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

2013. 1. 29. 20:17 from ETOCETORA

난 여자들이 아프다고 하는 거에 대해 좀 편견이 강한 편이다.

생리통, 편두통 그리고 입덧...

여자들이 아프다고 하는 것은 뭔가 2차이득을 원하거나 남에게 보이기 원하는 그런

히스테리성 성향, 신체화 성향이 드러난 것이 많다고

말많은 탈많은 생리휴가를 어떻게들 날로 먹고 있는지 많이 봐왔으니깐 그냥 그런 편견이 지속됐었다.

산부인과 돌때 입덧 때문에 입원한 환자들을 보면서도 임신 입덧 참 유별나게도 하네 라는게

솔직한 첫 인상이었다.

 

근데 이젠 알겠는데 입덧은 정말 무섭고 지긋지긋한 거다.

 

임신했다는게 딱히 떳떳치 못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티를 낼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내 경우엔 입덧을 최대한 감추고 있는 상태였다.

아니 꼭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냥 집에서도 난 내가 입덧한다고 유세부리는 걸 받아줄 사람도 없었고

힘들다고 흐느적대며 누워있어봤자 밥 굶는 건 나 자신뿐인데 근데도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다.

입덧이란 건 실재하는 거라고.

그리고 입덧은 누가 열심히 써놓은 입덧에 대한 기록대로

그냥 귀엽게 우욱하며 배를 만지고 미소짓는 그런게 아니고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숙취상태에 빠져들고 처절하게 내장 속 끝까지 다 게워내고

그리고 엄청난 굶주림에 시달리는 상태다.

 

 

첫 2주는 참크래커와 토마토만 먹고 살았다.

입덧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읽어보니 이게 최선인거 같아 그렇게 먹고 살았는데

그덕인지 토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사실 메스꺼운 증상이 처음 생기고 이게 입덧이란 걸 알아차렸을 때 가장 무서웠던 게

구토를 반복하다가 전해질이상 상태로 집앞에 있는 우리학교 응급실에 실려가는게 아닌가 하는 거.

그래서 토하는게 무엇보다 두려웠고 안토하려고 이것저것 열심히 시키는대로 했는데

이 담백한 크래커를 아침에 먹고, 토마토를 한방울씩 주워먹으면 욕지기는 덜했다.

 

대신 2주동안 5Kg이 빠졌다.

 

그리고 굉장히 허기가 졌다.

내 몸은 완전 기아상태였고 머릿속에선 지방이 분해돼 케토산증이 돼 가는 몸 안의 상태가 그려졌다.

그무렵 우연히 집에 있는 기아에 관한 책을 흝었는데

아사라는게 고요한 죽음이 아니라

정말로 지리하게 지속되는 고통끝의 처절한 죽음이라는 말이 몸으로 이해가 됐다.

기아라는 건, 깡마른 아이의 큰 눈을 클로즈업해 찍어가서 전시돼가지곤 이해되지 않는 고통이다.

최소 열흘은 직접 굶으면서 이해해야 하는 고통이지

 

그리고 거동이 불편해졌다.

 

만성질환 환자들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 중에 일상생활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지수가 있는데

질병과 관계도 없는 그런 수치들이 왜 의미있는지 이제는 알것 같다.

뭔가를 먹지 못하고 몸이 카켁식해지면 그냥, 움직일 수가 없다.

청소,, 못하고 목욕,, 못하고,, 세수같은것도 하기싫어진다 몸에 힘이 없어서 손이 안 들어진다.

기말고사 준비와 논문 등등 이어지는 '해야 할 일'들이 없었다면

아무런 원동력도 없는 나는 그냥 침대에서 굶어죽어도 이상할바 없을거 같았다.

 

그리고 이런 울렁증과 허기가 반복되는게 사람을 지치게 했다. 몸도 마음도 다.

 

항암 화학치료를 받으면서 식사를 잘 못하고 구역질이 나고 하는게

환자의 삶의 질을 얼마나 떨어뜨리는지 매일매일 생각했다.

환자들은 어쩌면 그저 메스꺼움때문에 삶에 대한 의지가 사그러들어갈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했다.

난 물론 가끔씩 뭔가 먹을수 있는 상태였으므로 내상태와 비교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이 고립돼 있을 어떤 고통스런 감각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소금기 있는 크래커를 입에 물어도 입에 단맛이 느껴질 정도로 크래커와 토마토에 물릴 무렵

우연히 냄새에 끌려 갈비탕을 먹었는데 그 무렵이 대략 입덧 3주차쯤이었나

지금 생각해보면 단백질이 부족하다보면 흙이라도 주워먹는 이식증이 나타나는 것처럼

단백질 결핍상태에서 무작정 고기에 끌린거 같은데

그때는 오랜만에 느끼는 포만감이 정말로 행복해서 그래서 이제 입덧이 끝나는 건 줄 알았다.

난 원래 약간 웰빙을 추구하는 식단을 추구해와서

고기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하고 뭐 그런 종류 사람인데도

갈비탕을 시켜놓고 허겁지겁 고기를 뜯고

커피도 막 마시고(커피를 마시면 신기하게 일시적으로 울렁증이 가라앉았다)

한번은 갑자기 허기가 져서 밤중에 열심히 패스트푸드점에 뛰어가선 커다란 버거를 시키고

그자리에서 허겁지겁 먹는 듯하더니 결국 반도 못먹고 그대로 버리고 나오는...

신경성 식욕부진환자같은 행태를 보인적도 있다.

아무튼 덕분에 허기는 줄었지만 그만큼 먹은 것을 토해내는 일도 잦아졌다.

 

 

입덧이 대체 언제 끝날까..

12주라하기도 하고, 14주라 하기도 하고, 16주라 하기도 하는데

5주차에 입덧을 시작한 나에겐 정말 꿈처럼 먼 시간이라서

12월 한달은 대체 어떻게 하루가 가고 1주가 가고 한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힘들고 늦은 아침을 시작하면 하루종일 해야할 일에 대한 압박감과 메스꺼움과 허기에 시달리면서

먹을수 있는걸 찾아서 어떻게든 주워먹고 꾸역꾸역 몸을 움직이다가

할일을 남겨둔채 잠을 자도 스스로 용납될 만한 시간이 되면

역시나 차오르는 욕지기를 온몸에 감싸안은채 최소 한시간은 어지러움과 싸우다가 겨우 잠이 들수 있었다.

하지만 잠이 들면 뭐하나 다음날 아침이 또 굉장한 괴로움으로 시작될건데

이런 비관적인 생각

 

그러다가10주차에 들면서 어느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적당한 음식을 적당한 양 먹으면 울렁거리지도 않고 토하지도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때는 그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매일을 의식을 치루듯 음식을 먹었다.

