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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기타 등등

2016. 6. 16. 00:38 from ETOCETORA

대학교 1학년 때 선배 결혼식으로 목포에 갔다가 함께 결혼식 참석하러 갔던 고교지역동문 언니랑 해남까지 걸어가는 걸 해보기로 했다. 이 언니로 말할 것 같으면 그전에도 주말에 어딘가 나간다는 걸 우연히 보고는 덩달아 따라나섰다가 도봉산을 통굽신고 올라가는 짓을 하게끔 했던 사람인데, 결혼식 끝나자마자 갑자기 해남땅끝마을까지 걸어가보겠다고 하니 난 또 그게 재밌어 보여서 또 따라가게된 거였다.

 

목포 해안도로를 지나서 영산강하구둑이었나 뭐 이상한 방조제 같은 것도 지나고 그렇게 밤새, 오래 걷기위한 아무런 준비(신발,가방,물,간식...?)도 없이 오히려 결혼식이라고 세미정장 정도로 차려입고 있었던 거 같은데, 그렇게 대책없이 국도를 걷다가 한참 깜깜해졌을 시간쯤에는 차타고 지나가던 지역주민 아저씨가 우리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근처에 숙박업소를 잡아줘서 거기서 좀 자다가 다시 걷고 하면서 진짜 끝까지 걸어서 가긴 했다.

 

2월에 은총이 낳고 거의 처음인것 같지만 한 3일정도 나혼자 여행갈 시간을 갖기로 해서 그래서 어디로 갈까 하다가 해남 유선관에 가보기로 했다.

대학원 다닐 때 어떤 선배가 대학 때 했던 기억나는 일 중에 하나 '전라도 음식 기행'하러 간거였다고

난 정말 그런 컨셉의 여행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러니깐 음식이 거기서 거기지 특별히 더 맛있을게 뭐 있을까 싶어서

굳이 음식을 위한 여행이란 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듣고보니 근사해서 나도 한번 해봐야지 생각은 했던 중이었다.

유선관에 가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은 벌교에 가서 꼬막을 먹고 다음날은 하동에 가서 재첩국을 먹어야지

이런 간략한 계획으로 내려갔었다.

 

 

유선관 들어가는 길은 가본사람은 알겠지만 매표소에서부터 절 입구 앞의 여관까지가 거의 걸어서 40분정도는 걸리는데

매표소라고 해도 유선관 예약된 사람은 그냥 지나갈 수 있다. 거기 담당자가 여관 예약명단을 갖고 있어서.

 

매표소 지나 산속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던 시간이 이미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는 이미 호랑이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호랑이라도, 아니면 멧돼지라도, 아니면 무슨 구미호이라도 튀어나올것 같은 깊은 산에 들어온 분위기라서 어서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불안한 마음과 이왕 산에 온김에 몸도 마음도 힐링돼야 한다는 강박심리와 이 모든 걸로 분주한 내 마음 자체가 우습기도 한 그런 복잡한 심경이 수십차례 마음을 휘저어놓았다. 그래서 절에서 나오는 사람들 만나는 게 그렇게 반가울수 없기도 했고.

 

유선관은,, 다른 친구들은 여관이 그냥 여관이지 뭐 했지만

난 우리나라 여관 혹은 여인숙 문화가 어땠는지는 책이나 영화에서밖에 모르니깐

거기서 밥도 먹고 하룻밤도 자고 하면서 어떤건지 한번 겪어보고 싶어서 갔던 거였다.

저녁밥 먹고 나면 정말 할일이 없는데, 밤에 절에라도 가야지 미리 맘먹었는데 밤에는 절 출입이 안되는 듯했다.

주변에 완전 산이라서 어디 산책할데도 없고.

한옥의 허술한 문고리로 문 잠글수 있나 숟가락이라도 끼워놔야되나 걱정스러웠는데, 여닫이 문이 열려나가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문고리가 있어서 일단 문고리를 걸고 나면 방문을 심하게 흔들거나 아니면 발로 방문을 걷어차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는한 밖에서 문을 조용히 여는 건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화장실이 집밖에 따로 있어서 밤에 나가다보면 이 오래된 여관, 깊은 산속에는 정말 귀신이 살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무서운데, 그래선지 화장실에보면 가져다쓰라고 '요강'도 있었다 대박.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절 구경하고 밥 먹고 나와서 벌교에 가서 맛없는 꼬막 정식을 먹었다.

꼬막을 왜 이상한 꼬치나, 탕수육 같은 걸로 만드는지 정말 이해가 안된다.

꼬막을 저런 이상한 조리법으로 포장해야지만 먹을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안먹는게 나을거 같다.

꼬막은 그대로 살짝 데쳐서 먹거나 무침을 하거나 하는게 가장 맛있는거 같다.

육즙이 다빠져나가는 조리법은 무슨 고무씹는 것도 아니고

누가 벌교지역꼬막중앙회에 꼬막의 정체성을 잊지말라고 투서라도 넣어줘야 될거 같다.

이건 정말 아니라고

 

순천에서 기차를 타고 하동 넘어가는데,

부산 살 때부터 타보고 싶던 목포행 열차, 이제는 순천까지 밖에 운행하지 않는 다는 그 열차에는

아마도 '내일로 패스'로 주말,, 부산으로 놀러 가는 걸로 추정되는 혹은 부산에서 놀러왔다가 돌아가는 걸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다.

전라도하고 경상도가 이렇게 가까운데 왜 억양이 이렇게 다를까 싶었는데 열차타고 지나가는 중에보니 역과 역 사이의 지형이 꽤 험했다. 그리고 순천에서부터 갑자기 경상도 억양이 들리는 것도 신기하긴 했다.

서울에 있을 때는 사실 잘 못느끼는데..

 

밤에 하동시내, 아니 읍내를 돌아다니다 변두리지역에서 겨우 재첩국 하는 식당 찾아서 한그릇 먹고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또 재첩국 먹으려고 터미널 주변 읍내 중심가를 돌아다녀보는데

정말,,, 재첩국 먹기가 너무 어려웠다.

특정 시간 이후에, 어느정도의 인원수를 채운채로 식당을 가야지 먹을 수 있는 듯한 식당이 많았고

주변에 어디서 먹을수 있느냐 물어봐도 시내에 파는데가 있긴하느냐고 되묻는 경우도 있고

즉, 정작 하동에서는 재첩국을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 거 같았다.

그래서 생각해보기로, 한국에 재첩은 이미 씨가 말랐고

전부 어디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걸로 가공식품 만들어서 끓여서 파는게 아닌가..

그러니깐 하동사람들도 진작에 재첩따위 가짜라고 안 믿고 안먹어서 시내에도 가게가 없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옛날에 엄마가 하동에서 사온 재첩국 먹으며 좋아했던 것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거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동가서 재첩국 먹는 것 비추다 정말. 음식을 믿을수도 없고 음식 찾는 것도 힘들다.

 

 

목적으로 했던 음식은 유선관에서의 평이한 전라도식 밑반찬 집밥같은 식단 2회 빼고는 별로였지만

해남,벌교,하동까지 갔던 여정은 꽤 좋은 느낌이었다.

다음에는 벌교에 있던 보성여관에서도 한번 묵어봐야지.

 

 

 

 

 

원래는 이렇게만 써야지 생각하면서 돌아다녔는데

얼마전에 흑산도 학부모 윤간사건을 접하고 나니 이렇게 간략한 여행기로 접으면 안될 거 같다.

사실 내가 다닌것처럼 저러고 다니는 건 정말 위험한 거다.

 

밤에 여자애들 둘이 거기가어디라고 국도변을 따라걷는 짓을 하며

모르는 아저씨가 재워준다고 차에 타라고 타서는 아무리 숙박업소 잡아줬다해도

지역 인신매매범 중개업소라도 되면 어쩌려고 거기서 맘놓고 잠을 잤으며

해가 지기 시작하는데 절까지 40분이나 산속길을 걸어들어가면서는

호랑이나 귀신을 생각하며 무서워할 게 아니라 사람만날 걸 무서워했어야 하는 거다.

예약자 명단으로 나 혼자 여관가고 있는 걸 아는 매표소 쪽 사람 중 누군가가

자동차로 미리 와서 혼자 산길 걷고 있는 여자한테 무슨짓이라도 할 수 있는 거였고

밤에 여관에서 잘 때도 옆방에 누군가 묵고 있는 기척이 있으니 안심할게 아니라

거기 여관이나 매표소 사람들 모두 나혼자 묵고 있는거 다 알고 있는데

문고리에 숟가락 채우고 방에 요강들여놓고 미리 파출소번호 확보해두고

그러고 잤어야 하는게 맞다.

 

 

전에 2010년쯤인가 여름에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1주일간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을 땐

그냥 일반 가정집인데 휴가기간엔 피서객들한테 별장처럼 빌려주기도 하는 집에서

혼자 숙식을 하며 낮에는 근무를 했었다.

그때 그집에 창문을 잠글 수 있게 돼 있지 않아서 첨엔 완전 식겁했는데

며칠 지내다 보니 미리 얘기들은대로 아무일도 없어서 그냥 저냥 지냈는데

 

그렇게 창문도 안 잠그고 문도 안 잠그고

누가 마을에 들면 누가 들었는지 마을 사람 전부다 알고

그런게 시골사람들 평소 생활하는 모습일수는 있지만

 

무슨 문제가 일단 터지면 항상 크게 문제가 터지니깐 조심을 하는게 맞는 거 같다.

