꿍따리 샤바라

2017. 6. 10. 16:23 from ETOCETORA

 

 

 

 

 

 

어린이들 재활 담당하시는 교수님 외래 참관하는게 참 재밌다.

같이 들어가는 재활전공의도 내말에 맞장구 치면서 공감하던

이거 완전 애기보는거 실전 배우는 기분이라고..

근데 그 전공의샘은 애가 없으니깐 실전 운운하지만

정말의 실전은 재우기나 먹이기 같이 놀기 처럼 훨씬 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난 그냥 애가 아주 아기일 때는 대체 뭘 봐줬어야 하는가

어떤방식으로 그걸 확인하면 되는가 하는 걸

환아 한명한명의 진찰마다 교수님을 통해 그 확인 과정을 반복해서 보게되니깐

그게 참 좋았다.

그런면에서는 재활전공의 말처럼 '아기(의 발달을) 보는법'을 실전으로 배우는 거기도 하다.

그리고 아주 아기일 때는 그렇게 발달이 제대로 되나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아기랑 놀아주는 게 되기도 한다.

 

정말 교수님은 어찌나 어린이들을 잘 다루시는지

애가 그냥 진료실 안을 빙빙 헤집고 다니다 뭐 하나 작은 몸짓만 보여도 많은 걸 알아내시고

또 애 관심을 다시 어른들쪽으로 집중시키고 그러셔서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라고 여러 상황마다 감탄을 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도 본인의 아기들을 돌보는 건 별로 그렇지 못했다고 하심.

지금보다 훨씬 옛날에 교수님이 출산 후에 바로 일 시작하시면서

낮에는 일하러 나가고 퇴근하고 오면 아기 보고 하던 시절에

 

예로 든 건 아기 재우기..

퇴근해서 집에와서 아기를 인계(?)받고 자러데리고 들어가도 애가 도무지 잠을 자려하지 않아서

아기를 키우는 대부분의 양육자들처럼 정말 힘드셨댄다

근데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유행가 소리에 애가 쉽게 잠이 들어버렸는데

그게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였다고 한다.

노래가 나오자 칭얼대던 애가 노래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듯 조용해지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고 함

그래서 그후로 오랫동안 클론 노래를 많이 써먹었다고.

 

보통 아기들 자장가로 추천되는 클래식이나 이상한 조용한 노래들 보다

실제 아기들은 비트가 강한 노래를 더 좋아한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지만

그래도 꿍따리 샤바라는 너무 소란스런 노래 아닌가 .

 

 

 

 

꿍따리 샤바라는 1996년도 한여름 직전에 대히트한 곡이다.

(그러니깐 교수님은 1996년도에 둘째를 낳으셨던 것일 거다.)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면 지역 고교생들이 함께 큐슈로 캠프를 갔을 때

밤에 놀면서 제일 많이 불렀던 노래니깐.

 

근데 이게 참...

 

그때 숙소에는 우리 한국고교생 팀 말고 일본애들도 있었다.

일본팀은 우리처럼 고등학생들 단일이 아니라 유치원생~ 고등학생정도까지가 섞여 있었는데

대체 어떤 단체로 와서 인적구성이 그러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유치원생이 있었던 증거는..

그때 어린애중 한명이 소변을 실례 했는데

그걸 발견한 고등학생씩이나 되는 우리.. 누나들이 아무것도 못해주고 쩔쩔매면서

일본인 통역 아저씨만 찾으러 쫓아다닌 기억이 있으니깐

아무래도 그 오줌싸개는 유치원생이었겠지.

 

숙소에서 저녁 때 한국애들끼리 또 단체 레크레이션 한다고 야외에서 떠들고 노는데

그때 딴애들도 그랬나 잘 모르겠지만

난 살짝 우리가 노래 부르고 떠드는 게 저쪽팀에도 들릴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노래를 할 때마다 좀 의식을 많이 했다.

정말 재밌게 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했나?

클론 노래와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 이 두곡이 되게 인기있었던 거 같은데

아무래도 떼창하기 좋기는 클론 노래였으니깐

그래서 저쪽 들으라고 고래고래 노래를 다들 불러제낀다는 느낌.

일종의 기싸움(ㅋ)이나 기세에서 안 밀리려는 느낌.

아무리 경제대국이래도 일본따위에게 절대로 기죽을 수 없다 왜냐면 우린 한국인니까!!

뭐 이런 느낌이겠지.

 

 

그걸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일본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을 오히려..

최근에 한국 놀러오는 중국사람들에 대해 한국인들이

매너가 없다느니 더럽다느니 시끄럽다느니

그렇게 한국인들이 중국사람들 얕보는 것과 비슷하게 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뭐...