일단 아침에 콘프레이크 종류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아침시간을 보낸뒤

10시쯤 편의점에 가서 참치마요네즈삼각김밥과 따뜻한 차를 사먹는다.

간단한 크래커 종류를 구비한 채 오전시간을 보낸 뒤

점심 때는 먹어도 될거 같은 음식을 열심히 생각해내서 그걸 찾아 먹는다.

저녁은 간단하게 빵 종류로 때운다.

이균형이 깨지면 그러니깐 좀 더 먹어서 포만감이 과하거나 좀 덜 먹어서 허기가 지거나

아니면 택도 없이 먹고 싶지 않은 걸 먹으면 곧바로 숙취상태로 접어들어거나 토하게 되니깐

먹는게 의식을 치루는 것처럼 조심스러워지고

또 항상'뭘 먹을까'를 생각하면서 뱃속에 걸신이 들어앉은 거 같은 상태로 지내는 것이다.

 

 

그래서 입덧이 언제 끝날까..

저런 조심스런 의식끝에 12주 쯤에는 입덧이 좀 가라앉나 싶어서 설렜는데

그 후 10흘 정도 또 굉장한 토악질에 시달렸다.

먹은게 늘어난 만큼 구토 횟수도 늘어났지만

그래도 초창기의 두려움만큼 구토라는 게 날 응급실로 이끌만큼 무서운건 아니었다.

그냥 좀 있다가 다시 먹을만한 음식을 챙겨 먹으면 되는 거다

 

이제 14주에 접어들었는데 지금도 가장 스트레스 받는게 '먹고 싶은 걸 생각해 내는 것'이다.

음식을 좀 먹을 수 있게 되면서는 음식에 대해 상상하는게 괴로웠다.

이 음식이 어떤 맛일까 상상하는 것조차도 때론 속이 울렁거리고

맛에 대한 상상이 잘 안돼서 상상하는 과정 자체가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는 기분도 들었다.

또 가장 아쉬운건, 내가 선택한 음식이 거의 대부분 내 상상속의 맛이 아니라는 거다.

이게 정말 사람을 지치게 했다.

아무튼 14주차인 지금은 굉장히 살만하다.

난 밥도 먹을 수 있고, 카레나 커리도 먹을 수 있고, 멕시칸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중국요리 빼고는 거의 다 먹을 수 있다.

팥빙수라든가 맛있게 찬 음료들은 가끔 울렁거리는 순간에 정말 구세주다.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 14,15주쯤이면 입덧이 끝나지 않을까 싶다.

입덧이 지나가고 나면 피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흡혈귀마냥

허기에 져서 식당가나 마트의 식품코너를 헤매던 나는 세상의 모든 음식을 폭풍 흡인해 줄거다.

그랬다간 임신중독증이 돼 버릴지도 모르겠지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다 그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라 뭔가 보상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태교..

정작 입덧의 원인인 태아와의 교감은 정신적이라기보다는 생리적으로 한것같다.

심하게 울렁증이 올라올때, 그러니깐 토한직후에 토한 기운에 더 토할것같은 기분이 드는 그 상황에

나는 내 위장보다는 아랫배를 다독이며 '괜찮아, 진정해, 괜찮아 괜찮아'라고 열심히 말을 했다

 

입덧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근본이유는 임신이지만 그 과정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일단 태반이 생성될 무렵에 소멸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태반 생성전에 임부의 몸상태를 주로 유지시키는 hCG가 원인일것이다,,,

hCG가 구토중추를 자극해서 그럴 것이다.. 그게 대체적인 이론인데,

이제 슬슬 입덧이 진정돼 가는 걸 보니 태아와의 신체적 교감(태반)준비도 거의 다 끝난 거 같고

이젠 먹는 족족 이녀석한테 다 빼앗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어제 문득 들었다.

평소 먹는 만큼 조금씩 먹었더니 배가 너무 빨리 고파져서..

그래서 이녀석한테 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더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더니

그간의 입덧이 무색하게 음식이 참 잘 들어가는 것 같다.

 

힘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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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본건지는 모르겠는데,,

여러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모이는 대학에 가 보면

서울학생들은 보통 뒤에서 일이 어떻게 돼 가나 관망하는 경우가 많고

지방 출신 학생들이 학과 일이나 동아리 일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어떤 교수님이 썼던 글이었는데

 

뭐,, 요즘도 저런진 모르겠지만 난 당시 저 말에 공감을 했었다

서울애들은 대부분 자기 집에서 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신입생이라고 대학에 입학을 했는데도

그다지 들뜨고 불안정해 보이는 구석이 없어 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집이 서울이고 과학고출신인 동기에게서

'아무것도 아닌게 왜 나대냐'라는 말까지 들어본 입장이라서

더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그건 결국

뭘 몰라서 나서는 것임이 틀림없다.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라는

건축가의 서울 에세이를 읽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고 조선 500년의 수도여서

지방사람들이 서울에 딱 오면 찾게되는 서울타워나 고궁들, 한강...

이런곳 다니다보면 나름대로 감상에 빠지기도 하는데

나도 그랬고..

근데 뭐라고 해야될지..

이런 감정들이 별로 정당성도 신뢰성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정에 무슨 정당성이며, 신뢰성이겠냐마는...)

깊이 파고 들지는 못하겠다고 미리 포기하고 또 주저하게 되는 면이 있었다.

내가 감성폭발 한번 해봤자 포인트 제대로 못잡고 웃는 사람처럼 이상한 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치 한번밖에 먹어보지 못한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

공시성만으로 표출된 감각은 얼마나 얄팍한가

 

한편으론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은채 야구나 축구를 볼때는 재미가 꾸준하지 않은 것과도 비슷한거 같다.

 

결국 소속감이 없다는 게 서울을 깊이 좋아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아무리 서울을 좋아해봤자 토박이들이 서울의 변화를 체감하며 산 만큼의 내면화를 난 못이룰테니까

아무리 이곳저곳 찾아다니고 그래봤자 서울역 주변길이 어떻게 바뀌었고 도시고속도로가 어떻게 하나씩 생겨났으며 막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북악 스카이웨이 한바퀴를 어떤 얘길 하며 돌았는지에 대해 그냥 그냥 그냥 알고 계실,

수십년간 서울에서 운전하신 택시기사 아저씨만큼도 서울을 모르는 거니깐.

(물론 택시기사님들은 도시와 그 도시의 사람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아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내 목표치가 굉장히 높은 것이긴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도시의 토박이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도 있다.