 

 

지역에서 원래 해오던 가닥이 있고 살아오면서 생긴 헤게모니도 있고 해서, 잘못을 해도 잘못한 줄도 모르는

파렴치함이나 무분별함은

도시사람들의 익명성에서 나오는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끼..가 그런 내용이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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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발라

2016. 5. 16. 01:38 from ETOCETORA

 

 

 

예전에 나는 가수다 시작하던 즈음에는

노래로 감동을 점점 더 짜내야 한다는 그런 부분이 결국 좀 문제가 된거 같은데 

요즘 복면가왕이나 노래경연프로 등을 많이 하다보니

마치 발성이나 노래하는 방법에 등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전문가라도된거 같다

두성이 어쩌고 저쩌고하는 얘기를 포털 검색하면서 본것 까진 그렇다치더라도

얼마전에는, 명치에 힘을 주고 노래를 하는 락커스타일,,,이라든가 뭐 그런 말까지 방송에서 하는 걸 보니깐

아...  지친다.

 

무슨 말이냐면..

노래를 잘한다는 것에 대해 그런 기교적인 면에 대해서만 설왕설래 하다보니

마치 노래를 잘하는 건 열심히 훈련해서 기술...이 느는 것일 뿐인듯한 그런 기분이 든다고

 

아 그래서 기술적으로 훌륭하면 박수를 쳐줘야 되는 건가

열심히 노력하는 멋.진. 모습이라고 뭐 그렇게 생각해줘야 되나

 

예능프로 하나 보는데도  열심히 노력해서 달인이 되자 처럼 생각해야 하나보다.. 싶어서 지친다고.

 

물론 노래를 발성 기술적인 면으로 평가하는 말들을 흔해지면서

'그래? 그렇다면 나도 노래 한번 좀 제대로 배워볼까'하는 사람들이 요즘 더 생기기도 한거같다.

 

 

 

 

 

 

하지만 내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냥 들어서 마음이 흔들리는 목소리가 있고, 그런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좋다고.

 

아는 거 하나 없으니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뭐,,,

재능과 인기를 타고난 사람들이 아무노력없이 그 상태로 아름다운 그쪽이 더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은건가

 

 

 

 

 

 

 

 

 

 

 

 

시경옵빠 (풉!이라고 해도 시경오빠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든다 ㅋㅋ) 가

위에 언급한 '노래를 못한다'느니 '노력을 안한다'느니 '기술적으로 별로다'와 같은 범주에 속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에 언뜻 '성시경, 노래를 그닥 잘하지는 않지' 와 같은 내용의 글을 어디선가 본적도 있는 거 같다.

 

 

물론 그런 말따위는 나한테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데

누가 뭐라건간에 시경옵빠 목소리는 정말로 멋지니깐

그건 정말 고유한 거고 그것만이 중요한거니깐.

 

 

그냥 타고난 목소리로 사람들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데

굳이 노력까지 하고 기를 쓰고 더 더 잘하려고 하고 막 그러(려나?) 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옛날에 놈놈놈을 친구랑 같이 보고 나오면서

주인공 이병헌에 대해 완전 대단하다고, 몸만드느라 진짜 고생했을 것 같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한 후,

또다른 주인공 정우성에 대해서는, 쫌만 노력해서 몸 좀 다듬으면 더 멋있었을 건데,사람 참 게으르다면서

그래도 정우성 아니면 누가 그 역을 하겠냐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도 어울린다고,,  정우성 멋있다고 시시덕거렸다.

 

 

굳이 애를 쓰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는 것.

그런 느낌인 거다.

(어디에선가 '우우우~'바이브레이션 넣는걸 봤는데 너무 어설퍼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노력하고 애를 써서 이뤄내는 것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땀방울의 결실을 지켜볼 때는 한편으론 나태한 나를 채찍질 해야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든다.

하지만 그대로 있어도 아름다운 사람에 대해서는

마치 봄에 꽃이 피어난 모습이 아름다워서 바라볼 때 느끼는 것 같은

그런 편안한 기쁨이 있는 거라고.

 

 

 

 

 

여자들 넋놓고 바라보게 하는 시경옵빠의 노래하는 모습은 참 많은 걸 가능하게 한다.

그 중 하나가 마녀사냥.. 요즘도 방송하나?

성시경의 섹드립..이 오히려 호감도를 상승시킨 이유는 뭐,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내남자가 침대위에서 하는 말'이라고 받아들여서,,,,,?

그에비해 아무나의 그런 섹드립은 성희롱으로 생각할듯.

 

 

히트곡들 너무너무 많지만 노래 대부분이 청승맞고 호구짓하는 발라드의 장르 특유적인 내용인데

자기노래와 표리 일치하게 방송에서는 또 '쿨병 걸린 사람들 이해안된다' 와 같이 말하는 모습도 좋다.

참 별볼일 없는 외모로 쿨한 척 하는 사람들 너무 많은데

그에 비해 뒤끝 있다는 사실에 당당하고, 그렇게 감정적으로 책임감(ㅋㅋ)있는 모습에도 호감도 상승!!

 

 

시경옵빠의 비주얼은 사실 90프로가 머리빨로 외모는 참 평범한 축에 속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시경의 정체성이 마치 외모에라도 있는 것인양

시경옵빠와 닮았음을 강조하는 프로필 사진을 올려두고 있는 남자들을 보면

머리빨 걷어내라고, 성시경의 오리지날리티는 목소리에서 시작된 거라고 볼때마다 꼭꼭 말해주고 싶어진다.

그런 사람들 정말 너무 많았던 거 같다.

학생때부터 한해한해 다른 풀의 사람들을 접하게 될 때마다 꼭 한두명씩은 끼어있었다.

혐... ㅋ

 

 

 

 

 

 

 

 

 

이제 곧 여름인데 성시경 노래는 딱 여름에만 별로인거 같다.

가을부터 시작해서 봄까지 내내 들어도 언제나 좋은데

여름에만 별로다.

더워지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더 열심히 들어야지

 

 

 

 

 

 

 

 

 

 

 

 

 

이 솔로특집 ㅋ 영상에 나오는대로 시경옵빠는 남자들에게도 인기만점인데

남자한테 인기있는 남자는 정말 괜찮은 남자라는 뜻.

 

 

 

...

 

여성동지들 그만 흔들고 이제 결혼하세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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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한국에서 태어난 사자

2016. 4. 16. 14:53 from ETOCETORA

저번달 주말에 은총이가 좋아하는 동물원 나들이를 갔었다.

사자도 보고 호랑이도 보고 기린도 보고 원숭이도 보고 코끼리도 보고 그러려고 서울대공원에 갔는데

우연히 서울대공원 동물들 이사가는 걸 구경하게 됐다.

 

서울대공원에 사자 개체수가 너무 많아서 숫사자 9마리를 두바이에 새로짓는 동물원으로 보낸다고

 

며칠전에 vj 특공대에서 또 이 이사과정에 대한 방송을 하는 걸 보면서 다시 검색해봤더니

이번에 두바이로 간 숫사자 9마리는 모두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줄곧 여기서 살았으며

무리의 우두머리로 가장 나이가 많은 '스카'는 2006년생이라고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던 2006년 무렵에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굉장히 자주 갔었다, 한달에 한두번쯤.

가면 물론 꼭 동물원 거의 가장 높은 곳에 있던 인공포육실에 가서 호랑이나 사자 아기들을 보고 오곤 했는데

2006년 생 아기스카를 그무렵 분명 봤을 것이다.

'아기 사자 커엽네'하며

 

 

 

 

동물원은 애증의 공간이다.

좀만 머리커졌다 하면 동물원의 존재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거고 나도 그랬는데

한참 그렇게 괴로워하며 동물원에 갈까 말까 하는 마음으로 갈등하던 것이

소설 속 파이의 동물원변론(안정된 먹이공급과 변함없이 유지되는 자기 영역)을 듣고서야 좀 진정이 돼서

어쨌든 이미 존재하는 곳,, 사람들이 많이 봐줘야 거주환경이라도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주 가서 보는 쪽이 되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왕 동물을 가둬놓고 필요할 때 보기로 한거라면 깊은 관심을 보이면 좋겠다.

옛날에 일본어느동물원이 망하면서 서울대공원으로 코끼리,, 사쿠라라는 녀석을 보냈는데

그무렵 텔레비전에서 보기로..

그 동물원이 있던 지역의 시민들,아저씨나 어린이들이 코끼리 떠나는것에 대해서 배웅의 인사를,,

사쿠라 라고 이름을 불러주며 하는게 정말 낯설고 또 신기했었다.

진짜로 이름을 아는 건가?방송용으로 한번 불러본걸까.. 그렇다 해도.

얼마전에는 또 일본, 어느 동물원에서 하마가 30년동안 살다가 죽은 것에 대해 시민들의 추모인터뷰가 나왔는데

일본에서 태어나 줄곧 여기 동물원에 갇혀 있다가 죽은 동물의 사연을 되새기면서 애도하는 모습이

여전히 동물원에 대한 태도를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나에게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줬다

 

동물원에 자주 갈뿐아니라, 그 동물들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여기왔고 어떤 이름으로불리고, 어떤 사연이 있을 것이고

이렇게 관심을 꾸준히 그리고 깊이 가져줘야 하는 거구나 하는.

