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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01 여름이 지나가네
  2. 2012.04.18 외부병원 파견실습의 좋은 점은...
  3. 2012.04.18 산책로
  4. 2012.04.08 오늘 첫 영성체
  5. 2012.04.03 physical exam_몸으로 하는 진찰
  6. 2012.03.27 헬기이송환자

여름이 지나가네

2012. 8. 1. 11:51 from yS 2010▷2013

오늘도 여전히 30도를 넘는 더운날이지만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열대야가 없었다.

게다가 오전내내 바람이 집안으로 바람이 선선히 불어들어서 굉장히 청량했다.

그래서 늦잠도 자고 오전내내 침대위에서 뒹굴대며 며칠간 열대야로 설친 잠을 보충하고 개운한 기분이다.

그러고보면 이런날 마침 실습을 빠질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더우면 에어컨, 선풍기도 다 돌리고, 찬음식을 입에서 떼지 않으며 더위를 이겨내는게 당연한듯하지만

난 집에서 에어컨과 선풍기를 안 쓴지 거의 10년은 된 거 같다.

요즘 팥빙수에 꽂혀서 우유랑 몇개씩 사두고 먹긴 하지만 그냥 맛있어서 좋아하는 것일뿐이고

원래는 아이스크림을 집에 쌓아두며 즐기는 스타일도 아니다.

 

이런걸 '자연풍을 좋아한다'거나 '찬음식 싫어한다'와 같은 취향의 문제로 볼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10년 전부터 학습된 혹은 세뇌된(ㅋㅋ) 행동양식이다.

 

학부 때 배우기로

겉에 열증이 있으면 속은 차고 겉이 차면 속은 오히려 열이 뭉쳐있는 병리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여름은 가장 더운 시기지만 가장 더울 때 가을,겨울로 가는 기운 한가닥이 오히려 처음 나타나며

그래서 여름엔 시원한 데서 뜨거운 음식을 먹어서 속을 보충학고

겨울엔 따듯한 곳에서 시원한 음식을 먹어서 열을 풀어줘야 된다

라는 식의 내용들..

비슷한 논리로 냉면이나 수정과가 있는데 다들 알다시피 이 찬음식들은 원래 겨울에 먹는거다

옛날이라면 한여름에 어디서 얼음을 구해서 저런 찬음식을 해먹겠냐 싶기도 하지만..

 

 

물론 이런 내용들은 극단적으로 찬것과 극단적으로 따뜻한 것만 찾아서는 안되며

항상 적절하게 자기 몸의 건강을 조절하기 위해 어느정도 조화된 생활을 해야 한다는

'양생' 측면에서 의미있는 내용들이란 걸 알고 있다.

 

여름에 삼계탕 같은 거 먹으면 뭐.. 체력이 좀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열사병으로 체온이 마구 올라가는데 무슨 따뜻한 걸로 몸을 보하고 어쩌고하는 건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인 것이다. 다른 이야기다.

 

아무튼 그래서 난...

에어컨과 선풍기를 쓰지 않고 집안에 자연바람이 조성되게끔 창문을 열어두는 걸로만 여름을 견딘다

처음에는 생소하고 낯설게 교육으로 익혔을 뿐인데

이런 내용이 점점 내 인식에 스며들다보니 삶의 태도와 행동양식까지 변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집이 통풍이 잘되고 말하자면 스스로 호흡이 되는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한다

 

예전에 직장에서는 하루종일 냉방된 곳에서 일해야 했는데

내가 원래 추위를 잘 못견디는 사람도 아님에도

여름내내 냉방에 견디면서 내 몸이 점점 상하는 거 같아 항상 신경이 쓰였다.

실제로 나빠지는지 어떤지의 문제와는 별개로 나빠진다고 생각하게되는 내 사고과정을 살펴보면..

 

여름에는 적절히 땀을 흘리고 발산이 되야 하며,

그렇게 겉으로 발산된만큼 허해진 몸은 음식으로 보충해야 한다.

근데 더운게 싫다고 계속 땀을 내지 않고 여름을 보내면

가을에 습으로 인한 해수병이 생기고

이렇게 제대로된 양생이 이뤄지지 못하면 몸 컨디션이 점점 나빠지고

결국 썩 건강하지 못한 몸이 될것이다.