서울만큼 옛날의 우아한 유적이 많이, 잘 남아있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도시가 한국에 얼마나 더 있을 것이며 변화를 처음으로 받아들여 생긴 우후죽순의 혼란과 그 혼란이 정착되고 균형을 이뤄서 세련된 도시환경을 갖추는 이런 도시가 한국에 어디에 또 있냐고.

 

하지만 토박이라고 이 도시가 하는 말을 다 받아들일 감수성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전에 경주에 가서 시내버스를 탔을 때

'다음 정차역은 신문왕릉입니다' 와 같은 안내멘트가 나오는 걸 보고 굉장히 흥분했는데

한 1주일쯤 같은 버스를 타고 다니다보니 그런 흥분도 가라앉고 아무렇지 않아져버렸다.

경주사람들이라고 매일 1000년 전을 기억하며 사는 건 아니고

첨성대도 그냥 돌기둥에 불과하다고 여기며 지나치는 나날이 대부분일것이다. 어쩌면 평생.

마찬가지로 서울 사람들 대다수는 서울타워도 안가고 고궁도 찾지 않으며 한강에도 나가지 않는다.

이렇게 이 도시의 특별함에 아무런 관심도 없이 일상을 보내는 토박이들만 넘쳐나는 탓으로

더이상 서울에 흥분하고 설렐일 없이 그냥 그저그런 도시중 하나 일 뿐이야 라고

마음을 추스리고 접을 수 있었는데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이 책이 재밌다는 말을 막 못하겠다.

내가 서울 토박이가 아니라서 이런 별 스럽지도 않을 내용들이 재밌는 걸수도 있으니까

난 그저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건축가로서, 그리고 서울 사람으로서 다시봐준 작가가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으며

한편으론 그동안 잊고 있던 서울토박이들에 대한 '시기심'도 다시 머리를 들었다.

'도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을 가지고, 게다가 그걸 기술할 권리_서울토박이_를 갖고태어난 당신은 행운아' 와 같은 질투 ㅎㅎ

 

 

생각해보면 서울과 서울주변에서 살던 10년보다는

서울을 뜨고난 후에 서울에 대해 더 많이 알게된 거 같다.

실제로 나다닌 곳도 더 많고, 나다닌 곳들이 좀 덜 공식적인 곳들이기도 하고.

 

 

저번 주말쯤인가

시간도 남고해서 잠실대교부터 동호대교까지 걸어봤는데

나처럼 낮은 레벨의 서울친숙도를 가진 사람입장에서는

좀 힘들어도 '보행' 정도의 속도로 한강을 접하는게 좋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낚시'같은 장시간 체류도 별로고, '자전거'정도의 빠른속도로는 놓치는게 너무 많을거 같아서.

 

 

 

 

 

경희대에서 용산행 탔을 때 보이는 중랑천이 어떻게 한강으로 합류되는지도

성수대교에서 동호대교까지, 지도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멀리 돌아가면서 잘 확인할 수 있었따.

 

그리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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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야기

2012. 9. 2. 22:13 from ETOCETORA

 

 

그러니까 때는 1996년 여름방학

하픈가 뭔가 하는 이상한 단체를 통해 지역학생들이 일본으로 캠프를 가는데 나도 거길 참가하게 됐다.

일정은 4박5일

부산에서 배를 타고 후쿠오카로 가서 큐슈지역을 놀러다니는ㅋㅋ 프로그램이었다.

그때 처음 외국이란데를 나가보는 것이었으므로 정말 설렜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는데

 

그때 좋아하게 된 다른학교 남학생이 있었다.

집은 우리집 근처고 우리학교 근처인데 정작 학교가 굉장히 멀어서 버스로 한시간은 떨어진 곳..

캠프기간동안 '수줍은 마음에' 말한마디 제대로 못해봤던 게 굉장히 아쉬워서

그래서 때마침 여름보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기회로 삼아

보충수업 끝나고 나오는 걸 혹시 볼까싶은 마음에

그 멀리 떨어진 남학교까지 맨날 찾아가선 정말 얼굴에 철판깔고 학교앞에서 기다리는 걸 일주일이나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학년은 이미 보충수업이 끝나서 그래서 학교에 등교를 아예 안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혼자 안달복달 하고 있던 걸 주위 친구들이 알게돼가지곤 남학생 이름을 알려줬더니

이름이 좀 특이해선지 친구 중 하나가 자기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바로 알아본 것이다.

지금 걔 우리학교 바로 밑에 있는 학원다닌다고 며칠전에도 거기서 봤다고 알려줘서

그래서 당장 학원에 주말반 하나 주중반 하나씩 수업을 신청을 하고 이제는 학원에서 얼쩡대다가

며칠 지난 후 겨우 학원복도에서 만나게 됐다.

우리학교 축제 언제냐고 나한테 쭈뼛 쭈뼛 물어본게 전부고 뭐 결국 아무 일도 안생기고 그렇게 지나갔는데

내 입장에서는 그냥 뭔가 '성취감'같은 게 있어서 그걸로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어릴때의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건 이렇게 굉장히 자기중심적이라서

따지고보면 좋아하는 감정에 빠진 자기 모습에 도취되는 게 전부인 것이다.

그러니깐 그 좋아하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될지 사람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가야할지 모르고

기껏 사냥후 느끼는 '성취감' 비슷한 걸로 끝나는게 전부인거지

열정만으로 진심인 척 하지만 지속력은 1초(이경우엔 대략 2,3주?)밖에 안되는 얄팍한 진심이랄까.

 

그래도 시간이 지난 후에 그때를 돌이켜보면 수줍음과 서투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절이다.

1996년의 내가 조금만 덜 자기위주였다면 어른스러웠다면 뭔가 다른 이야기가 생길수도 있었겠지.

 

 

여기까지는 내가 친구들한테 마치 '나의 성공담'이라도 되는양 많이 떠들어댄 이야기고

그후의 이야기가 또 있다.

 

 

대학졸업 후 사회생활이란 것에 내동댕이쳐지면서 시작된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지나간 시절의 사람들을 돌아봤던 시기가 잠시 있었는데

그때 이 흔하지 않은 이름의 남학생도 내가 흝어내리던 그때 그시절 사람들의 리스트에 올라있었고

쉽게 찾아낸 남학생의 싸이에 로그인 하지 않은 상태로 실명을 밝히고 방명록을 남겼다.

'지난 10년간을 돌아보려는 것 뿐이며 절대 스토킹은 아니니 불쾌하게 생각하진 않았으면'이라고 

아무 의도도 없고 그저 글자 그대로의 뜻으로만 글을 남긴 것일 뿐인데

며칠 뒤 피드백(이럴테면 답글)이 있나 싶어 다시 내가 남긴 글들을 흝어보다보니

이 남학생이 자기 싸이 배경음악을 그새 유리상자의 '사람찾기'로 바꿔놓은 거다.