 

물론 그런다고 해서 동물이랑 내가 어떤 실질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 실제로 실질적으로 동물원이 동물이 나아지는 건 없을지도 모르지만

 

태도의 차이가 마음 자세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그런 변화가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퍼지면

동물들에게 정말 좋은 게 뭔지, 동물원이 꼭 필요한 건지..

그때쯤 가면 좀 더 나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가 싶다.

 

그러니까 결국 내가 아니라 우리 은총이 이야기다.

 

 

 

애랑 어떻게 놀아야 될까, 놀아줘야 될까 하는 고민의 출구로 동물원을 선택하는 부모들은 참 많은데

그래서 아직 아기인 동물들을 어린이들 품에 안겨주며 마찬가지로 아기인 동물이 받을 스트레스와 감염 위험은 신경도 안쓰고

그저 우리 아기의 잠깐의 즐거움과 현장경험 늘린 것에 대한 만족만 얻고 돌아가는

그런 행태가 정말 너무너무 흔한 거 같다.

동물 팔아 장사하는 입장에서야 사람들이 만져서 약해진 동물들은 수익내고 버리면 되는 거니깐

그렇게 어린이들의 손이 동물들을 학대하는데도

그걸 어린이 본인도, 부모인 어른들도 신경 안쓴다는 건 정말 말도안된다.

 

한번 보고 지나칠 동물이 죽는 거랑, 내가 아는 누구가 죽는 다는 건 정말 다른 의미니깐

그래서 이왕 동물원 데려가기로 결심했다면

깊이 알게 해주는게 정말로 중요한 거 같다.

 

은총이의 말하는 강아지 장난감은 사촌언니한테 떼써서 뺏어온거라 처음부터 낡아있었는데

한 1년쯤 좋아하며 갖고 다니다보니 결국 다리 한쪽이 삐걱대서 고장나버렸고

그와중에 내부가 기계라 세탁도 할 수 없어서 더러워지고만 있는 정말 처치곤란이었는데

하루는 은총이가 장난감 가게에서 새 강아지 봉제인형을 사달라고,

집에있는 멍멍이는 다리가 망가졌으니깐 새거 사달라고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서야

망가진 강아지 장난감 내부의 기계를 다 뜯어내고 내부를 솜으로 채워서 다시 튼튼한 강아지 봉제인형으로 변신시켜 줬다.

 

분해해보니 털 원단도 싸구려고 마감도 조잡해서 이런 중국산 장난감 우리애가 더이상 갖고 놀게하긴 싫었지만

그래도 분명히 1년이나 좋아하고 정이 들었던 장난감인데 다리가 망가졌다고 다른 멍멍이로 바꿔버린다거나 하는

그런 태도를 우리은총이가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건 정말 끔직했기 때문에

그래서 다시 봉제인형으로 개조해서 돌려준거다.

튼튼해져서 돌아온 멍멍이를 은총이는 다시 좋아하고 있다. 다른 멍멍이 사달라고 하지도 않고.

 

 

앞으로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가도 그냥 아이에게 경험만을 주는게 아니라 가능한 관계 맺게끔 그렇게 노력을 할것이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연간 회원권 정도는 끊어줘야...ㅎㅎ

 

 

 

 

 

 

 

 

두바이로 간 스카와 다른 숫사자들의 사연.. 그러니깐

한국의 동물원에서 태어나 10년이나 여기서 지내며 서울시민들의 주말을 함께해준 사자가

사막의 동물원으로 마취총까지 맞고서야 기절한채로 겨우 상자에 실려 떠나갔는데

여기 한국은 사자가 떠나든가 말든가 신경도 쓰지 않네..

 

이런 내러티브를 내가 분명 어디서 봤는데,, 어디서 본거지...도무지 기억을 못해내고 한 이틀 고민하다가

겨우 떠올랐다.

 

boro의 '오사카에서 태어난 여자'

 

 

 

 

 

고등학생때 한창 일본노래로 일본어 공부하던 시절

당시 일본의 hot한 유행가들보다도 이런 아재스런 노래들이 더 좋았던 건 아마도 내가 공부를 위해 '가사'를 들으려다보니

가사좋은 80년대 노래가 좋았던 거지 결코 내 취향이 아재스러운 건 아닐것이다.

서던 올스타즈, 차게 아스카, 드림즈 컴 트루 등은 한국에서도 유명하다보니 대학이후에도 계속 찾아들어서 알았는데

boro 이분은 한국에서 그닥 인지도가 없다보니 그동안 완전 잊혀져 있었던 거다.

 

 

 

아무튼 아기사자는 떠나가버렸고

난 내 고교시절을 함께한 아재스런 노래를 되찾았다

 

언젠간 나도 두바이 사파리에 꼭 가볼테니깐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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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가...

2016. 2. 12. 02:49 from ETOCETORA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에 대해 '진심을 담아' 운운할 때마다...

'진심'을 표현하겠다는 말 자체는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 '진짜'처럼 보이도록 하겠다는 뜻에 본인 의지를 좀 장식해서 말한 것에 지나지 않아서

그래서 '진심'이라는 수식어가 정말 상투적인 말이 돼버리긴 했구나 생각했다.

 

그에비해 전에 강동원이 어디 인터뷰에서 연기를 할 때는 그 배역에 대해 '상상'을 한다 했고

얼마전에 류준열 어디 인터뷰에서는 연기를 할 때 주변에 그 배역같은 사람을 '관찰'을 한다 했다.

 

상관격 강동원이 상상으로 표현에 집중한다는 사실과 인수격 류준열이 관찰로 수용에 집중한다는 사실에

무릎을 쳤다고.

와... 하필이면 딱 사주 생긴 모양대로 행동을 해서 사람 마음 설레게 하나 라고.

 

 

 

사주에 대해 얘기를 하는 건 참 조심스러운데

그래서 남앞에서는 사주를 봐주겠다느니 당신 사주가 어떻다느니 그런말은 왠만해선 안한다.

어차피 그러려고 배운것도 아니고 이건 결국 개인 믿음의 문제고

난 그냥 내 필요에 맞춰 쓸만한 걸 쓰겠다는 쪽이라서.

 

 

비슷하게 혈액형 얘기가 있는데

혈액형성격론에 대해서 바넘 효과인가 하는

'보편적 심리특성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경향' 같은 그런 현상의 결과일 뿐이라고

그렇게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만들어진 재료_항원&항체_가 다르니 성격에 차이가 있는 것도 당연한거죠'라고 말씀하시던

학부 때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님이라든가

'혈액형에 따라 성격에 차이가 좀 있기는 한거 같은 걸 보니 혈액형 결정 유전자와 성격관련유전자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말씀하시던 고등학교 때 생물선생님 같은 분들도 있는 것이다.

 

결국 자기가 어떤 신념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인것이다.

 

혈액형 성격론이 바넘 효과로 인한 자기암시일수도 있지만

우성론에서 시작됐다는 태생적인 약점을 가진 이 성격론이

실은 정말로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적인 면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바넘효과라는 말에 의해 '물리쳐'져 버린 것 외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성을 100프로 부정할 만한 근거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바넘효과라는 심리론을 근거로 혈액형 성격론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어떤 '가능성'을 어떤 심리학 이론의 훈수에 맞춰 그냥 '버린'거라고도 할 수있다.

발견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만 얻을 수 있는 결과인데 그걸 그냥 버린셈이다.

 

사주같은 운명론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얘기할 수 있는데

믿기 싫은 사람들은 믿지 말라지,

그래도 나라의 지도층들이 수백년 넘게 비밀스레 이용하고 조심스레 이론을 닦아온 이 운명방정식을

'근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던져버리는 것 같은 우를 나는 결코 범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의 식자층들도 평소에는 성리학같은 이성적 논리적인 학문을 하지만

정계에 나가야 되거나 하는 등의 일신의 변동에 있어서는 명리학,

즉 사주나 주역같은 占의 의견을 빌렸다고 하는데

그런 정도로 활용하는 것 까지가 딱 적당한 것 같다.

전에 책에서 본대로 말하자면

결정에 있어서는 사리판단의 사판과 이판, 이성적 판단과 직관적인 판단의 조화가 필요하며,,,,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는 예측 가능한 것들에 대한 계산적, 이성적인 판단이 위주이지만

그것만으로 확신할 수 없는 어떤 중요한 결정, 과연 나설 때인지 물러설 때인지와 같은 것에 대해서는

내 머리만이 아닌 직관적인 어떤 것에도 절반쯤은 몸을 기대볼만하다고 생각한다고.

인간은 불완전 하니깐, 논리와 이성만을 100프로 신뢰하진 못하겠고

그래서 사주를 본다.

 

 

 

한국에서 사주와 같은 운명학의 위상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뜻밖에 병원에서 명리학의 위세를 느끼고 조금 놀랐다.

그러니깐 분만을 앞두고,, 나만해도 당연히 예정일 주변의 일주를 통해 태어날 아기의 사주를 예상해 보기도 했고

실제 진통이 온 날짜에는 또 시간을 봐가면서 머릿속에선 계속 아기의 사주를 그리고 있었다.

진통끝에 눈앞이 노래질 때가 돼서야 아기를 낳는 다는 말도 있지만

그런건 잘 모르겠고 그냥 분만 직전까지도 머릿속에서는 다음 시간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걸 의식하고 있었다고.

나만 그런건 당연히 아니고 제왕절개처럼 출생일과 시간을 정할 수 있는 경우의 산모들을 수술실로 이동시킬 때도

지금 들어가면 몇시까지는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거죠?

오전중에는 낳을 수 있는 거죠?