 

나무가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내면서

봄에 솟아나고 여름에 활짝 번성했다가

가을에는 퍼져있던 수분을 뽑아내고 겨울에 조용히 몸을 움츠리는 것처럼

내몸도 나무같은 자연스런 주기를 타면서

그 와중에 부족해지는 부분은 보태주고 더해지는 부분은 빼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저 시원한데서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살고 싶지는 않은 거다.

 

 

물론 열대야는 별개다

도시환경에서 생겨난 열대야 현상은 견디느라 체력소모하고 잠도 못자면서 고생할게 아니라

피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문제는 집에 피할 수 있는 도구가 아무것도 없다 ㅠㅠ

선풍기도 자꾸 사용을 안하다보니 양산 이사오면서는 아예 버렸다

하지만 열대야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봐야 여름 한철 중 10흘 남짓이라

열대야를 나는 동안은 끝이 안보이게 힘들지만 사실 며칠 안되니깐

미련하게 견디며 산다.

 

그렇게 열대야를 무작정 견디며 살다보니 오늘 같은 날을 민감하게 눈치채게 된다.

숨막히는 찜통속에서 문득 여름이 뱉어내는 한줄기 긴 호흡이 느껴지면서

아.. 가을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되는 날

 

그러니깐 지금 대한민국은 더위에 타들어가는 듯하지만

사실 여름도 이제 꺽였다고..

 

 

입추까지 일주일도 안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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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시작한지 겨우 석달짼데

파견나간 병원이 벌써 다섯..

 

외부병원으로 실습나가는 게 참 좋다

그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진료환경을 접하고 받아들이고

그런 신선함과 자극이 좋다기보다는

 

실습나가는 병원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곳까지 갈 경로를 확인하고

그 주변에 뭐 둘러볼 만한곳은 없는지

그리고 부산시내 길거리를 구경할 수 있게 가능하면 버스노선으로 집까지 연결될 만한 건 없는지

그렇게 확인하고나서 실제로 병원 가다보니 자연스레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부산에 대해 알게되는게 즐겁다.

 

ㅋㅋ시티투어버스 한번 타야 ㅋㅋㅋ

 

부산쪽으로 내려온지 2년이 넘었지만

부산시내 길이라곤 변변히 아는곳도 별로 없고

그럴수 밖에 없는게 캠퍼스가 양산이라서긴 하지만

학부때의 나 같았으면

다음날 수업이 있든, 과제가 있든, 시험이 있든

그냥 다 제끼고 컨디션 조절도 안하고

여기저기 구경다니고 놀러다녔을텐데

이젠 '제법 철이 든건지'

내 체력도 배려할 줄 알고

내 성적도 배려할 줄 알고

ㅋㅋ

그래서 지난 2년간 부산에 대해 별로 관심도 없고 아는것도 없던차에

 

3학년 실습 때 자연스레 부산에 대해 알게 되는 과정.

무엇보다 '무언가를 하러 가면서 덩달아 구경하고 노는 기분이 드는 것'

이게 정말 좋다.

 

가끔 문제도 생기는데

어제 서면까지 갈 때

평소처럼 2호선을 타고 가서 한번만 갈아탈 수도 있었을텐데

그냥 3호선갈아타고 다시 1호선 갈아타는 길을 선택...

시간도 빠듯한 마당에 이제 거의 다 도착했다고 안심할 찰나

뜬금없이 '동래역'이 나왔다 헐...

 

양산에서 서면가는데 있어 결코 동래역이 나와서 될 일이 아닌데...

지하철에서 내려 살펴보니깐 연산에서 1호선 방향을 잘못 탔던 거였다.

아 씐나~

 

오늘 남구 대연동에서 양산으로 돌아오는데

2호선 바로타고 양산까지 가면 1시간 이면 가겠지만

그냥 퇴근길 지하철,, 갑갑하기도 하고 사람도 많을 거고 해서

본원까지 가서 셔틀을 탈 요량으로 시내버스를 탔다.

대연동에서 본원까지 가는 버스에 대해 오티받은 게 있어서...

근데 이 버스가 남구에서 서면지나고 사상지나더니 급기야

낙동강이 도로 옆으로 도도히 흐르는 사하구 하단까지 가네

그제서야 오티내용 다시 확인했는데,

내가 버스를 잘못 탄거 ㅋㅋ

완전 씐나~

부산을 반바퀴 돌았네ㅋㅋ

양산까지 오는데 세시간 걸렸네ㅋㅋ

 

요약하면

외부병원 파견나가서 정말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저렇게 부산 길바닥을 헤매고 다니게 되는 거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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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2012. 4. 18. 00:32 from yS 2010▷2013

주말에 희동이 데리고 양산천까지 나갔다.