나 자신이 그 남학생에게 있어 그시절의 누군가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나로인해 지나간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전염돼서 생긴 복합적인 향수로 그런걸수도 있고

아니면 그무렵 그 남학생이 어장관리하는 누군가들에게 그리움 컨셉처럼 보여주려고 한짓일수도 있지만

혹시나 내글때문에 그런 티나는 청승오글 선곡을 했다 하더라도

그래..

난 이런 일로 다른 사람을 희화화하거나 조롱하고 싶은 생각은 절대로 없다

나도 그런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고

또 그런 감정을 꾸미고 감추는 것보다 그냥 터는게

촌스럽지만 순수한 거니까.

난 그냥..

방명록을 남길 당시의 나나, 지금 이런 글을 쓰는 나나

전혀 심각하지도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은채 그 시절의 이야기를 쉽게 떠들고 있는데

그게 또 당사자에게는 굉장히 아름답게 채색돼서 기억되거나 혹은

자기기준으로 아름답게 포장된 기억을 누군가에게 얘기해서 이용하거나

이런거...

이런거 살면서 너무 듣고 봐서 조금은 시시했다.

자기위주의 추억으로 아련돋는 것도 참 시시하고...

아니..

그래도 어디까지나 사는 건 자기 위주니깐 아무리 시시해뵈도 본인의 기분은 소중한 거다.

게다가 내가 혹시나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면 그자체로 감사하다고도 생각한다.

대체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는지도 궁금하고 기억을 실망시키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시시하다는 말은 아무래도 취소.

 

그 이후로도 호기심에 가끔 찾아들어가 봤지만

그 이후로 전혀 업데이트도 없고 노래는 그이후 계속 '사람찾기'로 돼 있는

그 남학생의 싸이.

부산에서 의대를 졸업한 후 이제 신경과 레지던트를 끝냈을 테고 

지금쯤은 어디선가 공보의를 하고 있을텐데

분명 좋은 사람이고 좋은 의사일듯 함.

 

 

 

 

 

지금 이 얘기를 떠올린 이유는 DJ DOC의 여름이야기 앨범때문이다.

1996년 우리팀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버스를 타고 단체로 이동했는데

그때 한창 유행하던 DJ DOC의 여름 앨범이 계속 흘러나왔고

당시의 내 기분때문에선지 노래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고 호감도가 상승해서

그래서 캠프 끝나고 돌아오자마자 당연히 그 테이프를 사서 열심히 들었다.

산걸 버리지도 않고 모아두는 내 습성상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름이야기 테이프는 남아있고

요전에 라디오에서 DJ DOC노래 얘기가 나와서야 다시 꺼내 들어봤는데

최소 10년은 안 들은 거 같은데 지금도 테이프 늘어지지도 않고 잘 나온다.

 

정리정돈의 습관이라는 책에는

사람들이 과거의 낡은 물건을 쌓아두는것에 대해 악순환을 부르는 집착이라고 하며

물건에 유효기간을 두고 버리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거 나한테는 별 의미도 없는데 그만 정리하고 버려야겠지.

하지만 부산에서 카멜리아호를 밤새 타고 후쿠오카 가보는 건 

부산 사는 동안은 한번쯤 다시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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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응칠

2012. 8. 31. 18:37 from ETOCETORA

 

 

여름내내 1박2일 보면서 은초딩과도 꽤 친해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굉장히 청순해지신 모습과 함께 드라마 새로한다는 것도 의식은 했었지만

에쵸티랑 제키 빠순이 얘기라고 홍보하는 바람에

절대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우리 학번 서버에 올라오는 걸 보니 그래도 볼만은 한가보다 싶어서 보게됐다.

보게돼서 다행이다 정말.

 

90년대에 대한 회상이라는 면에서 건축학개론이랑 비교하기도 하던데

사실 건축학 개론을 '복고'라며 같이 묶기에는

응답하라가 그 시절을 깨알같이 소품으로 활용하는데 반해 건축학 개론은 그런 측면이 약하다.

게다가 건축학개론은 학번으로 따지면 90년대 초중반 학번이고

학창시절을 서태지와 함께했을  세대의 이야기다.

 

1997..

저 애매한 숫자가 대체 왜 드라마의 배경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응답하라는 정말로 내 친구들이 주인공이고 내 고등학교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난 드라마 속에 나왔던 모든 것들, 모든 에피소드들에 대해 공감을 할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며 내가 이질감을 느끼는 건 오직 윤제같은 이성의 '불알친구'가 없었다는 점 뿐이다ㅋㅋㅋ

(이게 있냐 없냐가 이런 이야기가 되냐 안되냐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겠지만....)

 

 

 

내친구들 역시 나처럼

열심히 힘들게 재밌게 어떻게든 각자 따로따로 지난 10년간 자기 인생을 살아오는동안

가끔 지나간 90년대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치게 되거나 잠깐 동안 돌아보게되거나

그럴 때가 파편처럼이라도 분명 있었을 건데

그런 기분을 같이 나누고 그러는게 참 쉬운듯해도 사실 굉장히 청승맞아지는 면이 있다

게다가 우리또래는 아직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말이

스스로에게나 주변에 내세우기에나 어울리는 시기라서

자신의 경험과 스침들을 내안에서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도 모르고

마냥 앞으로 걸어가도록 떠밀려진다는 기분이 있다.

소화안된 기억들만 뱃속에 그득한채로

 

 

아무튼 드라마를 보면서

몇명이나 될지도 모를 내 또래들 친구들과 거리낌없이 편하게 옛날얘기 나누면서 즐거운 기분이다.

시원이의 성장기라는 내용 자체가 우리세대에 대한 위로가 될수도 있겠지만

그저 함께 이야기를 나눈 기분만으로도 이미 힘이 난다.

우리세대를 주인공으로 삼아줘서 고맙다는 생각도 들고..

 

막상 주변의 어린친구들도 이 드라마 참 좋아하는데

이런걸 보면 단순히 복고라는 게 인기포인트는 아니고 역시나 이야기가 재미가 있긴한가보다

어린 친구들이 우리또래 이야기를 보면서 느끼는 기분은

내가 옛날에 클래식 같은 영화 보면서 6,70년대에는 저랬구나 아~ 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일테고

그중에서도 내가 겪지못한 그 시절이 자기 취향에 맞아서 그시절 노래를 잠시 즐기기도 하듯이

지금 어린 친구들도 응답하라가 보여주는 시절이 그저 자기 스타일에 맞아서 노래도 찾아듣고 할지도..