와 같이 출생시간에 대해 산모들이 굉장히 민감해 했다.

그녀들은 진통이 오고 수술과 같은 대부분 난생 처음 겪는 큰일을 앞두고도 태어날 아기의 사주를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어디 철학원에 가서 받아온 날짜대로 수술일을 정했을 것이고

그 날중에도 몇시 몇시 사이에 낳으라는 얘기를 듣고 수술시간도 정했겠지

물론 병원에서 산모가 원하는 그 시간에 딱 맞춰지기는 힘들다.

그래서 보통 병원에서도 '시간은 힘들지는 날짜는 원하시는 대로 해줄테니 분만일 받아오세요'와 같이 말한다.

 

뭐 엄청 대단한 사주를 가진 애를 낳겠다고 그렇게들 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그게 또 부모 입장이 되면, 평소에 자기 믿음체계에 속하지 않던 어떤 부분들도 갑자기 중요해지기도 하나보다.

역사속의 사육신 성三問은 할아버지가 태중 아기의 수명이 짧을걸 예상하고

기어코 그 짧은 수명을 벗어나게 하려고 애를 늦게 더 늦게 태어나게 하려했지만 결국 애가 밀려나왔다는 야사도 있는 것처럼,,

 

 

 

은총이는 식상국을 이루고 홍염살에 도화살까지 있는 사주를 타고 났는데

조선시대라면 딴따라,,, 혹은 기생팔자 라고 불리게 될만한 그런 살들을 깔고 있어서 생각할수록 걱정이된다.

애가 공부도 안하고 어려서부터 막 빗나가고 그러면 어떡하나 뭐 이런 엄마스런 걱정인데

나와는 애초에 사주 모양자체도 너무 다르고

평소에 이미 이런식의 사주를 가진 사람들과는 서로 이해못하겠지라고 지레 짐작하며 한편으론 편견이 있기도 해서

그래서 더 어찌할바를 몰라했던 것이다.

당장 하라는 거 싫다고 벌써 자기 주장 내세우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결정도 쉬운일은 아니다

책에서는 자기들 말이 옳다고 이것저것 방법을 제시하는데

결국 자기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게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는 또 역시 사주라는 도구가 어느정도는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

도움이 된다 안된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난 이용하겠어.

 

 

 

내가 다른 많은 사람들의 생일을 보고 그걸로 사주를 헤아려 볼 때마다

그사람들이 어떻게들 행동하고 생각하고 그리고 이런 시기에는 나빴고 좋았고를 보면서

은총이가 어떻겠구나 어떻게 애를 끌어나가야 겠구나 하고 얼마나 계속 생각하는지 모르겠지 졍아

혹시 사주모양 다른대로 나랑 너무 다른 사람이 될까봐 그것도 정말 마음이 쓰이고

그래도 내가 미리 알고 있으니깐 더 이해하고 답답하지 않은 엄마가 돼야지 하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어.

인수가 멀리 있어서 계속 엄마가 그리울 사주구나 싶어서 마음이 짠하기도 하지만

조후로는 크게 도움이 되니깐 그래도 애한테는 멀게나마 꽤 도움이 되는 엄마가 되겠지 하는 기대도 하고.

진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

마음은 그래도 이리 애틋했다며  미리 떡밥 뿌려두는 것 좀 보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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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2015. 12. 19. 18:33 from ETOCETORA

 

 

 

 

1988년은

서울출장가는 아빠한테 만화잡지 보물섬 광고에서 본 내키만한 호돌이인형을 사달라고 해뒀으나

아빠가 전혀 신경도 안쓰고 안사갖고 와선 엉뚱한 변명이나 해서

섭섭한 맘에 최소 며칠간은 삐뚤어지게 굴었던 해일 것이다.

올림픽이 열렸다곤 하나 그건 '서울' 올림픽이었고 어쨌든 어린이한테는 올림픽같은건 사실 별로 중요한 사건은 아니었다.

 

대학1학년 때부터 같은 동아리를 하면서 오래 알고 지내는 친구는 집이 경기도 어딘가였고 

대학교를 서울로 오면서는 쌍문동에 있는 경기학사에서 지냈었다.

걔가 누군가에게 사는 곳을 말할 때, '쌍문동이요' 라고 말하는 모습은

일일드라마속 서울아줌마들이 전화받으면서 '네, 효자동입니다' 라는식으로 동이름을 말하던 모습들과 겹쳐지면서

한편으론 '경상도 사람들은 쌍시옷 발음을 못해'라는 편견에 대한 반발심으로

꼭 '쌍'문동이라고 살짝 되뇌이곤 했다. 걔가 '쌍문동이요'라고 말할 때마다 .

 

전에 풀모 돌 때 처음 오리엔테이션 받느라고 풀모 2년차 선생님 쫓아다니면서 헥헥대고 있는데,

문득 사는 곳을 묻더니, 자기는 원래 '쌍문동에 살았다'며 '고길동네 집이 있던 동네'라는 말을 덧붙였는데

그때는 둘리배경이 쌍문동인줄도 모르고 그래서 둘리의 빙하가 저~기 한강이 아니라 아마도 중랑천으로 떠내려왔을 거라는

(말도안되는) 사실도 전혀 모르는 때였지만

그런 내용을 덧붙여서 자기신상을 얘기하는걸 듣고있자니 갑자기 그 사람 자체가 너무 재밌어 보여서

그래서 그후로는 이것저것 편하게 물어보면서 잘 지냈다

...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이런 필살기 같은 자기소개가 있으면 참 좋을 거 같다.

 

 

 

1988...

80년대라니 참 많이도 우려먹었을 구린 시절이라고

정말 이 시리즈는 더는 안볼거라고 진작 생각했지만

포털 뉴스를 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드라마 스토리에 노출되고..

그래서 네이버캐스트로 어찌어찌 주요장면만 계속 봐오다가

어느날 우연찮게 당직이 여유롭던 날에 결국 티빙 결제하고 그때부터 다보고 있다.

 

90년대 응답시리즈랑은 달리 80년대는 분명 life style이 달랐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춰서

정이 넘치던 이웃사촌 얘기가 나오니깐 그건 그대로 좋은 거 같다.

근데 이웃끼리 오손도손 잘 지내던 얘기를 보다보면.. 참 ,, 좋은 의미로,,,인지 뭐 그냥 죽어버리고 싶어짐.

 

나도 어릴 때 골목을 끼고 살았고 골목안에 애들끼리 서로 언제부터 알았는지 모르게 자연스레 친구로들 지냈었는데

그게 4학년 때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사라졌다.

물론 그당시 아파트는 아파트 단지도 자그마했기 때문에

거기서는 거기나름대로 또 쉽게 어울리는 또래가 금세 생기긴 했으니

골목길 시절만은 못하지만 요즘의 아파트 단지안에서 어린이들이 간신히 얻는 공간과 인맥의 지분과는 비교안되게 좋았긴하지

하지만 대학생이 돼서 서울로 오고, 나만의 공간이 생기고,

그때부터 남일에 간섭하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하는게 나의 스타일이고 내 나이대의 자연스런 행동인 줄 알았는데

나만 변한게 아니라 남들도 다들 그렇게 변해가더니

어느샌가 돌이킬 수 없는 모두의 삶의 방식이 돼 있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드라마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한지붕 세가족같은 별스럽지 않은 어떤 장면들을 보다보면

그냥 이대로 더이상 멀리가지 않고 멈춰 버리면 좋겠다는 바람이 든다.

 

 

아무튼 드라마를 볼 때는 과도한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드라마에 기빨리려고 작정한 사람들이 모이는 드갤에 가보면

계속 러브라인에만 정신이 팔려서 다음주에는 분명히 뽀뽀한다, 스킨쉽을 보여달라..고

로맨스 소설이나 야설같은데 나온 뻔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내용을 재현,

그래..  재현하는 걸 줄기차게 요구하며

주인공의 감정선은 이러저러하다며

내 감정도 내가 따라가기 힘든마당에 드라마 캐릭터 감정까지 한땀한땀 따라가려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분명 자기가 캐치하고 싶은 감정선 한땀한땀만큼 더 촘.촘.히. 기를 뺏길것이다.

나도 드라마 보면서 이런짓 많이 해봐서 알지만 그런 건 별로 좋지 않다.

당장 저번주 이번주 가족위주의 조용한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러브라인이 종적을 감추니

드갤에는 분노와 원성으로 도배가 되며 도배하는 노력만큼 에너지가 팍팍 소진되고 있겠지만

난 이번에 러브라인타며 기빨리기보단 시대상을 음미하며 '인생 멈추고 싶어지네'라고 오히려 초연해져서

객관적으로 드갤모니터링이나 하며 여유로울수 있으니 참 좋다.

 

 

 

OST가..

1997때는 정말 막만들어서 그냥 OST 갖다쓰더만

1994 때는 좀 되겠다 싶은 드라마니깐 다들 편곡 잘해서 제대로 좀 올라가보자 애를 쓴 티가 났는데

1988때는 어쨌든 숟가락만 올리면 음원차트에 오르는건 당연지사라 그런지

그냥 원곡그대로 거의 다시 부른 느낌.. 오히려 원곡이 더 나은 곡이 대부분 같다.

 

 

 

 

재밌는게 변진섭 씨 노래 중에 '새들처럼'이란 노래.이곡도 아마 88년도에 나왔을텐데,,,

가사를 보면 회색빌딩 속을 벗어나고파 뭐 이런 내용으로

우리가 그리워하는 이 따뜻한 80년대가 80년대 젊은이들에게는 회색이였구나 싶어서 조금 아이러니하다.