 

집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고

그 공원에서 하천 넘어 바로 건너편에 전철역이 있었다

여기까진 원래 알고 있는 거였는데

공원쪽에서 역쪽으로 건너가는 보행자 전용 다리가 있는 걸 이번에 처음 본거였다

이동네에서 산지 2년이 넘어가는데,,

 

게다가 그 공원쪽에서 산책로로 접근하는게 편리해서

희동이 유모차를 끌고 그대로 쭉 걸어다녀봤다.

좋아 ♥

 

 

하천보도를 따라 내려가며 산책로를 걷다보니 (이미 알고 있던대로)

전철역 인근의 체육시설이 나왔는데

이곳은 작년봄에 2,3개월 테.니스 강습 받느라고 새벽마다 지나다닌 곳이다.

 

 

 

아무튼 앞으로 달리기를 좀 해봐야겠다

집근처 공원에서 산책로 지나서 역 체육시설까지,,

항아양이 알려준대로 아랫배로 깊이 천천히 숨을 쉬면서 멀리 보면서 달리기 해야지 ^^

좋아좋아

 

 

이렇게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

'낯선 곳에 가서 그곳에 익숙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어쩌구라는 말대로

이 지역에 새롭게 익숙해져 가는 과정이 즐겁다

그래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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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 영성체

2012. 4. 8. 21:54 from yS 2010▷2013

기억에도 없는 유아세례때문에 세례는 못 받고 세례명도 못 바꾸고

그래도 해야 하는 꽤 긴시간의 교리공부를 거쳐서

오늘 드디어 첫 영성체를 했다.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믿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기엔 뭔가 걸리는 게 많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신부님이 들으시면 혼을 내실지도 모르지만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이런저런 걸 하는시간이

내 영적인 면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건 분명하니깐 감사하고 있고

그런면에선 그냥 '믿어요'라고 말해도 괜찮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특히나 오늘은 부활절 미사였고....

그래, 그리스도교는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이라는 게 종교 정체성일텐데

그걸 믿냐고 하면, 난  믿는쪽을 선택할거라고.

덧없이 모였다 흩어지는 물질의 순환속에서 돌멩이처럼 굴러다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신을 발견했고

그렇게 영원을 믿을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구원받은 거라고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예수님이 3흘만에 죽은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그냥 그 부활이라는 말 자체로 충분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2주전에 예비신자 일일피정으로 오륜대 순교박물관을 다녀왔는데

그때 조선후기에 처음 천주교를 받아들인 조선의 선비들 얘기를 듣다보니

처음엔 이 종교를 학문으로 받아들이면서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진리'라고 생각하게 됐다던 그분들의 마음이 정말 궁금하다

인성과 세상에 대한 학문인 성리학이라든가, 또 실학이라든가

그런걸로 분명히 인간에 대해 어릴때부터 배우고 탐구해왔을 그 사람들이

어떤 배경에서 대체 어떤부분에서 천주교를 받아들이게된건지

진심으로 궁금해 그 머릿속과 마음을 읽고 이해하고 싶어졌었다.

 

 

아무튼 사마귀가 자기 동족 잡아먹듯

죄책감없이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잡아먹어도 되는 세상은 인간의 세상이 아니고

여러가지 잘못에 대해 뉘우치고 또 神이 있고 불멸의 영혼이 있는 세상은 인륜이 있는 인간의 세상이다.

 

햄릿에서 햄릿 아버지의 영혼이

'죄를 회개하지 못한 상태에서 잠결에 살해당하는 바람에 지옥에서 고통을 당하는 운운' 하는 부분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다.

불교에서 윤회를 설명할 때 '결국 지금 현재의 모습이 내세로 이어진다'는 그런 얘기랑 유사하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다 죽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되는 건데

 

그렇다면 만약 아무 죄책감이 없이 인간이 해선 안된다고 하는 죄를 지을 수 있는

(예를들면) 싸이코패스들은

그 평정심으로 햄릿아버지의 영혼이 겪는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고

윤회의 속박에 시달리지도 않을 것인가

 

글쎄 그래서 부활에 대한 믿음만으론 안되고 죄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는 건가보다.

 

이 물질속에 갇혀있는 몸과 그리고 이 물질의 세상이 전부이며 끝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게

그게 지옥인건가,,

 

정신지체가 있는 사람들의 영혼은 ?

