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맞았어요

2013. 10. 29. 22:28 from yS 2010▷2013

요즘 한창 실기 준비를 하느라 꼬박꼬박 등교를 하고 있다.

같은 날에 시험을 보는 동기들과 맞춰보며 역할극을 하는게 중요해서

임상술기지침보다는 진료수행지침을 하루에 8,9개씩 하고 있는데

진료항목은 그냥저냥 할만한데 상담위주의 항목들이 좀 어렵다.

진료는 패턴과 감별진단, 신체진찰만 하면되니까 왠만하게 하던 가닥대로 하면 할수가 있는데

상담은, 각 상담마다 적절한 패턴이 따로 정해져 있어서

항목마다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굉장히 지루하기도 하고 말하느라 목도 아프고 앉아 있느라 좀도 쑤시는 이 실기준비를

되지도 않는 드립을 날려대면서 즐겁게 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상담 항목중에 가정폭력항목이 그렇다 좀..

 

그렇잖아도 요즘 한창

세상이 쓴맛일 어떤 아기들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픈데

자기가 데려온 아들을 재혼한 현재남편이 때린다는 그런 설정의 가정폭력 상담 항목을

감정쏠리는대로 징징댈수도 없고 시시덕거리며 말하고 있자니

괜시리 정신적으로 피곤하다.

 

항목에서는 계부의 폭력으로 설정돼 있지만, 실제 가정폭력은 친부모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다.

친부모랑 사는 애들이 훨씬 많을테니 당연한 거겠지.

몹쓸사람은 계부모 친부모 가리지 않는다는 거다.

 

그와중에,,

같은 병실에 팔 골절로 입원한 1살 반짜리 아기가

간병인에게 험하게 다뤄지고 있는데도 한마디도 뭐라 못해 속상하다는 어떤 아줌마 글을 읽었다.

아기가 부모가 아닌 간병인과 병실에 있는 이유는

애초에 골절이 부모가 자행한 학대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며

그렇게 계속된 부모의 학대로 인해 신고를 통해 병원에 들어온 아기라서

행여나 아기를 소중히 대해주지 않는다해도 그 아기를 지켜줄 그 누구도 없기 때문에

그래서 간병인도 아기에게 전혀 간병의 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고

수술후 아파서 끙끙대는 것에 대해서조차

'니가 누구에게 응석부릴 처지냐'따위의 말을 하며 아파 우는 아기에게 호통을 치고 있는데도

혹시 같은 병실에 입원한 자기아기에게 해코지 할까봐

뭐라 말을 할 수 없어서 속상하다는 그런 답답한 내용이었다.

 

세상의 많은 아기들은

아무리 보채고 찢어지게 울어대고 밤새 칭얼대며 자길 재우라며 호령하고

어떠한 의존을 해도 결코 자신에 대한 사랑과 보살핌을 거두지 않을 양육자의 품에서

세상에 대한 신뢰를 키워가고 있을텐

겨우 1살 반 밖에 되지 않은 이 아기는

최초 양육자였을 부모에게서 팔이 부러질 정도의 물리적인 학대를 받았고

그 외에도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지 않는다거나 밥을 제때 챙겨주지 않는다거나

혹은 아픈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식의 '방임'이라는 학대도 분명 꾸준히 당했을 이 1살 반짜리 아기는

사회안전망을 통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 조차도 왜 따뜻한 보살핌을 못 받고 있어야 하나

1살반짜리 아기는 아직도 자라고 있는 미완의 인지범위에서

자기가 느끼는 고통이 '어찌할 수 없는 고립무원감' 이란 것도 인지 못한채

공포와 무력감으로 결국 울음조차 사그라들게 될거다.

생각할수록 끔찍한 일이다.

그 간병인에게 징계가 내려질리도 없겠지만

징계가 내려진다 한들 어른들끼리의 싸바싸바가 대체 아기가 입은 상처를 어떻게 다독여줄수 있을까

 

아기를 보듬어주지 않는 사람은 잠재적인 범죄자다.

사회구성원의 정서적 정신적 건강을 훼손해서 사회 전체의 건전성을 망치는데 일조한거니깐.

 

아동학대 신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직군 중에는 당연하지만 의료인도 포함되는데

그런 의무적인 이유에서라도 좋으니깐, 좀 더 학대라는 것에 대해들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나도 지금 아기가 없었다면 가정폭력같은거 아무렇지 않게 힝힝 농담이나 하며 넘겨버렸을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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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