어느 시대에나 외로운 영혼들은 있어서 그런거겠거니 싶기도 하지만

사실 도시경관에 신경쓰지 않고 개발개발을 열심히 하던 그시절의 도시 색깔은

옛날 사회주의 나라들처럼 진짜 회색빛이긴했고

그에비해 현재의 한국 거리는 그때와 비교도 못할만큼 다채롭고 아름답다.

그럼에도 방구석에 들어앉아서 80년대 배경 드라마에 목매고 있어 ㅋ

 

80년대는 거리는 회색빛이어도 대다수 사람들 마음은 해바라기 색깔인 시절이었나보다.

그렇게들 생각하는 거겠지 다들.

 

 

 

 

♬ 불빛없는 거릴 걸으며 헤매이는 너에게 꽃한송이 주고 싶어 들녘

 

이 노래가사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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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2015. 10. 28. 01:04 from ETOCETORA

 

 

 

 

 

 

 

 

수원은 경기도의 도청소재지다.

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사회과목 수업하시다가 경기도 도청소재지에 대해 질문했는데

학생들이 '서울, 인천'등의 특별시 직할시만 들먹이니깐 마침내 분개하시면서 서울이나 인천은 경기도가 아니라며

알고봤더니 선생님이, 수원이 고향이셨다.

아니뭐, 경북도청도 대구광역시에 있고 전남도청소재지도 원래는 광주광역시였다.

도청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가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옛날 경남도청 소재지를 두고 진주와 마산이 경합을 벌이다 결국 창원으로 넘어갔는데

그당시 완전 촌동네였던 창원은 커지고 더 커지다가 결국 마산까지 흡수해버렸으니 도청소재지 위상이 이런정도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오랜 경기도청 소재지였던 수원이 도청소재지로서의 위상을 업고 창원처럼 거대도시가 되지는 않고 있으니,

경기도의 경우는 워낙에 서울에서 넘쳐나온 인구로 인해 위성도시들 위주로 커지니깐 좀 차이가 있는 거 같긴 하다.

 

 

 

 

 

 

 

 

 

 

 

 

 

 

 

처음엔 딱히 기대없이 걸어서 갈만한 거리의 영화관을 목적으로 팔달문, 즉 남문까지 가봤을 뿐인데

그렇게 한번 걸어다녀 보니까 팔달문 안쪽, 그러니깐 화성성곽 안 동네, 정조의 진짜 화성인 사대문 안 동네가 궁금하기도 해서

그래서 주말에 가서 화성 성곽길도 걸어보고 행궁주변도 돌아다니고

화성행궁의 배산말고 임수, 즉 남쪽 하천에 해당하는 복개된 수원천을 따라도 걸어보고

밤에는 행궁 주변에 공방거리도 돌아보고

그러다보니 이동네가 정말 마음에 들어버렸다.

 

 

 

갈만한 곳?

 

길가다가 우연히 본 안내벽화 그림을 보고 따라 걸어가서 알게된 칼국수집.

 

우리엄마가 딱히 음식을 멋스럽게 하는 분도 아니고, 내가 집밥에 목을 매는 스타일도 아닌데

근데 우리엄마가 밥하기 귀찮을 때 미리 반죽해서 냉장고에 숙성시켜둔 밀가루 뜯어가며 쉽게 뚝딱 끓여주시는 수제비

와 똑같은 질감과 맛의 칼국수를 만들어파는 가게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가게가 조미료 안쓰고 정직하게 멸치다시 우려서 육수만들고

밀가루 반죽 숙성시키고 면뽑아서 칼국수 만드는 집이란 걸 순식간에 알수 있었다 .

그후 하루걸러하루 있는 오프 때마다 저녁에 가서 칼국수를 먹었다.

엄마손맛에 대한 그리움 같은건 전혀 없었지만 왠지 감동해서...

 

한달 반 가까이 그렇게 다녔는데

하루는 좀 늦게 간날, 뭔가가 달랐다.. 맛이 좀.. 이상했는데 그러니깐 라면국물에서 느껴지는 조미료맛이..느껴져서

내 생각에는, 내가 너무 늦게 가서 그날 멸치다시물이 다 떨어져서 그냥 조미료넣고 끓여주신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기는 하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가게닫을무렵에 비집고 들어간 내잘못인것도 같다.

 

다른 메뉴는 솔직히 별로다. 칼국수만 못하다.맛이 없는게 아니라 평범하다.

음식 장인이라기보다는 꾀부리지 않고 칼국수를 만드는 분 같아서

딱히 음식센스가 있으신거 같진 않고....ㅎㅎ

(국물맛도 자꾸 먹다보니 우리엄마표 수제비보다는 덜 깔끔하다 멸치다시 우리는 과정의 문제인듯 )

 

그냥 칼국수면이 맛있고, 칼국수 국물이 맛있는 집이다.

이것저것 꾸미지 않고 그냥 정말 매일 먹는 밥같은 칼국수다.

 

가게가 주도로 안쪽에 숨어 있어서 장사가 썩 잘되지는 않는게 볼때마다 영 아쉽고

그래서 수원 칼국수 맛집 '성.일. 칼국수'라고 이렇게 글을 써두면 어디선가 검색이 되지 않을까...

아저씨가 날 알아채는게 아닌가 하는 괜한 자의식 과잉으로 쩜,쩜, 소심하게 써둠.

 

 

 

 

행궁 옆 공방거리에 찻집 단오

이런 종류 길 다니면서, 이런 종류 느낌의 가게는 너무 흔하게 봐서 역시나 기대 안했는데

차와 음료에 가격만큼의 영혼이 있는 가게 같아서 계속 가고 싶어진다.

가격얘기를 제일 먼저 했는데, 정말 프랜차이즈 커피가게를 내돈내는게 아닌채로 어쩌다 끌려갈 때보면 항상 한숨이 나온다.

티백하나 컵에 던져넣고 뜨거운 물 부은거 받아마시려고 굳이 여기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밥값보다 비싼 찻값 운운 고리타분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지만

그냥 뭔가 취향도 없고 영혼도 없이 빨대만 꽂는 곳 같아서

난 그냥 집에가서 현미녹차나 끓여마셔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어진다고.

 

꼭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 앞서 말한 이런 종류 '느낌 있는 찻집들'

빈티지 스타일로 가게는 잘 꾸며두는데 역시 영혼없는 컨텐츠,, 메뉴를 시시하게 대충 만들어팔면

결국 스쳐지나가는 아무나 가게로 끝나게 되는 거다.

찻집으로서의 본연에 충실해야 가게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의미가 실리는 거라고

 

쓰고보니 역시 선비같은 소리에 지나지 않지만,, 뭐 난 그렇다.

 

단오메뉴중에 식사메뉴라고 나오는 건 비추. 전통차나 주스 같은 음료 위주 추천. 가게 주전부리 메뉴들 추천.

맛이 없다기 보다는 그저그래서 비추함.

 

 

 

 

화성 장대..라고 하던가

행궁 뒤쪽에 산꼭대기를 말하고, 행궁에서 걸어올라가면 빠른 걸음으로 15분이면 갈 수 있다.

난 정말.,..

수원사람들은 마음내키면 이렇게 쉽게 이렇게 야경이 근사한 곳에 올라와서 술도 한잔 할 수 있고

뭐 그럴 수 있다는게 정말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별로 없는 듯. 밤에는 혼자 올라가면 안됨. 위험하다....

 

 

 

행궁주변동네는...

팔달문 근처가 원래는 수원 번화가였는데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점점 개발이 어려워지고 그래서 낙후되고

지금은 수원에서 제일 못사는 동네가 됐다고 한다.

우리 병원만해도 오원춘 사건이 바로 옆 골목에서 일어났고

얼마전 시체 유기사건도 팔달산 산책로 쪽에서 일어났으니

수원에 유입되는 외지인들.. 3세계 노동자로 추정되는 외지인들에게는 이 낙후된 팔달문 주변이 가장 편한 장소인거고

그래서 그렇게 점점 우범지역화 되는 건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만약 수원에서 살고 싶은 곳을 고르라면 행궁 근처가 역시 가장 좋을 거 같다.

공방거리에 작은 공간을 이용해서 개인 주택 이쁘게 지어놓고 사는 집이 있던데

집주인은 아마도 택시기사님

(밤에 집앞 주차장에 택시 주차돼 있는거 봤음)

참, 괜찮은 동네에 괜찮은 집 짓고 사는 구나 싶어서 지나다닐 때마다 막 부럽부럽 하고있다.

주변에 대형마트가 있고 편의시설이 있고가 살만한 곳의 기준이라고들 하는데

글쎄, 동의할 수 없어

생필품 살수 있는 동네 슈퍼 하나만 있으면, 고양이 살기 좋은 아기자기한 주택가가 좋은 동네지.

(행궁근처에서 건실하게 털결 좋은, 건강해 보이는 고양이들을 많이 봤다.)

 

시차원에서 화성 성곽, 행궁 근처를 재정비 하려고도 하고

동네 주민들도 거리의 관광지화를 노려서 자발적으로 거리를 꾸미려고 노력도 하고 그래서 최근몇년사이에 많이 좋아진듯도 하다.

걸어다니다보면 정말 이상한 점집도 있고 아무튼 신기한 가게들 많다

들어가보고 싶긴 한데

 

 

 

수원천이 복개된것도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나 보다.