 

 

 

 

사실 요 몇년간 솔베이지의 노래라든가 오디세이아라든가에서 누군가를 수십년씩 기다린다는 거,,

인생이 짧은 듯해도 그 짧은 인생동안 온갖 추잡한 유혹에 넘어가는 인간이란 존재를 보면

누군가를 수십년씩 기다린다는 게

지고지순하게 그저 기다리는 건 도대체가 말이 안되고

자기 혼자 몇번씩은 배신에 준할법한 짓도 하고 갖가지 치정에도 휘말리면서

그렇게 풍파를 겪고 난 후 어쩌다보니 난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네...

이런게 진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응답하라에서 보여준 1997년부터 (이번주 분량까지보면) 2005년까지

인천공항, 월드컵 4강, 노무현대통령 당선,태풍 매미 등등의 사건을 쭉 흝다보니

내가 만약 1997년에 15년 후까지 누군가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한다면

그건 정말로 긴 시간이라 느꼈겠지만

지금 생각으론 그래도 그 정도쯤이야 기다릴법도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태풍 매미...

그러니깐 며칠전 볼라벤때문에 혼자 집안 단속을 하는 동안에도

9년전 추석때 집에 내려갔을 때 매미가 오는 바람에

엄마랑 같이 집주변 단속하고, 정전됐을 때 함께 집에 있고 그러던 것이 생생하게 떠올라

지난 9년간 정말 별일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온 거 같아서 

인생 참 별볼일없이 지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러니깐 난 응답하라를 보면서 아련... 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들 굉장히 순식간에 어느 시간을 살아가버리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이렇게 뭔가 얘기하고 나눌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 같다.

 

 

아,, 난 옛날에 강타좋아하는 척했다.. 

척이라는건...당시 반에서 잘나가던(?) 조금 껄렁대는 친구들이랑 어울려 보려고

걔들이 좋아하는 에초티 중에서도 강타를 이용한 듯한 약간의 가식이랄까.

요즘처럼 인터넷도 없는데 당시 팬클럽들이 어떻게 소통을 했을까 하는 문제는

아마도 전화 사서함 같은 게 있었던 듯.

친한친구가 넥스트 팬클럽이었는데, 그 친구가 전화로 알게된 다른 팬 언니한테 자료를 얻으러

대구에 간다는 걸 따라가줬다가 엄마한테 정말로 혼난적이 있다. (고담)대구가 어디라고 거길 가냐며..

우리학교 근처에 연세대 농구팀(이었나?)이 와서 거기 싸인 받으러 친구들이랑 쫓아갔었다.

피씨통신으로 밤새 채팅을 하다가 전화비만 40만원 넘게 나와서 완전 집에서 쫓겨날 뻔한 적도 있다.

다마고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디디알은 재밌지만 잘 못했다.

1997에 나오는 90년대 노래들..

그 당시에 일본노래랑 중국노래에 빠져 있어서 우리나라 노래 거의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브금으로 나오면 아,, 이노래!! 하고 알아듣는 걸 보니

정말 그 시대를 살았다는 건 이런건가보다

시시하다고 대충 지나쳐서 결코 내것이 아닌거라 생각했음에도 

(드라마에서 나온 말마따나)몸으로 이미 기억하는 거.

 

근데 우리때 여자애들 교복 양말이...

루스삭스랑 검은색 양말(검정단화랑 같이 신으면 부츠처럼 보이게끔 ...)의 과도기였던거 같은데

그부분은 놓친듯한..

놓칠만큼 세세한 디테일도 아니고 너무 뻔한 건데도 모르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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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달전이지만

여수엑스포 Kpop특설무대 공연에 온 이승기의 무대를 본 후 이승기 노래를 들으면서 한 생각들

 

 

여수 공연을 보기 전까지 이승기 노래는 베스트 앨범에 나온 것만 주로 들어본 상태여서

1집 곡과 그 이후 곡들 사이에서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즉 1집 곡인 삭제와 내여자라니까에 대해서

'다른 곡들과는 다르게 부르네'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이승기 노래로만 듣고 지났는데

 

무대에서 '내여자라니까'를 부르는 걸 보니까

이승기가 앨범버전이랑은 완전 다른 느낌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걸 깨달은 거다

결론적으로 내여자라니까는 1집 때의 풋풋한 느낌이 훨씬 더 좋았다.

억지로 허스키하게 노래하며 강한척 하는 미숙한 느낌이 노래분위기와도 어울렸다

어찌보면 노래 좀 한다 싶은 일반인이 부른 느낌이기도 한데,

그래도 내여자라니까는 그렇게 부르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렇다고 더이상 1집때의 내여자라니까를 들을 수 없는게 아쉽지는 않다.

 

노래실력이라든가 노래를 부르는 기교적인 면에 대해서 아는 건 하나도 없지만 듣기로

이승기는 1집 끝난 후 2집 준비하면서 보컬 트레이닝도 받고 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의 이승기는 굉장히 완성된 보컬일것이다.

1집 때의 방식으로 계속 노래하면 성대가 상할수도 있고

또 지금의 성숙된 실력으로는 더이상 1집 느낌으로 아예 부르지 못할수도 있겠지만

설사 부를수 있다고 해도 무대에서는 그런식으로 노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이승기는 더이상 10대 청소년이 아니니깐

억지로 강한척 할 필요도 없고, 억지로 허스키하게 목소리를 긁어댈 필요도 없고,

그런거 굳이 안해도 요즘 말마따나 충분히 '상남자' 느낌 나오지 않음?

물론 상남자가 부르는 내여자라니까는 '기를 쓰고 난 남자다'라기보다는

'이미 포용력있는 내가 널 감싸주겠다'는 조곤조곤하고 안정적인 느낌이지만

(보컬만 바뀌었을 뿐인데 어쩌면 이렇게도 다른 분위기가 돼 버리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풋내기 이승기가 콱! 안아주지않고 상남자 이승기가 그냥 꽉 안아만줘도 괜찮음

ㅎㅎ

 

아무튼 그후 1집만 들어보니 확실히 이승기 보컬이 완전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삭제'처럼 지금의 성숙한 보컬로 부르는게 더 좋은 경우도 있지만

내여자라니까 라든가 나방의 꿈은 역시 1집때의 느낌으로 부르는 게 제맛인거 같다.

아니 솔직히 나방의 꿈은 지금의 완성된 보컬로 다시 불러줬으면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또 꺼림칙한데 그건

나방의 꿈의 노래분위기도 내여자라니까처럼 뭔가 '풋내기'느낌이 있어서

그런 풋내기song을 이미 잘나가는 이승기가 완성된 보컬로 근사하게 부른다 한들

나방의 꿈이라는 노래에 대해 그다지 공감이 안될 거 같기 때문이다.

