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첫 영성체

2012. 4. 8. 21:54 from yS 2010▷2013

기억에도 없는 유아세례때문에 세례는 못 받고 세례명도 못 바꾸고

그래도 해야 하는 꽤 긴시간의 교리공부를 거쳐서

오늘 드디어 첫 영성체를 했다.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믿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기엔 뭔가 걸리는 게 많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신부님이 들으시면 혼을 내실지도 모르지만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이런저런 걸 하는시간이

내 영적인 면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건 분명하니깐 감사하고 있고

그런면에선 그냥 '믿어요'라고 말해도 괜찮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특히나 오늘은 부활절 미사였고....

그래, 그리스도교는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이라는 게 종교 정체성일텐데

그걸 믿냐고 하면, 난  믿는쪽을 선택할거라고.

덧없이 모였다 흩어지는 물질의 순환속에서 돌멩이처럼 굴러다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신을 발견했고

그렇게 영원을 믿을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구원받은 거라고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예수님이 3흘만에 죽은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그냥 그 부활이라는 말 자체로 충분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2주전에 예비신자 일일피정으로 오륜대 순교박물관을 다녀왔는데

그때 조선후기에 처음 천주교를 받아들인 조선의 선비들 얘기를 듣다보니

처음엔 이 종교를 학문으로 받아들이면서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진리'라고 생각하게 됐다던 그분들의 마음이 정말 궁금하다

인성과 세상에 대한 학문인 성리학이라든가, 또 실학이라든가

그런걸로 분명히 인간에 대해 어릴때부터 배우고 탐구해왔을 그 사람들이

어떤 배경에서 대체 어떤부분에서 천주교를 받아들이게된건지

진심으로 궁금해 그 머릿속과 마음을 읽고 이해하고 싶어졌었다.

 

 

아무튼 사마귀가 자기 동족 잡아먹듯

죄책감없이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잡아먹어도 되는 세상은 인간의 세상이 아니고

여러가지 잘못에 대해 뉘우치고 또 神이 있고 불멸의 영혼이 있는 세상은 인륜이 있는 인간의 세상이다.

 

햄릿에서 햄릿 아버지의 영혼이

'죄를 회개하지 못한 상태에서 잠결에 살해당하는 바람에 지옥에서 고통을 당하는 운운' 하는 부분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다.

불교에서 윤회를 설명할 때 '결국 지금 현재의 모습이 내세로 이어진다'는 그런 얘기랑 유사하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다 죽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되는 건데

 

그렇다면 만약 아무 죄책감이 없이 인간이 해선 안된다고 하는 죄를 지을 수 있는

(예를들면) 싸이코패스들은

그 평정심으로 햄릿아버지의 영혼이 겪는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고

윤회의 속박에 시달리지도 않을 것인가

 

글쎄 그래서 부활에 대한 믿음만으론 안되고 죄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는 건가보다.

 

이 물질속에 갇혀있는 몸과 그리고 이 물질의 세상이 전부이며 끝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게

그게 지옥인건가,,

 

정신지체가 있는 사람들의 영혼은 ?

흔히 인격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에 대해 '고귀한 영혼'운운 하는 표현은 정말 웃기다고 생각한다.

영혼의 가치란 게 고작 그딴 것일리가 없다고도 생각한다.

 

아무튼 인간의 정신도 물질 하나에 이리저리 조절되는 걸 보고 배우는 이 시점에..

영생과 영혼에 대해 믿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을 참 의미있게 해주고 있다.

미사보면서 이것저것 딴 궁리만 하고 있어도

결국 이런 걸 의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게 내가 가진 최소한의 종교성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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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