10년전 청계천 복개사업 이후 전국적으로 하천 복개 혹은 하천 주변 정비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이 된건지

어딜가도 요즘은 하천주변이 그럴싸하게 조성돼 있으며 그건 수원천도 마찬가지다.

수원천 주변에는 워낙에 수원의 전통시장이 있어서 사람들이 하천 주변으로 많이 다니기도 하고

전에는 하천에서 백로를 봤는데 검색해보니 수원천에는 정말 백로가 사는 모양이다.

먹고사는 거야 뭐  생태하천이라 어찌 어찌 되는 모양이지만 대체 어디서 자는걸까.

 

 

 

 

 

날씨 선선할 때까지는 이렇게 밤낮 짬날 때마다 화성 근처를 기분좋게 돌아다니면서 문득

천년전에 경주 거리를 노닐고 다니던 처용도 결국 혼자 밤마실 다니는데 맛들려서 밖으로 나도니깐 마누라가 바람이 난거구나

뭐 그런 시덥잖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드디어 기온이 꺽였다.

수일내로 독감, 호흡기질환 몰려올듯.

소아과 뜨기 전까지만 제발 좀만 더 아프지말고 버텨주세요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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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투척사건에 대해

2015. 10. 19. 01:07 from ETOCETORA

애들은 몰라서 사고 당하는 일도 많은데 그 중 최근 가장 끔찍햇던 게

집에 전기 콘센트,, 돼지코에 쇠젓가락 집어넣고 화상입고 왔던 애..

직접 보진 않았지만 전날 이알환자 흝어보다가 사진 보고, 향후 계획 듣고 정말 많이 안됐다고 생각했다.

일단 전기화상 자체로  전기가 흘렀을것으로 예측되는 기관(심장 포함)들의 

조직이  한동안 녹아나갈 것이고 그로인한 증상이 얼마나 심할지를 치료하며 관찰해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시적으로 젓가락을 잡은 양손에 삼도 화상을 입어서 오히려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인데

그래서 그걸, 두손을 다 잘라내게 생겼다. 이미 혈액순환안되는 조직이라 썩어들어갈거니깐.

세살 된 여자애다.

당시 보호자가 할머니할아버지도 아니고 젊은 부모가 애보다가 사고가 났다

 

전기화상에 대해 그냥 hydration 을 충분히 해야 된다거나, 심장 합병증 잘 살펴야된다 와같은

개론적인 내용만 대략 배워 알던 상태에서 그냥 뭐 화상이려니 생각하고만 있었는데

앰푸테이션이라니 정말 충격이었다. 엄마아빠의 부주의로

그 어린애가 손이 평생 없는채로 살게 된거다.

 

 

그러면서 윗년차 선생님한테 비슷하게 끔찍한 얘길 들었는데

2,3살 쯤 된 오빠인 아동이, 엄마가 10분쯤 샤워하는 사이에 보행기에 앉아 있던 1살 미만의 자기 동생,,

엄마의 관심을 다 가져가는 미운 동생을 밀어 쓰러뜨리고 쓰러진 동생을 몸으로 꾹 눌러버린 것이다.

이알 도착해서 확인했을 때 덩치큰 오빠아래에 5분간 깔려있던 아기동생은 이미 죽은상태였다고 한다.

동생을 질투하는 모든 누나오빠들이 동생을 죽이진 않겠지만

근데도 이 오빠인 아동이 잘못을 했다고는 할 수 없지.

이건 모두 어른들 잘못이다.

아무리 걔를 볼때마다 걔가 죽인 다른 자식이 생각나도 이건 엄마가 지고가야 할 일이다. 

 

 

 

 

나도 어린이들한테 죄를 묻지 않는 것에 그럴만 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  용인아파트 초등학생 벽돌투척사건..

이런 사건이 발생하고 보통시민 대부분이 느끼기에 뭔가 정의롭지 않은 해결이 돼버렸다는 의식이 팽배해지면

결국 다른,, 어려서 처벌하는게 정말 부당한 어린이들로 인한 사건에 대한 인식도 너무 나빠질거다.

 

미성년자를 처벌하는데 대한 나이 상한선이 내려가야 한다는 문제만 해도

벌써 일본에서도 이런것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많이 공론화 된 건지

영화도 여러편 나온듯

마츠다카코의 고백.. 자기아이를 살해한 소년들에 대한 처벌을 스스로 하는 선생님인 엄마.

그러니까 결국 처벌을 받지않는 미성년자 범죄자들에 대해서 사회가 납득하지 못하니깐

다른 방식으로라도 처벌을 하는 거라고.

 

 

전에 화순 서라아파트 살인사건의 공범 중 하나인 여자가 텔레비전에 나왔는데

청소년시절의 범죄로 교도소에 갇혀 있고 곧 출소한다면서

'연애도 하고 싶고'

'자기 때문에 충격받은 동생에 대한 걱정'도 하고

그러는 모습이 역시나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앞으로의 인생을 죽은 듯이 살라는 건 아니겠지만 뭘 모를 때(그 정도 나이면 뭘 모를 때라고도 할 수 없긴하다)

저질렀던 일에 대해서 교도소 몇년 살고 나오면 이제 자기 죄도 다 청산된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생때같은 아이와 엄마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여놓은 것들이.

 

 

그렇게 일단 처벌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사실 가해 당사자에게는 별일이 아닌게 돼 버리기도 하는 거 같다.

오히려 벌을 받았으니까 난 뭐 응분의 댓가를 이미 치뤘어 라고 생각하는 걸수도 있을 거다.

 

성인이긴 하지만 내 대학교 동기의 경우..

운전하다가 어린애를 치어죽였는데 부모와 잘 합의해서 형사입건 안되고 잘,, 해결이 됐다.

그걸,, 그 과정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별적으로 스터디모임을 통해 친분이 있던 교수님을 통해 그 사건과 사건이 해결된 내용을 우연히 들었는데

말씀해주신 교수님은 그 동기에 대해 분명히 '살인자'로 단죄하고 싶어하는 뉘앙스가 역력했지만

어쨌든 잘 무마됐다고 굉장히 잘못된 일인것처럼 말씀하셔서

당시엔 '자기 제자에 대해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좋게 해결됐으면 다행이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몇년뒤  4학년 때 실습조를 짜면서, 그 동기랑 같은 조가 됐고

그 외 다른 조원들 중 한명이 낙제가 될지 안될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때 그 동기가 '걔가 잘 못하는 녀석이니깐 낙제해서 우리 조에 안 들어오면 우리한테는 이득'

이라고 요약되는 말을 하면서 은근히 다른 동기가 낙제되기를 바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래서 그때,

'자기도 누군가의 선처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서 어찌어찌 상황을 모면했으면서

자기 동기가 행여 자신의 선처로 낙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하더라도 앞뒤 따져보니 얘를 낙제시키는게 나한테 더 이득이니깐  낙제시켜야 한다고 선동을 하는구나 난 니가 어린애를 차로 치여 죽였다는 걸 알고 있다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순간 너무나 역겨웠다.

자기는 무려 살인자면서도 이제 그 일은 이미 조용히 덮여진 일이고 앞으로는 남 밟아가며 잘 살 궁리만 하면 된다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 초등학생 벽돌투척사건..

걔가 무슨 대단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 같은 건 별로 생각안하고 싶다.

나도 어려서 겉으론 얌전한 애였지만 아파트 위에서 물총도 쏴봤고 개미도 몇마리씩 처형시키기도 했어.

그렇다고 집안 교육을 못 받은 거라고도 생각안한다. 우리엄마아빠도 할거 안할거 다 얘기해주면서 날 키우셨다.

그리고 부모한테도 처음엔 말못하고 끙끙대다가 며칠있다가 겨우 얘기했을수도 있고

 

하지만 그 중력낙하실험.. 어른들한테는 그럴듯한 그 표현이..

그게 정말 문제였던거 같다.

부모가 자기 애가 사건을 일으킨 걸 알았을 때

어떻게 하면 우리애가 우리 가족이 피해를 덜 받을 것인가 따위를 먼저 생각했다는 증거니까.

엄마아빠는 아이의 고백을 들었으면 당장 애 손 끌고 자수하고 그리고 사과를 했어야 돼

이것저것 계산하면서 중력낙하실험같은 개소리나 만들어내지 말고.

 

 

그리고 그 초등학생과 부모욕을 하는 사람들

우리애가 잘못했을 때, 그걸 알았을 때 걔 잘못을 세상에 얘기하고 잘못의 댓가를 치룰 각오가 돼 있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봐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댓글로 초등학생과 부모에 대해 성토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아들의 범죄를 묻어버리고 망각이라는 은신처에 몸을 숨긴 그 더러운 엄마, 마더의 엄마를 보라고.

내가 내 자식,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그러지 않으리라고 자신할 수 있는지도 이기회에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도

우리 은총이가 잘못을 하게 될 경우,

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랬을 경우에 대해 생각해봤고

가족끼리라고 쉬쉬덮어주고 그럴수는 없다고 생각해고

그렇다고 우리 아기만을 저 혼자 무슨 벌을 받게 내버려 둘수도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죄를 고백하고 같이 벌을 받는 역할이라면 같이 욕을 듣는 일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렇게 해서 뭐.. 내 인생과 애 인생이 꼬인다 하더라도

그런건 행불행은, 어차피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아이를 파렴치하게 만드는데 동조하거나 그걸 방관할수는 없으니깐.