즉, 나방의 꿈의 경우..

보컬은 굳이 풋내기일 필요가 없지만 이승기가 이미 풋내기가 아닌게 문제랄까

(나방의 꿈도 싸이가 만든곡이라는데 싸이 이사람 대체 이런 노래도 만들고,, 나방이었던 적이 있나 ㅎㅎ)

 

예전에 김장훈씨가 자신의 노래실력에 대한 갑론을박을 앞에두고 이런 말을 한적이 있댄다

나에게 노래실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당신들..

내 노래를 듣고 감동을 한적이 있는가

한번이라도 감동을 한적이 있다면 그것으로 내 노래는 충분하다..

이런 종류의 말..

 

지금 이승기의 보컬이 변했니 어쩌니 노래A는 이런보컬로 부르고 B는 저런 보컬로 부르고

내멋대로 이런 같잖은 주접을 떨고 있지만

사실은 노래라는 게 완전한 요소의 합으로만 완성되는건 아닐거고

여러 상황과 노래가사와 분위기 가수의 느낌 나이 여러 불완전한 요소들이 어우러져서 완성되는 것일거다

기무라타쿠야가 일본에서 굉장한 스타가 되기 직전에 했던 롱베케이션이라는 작품이 있다.

(아직은) 그다지 잘나가지 않는 주인공들의 상황과 연결해 볼 때

롱베케이션 제목은 자기 미래를 전혀 확신할 수 없는 풋내기 시절을 견디는 걸 비유하는 말이기도 한데

재밌는 건 현실에서의 기무라타쿠야도 드라마 촬영 당시에는 드라마 주인공 세나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만큼 100프로 온전한 스타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 이후 엄청 잘나가긴 했지만

그러니깐 살짝 풋내기 시절의 기무라타쿠야가 풋내기 시절을 견디는 역할을 하면서 뜬건 자연스럽지만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슈퍼 히어로 기무라타쿠야가 풋내기처럼 빌빌대는 역할을 하면

좀 우습고 공감이 안되기도 할 것이다.

이승기의 8년전 노래를 지금 라이브로 듣고난후 말하고 싶은 내 감정도 결국 이런 harmony의 문제다.

 

 

이승기 정규앨범은 아직 1집밖에 안 들어봤는데

1집 노래들은 정말 다 좋다.

2004년도 기준으로 굉장히 대중적으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같다.

여행가는 길은 보컬이라든가 그런거 신경쓸것도 없이 그냥 지금 막 들어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고

 

이승기가 가수로서 별로라는 얘기에 대해서...

이승기 노래라고 하면 그다지 떠오르는 게 없다는 의견들에 대해서

이승기 노래는 이것저것 다 비슷한 거 같다는 악플에 대해서

나도 공감을 좀 하긴 하는데

하지만 노래가 별로인건 절대 아닌 거 같고

이젠 더이상 '완전 발라드'의 시대가 아닌게 저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옛날보다 가수들이 훨씬 더 많고 더 많은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고

말하자면 '가요계 순환주기'같은게 굉장히 빨라져서

어떤 종류의 노래든 임팩트가 분명하지 않으면 안돼서

옛날보다는 사람들이 오래듣도록 하는게 쉽지가 않으니깐

 

작년에 5집 내면서 한 무슨 인터뷰에서 본 거 같은데

이제는 발라드만이 아니라

좀 이상한 소리도 활용하고 그런 노래를 하겠다며

실제로 5집 노래는 보컬위주라기보다는 세련된 사운드도 많이 들리는 듯하다.

(투나잇 정말 좋다.

 이거 좀 제대로 홍보했으면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많이 부를법한 노래가 될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가수로서 힘든 시대일수도 있겠지만

발라드든, 정말 유행가스런 노래든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꾸준히 노래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다.

또 기무라타쿠야 비유지만, 예를들어 스맙의 노래..

옛날옛날에 일본최고 인기인들의 노래라며 스맙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이거 대체 무슨 딴따라 유행가..'이런 느낌으로 대실망을 했었는데

스맙노래도 지금 대충 떠올려보자면 괜찮은 건 '요조라노 무코오'정도 밖에 없다.

그에 비하면 이승기는 얼마나 다양하게 보컬로서의 활동도 지속하고 있는가 ..

그러니깐 가수로서 이승기는 별볼일없다는 이상한 비판에 연연하지 말고...

계속 좋은 노래 불러주세요

 

 

궁금한게 있는데

보컬이승기가 정말 하고 싶은 노래는 어떤 종류의 노래일까

대충 짐작으로는 고등학교 때 밴드보컬도 했고

그당시에 노래 들어봤다던 사람들 얘기로는 좀 내지르고 하는 그런 분위기 노래였다는 것이

역시나 락발라드...

 

취향이 반영된 거기도 하겠지만 내가보기엔,,

이승기 너무 발라드스런 발라드 말고

락발라드,, 그런 종류의 노래가 잘 맞는 거 같다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내여자라니까도 대충 그런 리듬이고, 나방의 꿈도 그렇고, 여행가는 길도 그렇고...

다들 발라드스런 발라드는 아니니깐

 

아! 여행을 떠나요 이승기 버전으로 첨 들었을 때는 정말 섹시해서 완전 놀랐음

이 유쾌하고 밝은 노래가 오로지 시원하게 내지르는 보컬 때문에 굉장히 섹시하게 들렸음

'헐 이승기가 섹시하다니!!' 이런 기분이랄까 우왕 ㅋㅋ

 

 

 

 

2007년 첫 콘서트때 연이어 부른 내여자라니까와 나방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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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여수엑스포 다녀옴

2012. 7. 5. 11:37 from ETOCETORA

지난주에 실기시험 끝나자마자 여수엑스포 다녀왔다

실기시험 두번째 조 시험은 3시 15분에 이미 끝났는데도

세번째 조가 시험장에 들어갈 때까지 마주치면 안된다고 3시 44분까지 학교에 붙들려 있었다.

3시 15분이면 사상에서 4시 40분에 출발하는 여수행 버스를 타기에 넉넉한 시간이라 맘놓고 있었는데

3시 44분....

학교에서 풀려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서 옷갈아입고 남양산에서 전철을 타고선

전철로 대략 35분걸리는 서부터미널 역까지 분단위로 도착시간 확인하면서 우여곡절끝에

 

그럭저럭 버스를 타긴탔으니 된거지 뭐^^

 

 

 

 

 

여수엑스포 볼거없다는 악플같은 소문을 꽤 들었던지라

정말 행사장도 코딱지만하게 작을줄 알았는데

정문에서 Kpop엑스포 특설무대까지 (지도에 나와 있는 대로) 한참 걸어가야했다.

