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 마지막 날에 다른 학교 교수님이 우리과 NL선생님들과 함께 

신경 근골격계 질환을 감별하기 위한 신체검사를 주제로 강의를 하셨다.

대학병원 교수님이 해주시는 강의니깐

최첨단의 세부적 지식 한 가닥을 발전시키기 위해 쌓는 벽돌 하나 같은 내용의 강의를 해주시나 생각하며

열심히 듣는척할 준비ㅋㅋ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척추사지진찰을 위한 간단한 수기검사와 같은..

신경과 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침범되는 부위와 비슷한 부위를 침범하는 다른 과 질환을 확인하는

고전적인 신체검사를 essential 한 것만 추리신 다소 평이한 강의였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에게는 이런 타과의 신체검사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강의를 들은 우리학교병원 선생님 중 한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신경과 질환이 아닌 신체문제에 대해서는 관련과에 협진요청해서 해결하면 되는 게 병원의 치료시스템이니깐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사가 이런 타과의 진찰에 대해 얼마만큼의 범위까지 알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강의하신 타대학 교수님께서도 '결국 취향의 문제'라고 대답하신 걸거다.

신체검사로 환자의 문제를 파악할 줄 아는 의사가 되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문제

 

 

취향의 문제라.. 

 

실습때문에 학교와 관련된 의료기관의 진료(3차, 2차 병원)만 보다보니

의사의 진찰이란 건

병력 확인하고 증상에 따른 알고리즘에 맞춰 감별진단을 위해 각종 검사와 영상을 확인하고

굳이 의사라는 '사람이 없어도 되'는 그런 과정처럼 느껴질때가 많다.

요즘의 의료란, 근거중심이라는 말 아래 가이드라인에 따른 최선의 정해진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고  

그런 관점에선 이런 간소한 진찰과정이 그다지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도 때로 뭔가 빈틈이 생긴다면 그건

환자 개개인을 진료하는데 있어 신체접촉이라는 질적인 감각이 빠져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심장초음파나 경식도 초음파 같은 걸로 병변을 확인해내는 의사도 괜찮지만

청진과 같은 오래된 수단으로 심장의 문제를 확인해내는 의사는 정말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한 의사 내면에서 쌓여가는 신체진찰의 경험들은

환자를 보면서 '이 사람, 뭔가 조짐이 나쁘다'같은

문자그대로의 impression조차도 훨씬 설득력있는 직감으로 단련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개인적인 진찰감각의 단련이 뭘 낳을까

어차피 환자 보고 약주고 치료하는 건 거기서 거기일 텐데

전혀 첨단의 지식도 아니고 구식으로 환자를 보는 이런 과정 따위 내것으로 만들지 않아도 상관없을까?

 

 

아티스트라든가 워호스에 대한 영화평 중에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에 충실한다는 것..에 대한 말을 봤다.

기술적인 어떤 것들이 가장 중요한 듯 여겨지는 변화의 시기는 항상 있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영화의 중요한 어떤 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경과 마지막 강의를 들으면서 신체검사의 의미에 대해 했던 생각도

저 영화들 영화평에서 나왔던 얘기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첨단의 멋진 것들을 기피하고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편리하고 유용하고 또 새로운 어떤 것이 만들어지는 데는,,

(단순히 '만들어진다'가 아니라 창발되는 거라고 하자.)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걸 무수히 반복하는 어떤 누적이 필요한 거 같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특히나 학생입장에서라면 더더욱 그런 과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거 같다.

내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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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

건축학개론 찍은 곳이..

2012. 3. 30. 23:14 from ETOCETORA

경희대랜다 ..

 

학부시절에 클래식이나 동갑내기 과외하기 같은 영화에 경희대 배경으로 나온거 보고 재밌어 했는데

그때는 학교 다닐 때니깐 '아, 저기!!'하며 바로 눈에 보이더만

이번에 건축학개론은 전혀 눈치를 못챘다.

 

경희대에서 영화찍는 이유가 주로 캠퍼스가 예뻐서라는 이유라던데

건축학개론은 경희대 캠퍼스를 배경으로 찍은 건 아니고

그냥 문리대 앞이랑 강의실을 하나 사용했댄다.

 

 

 

문리대 앞이란 얘길 듣고 생각해 보니, 노천극장 옆을 돌아가는 길 바로 옆에 있던 문리대가

길보다 높은 곳에 건물이 있어서 계단을 꼭 걸어 올라가야 되는 이상한 위치에 있었다는 게

영화장면과 함께 다시 생각이 나면서 '아!' 싶었다.

그걸 못알아보다니...

 

 

 

그리고 무엇보다 강의실....

영화 속 강의실은 바로 우리 과 강의실이었다.. 헐...

영화속에선 강의실 별로 넓어보이지도 않고 그저 흔한 90년대의 강의실이더만,, 

옛날에 학부 신입생으로 들어갔을 땐 나름 새로지은 건물이고 해서

그래서 개인적으론 근사하다고까지 생각했던 그 강의실이었던 거다

영화속에선 그저 오래되고 후져보이는 '배경'에 불과했지만 ㅎㅎ

층마다 거의 같은 구조의 강의실이 있고 강의실엔 각자 이름도 붙어 있고 학년마다 층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니깐 저 비슷한 구조의 강의실에서 수년간 강의르르 받은 셈인데

근데 어떻게 그걸 몰라볼 수가 있나 싶다...