차마 그러고 살 자신은 없으니깐

그래서.... 그렇다.

 

 

 

총기난사 사건 같은 걸로 많은 사람을 아무렇게나 죽이는 사람은

자기만 인생의 주인공이고 남들 역시 각자 인생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생각못하는 것들이라는

그런 얘기를 본 적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 말자 이슈를 일으키는 그 초등학생과 부모는

지금 이 소란의 중심에 숨어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며 이 장면이 얼른 넘어가기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당신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할까 숨을 죽이고 있을 때

또다른 인생의 주인공 한명은

돌아가신 엄마가 얼마전 담근 김치를 먹어버리면 더이상 엄마김치를 못 먹게되니깐

엄마의 김치를 차마 못먹는다는 얘기를 하면서 엄마를 애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네 불행만 탓하고 숨어있을 수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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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9. 21:15 from ETOCETORA

또 바뀐턴으로 다른 병동에 적응하려고 그병동 스테이션에서 계속 얼쩡대고 있던 중.

스테이션 간호사들이 자녀 학교시험얘기를 하는걸 들었다.

 

중학생 영어중간고사에서

대략 이런 그림이 나오고

 

 

 

그림을 묘사하는 문장을 완성하기에 적절한 전치사를 채워넣는

문법문제?

 

정답은 '넥스트 투'였다는데

학생들의 이의 제기로 '비사이드' 도 맞는 걸로 해줬고

그중에 가장 예외정답으로 문제가 된 것이 '언더'라고 적어낸 학생인데

선생님이 그 학생에게 자기답이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말해보랬더니

어쨌던 나뭇잎 아래 있는 거니깐 나무밑에 있는 것도 맞지 않냐고

그래서 '독특한 관점'이라며 맞는 걸로 해줬다고

 

근데 아마도 '언더'를 쓴 학생과 간호사분 자녀가 성적이 좀 경쟁관계였던 듯.

'언더'를 맞는 걸로 하려면 나무가 아니라 나뭇잎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분개를 했다는데

자꾸 오답을 정답으로 맞게 해줘서 시험성적이 상대적으로 자꾸 떨어지고 있다며..

 

그 상황에서 옆에 있던 나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다들 물었을 때

이미 주변을 얼쩡거리며 상황파악이 된 내입장에선

'정말 우리나라 내신 채점은 엉터리다'라고 '저렇게 억지를 쓰면 아무답이나 맞다고 해주냐'라고

'넥스트'를 지지하며 맞장구를 쳐줬어야 하는데

그냥 좀 어이가 없어서 앞의 대화 하나도 못들은척하면서

'아 그래요?  저라면 나무아래라고 묘사했을것도 같아요 *^^*'라고

눈치없는 소리를 하고 나와버렸다.

 

 

생각해보면 중학교 1학년 때 전치사를 배우던 시절의 입장에선

넥스트라고 생각했을수도 있을 것 같다.

비사이드도

'그래, 인지도는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넌 '옆'이니깐 맞는걸로 받아들여주지'정도로는 생각했을까

아무튼 영어스트레스 받으며 살아온 보통의 한국 어른이로써 나름 쌓인게 있는지

지금은 나무아래라고 표현하는게 자연스러운것 같다.

그런표현을 좀 더 흔하게 봤던 거 같다.

상황에 따라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서 다양한 전치사를 쓸수는 있겠지만

그냥 단순히 저 그림을 묘사할 때는 언더정도가 그래도 무난하지 않나..?

 

그래 뭐, 어차피 모르겟으니깐

독특하다고까지 말하면서 사실은 답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는게 맘에 안들었다는 걸로만 해두자

 

 

 

 

고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영어담당이셨는데

그때 우리학교에 영어선생님들 대부분에 비해서 우리 담임쌤은

다른 영어선생님들에 비해 회화의 유창성은 객관적으로 많이 떨어지셨지만

그래도 문법공부나 그외 리딩같은걸 팍쎄게 하셨는지

주로 독해위주였던 수업시간에 영어문장의 팁 같은걸 종종 가르쳐주곤 하셨다.

아마도 본인이 마음에 들었던 영어다운 어떤 문장을 외워뒀다가

그걸 수업시간에 관련 내용나올 때 말해주신거 같은데

기억나는게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다'에 무슨 전치사를 써야 하는가..

참 간단한 걸수도 있는데 막상

일반적인 한국 중고등 영어교육과정만으로 사실 쉽게 답을 생각할 수 없었고

뭐 암튼...

이런식이었다.

 

 

그래서 나무와 소년,

뭐가 정말 적절한 답인지는 네이티브가 아니라 결국 잘 모르는 거긴하지만

지금 심정으론 그냥 ....

나도 중학교 때 저런 옹졸하고 치사한 목적의 불평을 하면서

정수를 모르는 자연수 헛똑똑이, 무리수를 모르는 유리수 헛똑똑이 짓을 한적이 있었으려나.

그래 이건 마치 '오늘은 내가 요리사' 놀이를 하면서

'아니 대체 어떻게 소금과 설탕을 같이 쓴단 말인가요?'따위의 말을 하는 것처럼

뭔가 좀 한심하고 외국어에 종속되어 수학처럼 언어를 배우는 우리끼리의 시시한 라운드 같고.

아 대체 이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지.

 

 

 

 

 

외국어를 외국어로 배울 때 어느 정도 외국어를 익히고 나면

그때부턴 그언어로 된 책을 많이 읽는게

그 언어의 느낌을 익히고

이해는 안되지만 어떤 문장이 더 자연스럽다는 걸 자연스레 알게되는걸로

가장 좋은 방법같다.

그리고 문장 자체의 세련도라든가 그런 면을 고려해도 역시 읽기는 많이 해야될 거 같은데

 

한국말 쫌 하기 시작하는 우리 은총이도 이제부터 영어동화책 시작해야되나 ㅋ

 

 

 

연구에 의하면 어린시절 외국어를 많이 접하는 환경은

확실히 그 언어에 대한 능력은 키워주지만

반대로 수리영역의 발달을 저하시킨다고 한다

조기 외국어교육에도 이렇게 기회비용이란게 있다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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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링그월

2015. 1. 26. 02:22 from ETOCETORA

은총이의 발달은 현재 말하기에  한창 집중 돼 있다.

얼마전에 아모,드.. 아몬드 같은 세음절 단어를 말하니깐 어른들이 다 흥분해 가지고

신이나서 다시 한번만 해보라고 자꾸 시키고

뭐 그렇다.

 

 

12개월 무렵 수박에 맛을 들여서 슈바 슈바 수박을 찾길래

말이 좀 빠르려나 생각했는데

막상 1살 반이 된 지금 딱히 말하는 단어수가 엄청 늘거나 하진 않았고

슈바슈바를 빨리 말하게 된 것만 봐도 알수있듯이 그저 서바이벌 회화 느낌인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필요한 것 위주로 해서 단어를 구성해 나가고 있고

그나마도 그 단어들을 경제적으로 활용, 최소한의 발음만 하고 있다.

 

이럴테면 토끼는 로 퉁치고, 애플 사과는 라고 하면 알아들어줘야하고, 뽀로로는 로 끝이다. 

양은 영어동요에서 바바라고 울었으니깐 곧죽어도 바바고

고양이는 야옹하고 우니까 .. 가 고양이다.

곰돌이가 까꿍,, 부~ 하고 튀어나오는 영상을 자주 보더니 곰돌이는 항상 ~다.

그나마 가장 좋아하는 멍멍이는 감사하게도 멍멍이라고 제대로 불러주고 있다.

우유는 어찌된게 ..이라고 하면 우유로 알아먹어야되고

물은 빨대로 후후 마시니깐 후후 하면 물갖다줘야된다.

..는 치즈일수도 있고 같이,가치,, 뭔가를 하자는 뜻일수도 있다.

옷이나 안전벨트 등을 푸는 건 푸.. 풀..이라고 하고,

.. 라고 하면 비타민일 수도 있고 비키라..는 동사일 수도 있는데

동사로 쓰일때는 상황에 따라 나가라, 일어서라 등등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으므로

활용도는 정말 높다.

 

까까, 과자도 굉장히 빨리 말한 단어중에 하난데

이 단어가 어쩌다보니 때떄로 변한걸 보니 

혀짧은 아기발음으로 하는 우스개소리들이 구체적으로 이해가 된다.

말하자면 ㄱ발음이 아기에겐 좀 어려운 발음인 셈이다.

까까라는 발음을 듣고 자기딴에는 비슷하게  발음을 해냈는데 최선이 때떄인거다.

하지만 정확히 한국어의 쌍디귿은 아니었고,

ㄱ이 발음되는 목구멍과 좀더 가까운 위치에서 쌍디귿 발음이 났으니,

그나마 시계 똑딱똑딱거리는 소리낼때의 혀위치에 혀를 두고 때라는 발음을 하면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다.

혹은 중국어 권설음 발음을 낼때의 위치에 혀를 두고 때라는 발음을 해도 비슷하다.

어쨌든 한국어에는 없는 음소로 굉장히 사랑스러운 소리가 난다.

그 위치가 ㄱ발음의 혀위치보다는 앞쪽이고 쌍디귿 발음의 혀 위치보다는 뒤쪽이니

잘하면 ㄱ으로 갈수도 있는 거였는데,

주위 어른들이 전부 은총이 장단에 맞춰 '때때줄까? 때때먹어'이러고 있으니

요즘은 그냥 평범한 쌍디귿에 가까운 경박한 때떄로 발음이 거의 변해버렸다.

