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이송환자

2012. 3. 27. 09:53 from yS 2010▷2013

어제 롬이랑 점심 때 차마시면서 쉬다가

저번주 ER 데이턴 때 헬기이송하는 환자 내리러 병원 옥상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하게됐다.

병원 옥상이라....

요즘 병원들은 옥상에 옥상정원같은 걸 만들어서 환자들이나 병원 직원들이 쉴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듯하지만

 재건축 하느라 마치 미로를 찾는 듯 복잡하고 여기저기 엉성한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동안

옥상이란 공간은 그냥.. 완전히 잊혀져 있어서

그때 환자 데리러 옥상 올라간 나와 마찬가지로 롬이 역시

'세상에 옥상이라니! 꼭 올라가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잊혀져 있어서 그렇지 막상 옥상이란 곳은 그냥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너무 쉬운 일이라 좀 이상하긴 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몰래 올라가면서도

'PK는 옥상에서 휴식을 취해도 된다' 등의 하나에서열까지스런 짜잘한 오티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모범적인 PK 두명은 왠지 조심조심 CCTV의식하며 꼭대기층까지 갔는데

 

 

근데 꼭대기층에서 옥상 나가는 문이 잠겨있었다...

그럼그렇지

이렇게 쉬울리가 없지

그래서 그때 환자내리러 옥상 올라왔을 때 다른 직원분들도 안내려가고 계속 옥상에서 머뭇대고들 있었던 거지

옥상 문을 여는 일은 드물어서 설레는 일이니까

 

 

 

 

그래서 롬이한테 얘기했던 데이턴 때 환자내리러 옥상올라간 이야기..

그날 ER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문득 남해해상에서 해경의 헬기로 환자가 이송돼 온다는 얘기가 나왔고

게다가 PK중에서도 한명정도는 올라가봐도 된다는 말을 듣고

2주째에 접어든 응급실 근무에 지쳐있던 나는 냉큼 가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리고 신이나서 옥상이란 데를 쫓아올라가게 됐다.

뜯지않은  ambu를 챙겨든 응급구조사 분 曰, 자기가 호흡을 맡을 테니 pK는 가슴 압박을 해야될거라고 해서

달리는 베드위에서 가슴압박을 하려면 배쪽에서 압박을 해야 할건데

그럼 손 위치를 어떻게 해야 할까 라든가

실수로 배위에 걸터앉아버리면 압박을 해봤자 배의 압력때문에 제대로 압박이 안될테니 조심해야겠다라든가

혹시나 경사로를 내려갈 때 베드가 뒤집혀 구르진 않겠지라든가 등등

...잠시후에 이어질 긴박할 순간이 떨려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근데 환자를 기다린 지 꽤 지났음에도 별 소식이 없다.

출발지에 연락을 넣었더니

환자가 너무나 비대해서 이제서야 헬기에 실었다는 황당한 답변이 왔다.

김이 좀 빠지긴 했지만 옥상에서 보니 바다랑 병원이 정말 가까워서

(만조 때 태풍이 겹치는 등의 재난 상황 땐 이동네까지 물이 찰수도 있겠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환자를 실은 헬기가 보이고 병원 옥상에 착륙을 했는데

헬기문을 열었을 때 분명 의식이 없이 쓰러져 있어야 할 환자분은...

 

또렷한 의식을 가진 '외국인'이었다.

왼쪽다리가 아프니 조심해서 내려달라고 요청하는등..

달리는 베드위에서의 긴급한 CPR같은 건 없었던 거다

아...

암튼..

ER 때 교수님과의 토론수업중에 우리나라 응급구조시스템에서 헬기가 사용되는 상황이

정말 택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경우도 그런 경우가 되려나..

남해에서라면 그냥 차를 타고 와도 두시간이면 왔을 텐데

이 외국인 분은 헬기를 타고 대략 두시간 걸려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남해인근에 헬기를 내릴 병원이 없어 여기까지 왔다면

그냥 선박에서 다른 작은 배를 타고 가까운 육지쪽의 병원에서 치료해도 되지 않았을까 등등

이것저것 잡생각이 떠올랐지만

화제의 촛점은 금새 '어머, 외국인 환자'로 변했다 ㅎㅎ

처음에 국적이나 여타 정보가 제대로 확인 안됐을 때도 검체용기등에 '외국인'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나중에 인적사항이 확인된 후에도 ER내에서 사람들사이에 통칭되던 이름은 여전히 '외국인' ㅎㅎ

 

아무튼

헬리콥터도 타보고 좋았겠어요

헬기 한번 띄우는데 수백만원은 든다던데

게다가 민간인이 대체 무슨 일로 그걸 타볼수 있겠나요

진심 부러웠다구요 외국인 아저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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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