 

 

1996년 경제대국의 물가에 대해서 기억나는 건 새우깡 100엔 만화책 300엔으로

이걸 당시 한국 환율로 바꿔 물가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보다 대략 2배정도는 비쌌던 듯..

어쨌든 지금의 일본은 방사능 위험만 아니면 무난하게 여행갈만한 나라가 됐다.

일본은 더 살기 좋아지고 한국은 더 살기 어려워졌다는 뜻이겠지..

 

 

 

 

 

 

 

교수님의 추천 자장가인 꿍따리샤바라를 우리 은총이 낮잠 재울 때 들려줬더니 잠은 안자고 하는말이

노래가 너무 웃기다고 한다.

젠 지도 컸다고 노래평을 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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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

2017. 5. 9. 21:56 from ETOCETORA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대통령 탄핵이 3월에 결국 성공했고

그리고 새 대통령 선거..

 

정권교체는 당연했고 박근혜 사면은 말도 안되는 것이었으며

난 그냥 대연정을 얘기하는 안희정씨가 됐으면 했는데

경선과정에서 밀렸다.

그때 문재인식 양념이 어떤건지 처음으로 알았고

새삼 옛날 노사모의 패거리 행태가 떠올라서 문재인은 절대 안됐으면 하고 생각했다.

 

차선이 안철수였는데...

 

차선으로 생각한거지만 지지를 위해 정책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전부터 막연하게 불안했던 우리나라 미래나 우리애들이 맞이해야 할 수십년 후 등에 대해

그가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

정규교육의 틀을 바꾸고, 평생교육 시스템 만들고, 4차산업혁명시대 준비와 벤처기업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제시했다는 걸 보면

그가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이런 마인드가 좋았다, 저번 대선 무렵때 같은데...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뜬구름 잡는 생각이나 한다고 볼수도 있지만

그간의 그의 삶의 궤적을 보면

그 시작은 일견 뜬구름 잡는 무모한 도전의 연속이었음에도

결과적으로 자신이 하고자한 걸 실현 해내왔다는 점에서 믿음이 갔다.

국회 의정활동에서의 성실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안철수를 진심으로 지지하게 되면서

대선 경쟁자인 그를 견제하는 세력들의 악의적인 네거티브도 견디기 힘들었다.

항상 느끼지만

이런 여론전은 결국 세력 싸움이고 감정싸움일 뿐이다.

 

처음에 탄핵이 이루어졌을 때는 대선까지 기간이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선왕조 500년동안 일어날법한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입장에선

실제 투표 전까지 정말 매일매일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한달동안 그냥 지켜보는 유권자 입장으로서만도 소진돼 버린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어제까지 국민속으로.. 라이브

하필 황사가 한반도를 덮친 기간,

안철수의 마지막 최선의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는 그 120시간의 도보 대장정이 끝나고

정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원래 말싸움은 잘 못해 토론에서 잃었던 점수를 이런 진심어린 노력으로 다시 회복할 수 있지않을까

그렇게 바랬는데

 

국민속으로를 보며 느낀 감동은 안철수 지지자들에게만 국한돼 있었나보다.

2017년 대한민국은 안철수가 그리는 미래가 아직 필요하지 않은가보다.

 

 

 

지금 생각으론 우리나라 우리애들 이제 어떡하나.. 싶지만

사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어서 여러 정책을 실행하려해도 막상 국정운영능력이 미숙했을 수도 있는 거고

이번에 대통령 되는 사람이 생각보다 패거리 정치안하고 잘할수도 있는거다.

제발 그래줬으면..

선거기간동안 캠프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한자리 안겨주고 그런 짓 안했으면.

적폐는 자타구분하지 말고 제대로 청산해줬으면.

 

 

하지만 뭐 그런 객관적인 척하는 입장보다는 그냥...

이제껏 살아오는 동안 누군가가 정말 당선되기를 이토록 바랬던 적은 처음이라

지금은 그저 허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안철수씨에게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다고 위로를 드리고 싶다.

 

힘내세요 안철수 후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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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2017. 3. 9. 22:52 from ETOCETORA

 

 

 

 

 

 

 

 

'너의 이름은'은 대형 재난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라고 감독이 이미 이야기 했는데

영화안에서 재난의 시작은 하필 우주로부터의 운석이어

재난이 닥치는 과정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숨막히게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영상미로 유명한 감독이 소재를 잘 선택한 거라고도 생각하지만

그보다 이 감독님도  '우와 별... 나는 밤하늘이 좋아'라고 생각하는 촌사람인것인가.