 

아기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발음이 시옷계통 발음이라는 얘기는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시옷발음일 때는 비슷한 위치에 혀과 놓이게 되는 디귿발음으로 대치된다고.

근데 막상 아기를 키워보니 생각지도 못하게 기역발음도 꽤 어려운 발음이었던 거다.

입술 가까이에서 나는 발음일수록 쉽고 목구멍쪽으로 들어가는 발음일수록 어려운 발음인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긴 하다.

 

이런 사실들을 놓고 보면 과일 '사과'발음은 굉장히 어려운 거라서

은총이가 사과를 택도없이 '화'라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되긴 하지만

이런 이상한 단어사용이 설마 이렇게 고착돼버리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사실 쪼금은 든다.

(네이버에 몇개월 아기라고 검색할 때 아기 발달이 자동검색어로 뜨는걸 보면 알수 있듯이 첫아기를 보는 대부분 엄마들은 아기의 발달이 제대로되고 있는지 다들 걱정을 많이 한다. 내가 유난스러운 건 결코 아닐것이다. )

 

뱉어내는 단어는 이렇게 이상하고, 또 굉장히 한정돼 있음에도

어른들의 대화나 자기에게 하는 말은 참 잘 알아듣는데,

그건 아기들의 뇌에서 듣고 이해하는 언어영역이 더 일찍 발달하기 때문일것이다.

어떤 경우냐면, 은총이는 새를 짹짹이,,,째채라고 부르는데

노래듣다가  ♬새들이 훨훨 나는 산꼭대기 올라요 ♬ 라는 부분이 나오면 꼭 '째채..'라고 되뇌이며

자기가 지금 짹짹이 얘기 하는 걸 알고 있다고 티를 내는 거다.

이렇게 듣고 이해는 하는데, 말로 표현하는 회로는 제대로 발달돼 있지 않은 아기의 상태는

표현언어실어증 상태인 사람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같다.

근데 막상 아기는 이런 어중간한 상태에서도 참 잘 생활해가고 있으니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가소성이라는 건 대체 얼마만큼이나 대단한 것일까.

우리가 질병이나 사고로 잃게되는 능력은 어느만큼이나 다른걸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일까.

 

 

은총이가 언어발달을 이뤄가고 있는 시점에서 또 신경쓰이는 점은 바로 억양이다.

가족들이 전부 경상도 말을 쓰고 있는데, 사회환경은 서울말을 쓰는 지역이니

말하자면 두개억양을 계속 듣고 지내는 셈인데

이런 경우 은총이가 결국 나와 다른 억양을 가진 사람이 돼버릴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것이다.

 

올해 두달간 같이 방을 쓴 룸메이트인턴이 우연찮게 이런경우였다.

분명 서울말을 쓰는 친구였는데, 부모님과 통화하는걸 보자니 또 너무나 경상도 말을 구사하는 것이었다.

이에대해 그 친구에게 두 억양에 어떤 차이가 느껴지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그냥 그 두 말이 다른 걸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이렇게나 확연히 다른데 어떻게 모른다는 택도 없는 소릴하는거지? 싶었지만

이게 같은 언어의 지역억양차이가 아니라 

애초에 다른 언어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또 그리 황당할 건 아닐수도 있다.

어떤 영화에선가..

이쿠츠? 라고 일본어로 나이를 묻는 어른에게 중국어로 치쑤에이.. 라고 대답하는 아기처럼..

어릴 때는 모국어로 다 받아들인 두언어를

나이가 좀 더 들어가면서 의식적으로 다른 것으로 구분해 나가게 되듯이

그 친구가 말하는 억양차이가 없게 느껴진다는 것도

애초에 구조상 큰 차이가 없으니

딱히 의식적으로 구분해보지 않는 이상은 그냥 별 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은총이는 결국 이 친구처럼 바이링그월이 될것이다.

 

 

그놈목소리에서 강동원 목소리에 대해 프로파일러가 서울말을 익힌 경상도 억양이라고 분석하는데

물론 참치군은 실제로 경상도 남잔데(베프가 중학교 동창이라고 떠벌떠벌 하면서 '그렇게 생겨서 태어나준것만도 감사'하다고 찬양하는 우리들 앞에서 '참치군 촌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한다'는 둥 망언을 하며 참치군 정도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척 허세부리던게 항상 기억이 난다)

그게 원래 그정도까지 분석이 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석이 가능하다면

내 룸메이트의 억양은 그래도 아마 서울말과 경상도 말의 중간을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새들 끼리도 지역마다 방언이 있다고 하는데

중간쯤에 산 애들은 정말 중간정도의 방언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말로 들어서는 그다지 민감하게 눈치챌 수 없지만

음성 프로파일러들이 전문적으로 접근하면

짹짹이들의 방언처럼, 중간에서 저울을 타고 있는 정도 수준으로 티가 나지 않을까.. 이런거지. 

 

 

 

 

경상도 말을 쓰든 서울말을 쓰든 말만 잘하면되지

이런게 뭐가 중요할까 싶겠지만

엄마는 아기의 작은 몸짓 언어에서도 앞으로 어찌될지 여러가지를 상상하게 된다고.

이런게 부모마음 아닌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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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게 메리트

2014. 10. 5. 23:21 from ETOCETORA

꽃청춘 라오스편에서 저번주에 제작진의 갑질,횡포라고

시청자들이 잠시 뿔났던 사건이 있었는데

나도 그때보면서 좀 많이 불편하긴 했었다.

근데 그게 글쎄,,,

갑질 까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출연자들이 약자라는건 너무 확연해서 그것만 불편했었다.

 

차선우군은 쟤들도 이제 연예인이라고 지 몸 편한것만 우선한다라고 제작진이 받아들일까봐 걱정을 하고

안연석씨는 촬영을 중단한다는 것이 연기자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의미인지에 대해 걱정을 했다고 하는데

 

어느쪽이든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출연자들이 제작진의 눈치를 보는 상황인거라서

'젊은 애들이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윗사람 눈치보는 거랑 똑같다는 건 맞는말같다.

예능프로 웃으며 즐기려고 보는 건데, 그런 우울한 현실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고, 비난할만도 했다.

누구나 알지만 슬쩍 가려져 있는 현실이 보인 거라서 그 장면을 보는 사람 누구나

자기나름의 어떤 이유에서든 조금씩은 불편했을 거다.

 

 

인턴들도 10월까지는 인턴평가가 있기 때문에,, 윗연차들, 교수님들한테 '잘보여야'한다.

나에게 점수를 매기는 '갑'이니깐,,

그래서 억울하고 분한 일이 있어도 참고, 모욕적인 일도 견디고..

반대로 윗선에서는 인턴한테 막대하는게 당연하고,,

그나마 이 병원은 좀 좋은 병원이라고 그런문제는 좀 덜한 편이겠지

모교에 남아서 학교선배들 밑에서 닦이는 애들은 진짜 제대로 닦인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누구 다른 어떤 걸 위해서 참는 게 아니라 자기의 자기의 미래를 위해서 참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이런 어떤 종류의 불쾌한 일을 겪은 것에 대해 하소연 하는 동기들에게

머 어떻다 막 편을 들어주며 위로해주는게 잘 안된다.

나라면 그렇게 참지는 않았을 거 같기도 하고...

한번뿐인 내 인생 커리어 관리 조심스럽게 하려고 그렇게 참은거 아니냐고 말해주고 싶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반대로 한번뿐인 내 인생 무슨 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모욕을 견디냐 라고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수도 있을거라는 말이다.

 

 

 

수지가 뭐 엄청 예의바르고 남 배려하고 해서 걸그룹에 발탁되고 국민첫사랑이 되고

그런건 아닐거라구...

그렇다고 숮양이 이상한 성격이란 건 아니지만

 

어떤 연예인들은 '뜨고나서 변했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는데

 

그런거보다는

그냥 원래 자기의 모습대로 있는게 그게 제일 좋은거 같다.

너무 위축될필요도 너무 눈치볼 필요도 없고..

세상사는데 노력이 필요한 시기도 분명있지만

뜻대로 안되고 타인에 의해 무자비하게 결정되는 것도 많은데

스스로의 존엄성(??)을 너무 낮출필요는 없지 않을까 해서.

 

 

평가가 10월에 끝나고 나면 2월까지는...

말턴에 접어드는데

3월 초턴때부터 다들 말턴때 두고보자며 벼르고 있었는데

과연... 어느정도 막장인턴들이 될지 내심 기대가 되기도 한다 두근두근.

 

 

 

 

라오스편에서 나온 옥상달빛의 노래를 찾아보다가 가사랑 제목이 저런건 줄 첨알았는데

갖고있는 메리트가 無라는 건지

갖고있는게 無인것이 메리트라는 건지

노래가 나올때마다 계속 생각하게 된다.

아마 전자일거 같긴 한데

아직 젊은 청춘들은 후자의 뜻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윗연차 눈치보는 인턴들도, 제작진 눈치보는 출연자들도...

갖고있는 메리트가 없으니깐 몸을 낮추기보다는

메리트가 없는게 무서울거 없이 다 던질 수 있는 힘이 될수도 있을 거 같고..

별 생각없이 가사 만들었을 건데 참,,,

자꾸 의미부여하며 놀아나는거 좀봐..

암튼 라오스팀 호감도 완전 상승해서 다들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칠봉이는 진짜 완전,,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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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