역시 옛날이네..ㅎㅎ

 

아무튼 건축학개론.. 연세대에서 찍은 거 아닙니다

경희대예요 경희대 ㅋ

 

Posted by Navi. :

헬기이송환자

2012. 3. 27. 09:53 from yS 2010▷2013

어제 롬이랑 점심 때 차마시면서 쉬다가

저번주 ER 데이턴 때 헬기이송하는 환자 내리러 병원 옥상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하게됐다.

병원 옥상이라....

요즘 병원들은 옥상에 옥상정원같은 걸 만들어서 환자들이나 병원 직원들이 쉴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듯하지만

 재건축 하느라 마치 미로를 찾는 듯 복잡하고 여기저기 엉성한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동안

옥상이란 공간은 그냥.. 완전히 잊혀져 있어서

그때 환자 데리러 옥상 올라간 나와 마찬가지로 롬이 역시

'세상에 옥상이라니! 꼭 올라가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잊혀져 있어서 그렇지 막상 옥상이란 곳은 그냥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너무 쉬운 일이라 좀 이상하긴 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몰래 올라가면서도

'PK는 옥상에서 휴식을 취해도 된다' 등의 하나에서열까지스런 짜잘한 오티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모범적인 PK 두명은 왠지 조심조심 CCTV의식하며 꼭대기층까지 갔는데

 

 

근데 꼭대기층에서 옥상 나가는 문이 잠겨있었다...

그럼그렇지

이렇게 쉬울리가 없지

그래서 그때 환자내리러 옥상 올라왔을 때 다른 직원분들도 안내려가고 계속 옥상에서 머뭇대고들 있었던 거지

옥상 문을 여는 일은 드물어서 설레는 일이니까

 

 

 

 

그래서 롬이한테 얘기했던 데이턴 때 환자내리러 옥상올라간 이야기..

그날 ER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문득 남해해상에서 해경의 헬기로 환자가 이송돼 온다는 얘기가 나왔고

게다가 PK중에서도 한명정도는 올라가봐도 된다는 말을 듣고

2주째에 접어든 응급실 근무에 지쳐있던 나는 냉큼 가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리고 신이나서 옥상이란 데를 쫓아올라가게 됐다.

뜯지않은  ambu를 챙겨든 응급구조사 분 曰, 자기가 호흡을 맡을 테니 pK는 가슴 압박을 해야될거라고 해서

달리는 베드위에서 가슴압박을 하려면 배쪽에서 압박을 해야 할건데

그럼 손 위치를 어떻게 해야 할까 라든가

실수로 배위에 걸터앉아버리면 압박을 해봤자 배의 압력때문에 제대로 압박이 안될테니 조심해야겠다라든가

혹시나 경사로를 내려갈 때 베드가 뒤집혀 구르진 않겠지라든가 등등

...잠시후에 이어질 긴박할 순간이 떨려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근데 환자를 기다린 지 꽤 지났음에도 별 소식이 없다.

출발지에 연락을 넣었더니

환자가 너무나 비대해서 이제서야 헬기에 실었다는 황당한 답변이 왔다.

김이 좀 빠지긴 했지만 옥상에서 보니 바다랑 병원이 정말 가까워서

(만조 때 태풍이 겹치는 등의 재난 상황 땐 이동네까지 물이 찰수도 있겠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환자를 실은 헬기가 보이고 병원 옥상에 착륙을 했는데

헬기문을 열었을 때 분명 의식이 없이 쓰러져 있어야 할 환자분은...

 

또렷한 의식을 가진 '외국인'이었다.

왼쪽다리가 아프니 조심해서 내려달라고 요청하는등..

달리는 베드위에서의 긴급한 CPR같은 건 없었던 거다

아...

암튼..

ER 때 교수님과의 토론수업중에 우리나라 응급구조시스템에서 헬기가 사용되는 상황이

정말 택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경우도 그런 경우가 되려나..

남해에서라면 그냥 차를 타고 와도 두시간이면 왔을 텐데

이 외국인 분은 헬기를 타고 대략 두시간 걸려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남해인근에 헬기를 내릴 병원이 없어 여기까지 왔다면

그냥 선박에서 다른 작은 배를 타고 가까운 육지쪽의 병원에서 치료해도 되지 않았을까 등등

이것저것 잡생각이 떠올랐지만

화제의 촛점은 금새 '어머, 외국인 환자'로 변했다 ㅎㅎ

처음에 국적이나 여타 정보가 제대로 확인 안됐을 때도 검체용기등에 '외국인'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나중에 인적사항이 확인된 후에도 ER내에서 사람들사이에 통칭되던 이름은 여전히 '외국인' ㅎㅎ

 

아무튼

헬리콥터도 타보고 좋았겠어요

헬기 한번 띄우는데 수백만원은 든다던데

게다가 민간인이 대체 무슨 일로 그걸 타볼수 있겠나요

진심 부러웠다구요 외국인 아저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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