 

 

다음날 10시개관이라 아침부터 가서 편하게 구경해야지 생각했는데

아.. 개관시간에 입장했는데도, 게다가 주중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대부분 단체로 온 사람들 같고 어르신들팀이나 어린이들팀 위주...

그래서 제일 처음 들어간 한국관만 거의 바로 입장했고

이후에 주최국전시관들이나 기업관같은 참여전시관들은 대략40분씩은 기다린듯...

 

  

 

 

 

 

 

한국관이나 주제관을 다닐 때 '에게 이게 다야, 이게 다야?'이런 반응들이 참 피곤했다.

농담아니고 진짜로 한 4,50대 아저씨들이 애들도 아니고 이게다야? 이게다야? 이러고 있으니;;;

멀리 놀러와서 감각적으로 꽉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즉각적인 결핍을 호소하고 울고 그러는 건 대개 아기들이 하는 짓이잖아..

 

표현하려는 내용보다는 어떤 기술을 보여주나 그런것만 기대하는 사람들,, 어른들이 많았던 듯..

오히려 어린이들은 기술보다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여서

93년 대전엑스포 때의 어린이들이 '기술'에 감동하며 즐거웠던 것과는 달라보였다.

21세기 어린이들은 기술이 이미 이미 익숙한 생활이 된, 세련된 세대랄까~

 

아..대전 엑스포때는 주제가 과학이라서 기술적인 면이 좀 더 돋보이긴 했겠지만 ㅎ

 

 

 

 

 

 

 

 

 

로봇관이라든가 아쿠아리움이라든가 사람들이 몰렸다고 소문난 곳은 그냥 안갔는데

다른 여러 전시관에서도 바다와 수자원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어서 유익하고 즐거웠다.

특히 엑스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관은 엑스포 기간이 끝나면 다시 볼 수 없기도 하고

또 여러 공연이나 문화 전시 같은 테마를 가지고 진행되는 걸 구경하는게 정말 좋았다.

4D관람으로 그저'기술'만 내세우는 듯한 곳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그 나라라서 보여줄 수 있는 걸 전시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관의 경우 탱고음악과 춤 공연을 하는 동안에 벽 화면에서는 국토 1700Km를 동서로 횡단하며 먼바다에서부터 시작되는 아르헨티나를 보여주는 영상이 나왔다. 

이렇게 즐기면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술이 잊혀지도록 하는게 참 근사했다.

 

 

기업관 중에서는 삼성관이 그랬다. 기술에는 더이상 감동하지 않는 현대인이라도 문화와 예술에는 감동하니까..

 

 

 

전시관 입장을 기다리면서 사람들 대화를 듣다보니

어제 이승기 공연이 있어서 그래서 일부러 이날짜에 맞춰 온 사람들 많을거라는 얘기가 꽤 있었다.

사실 첫쨋날 Kpop공연 때 너무 늦게 도착해서 특설무대 주변에 앉을 데도 서있을데도 없을지경이었는데

그때 주중인데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오나 놀라긴 했었다.

아무튼 어떻게어떻게 '임시 스탠딩석' 같은 곳에 비집고 들어가긴 했는데..

내 앞에 서있던 모녀분들..

난 당연히 따님쪽이 공연보고 좋아라 할 줄 알았는데

어찌된 게 어머님 쪽이 더 환호하셔서 그분 힘에 난 옆으로 떠밀려나갈 정도였다;;

임시스탠딩석 같은게 있는 줄 모르고 스탠딩석 뒤쪽에 앉았던 사람들은 앞에 앉으라고 막 욕하고... ㅎㅎ

스탠딩석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 몰려있고..

정말 누구나 좋아하는 다해먹을 이승기...ㅎㅎ

 

 

 

<배 우측 끝에 보이는 지붕이 Kpop공연이 있었던 엑스포 특설무대. 굉장히 큰 무대임>

 

 

 

이것저것 거리공연이나 행사도 많았서 기다리면서 지루하지도 않았다 

아무데나 앉아서 공연을 보기도 좋았고, 돌아다니다 지칠 때 쉴곳도 많았고, 전시관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걸 대비해서 미리 차양이 조성된 배려도 좋았다.

국제관 지붕(?)에 있는 디지털 갤러리는 오며가며 무심코 넋놓고 쳐다보게 되고 ㅎㅎ

 

 

 

 

 

 

 

 

그래서 결론은 여수엑스포.. 한번쯤 와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문제는.. 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공유되는 21세기에

엑스포같은 '(원론적으로는) 계몽사업'이 대체 왜 계속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지

엑스포 국제관을 돌아다니다보면 다음 엑스포 개최후보국들이 유치를 위해 홍보하는 것도 볼수 있었는데

이제는 국가와 지역 관광산업에 지나지 않게 돼버린 엑스포같은걸 지금 21세기에도 이어나가려면

정말 확실하게 볼거리 즐길거리로 다른 여행레저상품과 경쟁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테마파크에서 스피드와 스릴로 감각을 꽉 채우는 것에 비견될 정도의 어떤것이라든가

아니면 지역자체의 관광자원이 충분히 사람들을 만족시킬 만하든가

 

여수는 물론 좋은 곳이고 여수엑스포도 난 좋았지만

앞으로도 새로 개최될 엑스포라는 것에서 이런 점들을 다 고려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다녀와서 아쉬운건 여수관광을 전혀 못했다는 건데..

1박2일로는 터무니 없다. 최소 2박3일은 잡고 가야지

엑스포 구경도 다하고 여수관광도 하려면..

8월까지 다시 가볼 시간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요즘처럼 입맛없을 때 갓김치 못사왔다는 게 참 아쉽다 

홍어도 못먹었네ㅠ

 

 

 

 

 

Posted by Navi. :

건축학개론 찍은 곳이..

2012. 3. 30. 23:14 from ETOCETORA

경희대랜다 ..

 

학부시절에 클래식이나 동갑내기 과외하기 같은 영화에 경희대 배경으로 나온거 보고 재밌어 했는데

그때는 학교 다닐 때니깐 '아, 저기!!'하며 바로 눈에 보이더만

이번에 건축학개론은 전혀 눈치를 못챘다.

 

경희대에서 영화찍는 이유가 주로 캠퍼스가 예뻐서라는 이유라던데

건축학개론은 경희대 캠퍼스를 배경으로 찍은 건 아니고

그냥 문리대 앞이랑 강의실을 하나 사용했댄다.