무슨 말이냐면

대학 1학년 때 처음 설악산 정상에 올라서 밤에 눈밭에 누워 쏟아지는 별빛을 눈으로 다 받아내는게 너무나 좋아서

그후 '저는 별보는 걸 좋아합니다'와 같은 얘기를 하고 다녔더니

친한 교수님 한분이 하루는 지방출신의 촌스러운 취미라고 농담같은 핀잔을 했던적이 있어서다.

괜시리 낭만적인척 하려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줏대없는 취미같기도 해서 좀 부끄러웠는데

이 감독님은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을 꿋꿋하게 지켜왔나보다..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지진은 일본사회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는 말도 했다.

그런건 한국의 특집기사에서도 이미 많이 봤는데

예상치 못한 재난에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게

절제를 미덕으로 여기며 살던 일본인들을 현재를 누리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끔도 하고

한편으론 도덕성과 공익에 대한 기존의 가치관을 무너뜨려서 범죄가 증가하는 경향을 낳기도 했다는 뭐 그런.

 

하지만 천년전에 비슷한 재난을 겪었을 사람들로부터 전해내려오던 경고가 점차 희미해지듯

재난이 닥친 순간 그것을 지켜본 대부분 사람의 내면을 두드린 최초의 어떤것이 희미해지려는 때

어제밤에 꾼 꿈에서 느낀 그 중요한게 뭐였는지 거의 잊어버릴 즈음에

그지점에서 이 예민한 감독님이 그게 뭔지 찾아 영화를 통해 던져준것 같다.

 

사회면 기사에서 사망사건이 있을 때 정말 보기 싫은 댓글중에 하나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건 사건의 경중이나 질을 따져봤을 때 부적절하고 의미없는 말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무려 사회면에 기사로 뜰만한 사망사건인데

대체 고인의 명복을 빌어서만 애도가 되는 경우가 몇개나 되겠냐고.

대체 어떻게 된거지..

저런 일은 다시는 생기면 안될텐데..

그때 만약 이러지만 않았더라면..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이런 종류의 분노와 한탄이 오히려 애도의 결을 제대로 살린 말인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감정이라곤 안느껴지고 상투적인 고인의 명복 운운보다는..

 

 

결코 잊고 싶지 않으며 잊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당신들에게 이런 일이 안생겼었으면 하는게

그런 재난을 본 순간 충격과 함께 마음에 와닿았던 중요한 기억 아니었을까.

 

재난이 지나간 후 생존자와 사망 실종자로 운명이 갈리고 나면

그후엔 또 개개인과 사회 모두가 감당하기 버거운 재건과 회복과 후유증과 그외 이것저것이 이어진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동일본 대지진은 며칠만에 그냥 후쿠시마 원전과 동의어에 지나지 않게 돼버렸고

그건 재난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내 마음에 흘러오던 여러 의미있는 장면들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가버리고

결국 방사능 유출 위험에 대한 걱정에 머물러버린 탓일 것이다. 

희생자에 대한 최초의 아픔이나 안타까움이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인데.

 

타임워프(라고 해야 겠지..?)라는 진부한 소재를 쓰긴 했지만

그만큼 희생자들에 대한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재난 후 일본인들이 겪은 내면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일것이다.

때문에 간절히 재난을 피해갈수 있도록 소망하고 

그렇게 소망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잊지 않도록 크게 소리지르는 모습이야말로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어떤 엄청난 사건이나 재난이 생기든 해야 하는 일이며

나도 간절하게 소원하고 잊지 않으려 계속 그것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거.

 

영화는 타임워프를 소재로 한 하이틴 로맨스 물일수도 있지만 난 그냥 이렇게 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영화보고 나오면서 느낀 깊은 여운이 두사람간의 어떤 운명적인 사랑이라는데만 국한돼 있을리는 없을거다.

 

뭐 암튼 운석이 부딪히는 장면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뭐라 설명하려해봤자 그 감동이 해석은 안되는거 같다.

감독님 정말 멋있으세요 (엄지척)

 

 

 

 

 

 

 

사족이지만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연결된 느낌을 가진다는건 정말 중요한 거 같다.

우리 엄마는 정말 꿈을 제대로 잘꾸는 분이시

그게 생활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어서 가만 보다보면 참 신기하기도 한데

우리를 세뇌하는 미디어에 의하면

이런 정신세계는 동양인들이나 아메리칸 인디언들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소양아닌가.

난 정말 그런게 티끌만큼도 없는 사람이지만

종교생활한다고 성당다니고 교회다니면서도 입으로만 기도를 하지 현실감으로 똘똘뭉친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애초에 좀 타고 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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