흔히 인격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에 대해 '고귀한 영혼'운운 하는 표현은 정말 웃기다고 생각한다.

영혼의 가치란 게 고작 그딴 것일리가 없다고도 생각한다.

 

아무튼 인간의 정신도 물질 하나에 이리저리 조절되는 걸 보고 배우는 이 시점에..

영생과 영혼에 대해 믿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을 참 의미있게 해주고 있다.

미사보면서 이것저것 딴 궁리만 하고 있어도

결국 이런 걸 의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게 내가 가진 최소한의 종교성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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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 마지막 날에 다른 학교 교수님이 우리과 NL선생님들과 함께 

신경 근골격계 질환을 감별하기 위한 신체검사를 주제로 강의를 하셨다.

대학병원 교수님이 해주시는 강의니깐

최첨단의 세부적 지식 한 가닥을 발전시키기 위해 쌓는 벽돌 하나 같은 내용의 강의를 해주시나 생각하며

열심히 듣는척할 준비ㅋㅋ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척추사지진찰을 위한 간단한 수기검사와 같은..

신경과 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침범되는 부위와 비슷한 부위를 침범하는 다른 과 질환을 확인하는

고전적인 신체검사를 essential 한 것만 추리신 다소 평이한 강의였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에게는 이런 타과의 신체검사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강의를 들은 우리학교병원 선생님 중 한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신경과 질환이 아닌 신체문제에 대해서는 관련과에 협진요청해서 해결하면 되는 게 병원의 치료시스템이니깐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사가 이런 타과의 진찰에 대해 얼마만큼의 범위까지 알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강의하신 타대학 교수님께서도 '결국 취향의 문제'라고 대답하신 걸거다.

신체검사로 환자의 문제를 파악할 줄 아는 의사가 되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문제

 

 

취향의 문제라.. 

 

실습때문에 학교와 관련된 의료기관의 진료(3차, 2차 병원)만 보다보니

의사의 진찰이란 건

병력 확인하고 증상에 따른 알고리즘에 맞춰 감별진단을 위해 각종 검사와 영상을 확인하고

굳이 의사라는 '사람이 없어도 되'는 그런 과정처럼 느껴질때가 많다.

요즘의 의료란, 근거중심이라는 말 아래 가이드라인에 따른 최선의 정해진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고  

그런 관점에선 이런 간소한 진찰과정이 그다지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도 때로 뭔가 빈틈이 생긴다면 그건

환자 개개인을 진료하는데 있어 신체접촉이라는 질적인 감각이 빠져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심장초음파나 경식도 초음파 같은 걸로 병변을 확인해내는 의사도 괜찮지만

청진과 같은 오래된 수단으로 심장의 문제를 확인해내는 의사는 정말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한 의사 내면에서 쌓여가는 신체진찰의 경험들은

환자를 보면서 '이 사람, 뭔가 조짐이 나쁘다'같은

문자그대로의 impression조차도 훨씬 설득력있는 직감으로 단련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개인적인 진찰감각의 단련이 뭘 낳을까

어차피 환자 보고 약주고 치료하는 건 거기서 거기일 텐데

전혀 첨단의 지식도 아니고 구식으로 환자를 보는 이런 과정 따위 내것으로 만들지 않아도 상관없을까?

 

 

아티스트라든가 워호스에 대한 영화평 중에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에 충실한다는 것..에 대한 말을 봤다.

기술적인 어떤 것들이 가장 중요한 듯 여겨지는 변화의 시기는 항상 있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영화의 중요한 어떤 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경과 마지막 강의를 들으면서 신체검사의 의미에 대해 했던 생각도

저 영화들 영화평에서 나왔던 얘기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첨단의 멋진 것들을 기피하고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편리하고 유용하고 또 새로운 어떤 것이 만들어지는 데는,,

(단순히 '만들어진다'가 아니라 창발되는 거라고 하자.)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걸 무수히 반복하는 어떤 누적이 필요한 거 같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특히나 학생입장에서라면 더더욱 그런 과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거 같다.

내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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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헬기이송환자

2012. 3. 27. 09:53 from yS 2010▷2013

어제 롬이랑 점심 때 차마시면서 쉬다가

저번주 ER 데이턴 때 헬기이송하는 환자 내리러 병원 옥상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하게됐다.

병원 옥상이라....