 

 

 

문리대 앞이란 얘길 듣고 생각해 보니, 노천극장 옆을 돌아가는 길 바로 옆에 있던 문리대가

길보다 높은 곳에 건물이 있어서 계단을 꼭 걸어 올라가야 되는 이상한 위치에 있었다는 게

영화장면과 함께 다시 생각이 나면서 '아!' 싶었다.

그걸 못알아보다니...

 

 

 

그리고 무엇보다 강의실....

영화 속 강의실은 바로 우리 과 강의실이었다.. 헐...

영화속에선 강의실 별로 넓어보이지도 않고 그저 흔한 90년대의 강의실이더만,, 

옛날에 학부 신입생으로 들어갔을 땐 나름 새로지은 건물이고 해서

그래서 개인적으론 근사하다고까지 생각했던 그 강의실이었던 거다

영화속에선 그저 오래되고 후져보이는 '배경'에 불과했지만 ㅎㅎ

층마다 거의 같은 구조의 강의실이 있고 강의실엔 각자 이름도 붙어 있고 학년마다 층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니깐 저 비슷한 구조의 강의실에서 수년간 강의르르 받은 셈인데

근데 어떻게 그걸 몰라볼 수가 있나 싶다...

역시 옛날이네..ㅎㅎ

 

아무튼 건축학개론.. 연세대에서 찍은 거 아닙니다

경희대예요 경희대 ㅋ

 

Posted by Navi. :


요전에 북한 엮어서 만든 연애드라마.. 썩 좋은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에 킹투하츠도 왠지 별로일 거 같았다.
게다가 입헌군주제 설정까지 넣는 것이
이것저것 쓸만한 것들만 끌어모아서 어거지로 연애이야기 만들어보려고 기를 쓰는 거 같아
혀를 차고 있었는데
아...
완전 재밌어서 본방사수 하게 될 거 같다 ㅎㅎ
어떻게 풀어나갈지 모르지만 윤제문씨 나오는 부분의 묘한 느낌도 좋고

사실 요즘 드라마들에서
연애한답시고 인간들이 죄다 자기 정체성을 잃은 채
불나방처럼 죽자사자 뛰어드는 모습은 참 볼썽사납던데
이 드라마는 이야기가 잘 풀려 나가면 좋겠다 아름답게 또 사람답게...

하지원의 귀여운 북한말이 북한에 대해 생길 괜한 위화감을 줄이게 해줘서 참 좋고
요전에 근영이가 sns에 걸었다는 글 때문인지 하지원의 역할을 근영이가 했어도 잘 어울렸을 것 같고..
(나이 때문에 좀 안 맞으려나...내가 근영일 좋아해서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겠지만 ㅠㅠ )
근데 그와중에 이승기 완전 밉상... ㅋㅋㅋ
드라마 홈페이지 들어가보니깐 굉장한 속물 캐릭터라고 돼 있는 것이
정말 잘어울린다 깐죽대마왕 ㅋㅋ
무려 국민훈남 이승기 위엄은 대체 어디로...ㅋㅋ

생각해 보면 이승기는 항상 못됐고 심술궂은 속물적인 느낌의 역할을 많이 한 것 같다
구미호라든가, 찬란한 유산이라든가 보질 않아서 잘 모르지만 성격은 밉상이었던 걸로 알고있고
그리고 최고의 사랑에서 까메오로 나올때도 역시 기본은 밉상..ㅋㅋ
뭔가 성격적으로 곱지만은 않은 역할을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다.
캐스팅 과정이 어떻게 되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 모범생처럼 보이는 외양 어딘가에 숨어있는 심술궂은 표정을 다들 읽고선 그렇게 캐스팅하는 건지 어떤건지 ㅋㅋ

실제로 보면 분명 나름 샤프해 보이고 연예인 아우라로 눈이 부시겠지만 ㅋㅋ
이승기의 얼굴은 그냥 내가 아는 평범한 누군가들이 떠오르는 그런 느낌일 뿐이며
예능프로를 안 보는 입장에서는 전혀 친근감을 느낄 요소도 없어서
말그대로 드라마가 재밌어서 보다보니 덩달아 계속보게되는 배우...
근데 그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서 재밌다
심지어 볼에 심술이 더덕더덕 붙어있는 지경으로 보임 ㅋㅋ



아,, !!
2008년에 이노래 때문에 이승기의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cd를 샀었다.


예전부터 가사가 느끼해서 소름돋게하는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버스에서 이승기버전으로 듣고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게까지 된 마성의 노래...!!
대체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땐 그랬었다.

킹투하츠 드라마에서는 그 밉살맞은 모습으로 날 다시 또 저렇게 감동시켜주세요 이승기군,,,
화이팅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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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2008년 무렵 소통보다는 아는 누군가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블로그를 좀 열심히 했었다.
직접 연락하기는 어색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몰래 찾아보면 찾아질만한 지점에
내 블로그를 딱 걸어두고는
그네들을 의식하면서 블로그를 했는데...

하필 그무렵이 나름 블로그 전성시대라서
그래서 블로그 하는김에 여기저기 파워블로거들도 많이 구경갔었고

딱히 구경하려고 의도하지 않아도
다음 같은 대형포털의 메인에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걸려있으면
자연스레 찾아들어가서 그 트래픽에 일조하게 되는 상황인데

그 당시의 파워 블로거들...
'소통'이라든가 '시민언론'이라는 느낌으로 꽤 많은 팬덤(?)같은 무리들까지 달고 지내는 듯 했지만
사실, 대부분이 소통보다는 자기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지지만을 원하고 반대 의견은 다 차단하는
상당히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자기블로그 안에서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그속에서 으시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애초에 다른 사람 의견같은 건 안 들으려면 아예 포털을 통해 공개되게 하지를 말든가..

아무튼 그런 모습이 상당히 폭력적으로 느껴졌고
때마침 그무렵 학교들어갈 준비를 하느라 바쁘기도 해서 그때부터 블로그를 딱 끊었었다.

이후 2년간 내가 사생활을 보이고 싶어하는 대상이 학교에서 만나는 실제 친구들로 변하면서
싸이에나 집중을 했지 블로그 같은건 완전히 잊고 있었으며
이후 다른 종류의 SNS의 등장으로 블로그 글들이 눈에 띄는 일이 줄어드는 걸 보면서
내심 통쾌해 하고도 있었다.
(아 유치하다 유치해 ㅎㅎㅎ)

암튼 오늘 메타블로그 망해간다는 글을 어디선가 봤는데
옛날에 블로거 하면서 겪은 여러 일들이 떠올라서 그냥 기분이 좋았다
(이런 심술쟁이 놀부심뽀같으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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