 막상 이름 `리스트`를 받아든입장에서는 뭔가 유들유들 흘러가기만 하지

전혀 각이, (각이라고 하니 뜻이 잘 전달이 안되는데) `엣지`가 없는거다

멈춰서서 돌아보게 할만한 이름이 없달까

그냥 단어의 각이 빳빳하게 살아있고 한자를 듣기전까진 언뜻 무슨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릴수없는

고전적인 한국이름이 그립다

고전적이라곤 하지만 사실 한자가 사용되기전까지 한반도에서 사용되던 이름은

예를들면 해오녀나 아라처럼 각이서지 않은 이름이긴했다

한국인이 한자로 단단하게 조여진 이름을 통상적으로 쓴건 대략 고려시대부터가 아닐까

그 이전에는 한자명이 있어도 그걸 풀어읽기도 했을거 같다 그냥 내생각,,,

 

다시 소아과 환자명단으로 돌아와서...

2012년의 어린이 환자 이름을 보면서 보람어린이 리아어린이 라고 중얼거리다보니

한 60년전 소아과병동에 는 틀림없이 미자어린이 순자어린이가 있었겠구나 싶어서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물론 그런 이름은 식민지시대의 시대상이 반영된 이름으로 단순히 옛날이름은 아니다

예를들어 그 이름들의 주인들보다 더 옛날사람인 명성황후의 이름은 자영이였다

보통의 한국인이 듣기에 예쁘다 생각하는 이름

요는 이름을 지을때 성의를 가졌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일것이다

 

그래서 성의를 가지고 이름을 지어본다면

난 요즘어린이들의 날개달린듯 하늘거리는 이름 말고

단단한 한자이름인데 좀 중성적인 느낌이 드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예를들어 은호

연애시대의 손예진과 황진이에서 장근석이름이 은호였는데

여자입장에서 은호는 남자이름 같으면서도 감성적이라 참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었다

뭐 생각해보니 나도 예ㅅ날에 열살이전에 아빠에게 하늘거리는 이름,

정신과교수님이 이슬비보다는 머츄어하다고한 주리스타일의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졸라댄적이 있다

 

그러게 아무리 성의를 가지고 작명을 해도 당사자에겐 시시때때로 부족한 부분이 생기는게 이름인가

 

 

'yS 2010▷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410197 壽  (0) 2012.11.14
레지던트 evil  (0) 2012.10.21
이사  (0) 2012.09.29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  (0) 2012.09.22
자유로운 세계  (0) 2012.09.03
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