요즘 병원들은 옥상에 옥상정원같은 걸 만들어서 환자들이나 병원 직원들이 쉴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듯하지만

 재건축 하느라 마치 미로를 찾는 듯 복잡하고 여기저기 엉성한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동안

옥상이란 공간은 그냥.. 완전히 잊혀져 있어서

그때 환자 데리러 옥상 올라간 나와 마찬가지로 롬이 역시

'세상에 옥상이라니! 꼭 올라가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잊혀져 있어서 그렇지 막상 옥상이란 곳은 그냥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너무 쉬운 일이라 좀 이상하긴 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몰래 올라가면서도

'PK는 옥상에서 휴식을 취해도 된다' 등의 하나에서열까지스런 짜잘한 오티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모범적인 PK 두명은 왠지 조심조심 CCTV의식하며 꼭대기층까지 갔는데

 

 

근데 꼭대기층에서 옥상 나가는 문이 잠겨있었다...

그럼그렇지

이렇게 쉬울리가 없지

그래서 그때 환자내리러 옥상 올라왔을 때 다른 직원분들도 안내려가고 계속 옥상에서 머뭇대고들 있었던 거지

옥상 문을 여는 일은 드물어서 설레는 일이니까

 

 

 

 

그래서 롬이한테 얘기했던 데이턴 때 환자내리러 옥상올라간 이야기..

그날 ER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문득 남해해상에서 해경의 헬기로 환자가 이송돼 온다는 얘기가 나왔고

게다가 PK중에서도 한명정도는 올라가봐도 된다는 말을 듣고

2주째에 접어든 응급실 근무에 지쳐있던 나는 냉큼 가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리고 신이나서 옥상이란 데를 쫓아올라가게 됐다.

뜯지않은  ambu를 챙겨든 응급구조사 분 曰, 자기가 호흡을 맡을 테니 pK는 가슴 압박을 해야될거라고 해서

달리는 베드위에서 가슴압박을 하려면 배쪽에서 압박을 해야 할건데

그럼 손 위치를 어떻게 해야 할까 라든가

실수로 배위에 걸터앉아버리면 압박을 해봤자 배의 압력때문에 제대로 압박이 안될테니 조심해야겠다라든가

혹시나 경사로를 내려갈 때 베드가 뒤집혀 구르진 않겠지라든가 등등

...잠시후에 이어질 긴박할 순간이 떨려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근데 환자를 기다린 지 꽤 지났음에도 별 소식이 없다.

출발지에 연락을 넣었더니

환자가 너무나 비대해서 이제서야 헬기에 실었다는 황당한 답변이 왔다.

김이 좀 빠지긴 했지만 옥상에서 보니 바다랑 병원이 정말 가까워서

(만조 때 태풍이 겹치는 등의 재난 상황 땐 이동네까지 물이 찰수도 있겠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환자를 실은 헬기가 보이고 병원 옥상에 착륙을 했는데

헬기문을 열었을 때 분명 의식이 없이 쓰러져 있어야 할 환자분은...

 

또렷한 의식을 가진 '외국인'이었다.

왼쪽다리가 아프니 조심해서 내려달라고 요청하는등..

달리는 베드위에서의 긴급한 CPR같은 건 없었던 거다

아...

암튼..

ER 때 교수님과의 토론수업중에 우리나라 응급구조시스템에서 헬기가 사용되는 상황이

정말 택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경우도 그런 경우가 되려나..

남해에서라면 그냥 차를 타고 와도 두시간이면 왔을 텐데

이 외국인 분은 헬기를 타고 대략 두시간 걸려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남해인근에 헬기를 내릴 병원이 없어 여기까지 왔다면

그냥 선박에서 다른 작은 배를 타고 가까운 육지쪽의 병원에서 치료해도 되지 않았을까 등등

이것저것 잡생각이 떠올랐지만

화제의 촛점은 금새 '어머, 외국인 환자'로 변했다 ㅎㅎ

처음에 국적이나 여타 정보가 제대로 확인 안됐을 때도 검체용기등에 '외국인'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나중에 인적사항이 확인된 후에도 ER내에서 사람들사이에 통칭되던 이름은 여전히 '외국인' ㅎㅎ

 

아무튼

헬리콥터도 타보고 좋았겠어요

헬기 한번 띄우는데 수백만원은 든다던데

게다가 민간인이 대체 무슨 일로 그걸 타볼수 있겠나요

진심 부러웠다구요 외국인 아저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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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