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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2017. 3. 9. 22:52 from ETOCETORA

 

 

 

 

 

 

 

 

'너의 이름은'은 대형 재난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라고 감독이 이미 이야기 했는데

영화안에서 재난의 시작은 하필 우주로부터의 운석이어

재난이 닥치는 과정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숨막히게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영상미로 유명한 감독이 소재를 잘 선택한 거라고도 생각하지만

그보다 이 감독님도  '우와 별... 나는 밤하늘이 좋아'라고 생각하는 촌사람인것인가.

무슨 말이냐면

대학 1학년 때 처음 설악산 정상에 올라서 밤에 눈밭에 누워 쏟아지는 별빛을 눈으로 다 받아내는게 너무나 좋아서

그후 '저는 별보는 걸 좋아합니다'와 같은 얘기를 하고 다녔더니

친한 교수님 한분이 하루는 지방출신의 촌스러운 취미라고 농담같은 핀잔을 했던적이 있어서다.

괜시리 낭만적인척 하려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줏대없는 취미같기도 해서 좀 부끄러웠는데

이 감독님은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을 꿋꿋하게 지켜왔나보다..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지진은 일본사회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는 말도 했다.

그런건 한국의 특집기사에서도 이미 많이 봤는데

예상치 못한 재난에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게

절제를 미덕으로 여기며 살던 일본인들을 현재를 누리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끔도 하고

한편으론 도덕성과 공익에 대한 기존의 가치관을 무너뜨려서 범죄가 증가하는 경향을 낳기도 했다는 뭐 그런.

 

하지만 천년전에 비슷한 재난을 겪었을 사람들로부터 전해내려오던 경고가 점차 희미해지듯

재난이 닥친 순간 그것을 지켜본 대부분 사람의 내면을 두드린 최초의 어떤것이 희미해지려는 때

어제밤에 꾼 꿈에서 느낀 그 중요한게 뭐였는지 거의 잊어버릴 즈음에

그지점에서 이 예민한 감독님이 그게 뭔지 찾아 영화를 통해 던져준것 같다.

 

사회면 기사에서 사망사건이 있을 때 정말 보기 싫은 댓글중에 하나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건 사건의 경중이나 질을 따져봤을 때 부적절하고 의미없는 말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무려 사회면에 기사로 뜰만한 사망사건인데

대체 고인의 명복을 빌어서만 애도가 되는 경우가 몇개나 되겠냐고.

대체 어떻게 된거지..

저런 일은 다시는 생기면 안될텐데..

그때 만약 이러지만 않았더라면..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이런 종류의 분노와 한탄이 오히려 애도의 결을 제대로 살린 말인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감정이라곤 안느껴지고 상투적인 고인의 명복 운운보다는..

 

 

결코 잊고 싶지 않으며 잊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당신들에게 이런 일이 안생겼었으면 하는게

그런 재난을 본 순간 충격과 함께 마음에 와닿았던 중요한 기억 아니었을까.

 

재난이 지나간 후 생존자와 사망 실종자로 운명이 갈리고 나면

그후엔 또 개개인과 사회 모두가 감당하기 버거운 재건과 회복과 후유증과 그외 이것저것이 이어진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동일본 대지진은 며칠만에 그냥 후쿠시마 원전과 동의어에 지나지 않게 돼버렸고

그건 재난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내 마음에 흘러오던 여러 의미있는 장면들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가버리고

결국 방사능 유출 위험에 대한 걱정에 머물러버린 탓일 것이다. 

희생자에 대한 최초의 아픔이나 안타까움이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인데.

 

타임워프(라고 해야 겠지..?)라는 진부한 소재를 쓰긴 했지만

그만큼 희생자들에 대한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재난 후 일본인들이 겪은 내면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일것이다.

때문에 간절히 재난을 피해갈수 있도록 소망하고 

그렇게 소망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잊지 않도록 크게 소리지르는 모습이야말로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어떤 엄청난 사건이나 재난이 생기든 해야 하는 일이며

나도 간절하게 소원하고 잊지 않으려 계속 그것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거.

 

영화는 타임워프를 소재로 한 하이틴 로맨스 물일수도 있지만 난 그냥 이렇게 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영화보고 나오면서 느낀 깊은 여운이 두사람간의 어떤 운명적인 사랑이라는데만 국한돼 있을리는 없을거다.

 

뭐 암튼 운석이 부딪히는 장면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뭐라 설명하려해봤자 그 감동이 해석은 안되는거 같다.

감독님 정말 멋있으세요 (엄지척)

 

 

 

 

 

 

 

사족이지만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연결된 느낌을 가진다는건 정말 중요한 거 같다.

우리 엄마는 정말 꿈을 제대로 잘꾸는 분이시

그게 생활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어서 가만 보다보면 참 신기하기도 한데

우리를 세뇌하는 미디어에 의하면

이런 정신세계는 동양인들이나 아메리칸 인디언들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소양아닌가.

난 정말 그런게 티끌만큼도 없는 사람이지만

종교생활한다고 성당다니고 교회다니면서도 입으로만 기도를 하지 현실감으로 똘똘뭉친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애초에 좀 타고 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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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vi. :